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에 강남빌딩과 네이버 주식은 왜 오를까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불경기에 강남빌딩과 네이버 주식은 왜 오를까

새로운 사실: 서울 역삼동에 있는 현대해상 강남사옥 빌딩이 오피스 빌딩 사상 최고가에 거래됐습니다. 오피스 빌딩은 오피스 건물의 연면적(토지 면적이 아닌 건물 각층의 바닥면적의 합) 대비 얼마에 거래되느냐로 가격의 고저를 판단합니다. 이번에는 평당 3400만원에 입찰한 한국토지신탁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돈이 많이 풀렸다: 물론 특정 지역의 특정 빌딩이 비싼 값에 팔렸다는 소식이 그 자체로 큰 의미를 갖진 못합니다. 다만 이번 사례는 요즘 시중에 유동성이 얼마나 넘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래서 주목할 만합니다.

💰돈이 공격적으로 움직인다: 유동성이란 시중에 풀린 돈이 얼마나 초조하고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질적 지표입니다. (그래서 그 정도를 숫자로 측정할 수는 없고 이렇게 사례로 나타나면 뒤늦게 알게 됩니다) 시중에 풀려 있는 돈의 양(통화량)이 많아도 그 돈이 대부분 잠자면서 별로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시중에 풀려 있는 돈의 양이 특별히 많지 않아도 매우 공격적으로 움직이는 경우도 있죠. 요즘은 후자의 분위기가 매우 강합니다. 요즘 시중 통화량 증가율을 보면 과거보다 증가율이 약간 높은 편이긴 하지만 그리 유별난 수준은 아닙니다. 그러나 우량한 자산을 선점해야 한다는 초조함은 그 어느 때보다 그 정도가 강해 보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이 결코 잦아들지 않고 있음에도 각종 경제지표는 성급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심지어 주가나 부동산 가격 등 자산 가격은 코로나 이전보다 더 오르기도 하면서 사람들이 자산을 마구 사들이고 있습니다. 어떤 배경을 갖고 있는 걸까요. 이 역시 여러 가지 추측과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그 중에 가장 설득력 있는 설명은 경제 정책의 패러다임이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오늘은 그 설명을 전해 드리겠습니다.

돈 풀었지만, 투자할 곳이 적다: 옛날 정부와 중앙은행들은 경기가 나쁘면 그냥 기다리고 시간이 흐르기를 바랐습니다. 기준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면서 돈이 더 빨리 움직이도록 하는 게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걸 알고 실제 정책에 반영한 것은 21세기 이후부터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미국 연준이 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낮추고 시중의 장기채권을 사들이면서 장기금리까지 낮춰온 것은 그런 맥락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금리를 낮추는 것으로는 경기를 쉽게 회복시키지는 못한다는 걸 느끼게 됐습니다. 금리를 낮춰도 그렇게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이들이 대출을 받더라도 그 돈을 투자해서 생산활동을 할 만한 분야를 찾기 어려울 만큼 산업도 이미 포화되어 있습니다.

결국 정부가 돈이 부족해서 돈을 쓰지 못하는 계층에 돈을 직접 제공하고, 소비가 부족해서 투자가 부진한 영역에서는 정부가 직접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었습니다. 코로나19가 확산한 후에도 미국 중앙은행은 이제 통화정책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으며 정부가 돈을 쓰는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습니다.

“돈을 찍어서 경제를 살리자”: 문제는 재정정책을 펼 돈을 어디서 마련할 거냐는 점입니다. 세금을 더 걷거나 국가부채를 더 일으키는 방법이 있으나 그건 양쪽 모두 시중의 돈을 끌어다가 쓰는 정책입니다. 끌어오기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시중의 돈을 끌어오면 시중의 유동성이 줄어드는 구축효과가 발생합니다. 시중에서 조용히 잠자고 있는 돈을 소리 없이 끌어다 유용하게 쓰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그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최근에 등장한 정책은 그냥 돈을 찍어서 쓰는 이른바 현대화폐이론(MMT)에 기반을 둔 정책입니다.

중앙은행이 돈을 찍는 건 너무 쉬운 일이므로 이 물꼬가 터진 이상 돈이 없어서 무슨 일을 못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 돈이 어디로 가느냐입니다. 세상의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풀린 돈은 모두 과거와 동일하게 분배됩니다. 즉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파는 기업의 금고로 대부분 들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그 돈은 그 기업의 주식을 가진 주주들에게 배당되겠죠.

과거에는 그렇게 주주들이 벌어들인 돈을 세금으로 걷어서 쓰거나 그들이 가진 돈을 빌려다(국채를 팔아서) 썼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게 어렵습니다. 그런 수준으로 걷어서 쓰면 해결될 만큼 현 상황의 문제가 간단하지도 않고 그렇게 걷어서 쓴 흔적(국가채무)이 너무 깊어서(국가채무비율이 너무 높아서) 이제 더 이상 그렇게 끌어다 쓰기도 어렵습니다. 결국 중앙은행의 발권력으로 정부가 돈을 조달해서 쓰다가 그렇게 쌓이는 부채는 언젠가는 중앙은행이 그냥 탕감해주는 식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유력합니다.

