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소하면 재판 결과 뒤집힐 확률은?
이진혁의 Law&work 나우
소송을 진행하는 데에는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립니다. 때문에 긴 시간과 공을 들여 진행한 소송 결과가 패소로 끝나면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죠. 패소하면 1심 판결에 불복해 상소를 진행할 수 있는데, 그럼 또다시 시간과 비용이 소요돼 소송 당사자 입장에선 상소가 당연히 고민되기 마련입니다. 아울러 ‘상소를 하면 과연 1심을 뒤집는 판결이 나올지 ‘에 대해 확률이 객관적으로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오늘은 그 확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모든 소송 사건은 난이도와 성격이 제각각이라 개별 사건의 승소 확률을 측정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대법원이 매년 발간하는 ‘사법연감’이라는 법원 통계 자료를 살펴보면 상소심이 하급심 판결을 파기하는 평균적 확률을 대략적으로나마 알 수 있습니다(🔗관련 내용).
사법연감에는 최근 10년간(2012년-2021년) 항소심(2심)과 상고심(3심, 대법원)의 하급심 판결 파기율이 나와 있는데요. 그 수치는 아래와 같습니다.
참고로 위 그래프에 청록선으로 표시된 항소심 ‘지원·본원(지방법원) 합의부’는 판사 한 명이 단독으로 내린 1심(단독) 판결의 항소심을 뜻하며, 회색선으로 표시된 ‘고법(고등법원)’은 판사 세 명의 합의로 내린 1심(합의부) 판결의 항소심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소송가액이 큰 사건의 경우 1심에선 지방법원 합의부가, 항소심에선 고등법원이 재판을 담당합니다. 가액이 비교적 작은 사건은 1심에선 지방법원 단독판사가, 항소심에선 지방법원 합의부가 재판합니다.
그런데 위 그래프 숫자를 살펴보면, 항소심 중 지방법원 합의부가 1심 판결을 취소하는 비율은 과거에 비해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고등법원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는 확률과 대법원(상고심)이 2심 판결을 뒤집는 확률은 최근 전반적으로 크게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2012년과 2021년 파기율 비교>
항소심(고등법원) 파기율 | 상고심(대법원) 파기율 | |
2012년 | 약 42% | 약 7% |
2021년 | 약 28% | 약 4% |
이와 더불어 최근 10년간 소송 당사자가 대법원에 상고하는 비율 자체도 점차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대법원에서 2심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점을 인식하며 생긴 현상으로 보입니다.
고등법원 상고율 | 지방법원 상고율 | |
2012년 | 약 44% | 약 34% |
2021년 | 약 25% | 약 26% |
결론적으로 법원 통계 자료인 사법연감을 통해 과거보다 하급심 판결이 잘 뒤집히지 않는 최근 경향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이러한 추세가 하급심에서 이미 사건을 충실히 심리한 덕에 상급심이 그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상급심에서 처리할 사건이 많은 관계로 개별 사건을 충실히 심리할 여력이 줄어든 탓인지를 정확히 알기는 어렵습니다.
모쪼록 이러한 추세가 짙어졌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므로, 소송을 진행할 땐 1심 판결에서부터 확실한 법리와 증거를 제시해 최대한 한번에 승소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항소심이 1심 판결의 ‘법리’가 잘못됐다고 판단하는 경우는 꽤 있는 편이나, 1심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관계’를 뒤집을 가능성은 매우 낮은 편입니다. 따라서 1심에서부터 유리한 증거들을 누락 없이 철저히 제출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