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깡통전세의 ‘진짜’ 이유와 해법

🏚️ 요즘 깡통전세의 ‘진짜’ 이유와 해법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깡통전세의 본질? : 깡통전세는 집값보다 전세금이 더 비싼 상황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전세금이 올라서 그렇게 됐다기보다 집값이 내려가는 바람에 그렇게 된 것이죠. 일부 전세 사기를 기획한 이들이 전세금을 너무 많이 받았다는 게 부각되면서 사건의 핵심을 ‘과도한 전세금’으로 두고 이를 막기 위해 다양한 재발 방지책들(🔗관련 기사)이 거론되고 있지만, 진짜 이유는 ‘집값의 하락’입니다. 전세금이 올라간 것보단 집값이 낮아진 것이 깡통전세의 본질인 겁니다.

원인 따라 대책도 다르다 : 세입자의 전세금을 노리고 과도한 전세금을 받은 게 문제라면 전세 사기가 벌어진 그런 집들에서만 문제가 생겨야 할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거든요. 경기도에도 2만채가 넘는 주택들이 깡통전세 위험이 있다는 사실(🔗관련 기사)은 요즘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일부 전세 사기꾼들의 범죄 행위가 아니라 집값 하락에 따른 광범위한 현상임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집값이 내려간 게 문제인지 전세 가격이 올라간 게 문제인지 굳이 구별해야 하는 이유는 ‘원인을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 그 해법도 180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집값 하락이 문제라면 집값이 하락하지 않도록 하는 대책을 고민해야 하지만, 전세 가격이 높았던 게 문제라고 진단한다면 비싼 전세를 금지하는 식의 대책이 거론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전세가 규제가 답일까? : 그런데, 과도하게 비싼 전세를 막기 위해 집값의 일정 비율 이하의 전세금만 허용하는 식으로 강제하는 정책은 효과를 거두기도 어렵고 부작용만 양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집값은 3억원인데 전세가 2억8000만원인 집들이 모여있는 동네가 있다면 이 동네의 집들은 전세로 들어가기엔 위험합니다. 때문에 정부가 이 집들이 2억1000만원보다 전세가를 더 받으면 안된다는 규제를 한다고 가정해보죠. 그럼 다들 2억1000만원 이하의 전세 계약만 맺게 될까요?

이 동네는 교통이 괜찮든 집들이 괜찮든 어떤 이유로든 전세가 2억8000만원쯤 하는 동네였을 겁니다. 그런 동네의 전세를 2억1000만원 이하로만 받게 하면 전국에서 그 동네로 세입자들이 몰려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될 것입니다. 너도 나도 세입자로 들어오려고 하기 때문에 도배나 인테리어도 세입자가 해야하는 조건이 달릴 수도 있고, 관리비를 비싸게 받아 모자란 전세금 수입을 충당하려는 시도도 있을 수 있습니다. 결국은 보이지 않는 비용을 세입자들이 부담하게 됩니다.

전세가 2.8억짜리 집값이 왜 3억밖에 안 될까? : 깡통전세의 원인을 집값 하락에서 찾는다면 대안도 달라집니다. 이제는 왜 전세가 2억8000만원이나 하는 집의 실제 집값이 3억원밖에 안 될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해당 집의 전세는 2억8000만원이나 되지만 그 집을 3억원에 구매해서 거주하려는 수요는 매우 적기 때문입니다. 2억8000만원이나 되는 전세금을 낼만한 괜찮은 집인데 왜 3억원에 구매는 안 하려고 할까요. 그건 그런 집(빌라 등)을 매수하면 무주택 기간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청약 제도는 무주택 기간이 길면 높은 가점을 주는 방식입니다. 중간에 빌라 같은 나쁜(?) 주택을 매수한 경력이 있으면 청약 가점으로 이른바 로또 아파트를 분양 받는 게 불가능해집니다. 그러니 빌라를 구매할 여력이 되는 수요자들도 빌라는 전세로나 거주하는 곳이고 매수하면 안 되는 곳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다들 전세로만 거주하려 하고 매수는 안 하려 하니 그런 동네는 전세가는 높고 집값은 저렴해지는 거죠. 자연스레 깡통전세가 나오는 겁니다.

빌라도 사고싶게끔 만들어야 : 결국 빌라 밀집 지역의 깡통전세 사고는 ‘빌라를 전세가 아닌 내 집으로 구매하고 거주하려는 수요’를 늘리면 많은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청약 제도를 조금 고쳐서 무주택 기간을 청약 가점 기준에서 빼거나 그 비중을 매우 낮게 만들면 아파트를 구매하기 이전의 중간 단계로 빌라를 구매해서 거주하다가 그 빌라를 좋은 가격에 팔고 아파트를 구매하는 게 가능해질 겁니다. 아파트를 청약해서 당첨되는 게 목표가 되고 이를 위해선 다른 주택을 소유한 경력이 있어선 안 되는 다소 이상한 주택 공급 정책을 바꿔보는 것도 전세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근본적 해법 중 하나가 될 것 같습니다.



