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환

대우건설 수주심의팀 심의담당자

땅, 사두면 돈 된다는 믿음의 결과

자산 증식에 대한 개인의 관심이 증가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전례 없는 저금리 기조와 집값 상승에 일부 사람들이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모습을 보고 아파트뿐 아니라 토지까지 투자 대상으로 삼기 시작한 이들이 많아졌습니다. 경매나 토지 투자 학원에 모여 땅 보러 다니는 일이 흔해질 정도로요. 토지는 주택과 다르게 대출 규제 영향을 덜 받죠. 때문에 대출로 투자하기에도 좋은 편입니다. 

임야 소유 비중이 높은 건 임야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구매 부담이 적다는 것이죠. 토지 용도를 차후 대지로 변경하면 크게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에 매력을 느낀 사람들이 많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면서 토지를 구매할 때도 이자 부담이 마찬가지로 커졌습니다. 더구나 주택과 달리 거래 빈도가 적어 필요할 때 제값에 팔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김현아

제20대 국회의원·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부동산정책전공 초빙교수

💸 무조건 사두면 돈 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한때 “땅은 무조건 사두면 언젠가 돈이 된다”는 맹신이 있었습니다. 산업화 과정에서 지역 개발이 이뤄지거나 신도시, 광역 교통망이 형성되면서 토지 가치가 확 올라간 것을 봤기 때문이죠. 공장 부지의 매각 차익이 해당 공장이 제품 생산으로 번 돈보다 큰 제조 기업이 종종 있었을 정도입니다. 보유세도 낮고 규제도 적다는 게 토지 투자의 큰 강점으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 맹신이 유지되기란 어려울 겁니다. 먼저 새 부지를 개발하기보다는 기존에 이미 개발된 지역을 관리하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땅을 사두면 돈이 된다는 투자 원칙이 뒤로 밀리게 되는 환경인 거죠. 토지 소유가 늘어난다고 토지 투자가 유망하다고 보는 것도 잘못된 판단일 수 있습니다. 개인 소유 토지는 주로 임야와 농지입니다. 취득 경로나 목적도 상속이나 증여, 노후의 삶을 위한 세컨하우스나 귀촌용인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개인 소유 토지 중엔 개발이 원천적으로 어렵거나 쓸모가 없는 토지가 꽤 있습니다. 투자처로서 매력이 떨어지는 것이죠. 가격 변동 폭이 작고 현금화가 어렵다는 것도 단점입니다. 향후 가치 변동을 예측할 가능성도 작아 유망한 투자처라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김웅

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부동산전문위원

토지보상금 지급의 결과

토지 거래량·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는 토지 보상금입니다. 공익 사업을 위해 사유지인 토지를 사용하면 소유주에 보상금을 주는 제도인데요. 토지 보상금으로 인근 지역의 땅을 사면 취득세도 감면해주고 있습니다. 때문에 과거 토지 보상금이 지급되면 주변 토지 거래량이 증가하고, 가격이 오르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앞으로도 토지 보상금 지급 지역 위주로 땅값이 오르는 현상은 지속될 것 같습니다. 정부는 시장에 부작용이 생길 것을 우려해 현금보다 토지로 보상하는 대토 보상을 활성화하려고 하고 있지만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작년 전국에서 세종의 토지 회전율이 가장 높았고, 경기와 충남 순이었습니다. 세종시는 행정수도, 경기도는 신도시 여파로 천문학적인 토지 보상금이 풀린 지역이죠. 올해는 3기 신도시 조성이 본격화되면서 전국에 약 32조원이 토지 보상금으로 지급될 예정인데요. 다시 한번 땅값이 들썩일 거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강종구

