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도는 우유, 값 안 내려가는 이유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남아도는 우유, 값 안 내려가는 이유

새로운 사실: 우유의 소비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우유의 소비는 우유를 주로 소비하는 어린이들의 인구 감소로 계속 줄어드는 중이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학교 급식이 중단되면서 더 가파르게 줄었습니다.

우유의 소비가 감소하는 일은 외국에서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유를 버리거나 분유로 만들어 보관하는 정도밖에는 별다른 대책은 없습니다. 수요를 늘리기 어려우니 생산량을 줄이거나 가격을 내려서라도 파는 방식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조금 다른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유가 남아돌지만 우유 가격을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낙농가에서 사들이는 우유의 가격과 양이 이미 정해져있기 때문입니다.(우유가격 원가연동제라는 제도 때문입니다) 우유 회사들은 가격이나 물량을 좀 낮추자는 입장이고 낙농가는 약속대로 우유를 사가라는 입장입니다. 그러면 가게에서 파는 우유 가격은 내려가지 않고 우유 가격이 내려가지 않으면 소비가 늘어나지도 않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우유가격 원가연동제란?: 우리나라는 우유를 만드는 곳은 낙농가뿐이고 우유를 생산하는 곳은 우유회사뿐입니다. 우유회사도 우유를 외국에서 사올 수 없고(중간에 상합니다) 낙농가도 다른 곳에 팔 수 없습니다. 그래서 시장에서 알아서 가격이 형성되도록 방치하기가 어렵습니다.

우유는 생산량을 늘리려면 적어도 송아지가 우유를 만들 수 있게 되기까지 2년이 걸립니다. 생산량을 빠르게 늘릴 수도 없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한 번 우유를 짜기 시작하면 같은 양을 매일 계속 짜야 합니다. 생산량을 빠르게 줄일 수도 없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낙농가와 우유회사는 서로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자칫하면 힘이 강한 쪽이 가격의 주도권을 가져버립니다. 그래서 낙농가에서 우유회사에 우유를 파는 가격은 낙농가의 우유 생산 원가에 비례해서 오르내리도록 정부가 규제를 한 것이 우유가격 원가연동제입니다. (원래는 최저임금을 정하듯이 정부가 중간에서 협상을 해서 가격을 정했는데 서로 받아들이지 않고 강하게 대립하는 경우가 늘면서 아예 생산비에 따라 변동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공급은 늘고 수요는 줄어도 가격은 그대로: 그런데 그렇게 원유가격 연동제를 실시한 2013년 이후부터 계속 날씨가 좋아서 우유의 생산량은 늘어나고 소비는 어린이들의 숫자가 줄어들고 우유 이외의 다른 대안 식품들이 늘어나면서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원유의 생산원가에 연동하기로 한 우유가격은 계속 올랐고 그래서 우유회사들의 매출과 이익은 계속 감소했습니다. (소비자가격의 40~50%가 우유 원가입니다)

그래서 우유 소비가 줄어들면 가격을 낮춰서라도 팔 수 있게 우유 생산가격 연동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우유 가격이 낮아져야 낙농가도 젖소를 줄이든 생산량을 줄이든 생산원가를 낮추든 다른 업종으로 업종전환을 하든 노력을 할 텐데 지금의 구조는 낙농가가 우유회사로부터 사실상 정해진 월급을 받는 종신 직원과 비슷한 구조여서 문제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게 우유회사들의 주장입니다.

그래도 유가연동제는 필요?: 이런 논란의 근본적인 이유는 우유 회사들이 우리나라 낙농가에 의존하는 비율이 과거보다 줄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소비하는 우유가 대부분 흰우유였고 그건 낙농가에서 조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유회사 입장에서도 낙농가들이 우유를 안정적으로 생산해주는 게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원유가격 연동제 등 낙농가들이 안정적으로 우유를 생산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소비자들의 기호가 흰우유가 아닌 치즈 등 각종 유가공 제품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흰유유가 아닌 유가공 제품이라면 우유회사들은 굳이 원료가 되는 우유를 우리나라 낙농가에서 조달할 이유가 없습니다. 외국에서 분유 형태로 들여와 가공하는 게 더 저렴합니다. (수입 원유가격은 우리나라 가격의 3분의 1입니다. 수입산 쇠고기가 한우보다 싼 이유와 비슷합니다.)

낙농가 입장에서는 이제 쓸모가 줄었으니 생산을 줄이고 스스로 도태되라는 메시지여서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반대 쪽에서는 도태되라는 게 아니라 변화하라는 뜻이라고 주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습니다.

농가의 낮은 경쟁력이 원인: 우리나라 농가들은 자본과 인적자원과 토지 등이 모두 부족해서 쌀이든 우유든 다른 나라의 생산품에 비해 생산원가가 비쌉니다. 그걸 보호하려면 비싸지만 사주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비싸지만 사주다 보면 계속 비싸게 생산하고 생산비를 낮추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그러다 보면 소비자들이 외면하고 상황은 계속 나빠집니다.

