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독서] 블랙베리는 데이터 때문에 망했다

매주 월요일 오후 1시엔 이동우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의 [10분 독서 나우]가 발행됩니다. 전문 북 큐레이터인 이 교수가 직접 직장인 분들이 읽으면 좋은 책을 엄선하고 핵심 내용을 요약해 드립니다.

블랙베리는 아이폰과의 경쟁에서 밀려 몰락했습니다. 경영진들은 내부 데이터는 분석했으나 시장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외부 데이터는 보지 않았습니다. 블랙베리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외부 데이터를 잘 살펴야 합니다. 오늘 리뷰한 책은 글로벌 데이터분석기업을 창업한 욘 리세겐의 <아웃사이드 인사이트>입니다.

이동우의 10분 독서 나우

블랙베리는 데이터 때문에 망했다

블렉베리

전사적 자원 관리 시스템의 등장

오라클이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이 회사는 대학교를 중퇴했던 래리 앨리슨이 세운 회사입니다. 오라클은 전사적 자원 관리 시스템, 이른바 ERP라는 데이터베이스와 기업 소프트웨어 시장을 지배하게 됩니다. 매출이 빠르게 늘어난 오라클은 450억달러를 투입해 기업 인수 잔치를 벌입니다. 본인들의 제품에 필요한 거의 모든 회사를 사버린 것입니다. 그 결과, 2005년까지 포춘 500대 기업의 80%가 전사적 ERP 시스템을 설치했거나 설치 중이었고, 2016년에는 오라클의 임직원 수는 13만3000명에 이르렀으며, 포춘 500대 기업의 98%가 오라클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전사적 자원 관리 시스템의 두 가지 문제점

전사적 자원 관리 시스템은 좋은 경영 도구이지만, 여기에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첫 번째,  내부 데이터는 후행 데이터 라는 것입니다. 재무 보고서에 나오는 수치는 과거에 일어난 행위와 투자의 최종 결과입니다. 따라서 어떤 노력을 기울이더라도 내부 데이터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통찰은 과거에 관한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내부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 필요하지만 미래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때는 분명히 한계가 있습니다. ERP 시스템이 갖는 두 번째 문제는 회사의 내부 데이터를 고립된 상태에서 조사한다는 것입니다. 즉 ERP 시스템에는 경쟁 기업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현재 산업 트렌드는 무엇인지에 대한 정보가 없습니다. 게다가 보고서가 위로 올라갈수록 일부 데이터는 과장되고 일부는 축소될 수밖에 없으며, 또 서술이 강화되는 경향도 있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에 의사결정권자는 고립된 상태에서 내부 데이터만 분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블랙베리의 내부 데이터가 말해주는 허상

스마트폰 블랙베리는 트렌드를 쫓아가지 못한 경영의 실패 사례로 자주 등장합니다. 블랙베리 제조사의 이름은 RIM(Research in Motion)입니다. 2007년 아이폰이 등장했을 때 림의 경영진들은 아이폰이 별 위협이 안 될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블랙베리의 상황은 몇 년이 지난 뒤에 급격히 악화됩니다.  2013년 9월 블랙베리는 판매 부진으로 10억달러에 가까운 손실을 봤고 그해 말에는 시장 점유율이 0.6%까지 떨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블랙베리는 우리가 아는 것처럼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이미지 출처: 아웃사이드 인사이트

그러나 블랙베리의 내부 데이터에서는 다른 측면을 볼 수 있습니다. 2007년 아이폰이 처음 등장하고 2012년 블랙베리의 충격적인 내부 보고서가 등장하기까지 블랙베리의 고객은 800만명에서 7700만 명으로 거의 10배나 증가했습니다. 인상적인 것은 분기별 매출입니다. 2007년 1분기에 10억달러를 기록하던 블랙베리의 매출은 2011년 1분기에 55억달러까지 올라갑니다. 이 기간에는 매 분기마다 최소 40%에서 최대 100%까지 매출이 증가했습니다. 블랙베리의 내부 데이터만 보면 블랙베리가 계속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세계 시장 점유율은 아이폰이 등장한 이후에도 20%로 올라가게 되었으니  경영진의 입장에서만 본다면 갑작스런 위기는 그야말로 날벼락이었던 것입니다.

이미지 출처: 아웃사이드 인사이트

의사 결정에 필요한 세 가지 요소

블랙베리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선 세 가지를 기억해야 합니다.

