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의 공포 맞서 싸울 6가지 방패

🔰 R의 공포 맞서 싸울 6가지 방패

economic recession

인플레이션 위기에 시달리는 미국을 필두로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가 경제 충격을 직격탄으로 맞고 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 전망치를 직전보다 1.2%p 낮은 3.2%로 내려 잡았습니다. 내년 경제 성장 전망치 역시 직전보다 0.7%p 낮은 2.9%로 내렸습니다. 이처럼 전문가들이 보는 단기 경제 전망은 어둡기 그지없습니다. IMF의 전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공식 블로그에 ‘우울하고 더욱 불확실한 세계(Gloomy and More Uncertain)’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을 정도니까요.

팬데믹으로 세계 경제의 기초 체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공급망 붕괴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여기에 미국의 중앙은행은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고금리 정책과 이에 따른 달러 강세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일부 국가에선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점차 불거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물가 지수가 여전히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경기 침체 우려를 키우는 요소입니다.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국제유가 하락에도 전년 동월보다 8.3% 올라 시장 전망치인 8.0%를 훌쩍 웃돌았습니다. 특히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보다 6.3%, 전월보다 0.6% 각각 올라 시장의 주목을 받았는데요. 전월 대비 상승률이 전달인 7월의 두 배로 치솟았기 때문입니다. 6개월∼1년 후 물가 지수를 가늠하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약 8%를 상회하며 예년보다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1997년, 2008년과는 다른 2022년 경기 침체

우리가 지금 마주하고 있는 경기 침체는 1997년, 2008년 과거 두 차례의 경기 침체와 비교해 발생 원인이 훨씬 더 복잡하고, 파급 범위도 더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는 태국 등 동남아시아에서 시작된 외국 자본의 급격한 유출,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는 부채담보부증권(CDO) 시장 확대에 따른 주택 담보 대출 증가에서 비롯됐습니다. 두 차례 경기 침체 모두 금융시장의 문제가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친 게 위기의 시발점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경기 침체는 조금 다릅니다. 팬데믹 이후 불거진 경기 침체의 위기는 인플레이션, 공급망 붕괴, 지정학적 리스크 등 복합적인 실물경제 문제와 맞물려 미국, 유럽 등 전 세계 시장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과거 경험하지 못했던 미증유의 상황에 진입하고 있는 겁니다.

경기 침체 신호를 보내는 세계 거시 지표

올해 상황을 보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농산물 가격이 일제히 치솟아 원가 부담이 크게 늘었습니다. 기타 원자재 공급 부족과 물류 대란으로 코로나 이전 대비 공급망의 리드 타임도 70%나 증가했습니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로 기업 운영도 큰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원자재 공급 업체들이 납품 우선순위를 충성 고객 위주로 조정하다 보니 원자재 수급의 불안정성까지 크게 늘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중국뿐 아니라 미국도 ‘반도체 지원법(CHIPS Act)’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으로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비단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현상은 아닙니다. 선진국에서 파생된 효과는 다시 아시아, 남미 등 개발도상국으로 전이되고 전 세계 경제가 동시에 침체에 들어서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달러화 강세로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고 외화 부채가 쌓이면서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하는 나라들도 생기고 있습니다. 생필품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에선 급격한 환율 상승으로 고물가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아세안 5개국(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에 인도, 브라질을 더한 신흥국들의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3%에 달했습니다. 국내 상황도 예외는 아닙니다. 올해 6월 기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로 올라 1998년 IMF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한국 주력 산업 직격탄 피하기 어려워

주요 경제 전망 기관과 경제 전문가들이 요즘 던지는 메시지는 한결같습니다. 경기 침체가 오고 있다는 건데요. 대다수 경제 분석가, 경제학자들은 연준이 물가를 잡기 위해 벌이는 강도 높은 긴축 노력이 경기 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아직은 가벼운 정도의 경기 침체를 예상하는 전망이 조금 더 우세하지만 가장 낙관적으로 보더라도 향후 최소 3년은 침체를 겪고, U자형의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습니다.