🥣돈은 많은데, 담아낼 그릇은 적다: 그렇게 세상에 흘러나오는 돈은 어딘가에 담아둬야 하는데 예금이나 채권에 담아두기에는 너무 수익률이 낮고 뭔가 적당한 수익률을 제공하는 자산은 흘러나오는 돈의 양에 비해 너무 부족하다는 걸 서서히 깨닫게 됩니다.

사람들의 임차수요가 지속되어 월세 수입이 줄어들 것 같지는 않은 상업용 부동산, 특별한 논리나 이유는 없는 선호도지만 그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은 금이나 암호화폐, 토지∙고가주택 등의 자산, 비즈니스가 탄탄해서 이익이 줄어들것 같지는 않은 기업의 주식 등은 계속 늘어나는 유동성을 담아두기 좋은 그릇입니다. 그러나 이런 그릇은 존재의 한계가 있고 경기가 나빠질수록 그런 좋은 기업이나 좋은 부동산은 점점 줄어듭니다.

이런 현상을 쉽게 요약하면 결국 자산 인플레이션의 일종입니다만, 구체적으로는 미래의 경제 상황에 대한 불안이 크기 때문에 모든 자산이 골고루 오르기보다는 가장 우량할 것 같은 생존률이 높아 보이는 자산으로의 쏠림이 더 커지는 인플레이션입니다. 코로나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는데 왜 자산들은 들썩거리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아마도 ‘문제는 코로나가 아니라 코로나에 대항하기 위해 우리가 꺼내든 카드 때문’이라고 설명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자산 가격이 계속 부풀어오르면 언젠간 거품이 꺼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생깁니다. 실물경제가 자산 가격 팽창을 뒷받침하지 못하면 우려는 커집니다. 그러나 걱정은 나중에 다 같이 하는 것이고 지금은 자산을 주워담는 경쟁을 할 시기라는 생각들을 많이 하고 있는 듯합니다.

오늘의 이슈

어떻게 1억4천으로 10억 아파트 살 수 있게 됐나

새로운 사실: 신축 아파트의 전세가율이 2년 사이에 5.8% 포인트가 더 올라서 76%에 이른다는 통계입니다. 서울 신축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86%였습니다. 10억원짜리 아파트라면 1억4000만원만 있으면 그 아파트를 살 수 있는 것입니다.

📈전셋값이 비싸면 매매가도 비싸진다: 이런 현상은 새 아파트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현상으로 인해 발생한 것입니다만, 이런 현상으로 인해 새 아파트의 가격이 더 오르게 됩니다. 특히 대출규제가 심할수록 새 아파트 가격이 더 오릅니다. 대출 규제가 없으면 헌 아파트나 새 아파트 중에 저평가된 아파트를 사지만 대출 규제가 심하면 헌 아파트는 전세를 끼고 살 때 비용이 훨씬 많이 들기 때문에 헌 아파트를 선택하기가 어렵습니다. 다들 소액의 돈으로 투자할 수 있는 새 아파트를 선택합니다.

비슷한 동네에 비슷한 위치에 있는 유사한 면적의 아파트지만 새 아파트가 헌 아파트에 비해 유독 비싼 것은 대출 규제가 가져온 의도하지 않은 풍선효과입니다.

금리 낮으면 전세가도 올라간다: 금리가 낮은 상태에서는 전세금 1억원을 더 올려주는 것에 대한 실질 부담이 낮아지므로 전세금을 올리기가 더 쉽기도 합니다. 세입자들의 새 아파트에 대한 선호가 강할수록 전세금 상승은 가파릅니다. 요즘 서울의 전세가격이 오르는 것은 모든 주택의 전세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 아니라 전세가 오르는 아파트의 오름폭이 크기 때문에 나타나는 통계적 현상이기도 합니다.

새로 생긴 규제들이 전세금을 올리기도 합니다. 새로 집주인이 된 사람들은 과거와는 달리 새로 분양 받은 아파트에 의무적으로 거주해야 하는 규제가 생긴 것도 새 아파트 전세가를 올리고 있습니다. 집주인은 굳이 새 아파트에 살고 싶지 않아도 의무 거주 때문에 머물러야 하기 때문에 새 아파트 수요자를 더 늘리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놓치면 아까운 소식

📖서점가에도 비대면 바람: 올해 상반기 교보문고 온라인 매출(56.3%)이 오프라인 매출(43.7%)을 처음으로 추월했습니다. 작년에도 둘의 매출이 비슷했지만, 코로나19 탓에 변화가 더 빨랐습니다. 전자책 매출도 1년새 20%가량 늘었습니다. 온라인 서점들은 전자책 대여 비용을 7~80%씩 할인해주며 고객을 불러모으고 있습니다. 대여 방식을 통하면 도서정가제를 회피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와 SKT가 통장을 내놨다: 금융업의 장벽이 낮아졌습니다. 고객과 접점이 많고,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IT기업이 특히 적극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네이버가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CMA 통장을 내놨습니다. SKT도 핀테크 기업 핀크와 함께 통장을 출시했습니다.

🏍딜리버리히어로, 미국 진출도?: 배달의민족 인수를 추진 중인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DH)가 미국 2위 음식배달 업체인 그럽허브 인수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그럽허브는 당초 우버가 인수를 추진한 기업입니다. 다만 이미 점유율 3위인 우버이츠가 그럽허브와 합쳐지면 시장을 독과점할 수 있기에 미국 규제 당국이 반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네덜란드의 저스트잇도 그럽허브 인수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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