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퇴사 시대, 달라진 HR

🔎 대퇴사 시대, 달라진 HR

세계 최대 hr 컨퍼런스

세계 최대 HR 컨퍼런스인 SHRM이 3년 만에 제대로 열렸습니다. 작년에도 열리긴 했지만, 대부분 세션이 비대면으로 진행됐거든요. 그동안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전 세계 1만8000명이 모였습니다. 코로나 이후 새로운 질서에 맞는 HR을 고민하는 자리였죠.

구성원 중심 HR로 재편

여러 세션을 들으면서 느낄 수 있었던 가장 명백한 변화는 HR의 주도권이 고용주에서 직원으로 넘어갔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기존 질서인 회사 중심 HR이 아닌 구성원 중심 HR로 모든 것이 재편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실제 올해 SHRM 내용을 요약하면, 구성원의 몰입과 리텐션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BMW 사례에서 본 HR 디지털 전환

BMW는 기술을 이용해서 HR을 디지털로 전환한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과거에는 리더에게 의견을 받고 이를 정책에 반영했다면 이제는 자연어처리 기술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구성원 의견을 받고, 이를 긍정과 긍정 감정으로 분류해 HR에도 반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구성원들의 네트워크를 분석하고 장기근속자의 네트워크 특성을 반영해 신규 입사자 온보딩에 활용했다고 합니다. 최근 미국에서 ‘대퇴사 시대’가 사회 문제로 대두했는데요. 그에 따라 새로 채용한 사람들을 유지하는 리텐션이 중요해졌기 때문입니다. 덧붙여 과거에는 교육에서 주로 법률 관련 컴플라이언스 교육을 했다면 이제는 구성원 내부 역량 향상에 힘쓰고 있었습니다. 교육 진행 방식에도 기술을 활용했는데요. 대부분 교육을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을 혼합한 확장현실(XR)로 바꾸고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작업장 내 안전사고 발생을 줄이기 위해 인공지능(AI) 시스템을 활용 중이었습니다. AI가 구성원의 작업 동선을 파악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작업장 환경을 바꾸고, 경고 시스템을 도입한 겁니다. 글로는 간단하게 소개하지만, 재미있으면서도 유익한 HR DT 사례였습니다.

DEI&B : 다양성과 포용성, 소속감의 연계

올해 세션마다 공통으로 다룬 또 다른 주제가 바로 ‘DEI&B’입니다. 다양성과 형평성, 포용성(Diversity, Equity, Inclusion· DEI)을 소속감과 연계하는 것이었는데요. 무엇보다 구성원 유지율을 높이고 퇴사율을 낮추기 위해 조직 내 다양성에 더 신경 쓰는 모습이었죠.

더욱 인상 깊었던 것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다양성에서 나아가 구성원들이 추구하는 가치의 다양성까지 HR 제도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구성원 몰입을 높이기 위한 가장 중요한 활동 중 4순위로 인정이 뽑혔는데요. 단순히 일을 잘한다고 칭찬해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들이 가진 가치를 조직에서 인정해주고 신경 쓰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미국 다국적기업에서는 DEI를 위해 이미 ERG(Employee Resource Group) 활동을 규모와 관계없이 지원하고 있었습니다. ERG는 일종의 사내 동아리인데요. 아시안 직원 모임, 직무 전환에 관심 있는 구성원 모임 등이 대표적인 예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ERG는 조직 내 같은 특성을 공유하는 구성원의 소속감을 높일 수 있어 더욱 강조됐습니다.

하이브리드 워크 : 선택권 있어야

하이브리드 워크도 역시 빠지지 않는 주제였습니다. 다만, 과거처럼 원격 근무와 사무실 근무로 입장이 갈려 토론이 이뤄지는 형태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구성원들에게 재택근무는 선택권의 일환이어야 하고, 조직 내에서 재택으로 근무하는 사람과 협업하기 위해 하이브리드 워크로 대규모 전환되어야 한다고 주장이었습니다.

SHRM는 재택근무의 장단점 모두를 이야기하고, 재택근무를 할 경우 필요한 소통과 리더십에 대해서도 다뤘습니다. 재택근무를 할 경우 새로운 관리 스타일이 필요하고, 단순히 앉아있는 시간을 중심으로 관리됐던 성과를 실제 결과를 중심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죠.

더불어, 소통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과거처럼 잦은 회의를 통해 내용을 세부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주요 내용을 두괄식으로 설명하고 세부 내용은 메일과 자료로 대체하자는 것인데요. 이를 통해 서로 간의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는 논리였죠. 이처럼 하이브리드 워크를 정착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하지만, 이미 다양한 기업이 재택근무에서 사무실 근무로 돌아가기 위해 시도 중이고, 그 과정에서 여러 진통을 겪고 있기도 합니다.

직원 경험 : 구성원 한 명 한 명의 가치를 중시 

직원 경험 관련 논의도 활발하게 이뤄졌습니다. 첫날 참석했던 2022 HR trend 세션에서는 앞으로 우리가 맞이하게 될 HR을 ‘HR 3.0’으로 정의했는데요. 주요 특징으로 개인화, 직원 경험, 인지적, 투명성을 강조했습니다. 사실 구성원 경험에서 강조되는 개념들은 연구마다 다른데요. 추구하는 본질은 구성원 한 명 한 명의 목소리와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더 세분화·다양화된 목소리를 듣고, 그 의견을 반영해 퇴사율을 낮출 수 있단 거죠.

컨퍼런스에 참석한 동안 대퇴사 시대를 실감했습니다. SHRM에 참석했던 HR담당자 중 90% 이상은 ‘현재 채용을 진행 중’이었으며 지원자도 많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죠. 이처럼 새로 구성원을 채용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현재 구성원을 더욱 몰입, 유지하는 것이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구성원 중심의 HR이라는 새로운 질서가 생길 수밖에 없었던 배경인데요. 또 앞으로 더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 이중학 : 가천대학교 경영학부 HR데이터분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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