쌀의 경우도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높은 가격에 매수해주는 제도를 운영하다 보니 농가 입장에서는 쌀을 생산하는 게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농사가 됩니다. 그러다 보니 쌀 생산량만 더 늘어나는 악순환이 나타납니다. 정부가 지원을 하면 천천히 추락하고 지원을 하지 않으면 빨리 몰락하는 상황이 농산물의 여러 분야에서 계속 불거지고 있습니다.

오늘의 이슈

빈집이 늘어난다

새로운 사실: 앞으로는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살 경우는 반드시 <6개월 이내에 이사를 가서> 실거주할 수 있는 집만 구입해야 합니다. 빈집 또는 6개월 이내에 빈집이 될 수 있는 집만 사야 한다는 뜻입니다.

수요 잡는 정책: 당장 실거주할 계획이 없는 집을 미래에 언젠가 실거주할 수 있다는 정도의 계획으로는 사두지 말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정책입니다. 수요를 줄여서 집값을 잡기 위한 대책입니다. 6개월보다 더 이후에 이사 갈 계획이 있던 무주택자는 지금 당장 움직이지 말고 몇 달 후에 그 시점 부근이 되었을 때 집을 사러 움직이라는 뜻입니다.

최근 집값 상승의 이유 가운데 하나로 지금 집을 사두지 않으면 나중에는 더 비싼 값에 사야 할 것 같다는 두려움 때문에 당장 필요한 주택이 아님에도 구입해놓으려는 실수요층 때문으로 파악한 겁니다. 그 분석은 적절하지만 우려되는 부작용은 있습니다.

이런 규제는 매물도 줄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세입자가 1년 후에 나갈 예정인 집을 매도하려는 집주인은 과거에는 그런 집도 전세를 끼고 미리 사두는 수요자가 있었습니다. 반면 지금은 그런 수요자 자체가 정부의 대출 규제 탓에 줄어들었습니다. 집값과 전세금 차이(갭)를 모두 현금으로 지불할 수 있는 수요자만 그런 집을 살 수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수요자가 제한되므로 매도인이 불리해집니다.

빈집이 생겨난다: 매도인 입장에서는 세입자를 내보내고 새로운 세입자를 받지 않는 빈 집 상태에서 매도할 때 과거보다 더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6개월 이내에 전입할 수 있는 집만 대출을 해주는 규정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선 6개월 이내에 전입이 가능한 매물의 몸값은 과거보다 더 올라갑니다. 전세로 나올 수 있는 매물 가운데 일부가 늘 이렇게 공실로 시장에 매물로 남아있는 상황이 지속될 수 있습니다. 특히 집값이 상승을 멈추고 매도인들이 아쉬운 시장으로 바뀌면 이런 공실 만들기가 더 늘어날 것입니다.

미국 경제, 아직 정상화 멀었다

새로운 사실: 미국에서 하루에 새로 발생하는 코로나 환자의 숫자가 사상 최고치 근처(4만명)까지 증가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여러 주들은 공장이나 가게의 문을 다시 닫고 있습니다.

2주 전만 해도 새로 확진을 받는 환자가 하루 1만명대 선으로 내려가는 등 진정되는 양상을 보였으나 지난 19일 3만명을 넘어선 뒤 다시 급격히 치솟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확산의 특징은 초기에 주로 환자가 퍼졋던 미국 동부가 아닌 남부와 서부에서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경제 재개, 아직 멀었다: 미국에서 경제 규모와 인구가 두 번째로 큰 주인 텍사스는 식당 좌석의 50%만 손님을 받도록 하는 규제를 시작했습니다. 플로리다주도 술을 파는 걸 금지했습니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미국의 경기 회복이 3분기가 아닌 4분기로 좀 밀릴 수 있다고 언급했고, 민주당 대통령 후보 조 바이든은 대통령이 되면 모든 국민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미래차 대비하는 도요타: 도요타자동차가 일본제철 등 부품·소재업체 주식은 팔았습니다. 일본제철, 절삭공구기업 OSG, 차량 전구회사 이시미쓰공업, 산업용 벨트 제작업체 미쓰보시벨트 등 4개 협력업체 주식 1114만 주를 전량 매각했습니다. 반면 우버와 NTT 등 모빌리티 기업 지분은 늘리고 있습니다. 차세대 자동차 시장에 집중하기 위함입니다.

✋기업들은 페북 보이콧 중: 코카콜라와 펩시콜라가 페이스북에 광고를 집행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버라이즌, 유니레버, 혼다, 파타고니아, 노스페이스 등도 페이스북 광고를 보이콧하는 중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페이스북 글에 대한 대처가 화근이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비난하며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이 시작된다”고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글을 올렸는데, 트위터는 경고 딱지를 붙였지만 페이스북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를 근거로 페이스북이 인종차별과 혐오를 부추기는 글을 방치한다며 글로벌 기업들이 보이콧에 나선 겁니다. 페이스북의 주가는 26일 하루 만에 8% 이상 증발해 시가총액 약 67조2000억원이 날아갔습니다. 페이스북 경영진은 신뢰를 되찾겠다며 여론을 달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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