💡 520억 투자 닥터나우, 4가지 성공 비결?

🩺520억 투자 닥터나우, 4가지 성공 비결?

원격의료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 세계 원격의료 시장 규모는 총 305억 달러(약 37조5000억원)를 기록했다. 1990년대부터 원격의료가 일찍이 도입된 미국에서는 B2B2C, B2C 등 다양한 원격의료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한 반면 코로나 확산 이후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된 국내에서는 관련 시장이 이제 막 움트고 있다. 시장 변화를 감지하며 재빠르게 서비스를 출시한 닥터나우는 업계 1위 업체로 자리매김하며 성장 가도를 이어가는 중이다. 비대면 진료 불모지였던 국내에서 닥터나우는 어떻게 시장을 개척했을까? 국내 최초의 비대면 진료 및 약 배달 플랫폼 닥터나우의 창업 스토리와 성장 비결을 DBR가 취재했다.

원격진료의 꿈을 품은 의대생

장지호 닥터나우 대표가 원격진료를 처음 접한 건 의료 봉사 현장이었다. 그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5년간 대전역 인근 노숙인 의료봉사센터에서 봉사 활동을 했다. 노숙인을 진료하는 의료진을 도와 잔심부름을 하고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환자를 대신해 약을 받아오기도 했다. 이따금씩 봉사 현장에 못 온 의료진이 전화로 노숙인 환자의 몸 상태를 살폈는데 함께 봉사 활동을 하던 의료진은 “이게 바로 원격진료다”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가 원격진료를 간접 체험한 순간이었다. 원격진료가 환자와 의사, 약사 모두의 편의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깨닫고 진로를 구체화했다. ‘원격진료하는 의사.’ 그가 정한 목표였다.

처음에는 의사만 되면 목표를 이룰 줄 알았다. 학업에 몰두해 의대 6곳에 지원했지만 면접에서 번번이 낙방했다. 면접 때마다 공통적으로 나온 “의대 와서 뭘 하고 싶나”라는 질문에 다른 지원자들은 “신경외과요” “흉부외과요”라며 전공하고 싶은 과목을 대답했다. 장 대표는 “원격진료요”라고 호기롭게 답변했지만 그럴 때마다 면접 분위기는 차갑게 식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의료계에는 특정 병원에 쏠림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유로 원격진료에 반대하는 여론이 팽배했다. 지원한 의대 6곳 중 5곳에서 고배를 마신 장 대표는 유일하게 합격한 한양대 의대에 진학했다. 당시 한양대는 의대 입시 전형에 면접이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진학한 의대에서 원격진료의 꿈은 더욱 선명해졌다. 의대생이 되니 아플 때 바로 물어볼 사람이 주위에 많아 좋았다. 눈이 아프면 사진을 찍어 안과 선배한테 물어보고, 운동하다 발목이 삐면 외과 선배한테 연락해 처치법을 물어봤다. 집안에 의사 가족이 없다 보니 의대생이 되기 전까지는 아플 때 의사한테 바로 물어보고 기댈 수 있다는 게 이렇게 큰 장점인지 몰랐다. 편의를 누릴수록 모든 사람에게 이런 ‘의사 친구’를 만들어 주고 싶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원격진료를 향한 의지는 창업 결심으로 이어졌다. 의대에 재학하며 해외 탐방을 다녀보니 미국의 텔라닥, 일본의 메디컬노트 등 해외에서는 이미 원격진료 회사들이 성업하고 있었다. 특히 보수적인 분위기의 일본이 공식적으로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것을 보며 확신을 얻었다. 우리나라도 결국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생각이 굳어졌다. 원격진료가 갖는 이점은 단순히 의료 편의성 그 이상이었다. 병원 대부분이 문을 닫는 야간 시간, 경증 질환자가 응급실 대신 원격진료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응급실 과밀화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었다. 당시 국내에서는 원격진료가 불법이었지만 창업 의지를 꺾지 않았다. 장 대표는 “비대면 진료, 약 배송 서비스가 현실화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창업을 결심했다”며 “관련 법제화를 위해 노력하며 향후 5년 이내 서비스를 출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2019년 9월 법인 ‘닥터가이드(현 닥터나우)’를 설립했다. 창업 후 가장 먼저 맞닥뜨린 어려움은 구인이었다. 경영, 개발, 디자인 수업을 청강하며 사업 지식을 쌓고, 본격적으로 함께 창업할 멤버를 구했지만 녹록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의대생 하나만 믿고 선뜻 합류를 결정하는 건 무모한 일이었다. 골머리를 앓던 중 당시 창업을 염두에 두고 청강하던 디자인 수업에서 교수님이 던진 한마디가 실마리가 됐다.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하면 삼성이나 LG에 쉽게 입사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장 대표는 상상을 시작했다. ‘3대 디자인 어워드에 입상하면 시상식 옆자리에 삼성이나 LG 디자이너들이 앉아 있을 테고, 이들과 친해지면 좋은 디자이너를 소개받을 수 있겠지?’ 단순한 생각이었지만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꼬박 하룻밤을 새워 환자가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모자 형태의 수액 팩을 디자인했다. 최종 출품 전 디자인을 전공하는 친구에게 아르바이트비 10만 원을 주고 수정을 맡겼다. 그렇게 출품한 ‘이동형 정맥 수액 팩 적용 유속 감지 IoT 디바이스’는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중 하나인 ‘2019 IDEA 디자인 어워드’에서 본상을 받았다. 아쉽게도 시상식이 하필 전공 시험 일정과 겹쳐 계획한 대로 직접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이후 수상자 모임을 통해 창업 멤버로 합류할 디자이너를 소개받을 수 있었다.

