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랫폼 종사자도 ‘근로자’일까?

🤷🏻‍♂️ 플랫폼 종사자도 ‘근로자’일까?
이진혁의 Law&work 나우

법률사무소 여암의 변호사입니다. 사법시험 합격 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근무했습니다.

‘근로자의 날’입니다. 마침 월요일이라 다들 지난주부터 연휴 생각에 들뜨셨을 것 같은데요. 오늘은 근로자의 날을 기념해 새로 탄생한 일자리, 즉 플랫폼 노동자들의 법적 인정 범위를 알아보고자 합니다. 과연 이들은 법적으로도 ‘근로자’에 속할까요?

‘근로자’가 된다는 건 법적으로 꽤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근로자로 인정되면 법적으로 월급이 보장되고, 사측의 부당해고로부터 구제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각종 보험을 적용받고, 퇴직금·야근 수당·휴게 시간이 보장되는 등 많은 권리를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일의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근로자’를 어느 선까지 인정해야 하는지가 논란입니다. 특히 배민라이더·쿠팡맨·타다드라이버 등 온라인 플랫폼을 매개로 일하는 ‘플랫폼 종사자’도 ’근로자‘에 속하는지에 관심이 뜨겁습니다. 플랫폼 종사자는 일반 회사원처럼 정해진 시각에 출퇴근해서 주어진 업무를 하는 게 아니라 건별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보수를 받습니다. 때문에 이들을 과연 플랫폼 회사 소속 ‘근로자’로 봐야할지, 아니면 단순히 ‘개인사업자’로 봐야할지가 쟁점이 됩니다.

이를 명확히 규정하려면 먼저 ‘근로자’의 법적 정의부터 살펴봐야합니다. 대법원은 ‘근로자’의 인정 기준이 되는 상세한 법적 요건들을 나열하고 있는데요. 결국 골자는 <회사에 대한 ‘종속적인 관계’가 인정돼야 한다>는 겁니다.

대법원 2020. 12. 24. 선고 2018다298775, 2018다298782 판결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보다 근로제공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인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ㆍ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ㆍ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ㆍ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위에서 보시다시피 ‘종속적인 관계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대법원이 나열하는 요건은 상당히 추상적이라, 각 상황별 구체적 사실 관계 파악이 중요합니다. 때문에 플랫폼 종사자의 근로자 인정 여부도 각 플랫폼의 특수성을 고려해 개별적인 판단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 대법원은 ”배달 어플을 통해 일하는 배달원을 해당 플랫폼 회사의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적이 있습니다. 그 이유로 1) 배달원은 배달 요청 수락 여부를 본인이 결정할 수 있었고 그 요청을 거절하더라도 플랫폼 회사로부터 특별한 제재를 받지 않았으며, 2) 해당 어플에 GPS 기능이 없어 회사 측에서 배달원 위치와 배송 상황을 관제할 수 없었고, 3) 배달원의 업무 시간이나 근무 장소가 별도로 정해지지 않았으며, 4) 배달원의 수익은 회사로부터 별도의 고정급이나 상여급 없이 건당 수수료를 통해서만 발생됐다는 점 등을 들었습니다.

법원 2018. 4. 26. 선고 2016두49372 판결

..(중략) 이 사건 사업장 소속 배달원들은 가맹점에서 이 사건 프로그램을 통해 배달요청을 할 경우 그 요청을 선택할 것인지 거절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었다. 그 요청을 거절하더라도 원고로부터 특별한 제재가 없었고, 이 사건 프로그램에는 위성항법장치(Global Positioning System, GPS) 기능이 없어 원고가 배달원들의 현재 위치와 배송상황 등을 관제할 수 없었으며, 배송지연으로 인한 책임을 원고가 전적으로 부담하는 것도 아니었다.

원고는 배달원들의 업무시간이나 근무장소를 별도로 정하지 않았다. 나아가 배달원들은 이 사건 사업장 소속으로 수행하는 배달 업무에 지장이 없는 한 다른 시간대에 다른 회사의 배달 업무를 수행하는 것도 가능하였고, 다른 사람에게 배달 업무를 대행하도록 할 수도 있었다.

배달원들은 가맹점으로부터 배달 건당 2,500원에서 4,500원 정도의 배달수수료를 지급받음으로써 그 수익을 얻었고, 별도로 원고로부터 고정급이나 상여금 등을 지급받지는 않았다.

이러한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이 원고의 지휘·감독 아래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위 판결의 경우 문제의 어플 가맹점이 약 10군데에 불과한 소규모 플랫폼이라는 점, 어플에 GPS 기능이 없어 회사 측에서 배달원 위치를 확인할 수 없었다는 점, 배달원들이 특별한 복장이나 표식을 착용하지 않았던 특이점을 고려한 것입니다. 때문에 같은 기준을 대규모 플랫폼 종사자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느냐 여부를 두고 논란이 있어 왔습니다.