경제 침체 시나리오별 전망

그럼에도 미국은 자신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별일이 없다면 미국은 경기 침체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실업률은 역사적으로 낮은 3.6% 영역에 있으며 사람들은 여전히 투자하고 있다”고 강조했죠.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도 “경기 침체에 나타나는 대량 해고, 기업 파산, 가계 재정 악화 등은 아직 관찰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인식이 안일하다고 평가합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가벼운 경기 침체는 망상이다. 역대급 부채 위기로 인해 심각한 경제 위기 직전에 있다”라고 말했으며, IMF도 현재 상황이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과 흡사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이번 경기 침체는 배터리, 철강, 가전, 반도체 등 한인데요. 예컨대, 자동차 산업은 경기 침체로 인해 완성차 주문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미국 IRA 통과로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최근까지 ASP(평균판매가격) 상승으로 수익성 개선 효과를 누렸으나 이런 효과도 향후 희석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무엇보다 원가율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철강과 알루미늄 등 소재 가격 급등으로 수익성이 저하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본래 철강 및 화학 산업은 원자재 수입 지분이 높아 원자재 가격 상승이 치명타입니다. 게다가 중국의 코로나 봉쇄로 공급망 붕괴 우려도 더 커졌습니다. 한국은 원자재의 중국 수입 의존도가 30%에 달해 G7(주요 7개국)과 견줘도 매우 높은 편입니다.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 역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수요 악화 등 경기 침체의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특히 반도체 산업의 웨이퍼, 배터리 산업의 리튬 등 특수 부품 및 원자재 수급난이 지정학적 위기로 인해 더 크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최근 경기 침체가 각 산업에 미칠 영향 분석

경기 침체 대응 6가지 전략

현재 상황으로 볼 때 경기 침체는 피하기 어려워 보이는데요. 이럴 때일수록 경영진은 선제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경기 침체가 가시화되면 갑작스런 매출의 급락, 충성 고객의 이탈, 글로벌 공급망 붕괴, 생산 원가 급등, 유동성 악화 등 다양한 요인이 기업을 부실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영진의 늦은 위기 인식은 위기를 더 크게 몰고 옵니다. 시장 상황과 사업 전망을 과도하게 긍정적으로 진단하는 낙관론은 상황을 악화시키며, 현실에 안주하려는 조직 문화가 전사적 변화에 저항을 낳기도 하죠. 경기 침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핵심 사업 부문의 운영 개선을 기반으로 한 종합적인 접근 방식과 이에 대한 신속한 집행이 필수적입니다. 이를 위한 6가지 대응책을 소개합니다.

경영진 위기 인식의 중요성

1️⃣ 영업 효과성 개선 : 경기 침체로 수요 감소와 매출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숨어 있는 수요를 확보하는 동시에 수익성 제고를 위해 영업비용을 줄여야 합니다. 하나도 어려운데 두 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니 기업 입장에서는 참으로 난감할 수밖에 없는데요.

먼저 유효 시장과 수익 시장을 세분화하고 성장 가능한 시장과 채널 고객을 다시 정의하는 작업에 착수해야 합니다. 또한 수익성 높은 고객 이탈을 막고 충성 고객을 잡아 두기 위해 고객 관리와 영업 역량을 강화해야 합니다. 각 인력의 행동 지표를 다듬어 KPI와 연동시키는 게 좋겠죠.

2️⃣ 가격 전략(pricing) 최적화 : 물가 급등으로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수익성 압박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가격 전략을 수립하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경기 침체로 인한 판매량 변화와 생산 비용 차이를 반영한 가격 결정 체계를 새로 수립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회사의 시장 지위부터 파악해야 합니다. 시장 지배력을 갖고 가격 결정을 선도할 수 있을지, 경쟁자의 가격 결정을 참고해야 하는 상황인지 자신의 위치를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경쟁사 제품 가격 변동을 경기 호황 때보다 더 예민하게 모니터링해야 매출을 빼앗기지 않을 수 있는데요. 가격 변동의 근원을 파악하고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도 놓쳐서는 안 되겠습니다.

고객의 소비 패턴에 따라 차별화된 가격 전략도 세워야 합니다. 수익성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비(非)가격 혜택을 통해 수요 이탈을 막는 것도 방법입니다. 아울러 CPI와 상품 가격을 연동하는 인덱싱(Indexing) 전략은 원자재 가격 변동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품목별 수익성을 모니터링해 손실이 나고 있거나 수익성이 낮은 품목부터 과감하게 정리를 하는 등의 합리화 작업도 필요합니다.

