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3.수] 신규 취업자 급감, 미국에 무슨 일이?

<리멤버 나우>는 리멤버와 분야별 최고 수준의 경제 전문가들이 함께 만드는 ‘데일리 경제 콘텐츠 레터’ 입니다.

‘충격과 공포’로 평가되는 미국 고용지표가 발표됐습니다. 미국 경제가 불황에 접어든 걸까요? 인구가 줄어도 주택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3월 13일 ‘리멤버 나우’ 입니다.

홍춘욱의 시장을 보는 눈

신규 취업자 급감, 미국에 무슨 일이?

지난 주말(3월 8일)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는 말 그대로 ‘충격과 공포’였습니다. 비농업 부문의 2월 신규 취업자 수가 단 2만 명에 그쳤기 때문 입니다. 참고로  1월 신규 취업자 수가 31만 명이었던 것을 감안할 때, 2월에 얼마나 부진했는지 금방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 그럼 이제 미국 경제는 불황에 본격적으로 접어든 것일까요?

경기가 부진한 것 치고는 실업율이 낮다

이런 걱정을 하는 이유는 2001년이나 2007년처럼 미국 경기가 본격 나빠지기 시작할 때마다 신규 취업자 수가 줄어든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런 관계를 경제학에서는 오쿤의 법칙이라고 합니다. 간단하게 말해, 경제가 나빠질 때마다 취업자 수가 줄어들고 또 실업률이 급증하는 관계가 ‘법칙’처럼 반복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한가지 의문이 제기됩니다. 왜냐하면, 2월 미국의 실업률은 3.8%를 기록해 1월의 4.0%보다 오히려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즉 고용이 부진했다고 말하기에는 실업률이 너무 낮습니다 . 그럼 취업자 수는 왜 이렇게 줄었을까요. 결국 ‘경제활동참가율’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2월 신규 취업자가 줄어든 이유는 경제에 어떤 큰 문제가 생겨서라기 보다,  사람들이 경제활동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 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코노미스트입니다. 경제연구소와 금융기관, 그리고 연기금에서 경제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데일리 브리프

인구가 줄면, 주택 수요도 줄까?

우리나라도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면 주택을 더 이상 짓지 않아도 될거라는 생각은 몹시 위험한 생각입니다 . 우리나라의 집은 전국에 2천만채정도 있는데 매년 50~60만채의 집이 조용히 사라집니다.

낡아서 허물어지기 때문입니다. 주택 수명이 30년이라고 보면 매년 약 3.3%(60만채), 40년이라고 보면 매년 2.5%(50만채)의 집이 더위에 아이스크림 녹듯 녹아 없어지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인구가 정체되어 있더라도 매년 수십만채 규모의 새집을 짓지 않으면 몇년 안에 주택 부족 현상이 나타납니다. 집에 양말이 10켤레가 있어도 구멍이 나거나 발목이 늘어나면 그건 이름만 양말이지 못신는 양말입니다. 집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제는 새집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이런 집을 지어 팔면 돈을 벌 수 있겠다”는 확신과 탐욕을 가져야 한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집값이 오를 거 같지 않은 시기에는 새로 주택을 지어 팔겠다는 업자들이 모두 사라지고 공급이 줄어듭니다. 시장의 침체 분위기가 강할수록 공급 감소는 더 가파릅니다.

최소한 수십만채는 계속 지어져야 보통의 상황이 유지되는데 그게 안된다는 의미입니다. 왜 부동산 가격은 좀 내릴만하다가도 다시 오르는가에 대한 답은 이런 구조에 있습니다. 가격이 오르기 시작할 때까지 공급이 계속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서는 가격이 안오르는 기간에도 집을 계속 짓고 계속 팔아야 합니다. 그런데 그 위험한 일을 누가 할까요. 지난해에 새로 허가받거나 집을 짓기 시작한 건수가 꽤 감소했다는 소식은 우리나라의 구조적인 부동산 사이클이 왜 나타나는지를 보여줍니다.

중고 LPG자동차, 프리미엄 없어진다

LPG 자동차는 휘발유나 경유차보다 미세먼지를 적게 발생시킨다고 알려져있습니다. 그런데 LPG 자동차는 사고 싶어도 못삽니다. 장애인 유공자 또는 렌트카만 가능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LPG 자동차를 누구나 살 수 있게 규제를 없앨 계획입니다.

렌트카 회사들은 싫어할 겁니다. 연료비가 적게 드는 LPG차를 몰기 위해 일부러 장기렌트카를 신청하는 고객들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유회사들도 반대하는 분위깁니다. 사람들이 석유나 경유를 안쓰고 LPG를 쓰면 매출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그런거야 업계 이해관계라고 무시하더라도 생각해볼 문제는 있습니다. LPG 차량이 늘어나면 (휘발유차 타던 사람이 LPG차로 바꾸면) LPG에는 세금이 많지 않으므로 세수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줄어든 유류세를 환경비용이라고 생각하면 그만이지만 휘발유 승용차를 타다가 LPG차로 바꾸는 경우 과연 미세먼지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는 논란거리입니다.

