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인재란 어떤 사람을 말하는가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입니다. ‘이동우의 북박스클럽‘을 운영합니다.

이동우의 10분 독서 나우

뛰어난 인재란 어떤 사람을 말하는가

 

 

쓸만한 인재가 없다고들 합니다. 채용박람회는 늘 인산인해를 이루는데 어찌된 영문일까요? 게다가 요즘은 과거에 비해 학력 높고 스펙 좋은 사람들이 넘쳐나는데 말이죠.

대체 인재는 어떤 사람이기에 없다는 걸까요? 사전을 찾아보면 인재란 ‘학식과 능력, 재주 따위를 갖춘 뛰어난 사람’이라 정의돼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그리 간단한 얘기가 아닙니다.

인재와 인재상

먼저 ‘인재’와 ‘인재상’을 구분해야 합니다. 다음 세 회사가 구하는 인재의 모습을 살펴보시죠.

A : 게임 소프트웨어 회사

“저희 회사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자로서 탁월한 프로그래밍 스킬 및 설득적인 소통 스킬과 도전적 실행력이 있는 인재가 필요합니다.”

B : 세무법인

“저희 세무법인은 공인회계사 또는 세무사 자격증을 취득한 자로서 합법적 절세 방안 스킬과 탁월한 판단력을 보유한 인재가 필요합니다.”

C : 백화점

“저희 백화점은 학력과 전공은 보지 않습니다. 다만 탁월한 고객 응대 스킬과 고객 불만 해소 능력을 보유한 사람을 인재를 찾고 있습니다.”

세 회사가 말하는 인재의 모습이 다 다릅니다. 사실 당연합니다. 각 회사가 필요로 하는 학식과 재능, 능력이 다른 만큼 인재의 정의도 백인백색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각 회사가 정의하는 인재의 조건을 ‘인재상’이라 합니다. 보편적 개념인 인재를 조직이 필요로 하는 구체적인 학식, 재주, 능력을 반영해 기술한 문구나 슬로건이죠.  따라서 ‘우리 회사 인재상에 맞지 않다’라는 말은 나올 수 있지만 ‘인재가 없다’라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인재상에 맞는 사람을 찾는 기준, 역량

어떤 사람이 우리 회사의 인재상에 부합하는지는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요? 사람의 학식과 재주, 능력을 가늠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전공과 학위, 성적, 자격증 등이 객관적 표지가 될 수는 있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실제 현업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고민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있었습니다. 기관이나 조직들이 전공과 학위, 성적, 자격증 이외에도 업무에 필요한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징표들을 찾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죠.

1970년대, 데이비드 맥클랜드(David McClelland)에 의해 ‘역량’이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사람을 뽑을 때 역량을 본다’는 건 다소 당연한 말로 들립니다. 하지만 당시는 ‘IQ 검사’가 인재 여부를 판별하는 일반적 기준이던 시대였습니다.

맥클랜드는 역량을 ‘보통 사람과 고성과자를 구별해주는 행동들을 설명하는 특성’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개념은 ‘실제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는 사람들은 성과 창출 과정 중에 일반인들과는 다른 행동을 보인다’는 것을 전제합니다. 맥클랜드는 고성과자들이 일을 할 때 현장에서 드러내는 면모들을 관찰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직원들과 구분되는 요소들을 뽑아냈습니다. 한 회사안에서 높은 성과를 내는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이 있었습니다. 이를 명문화하면 일반 사람들이 따를 수 있는 ‘인재상’이 만들어 진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습니다.

이는 큰 파장을 일으켰고 많은 조직들이 ‘성과를 내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역량’을 분석해 ‘인재상’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일부는 오늘날까지도 같은 방식으로 선발과 육성의 기준을 만들고 있죠. 회사가 지정한 역량을 일정 이상의 수준으로 보유하고 있는 사람, 즉 그들이 정의한 인재상을 충족하는 사람을 인재로 간주하는 것입니다.

