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세대를 위한 MZ 지침서?!

🔖 X세대를 위한 MZ 지침서?!

mz세대

사람은 누구나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 합니다. 사회적 관계를 중시하는 한국인이라면 더 그렇죠. 그런데 요즘 MZ세대들은 소속감보다는 적당히 느슨하고 다양한 형태로 연대하는 방식의 관계 맺음을 선호합니다.

저성장 시대를 살아온 MZ세대는 조직과 자신의 성장을 결부 짓지 않는 편입니다. 오히려 직무 중심으로 전문성을 만들고, 시장에서 자기 가치를 높게 평가받는 것에 더 주안점을 둡니다. 한 회사에 적을 두지 않고, 이직과 퇴직을 반복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특징이 있는 MZ세대가 자연스럽게 조직에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최근 MZ세대가 조직의 중심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조직 내 X세대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많은 X세대는 MZ세대 구성원들이 업무 몰입감과 소속감이 낮다고 아쉬워합니다. 이들은 “요즘 젊은 친구들은 애사심이 없어” “팀장도 저렇게 행동하는데, 아래 직원들이 뭘 보고 배우겠어?” “나 때는 평생직장이라고 생각하면서 회사에 다녔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 때문에 많은 조직에서 미션·비전·핵심 가치 내재화 워크숍을 통해 MZ세대 구성원의 낮은 업무 몰입감과 소속감을 개선하고자 합니다. 과거 일방적으로 회사의 미션·비전·핵심 가치를 강요받던 X세대에게 ‘핵심 가치 내재화 워크숍’은 굉장히 혁신적인 방법입니다. 조직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라고 강요하지 않고, 스스로 조직에서의 가치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워크숍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X세대와 달리 MZ세대들은 이런 워크숍에 관심이 없습니다. 오히려 MZ세대들은 “그냥 돈 벌기 위해서 직장을 다니면 안 되나요?” “꼭 조직의 핵심 가치를 마음에 새기고 일해야 하나요?”와 같이 X세대가 다소 불편하게 느낄 수 있는 질문들을 던집니다.

MZ세대의 이러한 질문은 조직문화를 함께 만들어가려고 노력하는 X세대의 힘을 빠지게 만듭니다. 정말 MZ세대가 배부르게 자란 세대라서 ‘조직에 잘 적응해 일을 열심히 해야 한다’라는 간절함이 없는 걸까요?

저성장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MZ세대의 전략

과거 X세대는 조직 구성원으로서 열심히 일하면 조직과 개인 모두 성장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MZ세대의 상황은 다르죠. 잘 알려진 대로, MZ세대가 본격적으로 사회에 진출한 2008년부터 현재까지 GDP 성장률은 3%를 넘은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한마디로 그들은 사회생활 시작부터 지금까지 저성장 시대를 몸소 경험하며 살아온 겁니다. 회사가 성장할 수 있을지 없을지 불투명하기 때문에 MZ세대 입장에서는 지금 내가 소속된 조직만 믿고 자신의 미래를 담보하는 것은 리스크가 큰 전략입니다.

따라서 MZ세대들은 직무 중심으로의 자기 성장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자신이 시장에서 얼마나 가치 있는지 끊임없 이 평가 받고 개선하려고 합니다. MZ세대가 저성장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전략은 직무 중심으로 개인의 역량을 향상시켜 전문가가 되려는 겁니다.

애당초 회사와 나를 일치시키려고 생각한 적이 없으니, 개인의 성장을 통해 더 좋은 조건을 제공하는 회사로의 이직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이 당연하죠. 지금 소속돼 있는 회사에서 내 역할과 책임을 다하면 될 뿐입니다. 그 이상을 기대받는 것은 MZ세대에게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꽉 찬 소속감보다는 느슨한 형태의 연대감

MZ세대는 한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우리 모두 하나’와 같은 형태의 소속감보다는 느슨한 형태의 연대감을 더 선호합니다. 물론 무조건 소속감이 싫다는 것은 아닙니다. 한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조직에 얼마나 몰입할지 선택하고 싶은 것이며, 우선 연대감 정도로 관계 맺음을 시작하고 싶은 겁니다.