📈 실적 발표 후 주가 오른 네이버, 왜?
이철민의 리멤버 밸리

사모펀드 VIG파트너스의 대표이며, 투자ㆍ테크ㆍ미디어 분야에 대한 글도 쓰고 있습니다.

1분기 잠정 실적 공개한 네이버 : 네이버가 1분기 잠정 실적을 공시한 후 투자자들의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자회사들을 연결한 기준으로 보면 매출 2조2804억원, 영업이익 3305억원, 당기순이익 437억원을 기록했는데요.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3.6%, 9.5% 성장하였으나, 당기순이익은 -71.2% 급감한 결과입니다.

매출 성장 이끈 커머스와 콘텐츠 : 매출 급성장을 이끈 요인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지난 1월 5일 인수를 마무리한 미국 C2C 거래 플랫폼 포시마크의 매출 약 1200억원이 반영된 것입니다. 이에 힘입어 작년 1분기 4165억원이었던 커머스 부문 매출이 6059억원으로 무려 2000억원 가까이 늘었습니다. 두 번째로 웹툰 등을 포함한 콘텐츠 부분 매출이 작년 2120억원에서 올해 4113억원으로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서치 플랫폼, 핀테크 그리고 클라우드 등 기타 부분들은 눈에 띄는 성장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관련 기사).

10% 가까운 영업이익 성장은 착시 현상? : 영업이익은 언뜻 보면 10% 가까이 증가해 괜찮은 성장세를 보여준 것 같은데요. 실질적으로는 작년 1분기와 비교해 거의 변화가 없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듯합니다. 매출 성장에 크게 기여한 포시마크와 콘텐츠 부분 모두 아직 적자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으니까요.

그렇다면 영업이익 성장세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실제 이익이 증가한 것은 아니고 인위적인 회계 처리 방식의 변경에 따른 착시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분기부터 서버 등 인프라 자산의 감가상각* 기간을 기존 4년에서 5년으로 늘렸기 때문입니다. 작년 1분기 영업이익 3018억원과 비교하면 올해 영업이익은 287억원 증가했는데요. 그중 대부분인 225억원이 감가상각비가 줄어들면서 창출됐었던 것입니다. 회사는 “국내 및 글로벌 추세와 실질 사용 연한에 더 부합하도록 했다”고 설명했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삐딱한 시선으로 보기도 합니다(🔗관련 기사).

📌 감가상각 : 기업이 사용하는 기물·설비의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지는데, 그 사라지는 가치를 회계에 비용으로 반영하는 것

당기순이익은 환율 상승 때문 : 눈에 띄게 감소한 당기순이익은 환율과 관련이 있습니다. 작년엔 기타 이익이 1500억원 발생했지만, 올해는 달러화의 급등으로 사채 및 차입금 관련 1336억원의 손실이 난 것입니다. 본질적인 문제는 아니라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년간 분기별 당기순이익이 1000억원에서 5000억원 사이에서 움직였던 것과 비교하면 분명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은 현상입니다.

주가는 21만원선으로 올랐다, ? : 이렇게 실적 자체만 보면 좋은 소식만은 아니라고 생각되는데요. 그럼에도 2월 초 이후 계속 내리막길을 걷다 19만원대를 횡보하던 네이버의 주가는 21만원선으로 올라간 상황입니다. 1차적으로는 시장 전망보다는 좋은 실적을 발표했기 때문이라고 풀이되는데요. 그보다는 다음 두 가지 사안이 더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첫 번째는 주주환원 정책입니다. 최수연 대표가 보낸 주주 서한과 회사 실적발표 자료에 따르면, 네이버는 현재 8% 정도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중 3%를 매년 1%씩 소각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또한 매년 2개년 평균 연결 잉여현금흐름(FCF)의 15~30%를 현금 배당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두 사안 모두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주주 친화적인 정책이라서, 당연히 투자자들이 반길 수밖에 없는 내용입니다(🔗관련 기사).

네이버가 하이퍼클로바X라는 생성형 AI를 곧 선보인다는 계획도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챗GPT가 전 세계의 이목을 끌며 다소 충격적으로 시장에 데뷔한 것과 달리, 네이버 등 국내 대형 플랫폼 기업들은 AI와 관련해 그다지 주목을 끌지 못해왔는데요. 네이버는 그간 축적해 온 국내 데이터베이스를 적극 활용해 적어도 국내에서만큼은 확실한 AI 선도 기업 입지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관련 기사).

결국 네이버 주가가 장기적으로 어떤 움직임을 보여줄 것인가는 하이퍼클로바X가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킬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보입니다. 그리고 매출 성장에는 분명 도움이 되고 있지만, 아직은 영업 적자 상태인 포시마크와 콘텐츠 부분이 얼마나 빨리 흑자 전환될 것인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일각에서 그동안 함께 움직여 온 네카오(네이버와 카카오)의 실적과 주가 흐름이 분리되는 ‘디커플링’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요(🔗관련 기사). 이 흐름이 굳어질 것인지도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