3️⃣ 구매 및 공급망 운영 고도화 : 지정학적 위기와 코로나19 확산으로 최근 1∼2년 새 공급망 붕괴가 전 세계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공급망 붕괴는 원자재 부족, 물류비용 급등, 운송 지연 등 다양한 형태로 기업의 부담을 늘립니다. 따라서 이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선제적 대응, 즉 공급망 관리 운영 고도화가 필수입니다.

먼저 물량 확보를 위해 공급 업체 관리 체계부터 재정비해야 할 텐데요. 대외적으로는 공급 업체 요건과 내부 승인 절차를 단순하게 만들고, 전략적 파트너십 등을 통해 공급 업체 관계를 강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대내적으로는 원자재 가격 변동 예측도를 높이고, 이를 생산 계획에 조정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얼마나 시장 가격에 전가해야 하는지 시뮬레이션을 해 보면 그 최적의 수준을 결정할 수 있을 겁니다. 물량 확보와 자본 비용 관리를 위해 적절한 재고 수준 유지하고 재고 운영 모델을 개선하는 것도 공급망 고도화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4️⃣ 비용 구조 전환 및 운영 체질 개선 :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이자 등 자본 비용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공급망 붕괴로 원자재 비용마저 급증하고 있고, 최근에는 인력 부족으로 불어나는 인건비도 기업 수익성에 큰 악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서는 근본적인 비용 절감과 운영 효율화로 기업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 필수가 됐습니다. 기업 체질 개선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이 부분은 조직의 모든 구성원이 합심해야 하는 대목인데요. 구매, 생산, 영업, 지원 부서 등 모든 부서가 동참해 운영 방식의 간소화, 디지털화, 일하는 방식 개선, 비용 투명성 제고 등 단계적으로 핵심 활동을 개혁해야 더 효과적으로 비용 구조를 선진화할 수 있습니다.

기업 체질 개선 시 핵심 활동

5️⃣ 재무 구조 개선 : 최근과 같은 형태의 경기 침체 상황에서는 운전 자본 비용이 늘어납니다. 즉, 회사가 영업에 필요한 외상 매출과 재고 자산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자본이 많아진다는 뜻입니다. 매출 급감으로 현금 전환 주기가 감소하고, 안전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 투입되는 자본이 늘어나는데다 매출 채권 회수에 실패하는 금액도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이때 관건은 경기가 회복세로 접어들었을 때 필요한 투자 재원을 미리 마련해두는 것입니다. 비용 절감을 위한 자동화 시설 투자, 공급망 투자, 선제적 M&A, 부채 상환 등 각 사에 맞는 재무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이를 위해 컨트롤타워를 가동하는 것이 좋습니다. 전사적인 관점에서 13주 현금흐름 예측 모델을 운영하는 한편 시나리오 기반 통합 재무 상태나 손익 모델을 구축해 일상 자금 관리 활동에 필요한 운영 모델로 철저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성장기에 수립했던 자금 운용 전략을 1) 전략적 우선순위, 2) 보유 유동성, 3) 위험 대비 수익 등 가장 높은 사용 가치 확보 여부에 따라 현금을 배분하는 프로세스로 변경해야 합니다. 비용과 운전 자본 및 잉여 현금흐름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한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한편 재무 구조와 현금흐름 상태를 감안한 최적의 자본 조달 옵션을 선택할 수 있어야겠죠.

6️⃣ 선제적 M&A 기회 모색 : 마지막으로, 경기 침체기야말로 M&A에 적합한 시기입니다. 과거 두 차례 경기 침체 시 기업 가치(기업 멀티플 배수 기준)는 20∼30% 정도 떨어졌습니다. 이 수치가 정상 단계로 되돌아오는 데는 약 5년이 걸렸습니다. 쉽게 말해, 싼값에 기업을 사들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죠. 베인앤드컴퍼니의 분석에 따르면 경기 침체 시에 사들인 기업 투자는 2∼4배 수익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이 시기에 적극적인 M&A 활동에 나서야 추가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물론 마구잡이로 사들여서는 안 되겠죠. 경기 회복 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위주로, 산업 내 복수의 잠재적 투자 대상으로 투자 적합성을 검증해야 합니다. 핵심은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올 때를 내다보고 계획을 수립하는 데 있습니다. 회사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는 투자 계획과 중장기 경영 계획을 지금부터 수립해야 합니다.

✍ 김도균, 조기연 : 베인앤드컴퍼니 서울 오피스 산업재 부문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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