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퇴사 시대, 사람은 기계로 대체될까

😟 대퇴사 시대, 사람은 기계로 대체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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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과 퇴직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회사 입장에서 보면 둘 다 회사를 떠나는 거니까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사회적 관점에서 보면 다릅니다. 이직은 인적자본이 일시적으로 휴지기에 이르는 상황을 의미하거든요. 

과거엔 퇴사 후 다시 구직을 하지 않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미국 금리 인상과 잇따른 경기 침체가 예고되면서 다시 일자리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생길 거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후자의 경우 사람들이 더 좋은 직장으로 직업적 전환을 준비하는 것일 뿐 퇴직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는데요. 이런 점에서 이제는 ‘대퇴사 시대(Great resignation)’가 아니라, ‘대전환 시대(Great reshuffling)’라는 말이 나옵니다. 

기술 발전으로 일자리가 사라진다  

미국 노동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5월 미국 전역의 퇴직자는 600만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반면, 동일 기간 구인 공고는 1140만 개에 달했습니다. 600만 명의 퇴직자가 구인 중인 회사로 모두 이직을 하더라도  여전히 사람을 구하지 못한 일자리가 540만 개나 된다는 의미죠. 그런데도 사람들은 기술 발전으로 사람의 일자리가 사라질 거란 우려를 합니다. 칼 프레이와 마이클 오스본은 2017년 미국에 존재하는 일자리가 기술에 의해 사라질 확률을 계산하기도 했고요. 

저는 한국적 맥락에서 그들의 예측이 실제로 일어날 지 데이터로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 제가 ‘데이터로 보는 인사이야기’라는 책을 쓰게 된 이유입니다. 한국 기업에 존재하는 직무가 사라질 확률과 2017~2020년 일자리 증감 사이의 관련성을 통계적으로 입증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음을 확인했죠. 책을 낸 뒤 참 많은 질문을 받았는데요. 주로 ‘어떤 일자리가 사라지는지’ ‘이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등의 걱정 어린 질문이 많았습니다. 

프레이와 오스본은 옥스퍼드대 교수진과의 협업으로 미국 노동부에서 제안하는 직업정보네트워크(O&NET) 내 702개 직무의 대체 확률을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해 예측했습니다. 그 결과 미국 직무의 47%가 10년 내(2027년) 사라질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대체 확률은 0부터 1의 수치로 나타냈는데, 0은 대체 확률이 낮다는 의미이고 1은 완전히 대체가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이 대체율 계산에서 그들은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 기술이 일자리를 대신할 때의 장애물을 들었습니다. 크게 ▲감지 및 조작 ▲창의적 지능 ▲사회적 지능 3가지인데요. 각각의 장애물이 일자리마다 미치는 영향의 정도를 계산했습니다. 한국 맥락에서 이를 재해석해보니 국내 전체 취업자 중 43%가 10~20년 이내 기술에 의해 대체될 수 있는 고위험군 일자리에 종사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프레이 오스본 자동화 장애물
뜨는 일자리와 사라지는 일자리

프레이와 오스본의 연구, 그리고 저의 분석 결과 모두 일자리가 향후 기술 발전의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무엇보다 전반적인 일자리가 사라질 것 같은데요.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일자리가 소멸의 위기에 있을까요? 머신러닝 ‘비지도학습’의 일환인 K-means 알고리즘을 활용해 미래 일자리를 ‘사라질 확률’과 ‘변화분’을 기준으로 군집화 해봤습니다. 비지도학습이란 컴퓨터에게 학습시킬 때 정답을 가르쳐주지 않고 갖고 있는 데이터로 일정 패턴이나 군집 등을 나눠볼 것을 명령해 그 결과값을 활용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군집이란 비슷한 특성을 가진 데이터를 모아둔 그룹을 의미하고요. K-means는 K개의 군집을 평균 으로 묶어낸다는 뜻인데, 이는 각 군집의 중심과 데이터들의 평균 거리를 말합니다. 이러한 방식의 군집분석은 조직 내 어떤 특성을 가진 집단이 존재하는지 탐색적으로 찾아보는 데 유용하게 활용됩니다.

kmeans분석

조직구성원들을 4개 군집으로 구분해 집단화한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 직업군은 ‘사라지지 않을 직업’입니다. 사라질 확률은 6% 이하이고 오히려 그 수가 700명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이 군집에 포함됩니다. 두 번째 직업군은 ‘뜨는 직업’입니다. 사라질 확률은 30% 이하였고 100명 이상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예시로는 기술 관련 직군, 디자인 직군, 그리고 HR 관련 직군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세 번째 ‘걱정되는 직업’은 사라질 확률이 60% 이상으로 100명 이상 사라질 수 있을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운영 관련 직업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마지막으로 ‘사라질 직업’은 사라질 확률이 90%에 이르는 직군으로 800명 이상 감소하게 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이는 국내 다양한 산업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이며 산업에 따른 변화가 클 수도 있습니다.

프레이오스본 사라질 직업 뜨는 직업

사라질 일자리 분석이 우리에게 주는 함의 

기술에 따라 사라질 일자리를 분석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는 함의는 무엇일까요? 

1️⃣ 인력 재배치 준비 : 우선 HR의 인력 계획 측면에서 미래에 사라질 일자리와 생겨날 일자리를 예측하고 준비할 수 있다는 점이 있겠죠. 특히 회사의 산업전환에 따라 인력을 전환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가령 구조조정이 많은 직업군의 인력을 앞으로 생겨날 직업군으로 이동시키기 위한 선행 준비 자료로 쓰일 수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유통회사가 온라인 산업으로 전환할 경우 오프라인 매장 직원들의 직무를 재배치해야 하는데 미리 준비할 수 있다면 훨씬 도움이 되겠죠. 특히 이러한 데이터 분석은 HR뿐 아니라 CEO와 경영층에서 가장 관심 가질 수 있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2️⃣ 일자리 소멸 현상 긍정적으로 활용 : 국내 생산가능인구가 320만 명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는 2030년 이후로는 조직에 필요한 인력을 원하는 만큼 채우기 힘들게 될 겁니다. 이는 입사지원자 수가 줄고 그만큼 우수한 인재를 새로이 영입할 수 있는 확률도 줄어든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자동화와 기술을 적극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거나, 기술과 사람의 협업 모델을 구축하는 등의 고민을 미리 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래 인력 부족 문제도 기술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면 ‘일자리가 사라지는 현상’은 오히려 조직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것을 조직 관점에서는 부족한 인력을 메울 수 있는 하나의 대안으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프레이와 오스본이 말한대로 기술이 사람 일을 대체할 때는 직무 특성에서 기인하는 장애물 역시 많이 있을 겁니다. 노동시장 특성도 고려해야 하고요. 

단순히 효율성의 측면에서 사람 일자리를 기술로 대체하는 건 인간과 회사 모두에게 좋은 선택이 아닐 수 있습니다. 부가가치가 낮은 일을 기술이 대체하고, 사람은 강점인 감지, 조작, 사회적 기능, 창의적 능력을 활용해 부가가치가 높은 일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직무 구조와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개인과 조직 모두 지속가능해질 겁니다. 사람이 늘 먼저여야 합니다.

✍ 이중학 : 가천대학교 경영학부 HR 데이터분석 교수

사람의 행복과 기업의 성장이 함께하는 국내 최고의 HR 전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