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이 파산하는 두가지 이유(ft. SVB, 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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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이 파산하는 두가지 이유(ft. SVB, CS)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은행이 물에 가라앉는 모습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SVB 필두로 뱅크런 시달리는 은행들 : 실리콘밸리은행(SVB)을 필두로 미국 중·소형 은행들이 뱅크런 위기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입니다(🔗관련 기사). 미국 주요 대형 은행 11곳이 이 은행을 지원하기 위해 예금으로 300억달러를 투입하기로 했지만, 쉽게 불이 꺼지지 않는 상황입니다. 유럽에서는 크레딧스위스(CS) 은행이 하루 100억달러 규모의 뱅크런에 시달리면서 UBS 등 스위스의 다른 대형은행에 인수되는 쪽으로 정리되고 있습니다(🔗관련 기사).

이런 뉴스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은행이 왜 문제가 생기고 어떤 상황 때문에 망하는지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은행을 구제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도 파악하면 이야기의 흐름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은행의 사업 구조 : 기본적으로 은행의 사업은 예금을 받아서 그 돈으로 대출해주는 구조입니다. 예금과 대출의 규모는 대체로 1:1입니다. 다만 예금은 부족한데 대출이 더 많으면 은행채를 발행해서 대출해줄 돈을 조달하기도 하고, 예금은 많은데 대출이 잘 안 나가면 대출 대신 채권이나 주식에 투자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잘 되는 은행에는 예금이 계속 들어오고 대출 또한 계속 잘 나가서 그 규모가 커집니다. 은행이 외부로 내보낸 대출이나 채권 등의 투자 규모를 다 합한 숫자를 그 은행의 자산 규모라고 하는데요. 자산 규모가 큰 은행을 대형은행이라고 부릅니다. 

제조업과 은행의 차이점 : 은행과 일반적인 제조업 사이에는 한 가지 큰 차이점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휴대폰은 품질과 디자인 등 상품성이 좋아야 많이 팔리기 때문에 1위 업체와 2위 업체의 순위가 웬만해선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소비자들도 1위 업체 휴대폰이 무엇인지 누구나 다 알죠. 하지만 은행은 다릅니다. 1위 은행과 2위 은행의 차이는 은행 서비스의 품질보다는 개별 은행의 브랜드와 영업망 크기에서 비롯됩니다. 그래서 어떤 은행이 1위 은행이고 그 1위 은행이 2위 은행보다 어떤 점에서 더 좋은지 일반 소비자들은 잘 모릅니다.   

은행이 위기에 빠지는 두 가지 경우 : 그런 상황에서는 1위 은행이 갑자기 망할 수도 있습니다. 휴대폰 업계에서는 좀처럼 일어나기 힘든 상황이지만, 은행업계에서는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 은행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실제로 문제가 있든 없든 예금한 돈을 인출하고 나서 생각해보려는 게 소비자들의 반응이기 때문입니다. 은행이 위기에 빠지는 두 가지 경우 역시 여기서 비롯됩니다. 

1️⃣ 심각한 문제가 있어서 위기에 빠지거나(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그 경우입니다)
2️⃣ 심각한 문제는 없지만, 막연한 불안감으로 위기에 빠지거나(SVB의 사례가 그런 쪽입니다)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은 처음에는 2️⃣ 유형인 것 같아서 빠져나가는 예금을 대형 은행들이 메워주면서 버티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혹시 1️⃣ 유형이 아닌지 의심받는 상황입니다. 대부분의 대출을 고정금리로 해준 상황이어서 금리가 올라가면서 예금 금리보다 대출 금리가 낮은 역마진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위기 처한 크레딧스위스 : 유럽의 크레딧스위스는 대형 은행 가운데서 1️⃣ 유형에 가까운 상황이라 걱정이 큽니다. 몇 년 전부터 몇 차례 투자 손실을 크게 입었는데, 그 자체는 견딜만한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소비자들이 불안해하기 시작하면서 뱅크런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은행은 아무리 완벽해도 뱅크런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다 파산합니다. 혹은 파산하지는 않더라도 예금도 아주 적고, 대출이나 자산 규모도 매우 적은 소형 은행이 됩니다. 예금이 오랫동안 거의 빠져나가고, 그 빠져나가는 예금을 내주기 위해 대출을 회수하거나 자산을 매각해서 예금 인출 수요에 대응해야 하니까요.

크레딧스위스도 꽤 큰 은행이었지만, 이런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예금이 서서히 빠져나가면서 주가도 하락했고 최근에는 뱅크런이 발생했습니다. 해결책은 두 가지입니다. 누군가가 예금 인출 요구액을 감당할 수 있는 돈을 지원해 주든가 아니면 믿음직한 누군가가 그 은행을 인수해서 예금인출 요구 자체를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죠. 지난주만 해도 스위스 중앙은행이 첫번째 솔루션을 선택하는 듯했지만, 주말 사이에 인수합병 쪽으로 방향이 바뀐 듯합니다. 