미세먼지 배출량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SUV(경유) 트럭(경유)은 LPG 모델이 거의 없습니다. 결국 LPG에 붙이는 유류세가 올라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계층은 장애인들입니다. 일반인들이 LPG차를 많이 타게 되어 LPG에 붙는 유류세가 오르면 예전부터 LPG차를 타던 장애인들도 비용을 더 내야 합니다.

유공자나 장애인들만 LPG차를 탈 수 있었을 때는 5년정도 타다가 중고차로 팔면 그 값이 꽤 비쌌습니다. LPG차를 타려는 일반인들은 그렇게 중고로 나오는 차를 사야만 LPG차를 탈 수 있었으니까요.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고 장애인들이 파는 중고LPG 차량의 가격은 프리미엄이 사라져서 급격히 낮아질 것입니다.

장애인들은 결국 차를 유지할 때 드는 비용도 올라가고 차를 매각할 때 받을 돈도 줄어드니 결국 장애인들의 이동 비용이 올라간 셈입니다. 미세먼지를 감소시키는 정책효과를 온국민이 골고루 누린다면 장애인들이 더 많이 부담하는 이런 정책비용에 대한 보상도 함께 고민해야 할 듯합니다. 

자본금 늘리지 못해 문 닫는 상조업체

상조업체 15개가 이달중에 사라집니다. 자본금을 늘리라는 정부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해서입니다. 15개 상조업체들 중에는 고객들에게 미리 받아놓은 돈을 다 써버린 업체도 있고 일부 남겨놓은 업체도 있습니다만 많아봐야 고객 돈의 50% 정도를 남겨둔 채 사라집니다.

피해를 입은 고객은 다른 유명 상조업체로 ‘입양’됩니다. 그동안 200만원을 부은 고객이 있다면 업체가 보관하고 있던 100만원만 찾아서 다른 상조업체로 옮겨야 합니다. 정부가 그 입양을 주선해줄 예정이지만 그 고객들을 넘겨받은 기존 상조업체들도 기분이 좋을리는 없습니다. 100만원만 들고 와서 200만원어치 혜택을 달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밑지는 장사는 아니지만 마진이 남지 않습니다 상조업체는 고객이 내는 돈의 약 50%만 갖고 장례를 모두 치릅니다. 그렇게 억지로 입양된 고객이 제대로된 서비스를 받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이런 불상사가 생긴 이유는 선불적립식 상조서비스라는 업종을 정상적인 비즈니스로 보고 허용하기 때문입니다.

고객이 낸 돈의 50%는 마음대로 쓸 수 있고(50%만 적립하면 됩니다) 그렇게 하다가 잘되면 좋고 안되더라도 손털고 나가면 아무 처벌도 부담도 없는 상조서비스는 그냥 폰지게임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15억원의 자본금은 있어야 상조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규제를 바꿨습니다(이렇게 해보다가 손털고 나가려면 본인 돈 15억원도 함께 날리도록 한 것입니다). 그 15억원을 마련하지 못한 15개(공교롭게도 숫자가 같아요) 상조업체가 이번에 문을 닫는 겁니다.

삼성 시금치, 롯데 감자, LG 콩나물

1인용 간편식 시장이 계속 커지면서 프리미엄급 제품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커지는 시장에 프리미엄급 고급 제품이 생기는 건 당연한 수순입니다. 사람들의 주머니 사정과 욕구는 다양하니까요. 식재료를 사다가 만들어먹는 시간과 비용을 계산하면 시간도 절약되고 심지어 비용도 저렴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시간이 절약되는 건 그렇다치고 비용도 싼 건 이유가 뭘까요. 대량생산에 따른 규모의 경제효과 이외에도 우리나라의 농산물 유통 구조가 비효율적이고 고비용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똑같은 시금치국을 시금치국 공장에서 제조하면 시금치를 직접 재배하거나 직접 조달할 수 있는데 집에서 끓이면 여러 유통단계를 거친 비싼 시금치를 사다 써야 합니다. 시금치를 1인분씩 소분해서 팔지도 않으니 보관비용도 따로 듭니다.

이런 공장식 가정식이 앞으로 더 늘어나면 가장 피해를 보는 업종은 식당보다는 동네마다 자리잡은 농수산물 유통업체들(동네의 야채 생선가게와 그들에게 식재료를 공급하기 위해 존재하는 각종 유통단계의 업자들)일 겁니다. 그들이 파는 상품인 식재료의 수요자들이 각 가정에서 대기업의 대규모 제조 공장으로 계속 바뀌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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