한국은행 국장

🇨🇳 위안만 달러 대비 강세였기 때문

위안 비중 상승은 달러 대비 위안이 강세였기 때문 같습니다. 여타 선진국 통화가 달러 대비 약세였던 것과 대조적이죠. 이 점을 감안할 때 외환보유액에서 위안 비중이 실질적으로 늘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위안이 이른 시일 내 국제 기축 통화 중 하나로 도약하는 건 역시 어려워 보입니다. 우선 1️⃣중국은 내수보다는 수출에 의존하기 때문이죠. 위안의 위상이 높아지면 위안 강세 현상이 생깁니다. 제품 수출 때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어 수출 산업과 제조업에 타격을 주고 전체 경제 성장을 저해시킬 수 있습니다. 고소득 국가로 거듭나기 위해 높은 경제 성장률을 유지하려는 중국으로선 적극적으로 위안의 국제화를 추진하는 데 부담이 있을 겁니다. 2️⃣중국 내 자본 시장의 발달이 미흡한 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중국 금융 시장은 정부 정책 하나에 크게 변동되곤 하죠. 외국 투자자들이 중국 국채 투자를 꺼리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다만, 중국 정부가 국가 간 무역 대금을 거래할 때 위안을 사용하도록 한 건 위안 강세를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위안의 위상을 높이는 길로 보입니다. 이로써 위안 결제 확대를 꾀하고 자체적인 무역 결제망을 도모할 수 있는데, 자금 유출입과 무관한 상품 대금 거래이기 때문에 위안 환율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거든요.

최우진

서울시립대학교 경영대학 교수·전(前)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 연구위원

오히려 위안화 비중이 여전히 낮은 게 아닐까요?

위 기사는 IMF가 발표한 외환보유액 통화 구성 데이터를 오히려 반대로 해석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작년 말 기준 세계 외환보유액 중 위안의 비중(2.79%)은 글로벌 GDP에서 중국이 차지한 비중(17.29%) 혹은 글로벌 교역 비중(14.7%, 재화, 2020년 말 기준)과 비교해 낮습니다. 기사에 언급된 올해 1분기 데이터에서 이런 경향성에 유의미한 변화가 있지는 않습니다. (중국발 외신에서 나온 기사의 톤, 심지어 인용을 그대로 유지했는데 개인적으로 부지런한 기사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국제적으로 비교해본다면 세계 위안 보유액은 2020년 말 기준 2720억달러로 캐나다 통화(2470억달러)의 1.1배입니다. 같은 해 중국 GDP(14.72조달러)는 캐나다(1.64조달러)의 9배입니다. 경제 규모가 거의 10분의 1 수준인 캐나다와 비교해 외환보유액 비중은 크게 차이가 안 나는 것이죠. 지난 수년간 일대일로 등을 통해 위안의 국제화를 열심히 추진한 걸 고려하면, 성공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 달러의 위상 약화, 중국엔 기회일 수 있겠네요

국제 결제 통화와 준비자산으로서 달러의 위상은 점차 약화할 소지가 있다고 봅니다. 통화 가치는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데, 그 신뢰가 하락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달러 신뢰는 1972년 브레튼우즈 체제가 붕괴되면서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브레튼우즈 체제는 미국 달러 중심의 고정환율제도였습니다. 달러 가치를 금에 고정해 금과 달러를 교환해준 건데요. 60~70년대 베트남 전쟁 등으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되면서 해외로 빠져나가는 달러가 많아졌습니다. 반면 미국이 보유한 금은 줄어 더 이상 달러와 바꿔줄 수 없었죠. 결국 브레튼우즈 체제가 붕괴했습니다. 이후 금 보유고와 관계없이 달러를 공급할 수 있게 된 미국은 전 세계에 유동성을 쏟아 부었습니다. 통화량 증가로 달러 가치는 하락할 수밖에 없었고 달러 신뢰는 약화됐죠.

최근 러시아가 국제 결제망에서 퇴출 당한 것 역시 달러의 위상을 낮추고, 미국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미국에 적대적인 국가들에선 이 사태를 목도하며 ‘달러가 있어도 순식간에 못 쓰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졌을 것입니다.

물론 단기간에 다른 통화가 달러를 대체할 상황은 아닙니다. 중국은 경제 규모가 커졌지만 국제적 신뢰도가 여전히 낮습니다. 다만, 미국에 반감이 높은 국가가 위안을 결제 통화로 사용할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습니다. 신냉전이 중국으로서는 위안 사용을 확대할 기회가 될 수 있겠습니다.