2019년 12월, 마침내 창업 멤버 4명이 모였다. 장 대표와 디자이너, 개발자 2명이었다. 개발자 2명은 모교는 물론 건국대, 연세대 등 타 대학에 모집 공고를 붙이고 동아리방을 도는 등 각고의 노력 끝에 어렵게 구했다. 당시 네이버에서 인턴을 하던 개발자 친구에게 창업 멤버로 합류할 것을 제안하며 이렇게 설득했다. “네이버에서는 너 한 명 없어도 크게 달라지는 게 없지만 원격진료는 의료 산업을 완전히 혁신할 수 있다. 창업에 합류하면 역사의 한 획을 함께 그을 수 있다.”

약국 1000곳을 발로 뛰다

의료 산업 혁신을 위한 첫걸음은 ‘처방전 보안 전송 프로그램’이었다. 창업팀은 앱을 이용해 병원에서 약국으로 처방전을 보내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었다. 프로그램 개발을 시작한 지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다. 코로나19가 터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기회가 됐다.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그동안 불법이었던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했기 때문이다. 창업 당시 장 대표는 몇 년이 걸릴지 모를 지난한 과정을 거쳐 원격진료를 허용하지 않는 현행법을 바꾸겠다고 각오했었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변수로 원격진료 사업을 본격 시작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장 대표는 이에 곧바로 뛰어들었다.

가장 먼저 론칭한 앱은 ‘콜로나맵’이었다. 전화로 원격진료가 가능한 대구 소재 병원을 알려주는 앱이었다. 코로나 확산 초기인 2020년 2월, 대구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자 2~3주간 밤을 새우며 서비스를 개발했다. 약 배달이 가능한 약국을 알려주고 처방약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배달약국’ 앱도 함께 론칭했다. 원격진료 서비스까지 함께 제공하고 싶었지만 당시 개발 역량으로는 역부족이었다. 트래픽을 감당하지 못해 종종 서버가 터지기도 했다. 우선 처방약 배달 서비스를 확장하면서 원격진료 서비스 도입을 준비했다.

원격진료와 처방약 배달을 핵심 서비스로 정하고 가장 노력을 쏟은 분야는 영업이었다. 제휴 약국과 병원을 늘리기 위해 직접 발로 뛰었다. “오늘은 선릉이야”라는 식으로 그날 영업을 뛸 지역을 정하고 아침에 모인 장 대표와 직원 3명은 회사 소개 자료를 100부씩 나눠 갖고 인근 약국을 돌아다녔다. 처음에는 “약 배달은 불법 아닌가”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비대면 진료와 약 배달이 허용됐다는 사실을 모르는 약사들이 “무슨 소리냐”며 냉대하기도 했다.