UBS가 인수할 가능성 높아 : 스위스계 글로벌 금융그룹 UBS가 그 인수합병 솔루션의 주연을 맡게 될 것이 유력한 상황인데요. UBS도 가능하면 낮은 가격에 인수하고 싶을 것이고, 크레딧스위스 주주들은 그렇게는 못 한다고 반발할 것입니다. 스위스 정부가 중재에 나서서 어떤 결과든 도출할 것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일련의 은행 위기가 일단락되느냐 아니면 어딘가 숨어 있을 수 있는 뇌관이 다시 드러나느냐일 텐데요.

연준은 어떤 행동 취할까? : 이런 상황을 그래도 제일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미 연준이 어떤 행동을 보이느냐를 두고 이 사태의 파장을 거꾸로 예측해볼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환자의 상태는 수술실의 의사들이 얼마나 바삐 움직이느냐로 예측할 수 있듯이.

(새벽에 속보가 나왔습니다. 예상대로 UBS가 크레딧스위스를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 금융 불안 대신 물가 택한 유럽의 사정?
오늘의 이슈

금리 0.5%p 인상한 유럽 : 지난주에는 은행들이 사고를 계속 치면서 중요한 뉴스들이 은행 이야기로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유럽의 중앙은행(ECB)이 이런 와중(?)에도 금리를 0.5%p나 올린 것도 꽤 눈길을 끄는 뉴스였습니다(🔗관련 기사

물가 잡히지 않은 유럽 : 은행 사태로 인한 파장보다는 유럽의 물가를 잡는 게 더 급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반대로 얘기하면 은행 문제는 크지 않다고 본 것인데요. 나쁜 뉴스는 아닙니다. 유럽 물가는 아직 불길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유로존의 2월 물가상승률은 8.5%로 1월 8.6%보다 상승세는 소폭 둔화했습니다. 근원 물가 상승률은 5.6%로 1월(5.3%)보다 오히려 상승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유럽의 물가는 에너지를 제외하면 아직 상승 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빅스텝은 마지막일 수도 : 은행 사태와 관련해서 유럽의 은행들은 미국보다 유동성 여유가 좀 더 있다고 본 것으로 해석됩니다. 미국 은행들보다 채권 보유 비중도 직아서 상대적으로 금리 상승의 위험이 덜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3회 연속 빅스텝(금리 0.5%p 인상)을 밟으며 금리를 올린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합니다. 다음번 금리 인상은 0.25%p에 그친다면 유럽의 금리 인상 사이클도 대체로 마무리 국면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은행발 위기에 비트코인 가격 올랐다?
오늘의 이슈비트코인

최근 가격 약 30% 오른 비트코인 : 은행들의 위기가 비트코인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고 있습니다(🔗관련 기사). 비트코인 가격은 최근 은행 위기가 불거진 후 약 30%가량 상승했는데 이유는 두 가지로 설명됩니다. 

스테이블 코인에서 넘어온 수요 : 첫째는 암호화폐 중에 달러와 연동돼 그 가치가 유지되는 스테이블 코인이 있는데, 그 코인을 운영하는 회사가 스테이블 코인과 연동하는 달러를 위험한 은행에 예치했다면 자칫하면 예금이 휴지가 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걱정 때문입니다. 안정적인 가치를 보고 스테이블코인을 매수했던 투자자들은 스테이블 코인을 던지고 코인 중에서는 비교적 안전한 코인으로 여겨지는 비트코인으로 갈아탔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예금 수요 일부 대체했을 가능성도 : 두번째 요인은 불안한 은행에 예금했던 예금주들이 예금 대신 비트코인으로 옮겼을 가능성입니다. 또는 은행 파산 사태로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멈출 것이라는 전망이 위험 자산의 대명사인 비트코인의 가격을 올리는 요인이 됐을 것이라는 설명도 나오고 있습니다.


💡 놓치면 아까운 소식

> 60세 이상 고령 취업자 늘었다 : 60세 이상 고령 근로자가 10년 새 2배로 불었다는 소식입니다(🔗관련 기사). 통계청의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60세 이상 취업자는 577만2000명으로 1년 전보다 41만 3000명 급증했습니다. 이는 1996년 통계 작성 이래 2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인데요. 고령층 취업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직접적인 원인으로 ‘인구구조 변화’가 꼽힙니다. 60세 이상 인구 자체가 늘면서 취업자 수도 동시에 늘었다는 겁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을 해야하는 고령층의 비중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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