때문에 MZ세대는 한 집단에 모든 시간을 할애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양한 집단과 동시다발적으로 연대하는 방식으로 ‘다채롭고 느슨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갑니다. 이를테면 인스타 해시태그, 온/오프라인 살롱, 취미활동 동호회, 학습 동아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이 원하는 곳에, 원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시작하는 겁니다.

비슷한 직무에서 일하는 사람과 함께 성장하는 ‘성장 모임’에서 자신의 조직으로 스카우트를 제안하기도 하며, 취미활동으로 만난 사람과 뜻이 잘 맞아서 비즈니스 파트너가 되기도 합니다. 또한 느슨한 관계가 더 깊은 관계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MZ세대들은 수평적인 관계 속에서 자신의 주체성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과 관계를 쉽게 시작하고 쉽게 끝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모임들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속감을 부여하기 위한 체크포인트 

그럼 MZ세대가 회사에 소속감을 느끼도록 노력하는 건 고리타분한 일이 된 것일까요? 누구나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은 욕구가 있으며, MZ세대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강요 받는 형태의 소속감이 부담스러울 뿐입니다. 

MZ세대가 자발적으로 살롱과 모임에 참여하는 이유를 찾아보면, 조직운영의 수평성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회사에서보다 자신의 개성을 부담 없이 드러낼 수 있으며, 내가 참여하고 결정하면서 주체성이 실현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특징을 고려해 조직을 수평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3가지 체크포인트를 고려해야 합니다.

수평 조직을 함께 만들려는 진정성

많은 조직에서 수평적인 조직문화의 유용성에 공감하고 있으나 구성원로부터 충분한 신뢰를 얻지는 못 하고 있습니다. 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해 ‘CEO와 소통 간담회’를 개최하곤 하지만, 구성원은 이를 1차원적인 접근이라고 느끼기 때문에 ‘소통 활성화’라는 목적을 효율적으로 달성하기는 어렵습니다. 보여주기식 일회성 이벤트로 조직 생활이 달라지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상위 직급자가 본인의 권력을 내려놓고 진정성 있게 구성원의 이야기를 경청하려고 할 때, MZ세대는 ‘정말 수평 조직을 만들려고 한다’라며 그 의도에 공감합니다. 나아가 자신의 의견이 조직에 실제로 반영돼 가는 과정에서 주체성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진정성 없는 태도로 겉으로만 수평적 제도와 이벤트를 설계하는 것은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어요. MZ세대가 진정성 있게 잘 운영되고 있는 부분마저 의심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구성원이 의도와 진정성에 공감할 수 있게 제도를 운영해야만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함께 만들어 갈 수 있을 겁니다.

명확한 의사 결정권 범위 제시

구성원에게 의사 결정권이 부여되는 건 ‘진정성’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돼 있습니다. 수평 조직을 표방하면서 두루뭉술하게 함께 의사결정을 해보자고 말한다면, 사실상 상사에게 결재 받는 시스템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상사와 함께하는 회의에서는 상사의 뜻대로 최종 결정이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이러한 과정이 몇 번 반복되면 구성원은 더 이상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않을 겁니다. 첫째, 상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맞춰주는 회의가 될 것이 뻔하며, 둘째, 상사에게 맞추면 당장 업무를 진척시키는 데 큰 스트레스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구성원이 주체성을 느끼기 어려울 것이며, 업무 몰입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이러한 악순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구성원에게 의사 결정권의 범위를 명확하게 제시해야 하며, 논의를 통해 도출된 결과를 최종 결정에 반영해 실행할 수 있어야만 합니다.