병원 제휴를 위해서는 학연까지 활용했다. 의대 내 사진 동아리 소속이었던 장 대표는 동아리 선배 명부를 받아 병원을 직접 방문했다. 명부에는 선배들이 어떤 과를 졸업해, 어느 병원에서 근무하는지가 기재돼 있었다. 직접 연락하고 찾아가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제휴를 설득했다. 이렇게 직접 발로 뛰며 영업한 병원은 수백 곳, 약국은 1000곳 이상에 달했다. 그러나 그중 제휴에 성공한 병원 및 약국은 모두 합쳐 10여 곳에 불과했다. 적은 숫자였지만 비대면 진료와 처방약 배송 플랫폼 론칭에 대한 의지가 강했기에 서비스를 계속 고도화해나갔다. 약 배달에 더해 비대면 진료 서비스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추가 개발하는 등 서비스를 확장하며 장 대표 포함 4명이었던 직원도 10명으로 늘었다. 배달약국을 론칭하고 8개월간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준비한 닥터가이드는 2020년 11월, ‘닥터나우’ 앱을 공식 론칭했다. 비대면 진료와 처방약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최초의 플랫폼이었다.

최초에서 최고로, 닥터나우의 성장 비결

론칭 초기 10여 곳에 불과했던 닥터나우의 제휴 의료 기관(병원, 약국)은 2022년 10월 기준, 2500여 곳으로 늘었다. 현재는 의료 기관이 닥터나우에 먼저 제휴를 요청해오는 인바운드 비중이 90% 이상이다. 누적 다운로드 수도 2021년 1분기 기준 5만 건에서 지난해 말 430만 건으로 껑충 뛰었다. 닥터나우가 2년 만에 업계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한 성장 비결은 무엇일까?

1️⃣ ‘진료와 처방’이라는 의료 핵심 서비스 구현

병원 위치나 전문의 찾기 등 의료의 주변 요소를 다룬 서비스는 기존에도 있었다. 그러나 닥터나우는 의료의 주변 요소가 아닌 ‘진료와 처방’이라는 핵심 서비스를 구현했다. 기존의 의료 서비스 앱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현재 닥터나우는 내과, 외과, 안과, 피부과, 이비인후과 등 총 20개 과목의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이어트, 피부 관리 등 비급여 항목을 특화해 홍보하는 타 비대면 진료 플랫폼과 달리 닥터나우는 ‘아플 때 닥터나우’라는 미션을 내세우며 경증 질환 진료 및 처방을 강조해왔다. 그 결과, 현재 닥터나우에서 이용률이 높은 항목은 코로나19(29.6%), 감기(27.8%), 방광염·질염(18.5%), 통증(복통, 두통 등 15.2%), 여드름(6.4%) 순이다. 이용률이 높은 상위 5개 진료 중 여드름을 제외한 4개가 모두 급여 진료다. 장 대표는 “경증 질환자들이 급여 진료를 많이 이용하고 있다”며 “탈모나 다이어트 등 비급여 진료에 한정하지 않고 전 과목에 걸쳐 서비스를 제공해 이용자들이 언제 어디든 정말 아플 때 닥터나우를 찾을 수 있다는 점이 성공 비결 중 하나”라고 말했다.

2️⃣ 의료 시장의 페인포인트 해소

환자가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뒤 약국에서 처방약을 받는 기존의 고객 여정에는 여러 페인포인트가 있었다. 병원과 약국에 직접 방문한 뒤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대기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의사의 성별도, 진료비가 얼마나 나올지도 미리 알 수 없었다. 닥터나우는 이 모든 페인포인트를 해소하는 솔루션이다. 닥터나우 앱을 이용하면 병원에 직접 방문할 필요 없이 24시간 원하는 시간에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증상에 맞는 진료 과목과 의사를 선택한 뒤 증상을 기재해 진료를 신청하면 해당 의사와 유선이나 화상으로 진료를 보는 식이다. 닥터나우 이용률이 가장 높은 시간대는 오전 9~11시, 오후 3~5시다. 병원에 가기 위해 휴가를 쓰기 어려운 직장인,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 등 일상생활을 멈추고 병원을 방문하기 어려운 이용자들의 불편을 해소해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기존에는 환자가 진료 전에 의사와 진료비에 관한 정보를 미리 알 수 없었다면 닥터나우에는 이름과 사진 등 의사 프로필과 진료비가 공개돼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금액대가 높은 탈모, 여드름 등 비급여 진료비가 투명하게 공개돼 있어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이 밖에 사용자가 진료 신청에 참고할 수 있도록 의사에 대한 환자들의 후기와 별점을 확인할 수 있는 리뷰 서비스도 구현했다.