역량 개념의 등장이 급한 불은 꺼준 듯합니다. 추상적으로 느껴질 학식, 재능, 능력을 손에 잡힐 듯한 실체로 만들어주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상술했듯이 인재상은 특정 기관이나 조직이 자신의 필요와 목적에 따라 세운 기준에 불과합니다. 다시 말해 인재의 ‘여러 버전’, ‘파편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업마다 다른 것입니다. 자의성이 있는 개념이기에 ‘인재’라는 개념을 설명하는 데는 부족합니다.  게다가 산업이 고도화되고 다변화되면서 같은 기업이라도 하나의 인재상만 잣대로 삼는 것은 위험해졌습니다. 

인재를 검증하는 두 가지 기준 : 기술 역량과 해석 역량

우리는 현상에 해당하는 인재상을 넘어 본질에 해당하는 인재 개념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과 같이 질문해봅시다. 수많은 인재상 각각의 특정한 역량이 아니라 ‘인재라면 누구나 갖추고 있어야 하는 본질적 역량’은 무엇일까요?

오랫동안 중요하다고 여겨진 것이 바로 ‘기술 역량’입니다.  기술 역량은 외부로부터 지식을 수용하고 필요한 경우 이를 활용해 행동으로 옮길 수 있을 정도로 능숙해진 것을 말합니다.  아는 것이 능숙하게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성과로 연결될 수 없습니다. 즉,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 원활히 활용돼야 합니다.

이 기술 역량은 다시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추상적인 개념, 즉 정보나 지식을 관장하고 처리하는 능력이며, 다른 하나는 알고 있는 것을 필요할 때 실제 행동으로 구현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전자를 인지성, 후자를 기능성이라 부릅니다. 따라서 기술 역량이란 아는 것을 조합하고 응용해 실제 필요한 경우에 제대로 사용하는 능력입니다. 인지성과 기능성이 잘 연합된 상태가 바로 기술 역량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기술 역량은 특정 직업과 일을 통해 안정적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직접적으로 필요한 역량입니다.

이런 배경에서 1990년경 미국에서 탄생한 개념이 스템(STEM)입니다. 과학기술 분야 융합형 인재 육성을 표방하면서 나온 개념인데,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Mathematics) 분야를 아우르는 기술 중심의 융합형 인재를 말합니다. 기술 역량의 중요성은 갈수록 강조됐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기술이 쉬지않고 등장했으며, 그것이 산업의 중심이 됐기 때문입니다.

스템, 즉 기술 역량은 오랜 시간 요구 능력의 모든 것처럼 간주됐습니다. 오늘날까지도 인재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기술 역량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경험으로부터 자신과 세상에 대한 의미 체계를 만들고 이를 통해 변화에 주체적으로 대응해나가는 능력도 필요하다는 것 입니다. 바로 ‘해석 역량’입니다. 경험을 통해 세상과 바람직한 관계를 설정해왔다는 것은 앞으로 새롭게 출현할 것들과도 건설적인 관계를 정립할 확률이 있다는 증거입니다.

