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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에 불질러도 NFT가 안 오르는 이유
돈키레터의 아트테크 이야기
🔥 프리다 칼로의 원작을 불태워? : 올해 멕시코의 한 암호화폐 사업가가 멕시코의 초현실주의 화가 프리다 칼로의 그림을 불태웠습니다. 그림 가격은 1000만달러, 약 140억원이었죠. 그가 작품을 불태운 이유는 동일한 작품의 NFT를 팔기 위함이었습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했죠. 멕시코 당국은 국민 화가의 작품을 불태웠다는 점에서 문화재 훼손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NFT 예술품이란? : NFT 예술품은 크게 2가지 종류로 나뉩니다. ❶ 실물이 있는 작품을 NFT로 여러 개 발행하는 케이스, ❷ 처음부터 NFT로 만들어 거래하는 케이스. 첫번째 케이스는 최근 국내외 유명 미술관에서 많이 진행해왔습니다. 일례로 오스트리아의 빈 미술관은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를 NFT로 1만개 발행했는데요. 개당 250만원에 판매하며 220억원의 수익을 창출했습니다. 대부분 미술관이 티켓 판매 수익으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NFT 발행은 든든한 운영 자금이 됐죠. 국내에선 간송미술관이 <훈민정음 해례본>을 NFT로 100개 발행해, 개당 1억원에 판매하기도 했고요. 두번째 케이스는 실물 작품 없이, 디지털로 만들어진 작품들입니다. 블록체인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큰 인기를 끌었죠. 이 과정에서 신진 작가들이 주목받고, 미술 시장 탈중앙화 낙관론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한편 이번 프리다 칼로 작품 화형식은 실물이 있는 첫번째 케이스입니다. 이처럼 실물이 있는 작품의 경우, NFT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실제 작품을 없애기도 하죠. 실제 작품이 사라지는 순간, 그 가치는 NFT로 옮겨갈테니까요.
때문에 NFT의 가치를 끌어올리려고 실제 작품을 불태우는 일이 최근 제법 많이 일어났습니다. 작년 3월 한 블록체인 기업에서 영국의 가명 그래피티 아티스트인 뱅크시의 <Morons>를 불태운 사례도 있었고, 한 달 전엔 현대 미술가 데미안 허스트가 자신의 작품을 직접 불태우기도 했죠. 당시 허스트는 약 159억원에 달하는 작품을 난로에 넣어 태웠습니다. 이들 모두 “원본 작품의 가치를 NFT로 넘기기 위한 것이었다”고 이야기했죠.
NFT가 원본을 넘을 수 있을까? : 하지만 미술계에선 NFT가 절대 실물 작품의 가치를 넘겨받을 수 없다고 봅니다. 미술사에서 오래도록 지켜온 ‘아우라’ 개념 때문이죠. 아우라는 예술 작품의 특징인 유일함에서 오는 신비감, 경외감을 의미합니다. 이것이 미술 작품의 고유한 분위기와 가치를 형성한다고 보죠. 처음 이 용어를 사용한 이는 철학가 발터 벤야민입니다. 벤야민은 산업혁명 시기, 대량 생산이 이뤄지며 복제품에선 볼 수 없는 예술품의 본질을 설명하고자 이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아우라는 미술품만의 유일한 가치를 설명하는 개념으로 자리 잡았죠.
복제품에선 볼 수 없는 예술품만의 유일한 특성, 아우라. 이에 따르면 원본 작품을 복제한 NFT 작품에는 그 어떤 아우라도 없습니다. 아우라는 예술품의 본질이기에, NFT는 예술 작품으로 보기도 어렵죠. 때문에 미술 시장에선 NFT 작품을 예술품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더불어 미술관에서 내놓는 미술품 NFT는 수백개씩 발행되기에 가치가 더욱 희석된다고 보고요.
대다수 미술계 관계자들은 작품을 불태우는 행위를 ‘돈을 벌기 위한 스턴트(stunt)’, 일종의 쇼로 보고 있습니다. 암호화폐 시장과 탈중앙화에 대한 낙관이 있을 때에는 이 쇼가 많은 박수와 환호를 끌어내기도 했는데요. 암호화폐 시장이 점점 사그라드는 지금은 누구에게도 주목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프리다 칼로 작품을 불태운 백만장자 모바라크는, 동일한 작품의 NFT를 단 네 개만 판매하며 1500만원의 수익만 가져갔습니다. 140억원 그림은 잿더미가 됐고요. 이제 모바라크는 문화재 파괴 범죄 여부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사그라드는 암호화폐 시장과 인정받지 못 하는 NFT 예술 작품, 투자에 더욱 유의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