김성순

단국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경제체제 전환 없이는 국제 통화되기는 힘들 겁니다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위안화 비중이 늘고 있는 것은 중국이 이제 미국의 경제 규모에 바짝 다가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중국은 1인당 국민소득도 중진국 수준으로 올라섰으며, 무역 규모도 세계 1위로 부상했는데요. 이를 고려하면, 앞으로도 위안 비중의 증가 추세는 지속될 겁니다.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가능성도 커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경제체제로 전환이 이뤄지지 않는 한 경직된 금융 체제와 구조가 국제 통화로서 위안 위상에 걸림돌이 될 겁니다. 경제 및 무역 규모에 비해 저평가될 수 있다는 건데요. 중국이 개도국 수준에 머물 때까지만 해도 사회주의 체제의 강력한 리더십이 효율성을 발휘해왔습니다. 그러나 선진국 문턱에 들어설수록 경직된 체제가 경제 성장의 방해 요인이 될 겁니다.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수석연구위원

🙋‍♂️ 세 놓는 집주인에게 반드시 물어보세요 : “집이 몇 채세요?”

우리나라의 주택 소유자 6명 중 1명은 다주택자입니다. 이들은 전체 주택 20% 이상을 보유하고 있죠. 아마 다주택자가 된 비결은 전세금을 활용한 갭투자일 겁니다. 다주택자가 은행에서 주택 담보 대출을 받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죠. 금리 인하로 주택 매수가 폭발한 2020년, 전국 매매가 대비 전세가는 대략 60%였습니다. 5억원짜리 주택을 매수할 때 3억원은 전세 자금으로, 2억원은 자기 자금으로 살 수 있었단 얘기죠. 이 경우 5억원짜리가 3억원 아래로 하락하지 않는 한 깡통 주택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집값이 40% 아래로만 내려가지 않으면 손해 볼 일이 없는 것이죠. 

그러나 전세가가 오르면 어떻게 될까요? 2년 후 전세가가 3억원에서 4억원으로 올랐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럼 집주인은 전세 자금 1억원을 추가로 받겠죠. 이 1억원과 갭투자에 힘입어 2억원짜리 아파트를 또 사들이면 그는 자기 자금 한 푼 들이지 않고 주택을 한 채 더 매입하게 되는 겁니다. 전체 합산을 해볼까요. 이 다주택자는 총 7억원의 아파트 2채를 전세가 5억원과 자기 자금 2억원에 매입했습니다. 5억원 밑으로 집값이 내려가야 깡통 주택이 되는데, 그에 필요한 하락률은 29%입니다. 즉, 한 채만 보유했을 때(40%)보다 깡통 전세에 다다르기가 더 쉬워지는 것이죠.

이제 다시 생각해 봅시다. 내 임대인이 집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집 부자라고 안심할 수 있을까요? 전혀 아니죠. 전세가가 오르고 집값이 하락하게 되면 집을 많이 보유할수록 해당 임차인들에겐 큰 재앙이 될 수 있습니다. 이제 새 전세 집을 구하거나 계약을 연장할 때 임대인한테 꼭 물어보세요 : “집이 몇 채나 되세요?”

김현아

제20대 국회의원·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부동산정책전공 초빙교수

지방 깡통 전세 부추기는 임대차3법

최근 정부가 세종시를 제외한 전 지방 지역에서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했죠. 지방 도시들의 집값 하락세가 이미 심상찮았다는 얘긴데, 설상가상 깡통 전세도 지방 도시부터 시작되고 있네요. 애초부터 지방 도시들은 전세 물건이 상대적으로 적고 월세 계약 비중이 높았습니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중도 높았죠.

여기에 임대차3법이 전세가 상승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향후 전세가 상승분을 미리 반영하는 부작용이 최근 2년간 이뤄져 왔는데, 주택 시장 불황을 앞두고 역전세 현상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죠. 