경험이 쌓일수록 자신을 더욱 객관화하고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균형 있게 조망할 수 있다는 것은 세상에 대한 의미 체계를 구상할 수 있음을 뜻합니다. 의미 체계를 세울 수 있다는 것은 이전에 없던 것에 대한 존재 이유와 이전에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 바람직한 방향을 주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런 해석 역량은 감수성(感受性, sensing)과 감지성(感志性, sense making), 두 가지로 구별됩니다. 감수성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복잡하고 다양한 변화를 받아들이는 섬세한 촉과 같습니다. 즉, 주변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바람직한 변화를 위해 필요한 경험들을 식별하고 수용하는 능력입니다. 감지성은 복잡하고 애매모호한 상황 속에서도 의미를 만들고 연결하는 연금술사와 같습니다. 즉, 경험으로부터 유의미한 메시지를 찾고 이를 축적해 의미 체계를 만드는 능력입니다. 해석 역량은 이 감수성과 감지성이 잘 연합되어 나타나는 능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세상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다변화되면서 이를 헤쳐나가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해석 역량’이 필요해졌다는 말입니다.  다시 말해 해석 역량까지 갖춘 사람이 오늘날의 ‘인재’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기계, 기계학습, 데이터, 알고리즘에 매혹되면서 역량의 중심 또는 심지어 전부가 기술 역량인 듯 간주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코 해석 역량을 홀대해서는 안 됩니다. 기술 역량은 자신의 우선순위와 방향을 스스로 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발명한 것으로 무엇을, 왜,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할 능력이 없습니다. 진보한 유전공학 기술을 암 치료에 이용해야 할까 아니면 슈퍼 히어로를 만드는 데 써야 할까에 대해 기술 역량은 말이 없습니다. 어떤 용도를 다른 용도보다 더 선호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기술 역량은 중립을 고수합니다. 이 이유를 만들어 제시할 수 있는 것은 해석 역량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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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인재란 어떤 사람을 말하는가”에 대한 17개의 댓글

  1. 인재상에 맞는 직원인지 알아차리기 어렵다면..
    해고를 지금보다 자유롭게 할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건 어떨까요? 당장은 부작용도 나타나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채용을 함에 있어 지나치게 신중하거나 머뭇거리지 않을테니, 마치 결혼 전에 동거를 해보는 것처럼 더 잘 맞는 회사와 직원간의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을지..

    1. 하……..아….
      해고를 자유롭게라…
      이미 인턴이나 계약직, 수습 등으로 그 부분은 차고도 넘치는 수준.
      결혼전 동거…. 하…

      인사업무자나 임원이상은 아니셨으면 합니다.

    2. ㅋㅋㅋ너무 순진하신 건지 아니라면 수구이신지 모르지만요. 해고 쉽게 해도 될 만큼 우리나라 기업문화와 정서가 아메리칸 만큼이나 합리적인가요? 근로기준법 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고 동양 특유의 수직적 문화와 자본주의가 법대로 움직이지 않는 이 곳에서 가뜩이나 사람을 소모품 대하듯 하는 처사들이 더 강화 될 걸요? 이 글에 나온대로 해석능력 즉 감수성과 감지성이 떨어지는 분이로군요

    3. 해고를 운운하기 전에 해외 기업들이 인재 선발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이고 연구해서 실패율을 낮추는 지부터 좀 보고 배웠으면.

    4. 정규직은 회사와 직원 모두에게 권리이자 의무를 부여합니다. 귀사의 인재상에 맞는 좋은 직원은 다른 회사에도 좋은 직원이겠지요. 결국 고용의 잠정적인 비용 증대, 고용 안정성 저해로 인한 업무 인력 누수 등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부작용을 겪은 일본은 다시 정규직 제도를 도입 중에 있습니다.

  2. 오동시장이 유연해서 이동이 자유로워야하겠고.. 급여체계도 연공서열이 아닌 능력제가 보편화가 되고 적성에 맞고 인재상에 맞는 과정이 필요하겠죠..

  3. 그럴려면 고용보험이 활성화되어야 하고 개인 및 회사들이 고용관련 세금혹은 분담금 엄청 쌓아야 하고 재교육 등에 대한 시스템이 갖춰져야 할겁니다.
    돈못벌면 굶어야 하는데 누가 책임져 줄건가요?
    회사들도 입맛에 맞는 사람을 만들어 간다는 생각도 필요한 듯.

