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적 발표 후 주가 오른 네이버, 왜?

📈 실적 발표 후 주가 오른 네이버, 왜?
이철민의 리멤버 밸리

사모펀드 VIG파트너스의 대표이며, 투자ㆍ테크ㆍ미디어 분야에 대한 글도 쓰고 있습니다.

1분기 잠정 실적 공개한 네이버 : 네이버가 1분기 잠정 실적을 공시한 후 투자자들의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자회사들을 연결한 기준으로 보면 매출 2조2804억원, 영업이익 3305억원, 당기순이익 437억원을 기록했는데요.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3.6%, 9.5% 성장하였으나, 당기순이익은 -71.2% 급감한 결과입니다.

매출 성장 이끈 커머스와 콘텐츠 : 매출 급성장을 이끈 요인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지난 1월 5일 인수를 마무리한 미국 C2C 거래 플랫폼 포시마크의 매출 약 1200억원이 반영된 것입니다. 이에 힘입어 작년 1분기 4165억원이었던 커머스 부문 매출이 6059억원으로 무려 2000억원 가까이 늘었습니다. 두 번째로 웹툰 등을 포함한 콘텐츠 부분 매출이 작년 2120억원에서 올해 4113억원으로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서치 플랫폼, 핀테크 그리고 클라우드 등 기타 부분들은 눈에 띄는 성장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관련 기사).

10% 가까운 영업이익 성장은 착시 현상? : 영업이익은 언뜻 보면 10% 가까이 증가해 괜찮은 성장세를 보여준 것 같은데요. 실질적으로는 작년 1분기와 비교해 거의 변화가 없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듯합니다. 매출 성장에 크게 기여한 포시마크와 콘텐츠 부분 모두 아직 적자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으니까요.

그렇다면 영업이익 성장세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실제 이익이 증가한 것은 아니고 인위적인 회계 처리 방식의 변경에 따른 착시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분기부터 서버 등 인프라 자산의 감가상각* 기간을 기존 4년에서 5년으로 늘렸기 때문입니다. 작년 1분기 영업이익 3018억원과 비교하면 올해 영업이익은 287억원 증가했는데요. 그중 대부분인 225억원이 감가상각비가 줄어들면서 창출됐었던 것입니다. 회사는 “국내 및 글로벌 추세와 실질 사용 연한에 더 부합하도록 했다”고 설명했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삐딱한 시선으로 보기도 합니다(🔗관련 기사).

📌 감가상각 : 기업이 사용하는 기물·설비의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지는데, 그 사라지는 가치를 회계에 비용으로 반영하는 것

당기순이익은 환율 상승 때문 : 눈에 띄게 감소한 당기순이익은 환율과 관련이 있습니다. 작년엔 기타 이익이 1500억원 발생했지만, 올해는 달러화의 급등으로 사채 및 차입금 관련 1336억원의 손실이 난 것입니다. 본질적인 문제는 아니라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년간 분기별 당기순이익이 1000억원에서 5000억원 사이에서 움직였던 것과 비교하면 분명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은 현상입니다.

주가는 21만원선으로 올랐다, ? : 이렇게 실적 자체만 보면 좋은 소식만은 아니라고 생각되는데요. 그럼에도 2월 초 이후 계속 내리막길을 걷다 19만원대를 횡보하던 네이버의 주가는 21만원선으로 올라간 상황입니다. 1차적으로는 시장 전망보다는 좋은 실적을 발표했기 때문이라고 풀이되는데요. 그보다는 다음 두 가지 사안이 더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첫 번째는 주주환원 정책입니다. 최수연 대표가 보낸 주주 서한과 회사 실적발표 자료에 따르면, 네이버는 현재 8% 정도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중 3%를 매년 1%씩 소각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또한 매년 2개년 평균 연결 잉여현금흐름(FCF)의 15~30%를 현금 배당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두 사안 모두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주주 친화적인 정책이라서, 당연히 투자자들이 반길 수밖에 없는 내용입니다(🔗관련 기사).

네이버가 하이퍼클로바X라는 생성형 AI를 곧 선보인다는 계획도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챗GPT가 전 세계의 이목을 끌며 다소 충격적으로 시장에 데뷔한 것과 달리, 네이버 등 국내 대형 플랫폼 기업들은 AI와 관련해 그다지 주목을 끌지 못해왔는데요. 네이버는 그간 축적해 온 국내 데이터베이스를 적극 활용해 적어도 국내에서만큼은 확실한 AI 선도 기업 입지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관련 기사).

결국 네이버 주가가 장기적으로 어떤 움직임을 보여줄 것인가는 하이퍼클로바X가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킬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보입니다. 그리고 매출 성장에는 분명 도움이 되고 있지만, 아직은 영업 적자 상태인 포시마크와 콘텐츠 부분이 얼마나 빨리 흑자 전환될 것인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일각에서 그동안 함께 움직여 온 네카오(네이버와 카카오)의 실적과 주가 흐름이 분리되는 ‘디커플링’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요(🔗관련 기사). 이 흐름이 굳어질 것인지도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