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가 3%대 하락에도 여전히 불안한 이유는?

📉 물가 3%대 하락에도 여전히 불안한 이유

4월 소비자물가지수가 1년 전보다 3.7% 올랐습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로 떨어진 것은 작년 2월 이후 14개월 만에 처음입니다. 그동안 물가 급등을 주도했던 석유류 가격이 크게 하락한 영향이 컸습니다. 농축수산물 가격도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물가가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통상 3%대 물가는 고물가에서 저물가로 옮겨가는 신호탄으로 해석되는데요. 그런데도 여전히 물가가 빠르게 안정을 되찾긴 힘들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변동성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 지수는 4.6%로 여전히 4%를 웃돌고 있고, 국제유가나 환율 등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기 때문입니다(🔗관련 기사).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 역시 변수로 남아 있습니다. 과연 앞으로 물가는 어떻게 될까요?

나승두
SK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

착시효과일 뿐…물가 공포는 끝나지 않았다

물가는 분명 지난해보다는 다소 안정을 찾은 듯한 모습입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국 물가상승률을 봐도 이를 추세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에너지 가격이 안정세를 찾으면서 물가 변동성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사실은 착시 효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작년에 이미 높은 수준의 물가를 기록했었기 때문에 올해는 1년 전과 비교한 물가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낮아 보이는 거죠. 바꿔 말하면 절대적인 물가 수준은 여전히 높지만, 그 증가율의 기울기만 살짝 완만해진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여전히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남아 있습니다. 가계의 체감 가처분소득은 더욱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죠. 아직 물가의 공포는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노지현
NICE신용평가 수석연구원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3가지 요인

물가상승률이 하락세인 것은 맞지만, 여러 불안 요인이 산재하고 있습니다. 주요 요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원·달러 환율 : 상승 추세에 있는 원·달러 환율은 물가에 부담 요인입니다.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죠. 게다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부진하고 있고,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도 벌어지고 있어 당분간 원화 약세가 지속될 가능성 역시 높습니다. 

2️⃣ 국제 유가 : 현재 국제 유가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속에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하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현재와 같은 지정학적 갈등이 이어진다면 유가는 언제든 반등할 수 있습니다.

3️⃣ 공공요금 인상 :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은 기정사실입니다. 공공요금 인상은 연쇄적인 물가 상승을 유발할 수 있어 유의 깊게 살펴봐야 합니다. 

김성순
단국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물가에서 경기 활성화에 초점 맞출 여지 생겨

그동안 좀처럼 잡히지 않던 물가가 3%대까지 내려간 것은 다행스러운 소식입니다. 한은의 고금리 정책이 시차를 두고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문제는 그 대가로 경기 하락과 침체 역시 동반됐다는 점입니다. 부동산 경기 침체는 물론 고환율과 무역 적자, 투자 부진 등 더 이상 고금리 정책을 고수하기 어려운 상황에까지 직면하게 됐죠. 다행히 4월 소비자물가 하락으로 이제 물가 대신 경기 회복 내지는 활성화에 더 초점을 맞출 여지가 생긴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국제유가와 공공요금 인상 등 여전히 물가를 올릴 수 있는 요인은 남아 있습니다. 게다가 미국이 이번주 다시 한번 금리를 올릴 경우 한미 금리차는 더 벌어지게 됩니다. 미국으로의 자본 유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죠. 게다가 최근 1340원대까지 오른 원·달러 환율이 더 상승할 수도 있어 이에 대한 대책 역시 필요합니다. 이번 물가 하락을 하향 안정세라고 단정 짓기보다는 관계 당국이 앞으로도 동향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른 시일 내에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는 대책과 방안을 강구해 꺼져가는 한국의 성장 동력을 다시 키우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 중견VC, 스팩 통한 우회상장 노린다! 왜?!

중견 벤처캐피털(VC)이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연이어 합병을 통해 증시 입성에 도전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스팩은 비상장 우량 기업을 발굴해 인수·합병하는 걸 목적으로 하는 페이퍼 컴퍼니를 말합니다. 공모로 신주를 발행해 투자 자금을 모아 먼저 상장한 후, 정해진 기한 내 비상장 우량 기업을 합병하는 방식인데요. 최근 HB인베스트먼트와 캡스톤파트너스가 스팩 합병을 통한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고 합니다(🔗관련 기사). 시장 침체가 이어지자, 기업공개(IPO)나 직상장 대신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우회상장을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스팩을 통한 우회상장을 하면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해 예상보다 낮은 가격에 상장하거나 상장을 철회하는 등의 위험을 피할 수 있습니다.