예를 들어 회사 워크숍 준비 업무를 주니어에게 일임하는 상황을 가정해봅시다.

👨🏻‍⚖️ X세대 리더 : 젊고 참신한 아이디어는 무엇이든지 좋아! 창의적으로 기획해봐!
🙋‍♂️ MZ세대 팀원 : 요즘 인기 있는 유튜버 인플루언서를 섭외해 볼게요!
👨🏻‍⚖️ X세대 리더 : 음……. 그건 예산 문제로 어려워.

위 대화는 조직에서 흔히 발생하는 패턴입니다. 이러한 소통이 반복되면 구성원은 좌절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를 막으려면 사전에 의사 결정이 가능한 범위를 공유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워크숍 프로그램 진행을 위한 예산이 1000만원 정도 사용 가능한 상황이니, 이 예산 안에서 프로그램을 기획해야 한다고 사전에 공유하는 겁니다. 구성원이 단독으로 의사 결정이 가능한 범위를 사전에 명확하게 제시하고, 이 범위 내에서는 최대한 자율적으로 의사 결정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보장해주는 겁니다.

“일단 어떤 의견을 제시하는지 들어 보겠다. 그런데 듣고 보니 이것은 적절하지 않다”라고 피드백하는 의사결정 방식은 수평 조직을 흉내 내기만 할 뿐, 실제로는 과거의 결재 시스템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습니다. 조직 차원에서 구성원에게 의사 결정권을 넘기는 것이 불안하다면, 결과를 수습할 수 있을 만큼 자율권을 우선 부여하면 됩니다. 그리고 함께 협업하는 경험을 쌓으면서 구성원이 직접 내릴 수 있는 의사결정 범위를 확장해 나가면 됩니다.

애자일한 팀 운영

모임에서 관계 맺는 게 상대적으로 편한 이유는 부담 없이 시작해서 부담 없이 끝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직 또한 이 특성을 반영해 팀을 애자일하게 구성해볼 수 있습니다. 물론 경직된 팀에서 팀워크가 잘 발휘돼 기하급수적 시너지가 발생하는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소수의 경우입니다. 대부분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더 높습니다.

경직된 팀에서 선배와의 관계가 어려워 퇴사를 고민하는 게 대표적인 예입니다. 인사팀에 팀 이동을 요청했는데 더 안 맞게 되면 정말 최악의 경우라고 할 수 있죠. 따라서 큰 덩어리의 과업 혹은 프로젝트 단위로 팀이 애자일하게 모이고 해체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팀워크가 잘 맞지 않는다고 느껴도 ‘유일한 해결책은 퇴사’라는 생각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팀의 분위기가 리더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이 사실이지만, 리더의 역할이 전부는 아닙니다. 조직과 리더의 상황, 구성원의 성향 등 다양한 요소가 역동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이죠. 절대적으로 좋고 나쁜 팀의 조합은 없으며, 상황에 따라 팀이 좋기도 나쁘기도 한 겁니다.

따라서 구성원이 현재 경험하는 팀이 절대적으로 고정된 것이 아니라 애자일하게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느끼도록 팀을 운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MZ세대도 X세대와 같은 사람이기에 어딘가에 소속되고 의지하고 싶습니다. 다만 “우리 조직의 일원이 됐으니 같은 구성원으로 하나가 되어야 해”라는 방식의 강요가 부담스러운 겁니다. 수평적인 문화에서 자신의 주체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긍정적인 경험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조금씩 소속감이 깊어지게 됩니다.

조직에 있는 시간이 즐거우면 일도 사람도 좋아집니다. ‘사랑과 집착은 한 끗 차이’라는 말이 있듯이 MZ세대에게 조금 천천히 다가갈 필요가 있습니다. 수평적인 조직문화에서 천천히 조직에 스며들 때쯤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우리 조직에 소속감을 느끼고 있지 않을까요?

✍ 곽예신 : 쿠퍼실리테이션그룹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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