닥터나우는 환자뿐만 아니라 의사의 페인포인트도 개선했다. 일반적으로 병원들은 위치한 지역에 따라 환자가 몰리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가령, 회사가 밀집한 지역에는 점심시간이나 퇴근 이후 저녁 시간대에 이용률이 높다. 환자가 몰리는 피크 시간대 외에는 사실상 쉬는 시간인 셈이다.

페인포인트를 인지한 닥터나우는 자사와의 제휴가 의사와 병원에 부가가치를 창출할 기회가 되도록 서비스를 구축했다. 제휴 의사 전용 프로그램에서 비대면 진료 영업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대면 진료가 많은 시간에는 비대면 진료를 잠시 멈추고 앱상에 ‘대기’ 상태로 변경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정교화했다.

사용자뿐만 아니라 의사의 페인포인트를 개선하는 모델로 인해 닥터나우의 제휴 의원 수는 나날이 늘어나는 추세다. 2021년 2분기 기준 50곳이었던 누적 제휴 의료 기관 수는 2022년 3분기 2500곳으로 급증했다. 장 대표는 “병원 입지와 인테리어 등에 비용을 들이기보다 진료 자체에 집중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닥터나우 제휴를 문의하는 병원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3️⃣ 약국 방문 없이 처방약 당일 배송

비대면 진료와 연동한 약 배달 서비스도 닥터나우의 핵심 서비스 중 하나다. 평균 1시간 이내에 처방약을 배달받을 수 있는 ‘퀵 배송’, 평균 4시간 이내에 받을 수 있는 ‘오늘 배송’을 이용하면 직접 약국을 방문하지 않고 처방약을 당일 수령할 수 있다.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받을 수 있는 ‘새벽 배송’, 2~3일 내 받을 수 있는 ‘택배 배송’도 가능하다. 배송 유형에 따라 배송비는 3000~8000원으로 형성돼 있다. 환자가 약사에게 처방전을 직접 전달할 필요도 없다. 이용자가 퀵 배송, 오늘 배송 등 처방약 수령 방식을 선택하면 비대면 진료를 마친 의사가 닥터나우가 만든 제휴 의사 전용 프로그램을 통해 처방전을 제휴 약국으로 직접 전송한다.

닥터나우는 초기부터 배달 업체와 제휴해 약 배달 인프라를 구축하고 인프라 대응팀과 고객 경험팀을 만들어 신속하게 약 배달 서비스를 관리했다. 배달이 잘 완료됐는지 확인하고 문제가 생길 시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관제센터도 만들었다. 관제센터를 통해 의약품 조제 상황부터 상품 픽업, 운송 경로, 도착 시간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고 있다. 또한 고객이 빠르게 약을 전달받을 수 있도록 희망 수령 주소지에서 가장 가까운 곳의 제휴 약국이 자동 매칭되도록 ‘제휴 약국 근거리 매칭 시스템’을 도입했다. 주소지 근거리의 제휴 약국이 자동 매칭되면 협력 배달 업체 기사가 해당 약국으로 이동한 뒤 약을 수령해 고객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닥터나우에 따르면 제휴 약국 근거리 매칭 시스템 도입으로 타 약 배달 플랫폼 대비 50% 이상 빠른 배송 시스템을 구축했다.

닥터나우는 현재 전국적으로 약 배달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다. 광역시 등 대도시에서는 닥터나우가 제공하는 모든 종류의 배송이 가능하고, 도서산간 등 그 밖의 지역에서는 택배 배송이 가능하다. 장 대표는 “닥터나우의 배송 서비스는 ‘근거리 자동 매칭’ 시스템에 기반해 사용자가 있는 곳 근처에 약국이 있으면 빠르게 약을 배달받을 수 있다”며 “타사 대비 압도적으로 많은 수준인 의료 기관 2500여 곳과 제휴를 맺고 있기 때문에 업계에서 가장 빠른 약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닥터나우는 협력 배달 업체가 아직 진출하지 않은 일부 지역까지 배달 인프라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4️⃣ 의사 아닌 환자 중심 UX, UI 구현

닥터나우는 기존 의료 서비스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독특한 사용자 경험(UX)과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제공한다. 바로 ‘증상 진료’ 탭이다. 이용자들이 감기, 여드름 등 ‘증상’을 선택해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탭을 구현한 것이다. 보통 내과, 외과, 피부과 등 진료 ‘과목’별로 구분 짓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장 대표는 평소 이런 구분이 공급자(의사) 중심의 사고방식이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증상이 있을 때 어느 병원에 가야 할지 모르는 환자도 많았기 때문이다.