임대차3법은 사실상 무차별적으로 모든 지역의 모든 주택을 대상으로 적용됩니다. 집값이 비싼 서울 등에선 임대차3법으로 전세난이 예상되는 등 세입자의 주거 안정이 불안해지고 있지만, 지방에선 세입자의 보증금 보호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 겁니다. 다세대 주택이나 연립 주택까지 살펴보면 이런 깡통 전세는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얼마 전 발표된 윤석열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이 임대차시장 안정화 방안이었는데 지방 도시 역전세 문제는 미처 고려되지 못 했습니다. 지극히 서울 중심적인 주택 정책, 임대 시장 안정화 대책이라고 예외가 되진 않는군요.

고재성

이알에이코리아리얼티 부장

글쎄요? 아직 전세대란보단 안정에 가깝네요

지방 일부 저가 아파트의 역전세 사례를 아직 일반적으로 취급하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과거에도 일부 지방 저가 아파트에서는 역전세 사례들이 있었습니다.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가 적은데다 절대적인 가격이 높지 않아 조건에 따라 가격 변동 비율이 컸기 때문입니다.   

역전세 사례보다는 8월 전세 대란이 실현될지 여부에 더 주목해야 합니다. 다음달부터는 임차인이 재계약을 요구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이 만료되면서 전세가가 급등할 것이란 예상인데요. 이때 입주하려면 지금쯤 계약을 체결해야 하죠. 그런데 아직 수도권 전세 시장에서는 전반적 급등 현상은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안정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전세값이 오히려 안정된다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꺾일 수도 있겠네요.

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 코인·NFT 고용은 더 한파

경기 둔화보다는 기업 경영 악화가 더 큰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메타는 광고 수익 감소, 테슬라는 생산 차질, 텐센트와 바이트댄스는 중국 당국의 빅테크 산업 통제 등으로 경영 상황이 악화했죠.

기사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사실 최근 고용 한파가 불고 있는 곳은 NFT와 코인 등 가상자산 관련 기업들입니다. 통화 정책 기조가 긴축으로 접어들면서 유동성이 줄었고, 위험자산인 가상자산 열풍이 식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IT 부문 실업률은 여전히 낮습니다. 감원 여파로  IT 인력 수급이 개선되면, 그동안 인력 부족으로 목말라 하던 기업에는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요?

김성순

단국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임금 상승 억제해 고용 유지하는 방법도

경기 침체를 동반한 인플레로 기업이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다만, 구체적으로 보면 그 영향이 산업별로 다릅니다. 여행·관광 서비스 업종은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구인난에 직면하고 있고, IT 업종은 여전히 전문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반면 집콕 수요 증가로 호황을 누렸던 업종은 긴축 경영에 돌입하고 있죠.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이 커지고 있는 상황인데요. 코로나 사태 때 항공·여행 업계 사례를 교훈 삼아 고통을 분담하는 게 좋겠습니다. 고용을 유지하는 대신 임금 상승을 억제해 회복기에 대비하는 방법도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강종구

한국은행 국장

테크 기업이 인원 줄이는 세 가지 이유

다른 산업보다 테크 기업이 인원을 줄이는 이유로 3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1️⃣엔데믹에 집콕 수요가 줄었습니다. 코로나 사태에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IT 등 테크 기업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지만, 현재는 반대 효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2️⃣물가 상승으로 가계 실질 소득이 줄어든 영향입니다. 가계소비 중 생필품 비중이 상승하는 반면, IT 및 테크 기업의 제품 구매 비중은 감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가 상승이 단기간 내 끝날 것 같지 않은데, 이들 기업의 제품 수요는 지속해 줄어들 수 있습니다. 

3️⃣주식 시장이 침체한 영향도 있습니다. 고위험·고수입 업종인 빅테크 기업은 주식 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최근 시장 침체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벤처캐피탈(VC)의 투자 여력도 감소하면서 스타트업들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로 당분간 주가가 낮게 유지될 가능성이 큰 만큼, 테크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투자와 고용을 줄이고 있는 것 같네요.

강승희

퀀트 트레이딩 스타트업 Teyvat Labs 대표

🤔 빅테크 출신 CTO만으로 차별화 일굴까?

스타트업이 대규모 투자를 받으면 스케일업을 위한 비즈니스 고도화나 광고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럼 첫째로 필요해지는 게 IT 업그레이드죠. 이때 빅테크 경력자를 CTO로 영입하는 게 가장 안전한 선택지로 보입니다. 스타트업은 빅테크 경력자에게서 경험을 구입하는 것이죠.