최근 대규모 플랫폼인 ‘타다’의 기사도 ‘타다’ 운영사인 쏘카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1심 판결이 선고됐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22. 7. 8. 선고 2021구합62683 판결). 앞서 법 개정으로 인해 타다 운영이 불가능해져, 쏘카에서 타다 기사들에게 배차 중단을 통보한 일이 있었는데요. 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란 판정을 내리자, 쏘카 측은 “타다 기사는 자사의 ‘근로자’가 아니다”고 반론하며 노동위의 부당해고 판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는데 법원은 쏘카 측의 손을 들어준 겁니다.

위 판결의 주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타다의 운영 구조

– 타다 기사들은 쏘카와 직접 계약하는 게 아니라 쏘카의 협력업체(인력공급업체)와 대리운전 계약을 체결함

– 쏘카(정확히는 그 자회사)는 기사들의 출퇴근, 콜 수락 여부 등 근태 정보를 관리했으나 위 정보를 협력업체에 알려줬을 뿐이며, 이를 토대로 직접 기사들에 대한 경고 등 조치를 취한 것은 아님

2️⃣ 모집 관여

– 쏘카는 협력업체들의 기사 모집 과정에 관여하지 않음

3️⃣ 업무 내용 결정

– 기사들의 업무 내용은 쏘카의 지시가 아니라 이용자의 호출에 의해 결정됨. 기사들은 배차를 수락할지 결정할 수 있었음

– 기사들은 타다 앱 로직에 의해 결정되는 운행 경로, 대기 장소 등을 준수해야 하고, 배차거부, 콜 수락 거부가 발생할 경우 쏘카의 협력업체로부터 각종 조치를 받을 수 있음. 때문에 타다 앱에 의해 업무 내용이 사실상 강제되는 측면은 있음

– 그러나 위와 같은 빅데이터 및 로직 설정은 타다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필연적인 측면이 있고, 쏘카가 이러한 사업 구조를 설계했다고 해서 기사들의 업무 내용을 지시했다고 보긴 어려움

4️⃣ 취업 규칙 또는 복무 규정

– 기사들은 쏘카의 취업 규칙, 복무 규정을 적용 받지 않았음. 쏘카는 협력업체들에 기사들의 업무 메뉴얼과 가이드를 제공했으나 이는 타다 서비스를 표준화하고 균질화하기 위한 것이고 취업 규칙이나 복무 규정으로 보긴 어려움

5️⃣ 근무 시간·장소 지정

– 기사들은 본인의 의사에 따라 운전할지 여부를 자유롭게 결정했고, 쏘카가 운전을 원치 않는 기사에게 이를 강제하거나 제재할 수단은 없었음

– 기사들은 월간 최소 근무일의 제한을 받지 않았고, 휴무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었음

 6️⃣ 기타

– 기사들을 대상으로 한 기본급이나 고정급 체계가 없었음

– 드라이버 레벨제에 따라 특별수수료를 지급받았는데 그 수수료율은 이용자의 별점 등 평가에 기초한 등급에 따라 차등 적용됨

위 판결은 현재 항소심 진행 중에 있어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대규모 플랫폼 종사자가 해당 플랫폼 운영사의 ‘근로자’인지 여부를 상세하게 판단한 판결로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위 ‘타다’ 판결과, 앞서 소개해드린 배달원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비춰보면, 현재 법원의 입장은 대형 플랫폼 종사자들을 해당 플랫폼 회사의 근로자로 보호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으로 보입니다.

특히 위 ‘타다’ 판결은 말미에 플랫폼 종사자들을 보호할 현실적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현행법상 근로자로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의 내용이 있습니다. 플랫폼 종사자와 관련한 재판부의 고민을 엿볼 수 있죠.

..(중략) 디지털 데이터와 매칭 알고리즘 등을 기본 속성으로 하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노동에 종사하는 자가 증가하고 있고, 이에 따라 종속적 노동자와 독립계약자 사이에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이러한 모호함으로 인하여 플랫폼 노동 종사자가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자로서의 보호가 상실될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이에 플랫폼 노동 종사자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포섭하여 보호할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플랫폼 노동 종사자에 대한 보호 필요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근로기준법상의 사용종속관계가 인정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근로기준법상 해고의 제한 법리를 적용하는 것은 종속적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근로기준법의 입법취지에 부합하지 않고, 기존 법인격 법리 등에 따른 한계가 존재한다. 한편 공유경제질서의 출현에 따른 다양한 형태의 사적 계약관계를 존중할 필요성도 있다. 따라서 플랫폼 노동 종사자에 대한 계약관계의 일방적 종료 등에 대하여 규제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별도의 입법을 통하여 규율하거나 근로기준법의 개정을 통하여 규율하는 것이 타당하다.

실제로 현재 국회에는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이 상정돼 있어 처리 여부가 주목 받고 있습니다. 결국 플랫폼 노동자 분들도 언젠가는 ‘근로자’에 준하는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로선 그 보호를 받기 쉽지 않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