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무상 질책도 직장 내 괴롭힘일까?

🤬 업무상 질책도 직장 내 괴롭힘일까?
이진혁의 Law&Work 나우

법률사무소 여암의 변호사입니다. 사법시험 합격 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근무했습니다.

최근 미디어에선 ‘MZ 신입사원’을 주제로 한 콘텐츠가 자주 등장합니다. 여기서 꼽히는 MZ 세대의 주요한 특징은 <개인의 권리 침해에 민감하고 상급자의 질책에 자주 문제를 제기한다>는 겁니다. 때문에 하급자에게 업무상으로 질책하는 게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 문의하시는 분들도 부쩍 많아졌습니다.

법적으로 어느 선까지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가의 뚜렷한 기준은 없습니다. 사례마다 각자의 맥락을 고려해야하기 때문인데요. 대략적으로나마 여러분들이 그 판단 기준의 감을 잡을 수 있도록 직장 내 괴롭힘이 문제된 실제 판례 몇 가지를 쉽게 소개해드리겠습니다.

1️⃣ 근로기준법의 규정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이하 “직장 내 괴롭힘”이라 한다)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런데 위 법 규정만으로는 ‘업무상 적정범위’가 무엇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이를 판단하려면 직장 내 괴롭힘이 문제가 된 선례를 살펴보고,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파악해봐야 합니다.

2️⃣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본 사례

[사례1]

영업부 A대리는 영업부 B이사를 직속 상사로 모시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A의 업무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던 B는 다른 부서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호칭을 생략하고 A에게 “야, 너 지금 나한테 뭐하는 거야”, “그래, 너는 대리 달면 안 된다”, “되지도 않는 저런 애를 왜 대리로 승진시켜가지고” 등의 발언을 일삼았습니다. 게다가 B는 A에게 “앞으로 C대리에게 결재를 올린 후 나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해, A는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C대리의 결재를 통해야만 B에게 결재를 올릴 수 있었습니다. B는 다른 근로자에게 “A를 내보낼 거다”라고 수차례 반복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A가 참다 못해 회사의 대표이사에게 B의 행위들을 털어놓고 고충을 토로했으나, 대표이사는 B를 불러 상황을 물어보고, A에게 둘 다 잘못이 있으니 화해하라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 법원은 해당 폭언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B와 회사가 A에게 1500만원의 위자료를 배상할 것을 명했습니다(창원지방법원 2021가합53385판결).

[사례2]

A경리는 입사 직후부터 같은 회사 내 B이사로부터 수시로 ‘18’ 등의 욕설과 ‘그만두라’, ‘나가라’라는 말을 들으면서 지내왔습니다. A는 동료에게 B 때문에 힘들다는 점을 호소하다가, 결국 사직서를 제출하고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직장 내 스트레스로 인한 약물 치료를 받게 됐습니다.

→ 법원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보고, 회사가 A에게 1200만원의 위자료를 배상하도록 명했습니다(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20가단68472 판결).

3️⃣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고 본 사례

[사례1]

팀원 A는 근무 시간 전(오전 6시쯤)에 팀장 B로부터 ‘대구시교육청, 4차 산업형 인재 양성 캠프 열어’라고 기재된 기사 링크와 함께 “교육청에서는 벌써 보도 자료를 냈구나”라는 메시지를 전송받았습니다. 이에 A가 “헉…..”이라는 답장을 보내자, B는 “’헉’이 아니라 바로 보도자료 준비해서 내겠습니다 해야죠”라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이후에도 B는 A의 업무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자 “니가 그러고도 담당자냐?”라는 코멘트를 하는가 하면, A가 야근을 23시까지로 결재 올리자 “야근을 11시까지 하면 아침에 항상 결재 문서가 올라와 있겠네”라는 말을 하고, “니들 대학 나왔잖아. 근데 이것도 못 하냐. 대학 나온 사람이 이 정도는 해야지”라는 발언을 했습니다.

→ 법원은 B의 발언이 부적절함을 인정하면서도, A의 업무상 오류를 지적한 것일 뿐 적정범위를 넘은 건 아니라고 봤습니다(대전지방법원 2020구합105691판결).

[사례2]

학교 행정실에서 근무하던 직원 A는 행정실장 B의 언행으로 고충을 겪고 있었습니다. A가 서류작성 업무를 할 때 2시간30분 동안 4차례나 재결재를 지시하고, A가 낸 병가 신청을 같은 날 3차례나 반려했기 때문입니다.

→ 법원은 B의 언행이 업무상 적정범위 내에 있어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반복적인 재결재 요청은 수정 사항을 실시간으로 확인·지시한 것으로 업무 범위 내 지시라고 봤고, 병가 신청 반려 역시 A가 꼭 해당 날짜에 병가를 사용해야 할 신체적 이유가 있는 게 아닌 이상 부당치 않다고 봤습니다(대구지방법원 2021나314644판결).

4️⃣ 유사한 사안이지만 판단이 다른 사례

한편 유사한 사안도 재판부의 성향에 따라 판단이 다른 사례가 존재합니다.

먼저 상사가 하급자의 실수를 질책하면서 언성을 높이고 핸드폰을 탁자 위에 던진 사실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보면서도, 위자료는 100만원으로 비교적 낮게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21가단213730).

반면 상사가 하급자에게 언성을 높이면서 업무 파일을 자신의 책상에 내리치고 계산기를 자신의 책상에 던진 사실만으론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사례도 있습니다(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21가단5089 판결).

5️⃣ 결론

위 선례들을 살펴보면,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1) 욕설을 하거나, 2) 퇴사를 종용하는 등 신분상 불이익을 고지하거나, 3) 모욕을 주기 위해 보고 체계를 변경하는 등의 경우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질책 과정에서 1) 실수를 비꼬면서 다소 발언을 과격하게 하거나, 2) 단시간 내 수차례 재결재를 지시했다는 점만으론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업무 중에 하급자의 실수로 화가 날 수 있고, 쓴소리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질책을 하더라도 적정선을 지킬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