다만, 과연 ‘이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합니다. 창업자는 보통 본인이 테크 전문가가 아닌 경우에, 투자를 받기 위해 빅테크 출신 개발자를 파트너로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빅테크 출신 개발자는 큰 프로젝트 경험이 있고, 빅테크 기업 내 인맥이 있죠. 이런 강점으로 향후 투자 유치나 매각, 합병 등 과정에서 충분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 CTO가 A~Z를 생각해야 하는 스타트업에 잘 맞을지, 창업자의 경영 철학과 회사 핏에 적합할지 등을 심사숙고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특히 확실한 차별점이 없다면 성공하기 어려운 스타트업에서 (능력은 분명히 인정하지만) 서로 엇비슷한 경험을 가진 CTO들의 전성시대가 왔다는 건 스타트업계에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이규태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한국 벤처가 질적으로 도약한 결과

그동안 한국의 많은 서비스가 한국 시장에 안주했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보다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싸이월드가 영어와 한국어 버전을 동시에 출시해 연계했다면 아마도 싸이월드의 모습은 지금과는 달랐을 것입니다. 특히 한국은 인구 규모도 작고, 한국어 사용 인구가 영어나 스페인어, 중국어 등에 비해 현저히 적기 때문에 기업의 성장을 위해 글로벌화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런 관점에서 당근마켓과 강남언니 등 커뮤니티 기반 벤처 기업의 글로벌화는 한국 벤처기업의 질적 변화, 도약을 의미합니다.

이제는 다국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어떻게 기술적·사업적으로 연계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두 개 이상의 다른 시장에서 서버를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것보다는 이들을 하나의 글로벌 커뮤니티로 묶을 수 있는 사업 모델을 개발한다면 지역과 지역을 연계한 사업이 새롭게 만들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임정욱

벤처캐피탈 TBT 벤처파트너·전(前)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 앞으로 10년이 더 기대되네요

10년 전만 해도 한국 인터넷이나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이 해외에 진출해 성공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여겨졌습니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과 격차가 너무 컸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제는 다릅니다. 한국에서 시작해 매출 대부분이나 절반 정도를 해외에서 내는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이 많아졌습니다. 

기사에 소개된 블라인드도 성공적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며 매출 99%가 해외에서 나오는 하이퍼커넥트(영상 채팅 앱 ‘아자르’)가 떠오릅니다. 매스프레소(인공지능 기반 학습 플랫폼 ‘콴다’), 채널코퍼레이션(비즈 메신저 ‘채널톡’), 데이블(개인 맞춤형 콘텐츠 추천 플랫폼 ‘데이블’), 스푼라디오(오디오 방송 플랫폼 ‘스푼’) 등도 일본과 대만, 동남아 등지에서 큰 인기를 바탕으로 매출도 내고 있는데요. 이런 성공 경험이 더해지면 앞으로 10년 동안, 스타트업 강국으로 알려진 이스라엘 못지 않게 큰 성공을 거두는 한국 스타트업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강승희

퀀트 트레이딩 스타트업 Teyvat Labs 대표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화, 충분히 가능한 시대!

유니콘을 목표하는 스타트업이라면 무조건 해외 진출을 무조건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과거 글로벌 사업에 진출했던 기업들이 실패했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는 성공 가능성이 훨씬 커졌다고 생각합니다. 1️⃣고객 접점이 모바일로 변경되면서 시장성을 검증할 비용이 낮아졌고 2️⃣구글 번역기, 파파고 등으로 과거보다 언어 장벽에서 자유로워졌으며 3️⃣K-pop, K-movie 등 한국 문화 콘텐츠의 위상이 높다는 점 등이 이유입니다. 한 마디로 이제는 한국에서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을 글로벌화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한 시대가 된 거죠.

그러나 근본적으로 각국의 문화 차이에 기반해 서비스를 차별화하는 전략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정서적인 면이나 규제 등을 고려해 평판을 잘 관리하고, 나아가 브랜드 가치를 창출하는 게 장기적 성장의 열쇠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