나승두
SK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

자금 조달 위한 차선책

VC들의 스팩 합병 상장 결과를 지금 속단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미 시장에 상장된 투자 회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상장을 추진했던 액셀러레이터(AC)는 상장 계획을 전면 철회한 바 있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자금을 조달하는 데 높은 수준의 금리가 적용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VC 입장에서 스팩과의 합병은 자금 조달의 차선책이 될 수 있습니다. 일반 상장보다 절차도 단순하고, 스팩 합병을 통해 조달할 수 있는 공모 금액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투자 빙하기를 지나 시장에 조금씩 볕이 들기 시작한 만큼, 추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준비에 나선 것으로 판단됩니다.

하지만 최근 거래소에서 IPO 시장 질서 확립을 위해 새로운 규정을 도입하면서 상장 및 합병 심사에 보다 심혈을 기울이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때문에 당장 합병 상장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고, 예상보다 시간이 더 필요할 가능성도 분명 있어 보입니다.

손기정
리테일테크 스타트업 지오코리아 대표

시장 변화에 대처하는 긍정적 트렌드 아닐까요?

중견급 VC들이 안정적인 자금 조달을 통해 향후 시장 변화에 대처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트렌드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불확실성이 높은 투자 시장에서 안정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한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 VC들이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자금 조달과 실적 유지에 주력한다는 것은 경기 회복에 맞춰 준비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스팩 합병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면 VC들은 안정적으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향후 시장 변화에 대비하고 성장 기회를 잡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셈이죠. VC들이 양적으로 플러스(+) 실적을 이어간다면 해당 VC가 투자한 기업에 대한 신뢰 역시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투자자들에게도 좋은 신호로 작용할 수 있겠죠. 이를 계기로 내년에는 벤처 시장에 봄이 다시 찾아오기를 기대합니다.


🏡 까다로워진 전세 보증보험 가입, 문제는?

이번달부터 HUG(주택도시보증공사)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강화했습니다. 기존에는 매매가와 전세가가 같을 때도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매매가 대비 전셋값의 비율이 90% 이하일 때만 보험 가입이 가능합니다(🔗관련 기사). 매매가와 전세가가 같아도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전세사기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가입 기준을 까다롭게 한 것입니다. 또한 전세 보증금이 주택 공시가격의 1.26배를 넘지 않아야만 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했습니다. 올해 주택 공시가격 역시 하락한 것을 고려하면, 결국 보증보험의 한도가 하락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나아가 보증보험 가입 기준 강화는 전세가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관련 기사). 빌라 임대차 거래에서 보증금을 떼일 것을 우려한 임차인들이 보증 한도 내에서 전세 계약을 맺으려 해왔기 때문입니다. 보증보험 한도가 일종의 전세금 기준선 역할을 해 온 것입니다. 임대인들 사이에선 전셋값이 떨어지면 세입자가 나갈 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이동윤
신한금융그룹 해외부동산투자 수석매니저

보증 한도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합니다

전세보증금 반환 문제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전세 보증보험 제도는 분명 임차인을 위한 안전장치입니다.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죠. 하지만 최근 발생한 문제의 근본 원인을 들여다보면, 사실 보증보험은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또한 보증 한도를 줄이는 내용 역시 역전세난 등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전세사기 방지 방안을 다시 고민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우선, 임대인이 해당 자산을 담보로 과도한 대출을 받고 있다면 원천적으로 전세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없습니다. 최근 발생한 전세사기의 주요 원인은 임대인이 대출을 과도하게 활용한 데 있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그 경우에는 보험 가입이 불가해 보증보험으로 임차인을 보호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또한 기사에 나온 것처럼 보증보험 한도가 줄어든다면 임대인 입장에서 기존 임대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이 생길 소지가 있습니다. 결국 전세 매물을 월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지고, 이는 전세 공급 감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전세 보증보험 가입 불가를 전제로 한 전세 계약이 맺어질 가능성도 있죠. 임차인 입장에서는 모두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에 부동산 가격 하락기에는 보증 한도를 탄력적으로 적용하도록 제도의 한계를 보완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