또한 닥터나우는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코로나 대유행 시기, UI를 빠르게 변경해 사용자 경험을 개선했다. 코로나 유행 초기에는 확진자가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에 격리돼 정부의 관리를 받았다. 그러나 오미크론 변이로 확진자가 급증하자 정부는 지난해 2월 재택 치료를 원칙으로 방역 지침을 변경했다. 갑작스런 변화에 현장에서는 혼선이 빚어졌다. 자가 격리 상태에서 어떻게 진료와 약 처방을 받느냐며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특히 동거 가족을 통해 처방약을 수령할 수 없는 1인 가구 환자들이 답답함을 토로했다.

재택 치료 현장의 혼란을 읽은 닥터나우는 앱을 열면 가장 먼저 보이는 홈 화면의 증상 진료 카테고리에 코로나 치료 탭을 새로 만들었다. 또한 홈 화면 상단에 ‘빠른 진료받기’ 서비스 탭을 추가했다. 코로나 확진자 급증에 따라 즉시 진료와 처방을 원하는 수요 역시 빠르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한 ‘코로나19 재택 치료 진료비, 약값, 약 배달 0원’ 등의 홍보 문구로 닥터나우의 비대면 진료도 일반 병원 진료처럼 정부 지원 아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닥터나우에서 무료로 코로나 진료와 약 처방 및 수령까지 가능하다는 사실이 입소문을 타며 이용자가 급증했다. 정부가 재택 치료를 원칙으로 방역 지침을 변경한 2022년 1분기 닥터나우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240만 건을 기록해 60만 건이었던 전 동기 대비 4배 증가했다. 장 대표는 “코로나 오미크론 대유행 당시 하루 평균 이용자가 50만~60만 명이었다”며 “이 대유행이 닥터나우가 전국적으로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닥터나우의 향후 과제

오미크론 변이 유행 당시,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며 급성장한 닥터나우는 코로나가 안정기로 접어들자 제2의 도약을 시도했다. 사용자 확장을 위해 지난해 8월 실시간 무료 상담 서비스를 도입했다. “소변을 봤는데 거품이 있다” “배 아플 때 매실 먹어도 괜찮나”와 같이 병원에 갈 정도로 심각하지 않은 경증 혹은 단순한 의료 지식에 대한 궁금증을 질문하면 전문 의료인이 무료로 답변해주는 서비스다. 닥터나우가 직접 고용한 의료진과 제휴 의사들이 24시간 이용자들의 질문에 5분 이내로 답변해준다.

실시간 무료 상담 서비스를 도입한 후 대부분의 병원이 문을 닫은 밤 11시~새벽 1시 등 심야시간대에 닥터나우 사용량이 증가했다. 장 대표는 “회사 입장에서는 비용이 많이 드는 서비스지만 비대면 진료 이용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주말과 늦은 밤, 닥터나우에 접속하는 사용자가 많아졌다”며 “실시간 무료로 전문적인 의료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 이용자들에게 ‘아플 때 닥터나우’라는 미션을 확실히 각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용자들의 의사 친구’로 자리매김하며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는 닥터나우이지만 넘어야 할 큰 산이 남았다. 바로 규제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정부가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했을 뿐 아직 전면 허용된 상황은 아니다. 장 대표는 “정부가 올해까지 비대면 진료를 법제화하겠다고 공표한 만큼 복지부와 긴밀히 논의하고 협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닥터나우는 복지부와의 협력 채널을 다각화하기 위해 2021년 7월 원격의료산업협의회(이하 원산협)를 발족했다. 닥터나우 출시 이후 이용자들이 급증했지만 대한의사협회 등 이익 단체를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를 둘러싼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그에 대한 대응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원격의료 산업계에는 의료 및 의약계처럼 구심점을 갖고 목소리를 낼 단체가 없다는 점을 인지한 장 대표는 앱 마켓에서 원격진료 서비스를 운영하는 업체를 일일이 찾아 연락해 원산협 동참을 설득했다. 13개사로 발족한 원산협은 현재 공동회장사 닥터나우와 엠디스퀘어를 비롯해 총 18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장 대표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앞두고 사회적 논의 과정에서 제기된 우려와 문제들을 산업계가 먼저 나서 해소해 나갈 것”이라며 “복지부와의 원활한 소통, 비대면 진료 기업 합동 기술개발, 법정 단체 설립 등을 추진하며 안전한 비대면 진료 환경을 조성해나가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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