첫 번째,  외부 데이터를 활용하라 는 것입니다. 온라인 시장 조사 기관 스타티스타에 따르면 2015년 세계 기업 소프트웨어 지출은 3140억달러에 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 미디어 정보 시장 규모는 26억달러였다고 하죠. 쉽게 말씀드리면 오늘날 기업이 내부 데이터를 이해하는 데 1달러를 쓴다면, 외부 데이터를 이해하는 데는 1센트를 쓴다는 것입니다. 물론 내부 데이터로도 의사 결정을 잘할 수 있다면 문제가 없습니다만, 사내 데이터만으론 시장의 변화를 정확히 파악하기 힘듭니다. 따라서 이제는 기업이 자신이 경쟁하는 세계가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찾아봐야 합니다.

두 번째, 실시간으로 분석해야 합니다.  외부 데이터는 생태계와 경쟁 환경이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가에 대한 실시간 전망을 제공합니다.  따라서 실시간 분석을 활용하면, 기회와 위협을 이전보다 더 일찍 포착하고 이에 따라 행동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포함되는 데이터는 세상의 모든 데이터입니다. 소셜 미디어와 경쟁사의 웹사이트, 또 광고와 채용정보, 심지어 매일매일 달라지는 위성사진까지 포함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경쟁 기업을 벤치마킹 해야 합니다. 외부 데이터를 통해 경쟁 기업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이것을 ‘벤치마크 과학’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외부 데이터를 사용하게 되면, 경쟁 기업에 비해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를 평가할 수 있습니다. 물론 기업들은 스스로의 실적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더 좋아하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경쟁사가 얼마나 못하는지,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를 알아내는 것입니다.

외부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먼저 의사 결정에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좁게 본다면 경영진과 이사회에서의 의사결정, 포괄적으로 본다면 기업이 내리는 모든 의사 결정들에 외부 데이터가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물론 기업들은 데이터를 자산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제대로 데이터를 활용하는 기업은 많지 않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내부 데이터만 살펴본다는 것입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따르면 경영자의 90%가 사업 환경에서 실제로 나타나는 변화의 속도를 무시하고 있고, 기업들은 대부분 1년 단위로 전략 계획을 수립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미 어떤 기업들은 인공지능을 이사회의 임원으로 임명하고 있고, 외부 데이터를 실제 경영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기업들은 시장에서의 가치가 경쟁사 대비 최대 300% 높다고 합니다. 

다음으로 마케팅에 외부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마케팅 환경이 변하고 있고, 고객이 변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제는 흔한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이제는 전통적인 시장조사로는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거의 모든 마케팅 서적들의 공통된 의견이죠. 이제 기업들은 자사의 페이지 노출, 클릭률, 그리고 사용자 참여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소셜 미디어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사 혹은 경쟁사의 내용을 모두 분석해야 하고 고객들의 구매 결정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성공 사례도 있습니다. 다니엘 웰링턴은 혁신적인 인스타그램 마케팅으로 성과를 봤고, 중국 스마트폰 회사인 원플러스는 소셜 미디어 캠페인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새로운 소프트웨어 시스템이 등장한다

외부 통찰의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외부 통찰을 실질적인 행동에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고도로 전문화된 소프트웨어에 대한 수요가 생겨날 것이라고 합니다.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프레비디어가 있습니다. BMW를 비롯한 포춘 100대 기업들이 고객 수요와 미래의 판매량을 예측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외부 통찰을 제공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분야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온라인의 방대한 데이터를 모아 어떻게 분석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론, 또 각기 다른 언어로 되어 있는 자료를 자연어 처리로 제대로 해결해야 한다는 문제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데이터 과학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분야가 어떻게 새로운 소프트웨어 시스템에서 작동할지는 미해결 과제라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보면 외부 통찰은 지금이 초기 단계입니다. 하지만 그 중요성이 과소평가되어서는 안 됩니다. 외부 통찰을 수용하는 기업들은 정보 우위에 입각한 의사 결정을 할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경쟁 기업을 능가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리하자면
이 책이 제시하는 전제 ‘내부 데이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는 귀 기울여 볼 만합니다. 내부 데이터 분석용 소프트웨어는 직감이 아니라 사실에 기초해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도와주겠다고 약속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획득한 내부 데이터는 기업의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 중에서 아주 작은 부분만을 보여준다는 것이죠. 외부 데이터를 통해 시장과 경쟁사, 소비자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적시에 파악하지 못한 블랙베리는 몰락했습니다.

즉 이 책이 제시하고 있는 미래는 내부 데이터가 아닌 외부 데이터를 통한 통찰입니다. 물론 그 미래가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새로운 방법론을 계속 찾아야 한다는 주장은 우리가 가지고 있던 기존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듯합니다.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입니다. ‘이동우의 북박스클럽‘을 운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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