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금융위기는 상업용 부동산에 달렸다?

🏢 미 금융위기는 상업용 부동산에 달렸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새로운 사실 : 미국 은행 위기가 잠잠해지느냐가 요즘 금융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입니다. 그런데 은행 위기가 잠잠해지느냐 아니냐는 오로지 은행 거래 고객들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예금을 맡겨놓은 은행이 좀 불안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면 예금자들이 예금 인출을 시도하기 시작하고, 다른 사람들이 예금 인출을 시도하고 있다는 소문이 번지면 너도나도 예금 인출에 동참하게 됩니다. 그 어떤 은행도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최근 뱅크런이 일어나는 이유 : 물론 사람들이 아무 근거 없이 어떤 은행의 예금을 인출하기 위해 일제히 달려가지는 않습니다. 갑자기 그럴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요즘은 갑자기 그렇게 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자주 나타납니다.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계속 내려가고 있다는 뉴스도 단순히 부동산 가격이 내린다는 의미가 아니라 얼른 중소형 은행에 담아놓은 내 예금을 찾으러 가야 한다는 뜻이 되기 때문입니다(🔗관련 기사).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샌프란 오피스 빌딩 공실률 늘어 :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오피스 빌딩에 대한 기사를 실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중심부의 오피스 빌딩은 우리로 치면 명동이나 광화문의 고층 빌딩인 셈인데요. 2019년에는 3억달러를 호가하던 이 빌딩이 지금은 6000만달러 정도에 팔릴 수 있을까 말까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건물이 텅텅 비어있기 때문입니다. (정확히는 75%가 공실입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한때 뉴욕보다 비싼 사무실 임차료와 집값으로 유명했던 도시입니다. 그런데 요즘 샌프란시스코의 오피스 빌딩 공실률은 30%에 달합니다. 

쏟아지는 공실에 인근 상권도 비상 : 샌프란시스코의 오피스 건물들은 이른바 빅테크로 불리는 IT기업들이 투자자들로부터 받은 거액의 투자금으로 임차료를 지불하며 인재들을 모으던 공간입니다. 그런데 이 빅테크들이 재택근무로 전환하거나 구조조정으로 직원을 줄이면서 사무실을 비우고 있습니다. 오피스 빌딩이 비기 시작하니 그 근처의 백화점이나 상가나 식당들도 장사하지 못하고 서서히 공실이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샌프란시스코의 대형 쇼핑센터에 입점해 있던 노드스트롬 백화점이 최근 점포 폐쇄를 결정했는데요. 그러자 그 대형 쇼핑센터의 나머지 상점들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이렇게 되면 인적이 뜸해지고, 인적이 뜸해지면 치안에 문제가 생깁니다. 장사를 계속하려던 점포들도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과거의 분주하던 오피스 상권이 다시 돌아오는 날이 있기는 할 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자칫하면 시멘트 건물 덩어리에 불과할 수도 있는 오피스 빌딩을 매수하겠다는 투자자들을 찾기는 더욱더 어렵습니다. 

부동산 대출 부실로 이어져 : 게다가 임차인들이 나가기 시작하면 건물의 주인들은 은행 이자를 낼 방법이 없습니다. 미국의 건물주들도 처음에는 버틸 것입니다. 공실이 생겼다고 월세를 크게 내리면 그 건물의 가치가 크게 하락하기 때문에 차라리 공실로 유지하겠죠. 2020년 초에 평방피트당 88달러였던 평균 임대료는 요즘 75달러 선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러나 75달러가 시세는 아닙니다.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아 공간이 남는 회사들이 남는 공간을 재임대하고 있는데, 이 재임대의 시세는 평방피트당 25달러입니다.  

이런 상황은 단지 부동산 시장의 문제가 아닙니다. 오피스 빌딩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 은행은 그 돈을 돌려받기 어려워집니다. 물론 한두 곳의 대출을 떼였다고 해서 은행이 흔들리지는 않습니다만, 중소형 은행이 그런 상업용 건물에 대출을 꽤 해줬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거의 모든 오피스 빌딩이 비슷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팩웨스트 은행 등 우리로 치면 저축은행에 해당하는 미국의 중소형 지역은행들의 주가가 주식시장에서 급락하고 있는 것은 그런 배경입니다(🔗관련 기사). 물론 그런 가능성을 유포하면서 공매도를 통해 이익을 얻으려는 투자자들도 주가 하락의 원인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그 기저에 흐르는 위기감의 근원은 오피스 빌딩을 담보로 대출해 준 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과 그 위기감이 은행 예금자들의 예금 인출 러시를 불러올 가능성입니다. 

괜찮은 은행도 불안할 수밖에 : 요즘 미국 중소형 은행들에 예금을 맡긴 예금주들은 그 은행이 괜찮다고 해도 불안합니다. 괜찮다고 해도 불안하다는 모순형 문장이 현재 상황을 잘 설명하는 명제가 되는 이유는 괜찮은 은행이지만, 예금자들이 불안을 느껴서 예금인출을 시도하기 시작하면 그 순간부터 불안한 은행이 되기 때문입니다. 웨스턴얼라이언스 키코프 코메리카 등 미국 중소형 은행들의 주가가 내리는 것도 이들 은행이 자산규모는 크지 않으면서(그러니까 중소형 은행으로 분류되면서)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비중이 비교적 높은 은행들이기 때문입니다.



📈 미국 금리 인상이 자본 시장에 미칠 영향?
오늘의 이슈

금리

한·미 금리차 커지면 자금 이동 가능성 커져 : 미국이 지난주 기준금리를 올렸습니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3.5%에서 멈춰있는데 미국 기준금리는 계속 오르고 있는 건데요.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를 다룬 뉴스가 나왔습니다(🔗관련 기사). 미국과 우리나라의 금리 차이가 벌어지면 고금리 국가로 자금이 이동하게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동하게 된다’는 표현 대신 ‘이동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표현한 이유는 기준금리의 차이 이외에도 자금의 이동을 설명하는 몇 가지 다른 요인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한국으로 자금 들어올 수도 : 금리 차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빠져나가는 투자자금들도 있지만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외국 자금도 있습니다. 금리 차이에도 불구하고 1️⃣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투자하기 위한 자금이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2️⃣ 금리 차이가 벌어질수록(미국 금리가 올라갈수록) 미국 금리 인상이 멈출 가능성이 커지게 되고, 미국 금리 인상이 멈추면 달러 약세 원화 강세가 예상되므로 미리 한국으로 들어오는 자금들도 생깁니다. 선진국들의 연기금에 자금 유입이 늘어나면 3️⃣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우리나라 국채를 매입하기 위한 자금이 유입되기도 합니다. 

1번이든 2번이든 3번이든 우리나라 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한 믿음이 있을 때 늘어나는 흐름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미국과 한국의 금리 차이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자금이 순유입된 이유입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순유입 규모 역시 줄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