  4. 해고를 쉽게 할 수 있다면 구직자에대한 혜택이 커야합니다. 하루벌어 하루먹기 힘든 사람들이 많은데 취직하기위해 사용되는 시간대비 회사에서 주는 인정은 비례할수없기때문입니다. 그리고 양질의 회사가 많이 잉태되어야하는데 이번 타다사태처럼 다수를 위한 아이디어가 오히려 다수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그다수에 의해 짓밟히는것처럼 어렵게 태어나 쉽게 없어지는 그런 과정속에서 경쟁상대는 돈과 권력 정치로 쉽게 기술을 훔쳐가고 있습니다. 이런 생태계속에 살아남는건 소비자들에겐 독이되고 창업자에겐 무거운 짐이될것입니다. 인재가 태어나고 살아남거 커나가려면 먼저 공정한 세상을 만들어야합니다. 공익제보자등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신변이보호되며 그들을 위해일하는 정치인들이 많아져야합니다. 또한 기업 스스로 변화하면 인재는 그안에서 많이 태어날것입니다. 인재가 없다고 하는건 획일적인 문화가 만들어낸 비극일뿐입니다.

  5. 위에서 지적한 내용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결국은 인간은 인성 교육에 기반한 지식적인
    교육이 보태어져야 하는데 이 절차를 무시한
    요즘의 물질만능주의적인 교육 환경이 인재의
    발굴과 미래를 망치고 있습니다,아울러 실력과
    관계없는 학벌 위주의 보상 체계가 무작정 교육
    을 지향하고 연쇄적인 파급효과를 양산하는
    인간 삶의 양극화를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나아가 그 반열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몸 부림이 온갖 문제점을 일으키고 범죄의 단초를
    제공하고 도리어 공동체를 무너뜨리는 언발란스를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요즘은 아이들에게
    독서를 권장하거나 가르치지 않는것 같습니다
    사실 독서만큼 훌륭한 공부는 없는데도 말입니다.

  6. 정당한 해고가 자유롭지 않을 경우 회사는 노동법에 묶이게 되어 재무건정성에 위협을 받게 되더라고요.
    회사는 무너져가고 자발적 퇴사가 없는경우 빚만 잔뜩 안게되어서 자영업하는 입장에서는 장사하기 힘들어지는 법이죠
    적절한 타협점은 필요한것 같습니다.

  7. 인재란 시대와 상황에따라 바뀌는 겁니다.
    스스로 인재가 되기위해 (살아남기 위해) 많은 스펙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얼마만큼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적성에 맞는 일을 찿아낼 수 있는지가 곧 인재가 되는 지름길이 아닐 까 합니다.

  8. 해고가 지나치게 어려워서 노동시장이 경직되고, 오히려 기 노동시장에 편입된 사람들이 기득권화하여 오히려 아래가 인턴이나 지나치게 까다로운 입사 (한번 잘못된 사람 뽑으면 자르지도 못하고 큰일나니까) 로 이어진게 맡는거 같음. 나도 노동시장에서 인기없는, 나가도 잘 팔리지 않는 40후지만, 우리나라 노동시장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는게 맞음. 미국처럼 임의고용 (at will employment) 이라서 고용인이던, 노동자던 언제 어느 때건 어떤 사유건 상관없이 (우리나라처럼 경영상 필요가 아니라 고용주가 기분 나빠다고 자를 수도 있음) 스스로 그만두거나 자를 수 있는건 좀 심할 수 있어도, 우리나라처럼 한번 서울대 가면, 한번 대기업 가면, 평생 보장되는 시스템은 뭔가 이상함. 취업을 해도 계속 상품성 유지를 위해,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게 나이 50-60 넘어도 계속 공부해서 젊은 사람들하고 경쟁하는게 맞지, 함 취업하면 맨날 회식에 술이나 마시고 그런 사람들 한심스러움.

    1. 해고 유연화 필요하죠. 전 해본적없지만 실제 고용하는 사장입장 또는 자기 돈 투자했다면 얼마나 부담스러울까요.
      근디 그럼 무능한 재벌 3,4세부터 먼저 해고하고, 나이짬으로 누르거나 반말하는 그런 문화부터 바꾸고, 비정규직이, 임시직이 정규직보다 연봉 많이 주도록 바껴야겟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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