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 하락기에도 구축은 왜 잘나갈까?

🏙 부동산 하락기에도 구축은 왜 잘나갈까?

지어진 지 20년 넘은 구축 아파트들의 가격 하락 폭이 줄고 있다는 소식입니다(🔗관련 기사). ‘똘똘한 한 채’ 열풍으로 수요가 몰리며 잘나가던 신축보다 훨씬 선방하고 있는 겁니다. 거래량도 늘고 있습니다. 지난달 30년 초과 아파트 매매는 174건으로 작년 5월 이후 최대치였고, 거래 비중도 21%가 넘어 1년 사이 최고치였습니다. 일부 재건축 추진 단지는 이달 들어 실거래가가 반등하기도 했는데요. 정부가 각종 재건축 규제 완화 정책을 발표하면서 구축의 투자 매력이 더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신축보다 개발 호재가 있는 구축에 수요가 집중되는 겁니다.

이동윤
신한금융그룹 해외부동산투자 수석매니저

💪 구축이 가진 강한 내재적 가치 덕분

부동산 가격은 결국 제한된 공급을 넘어서는 수요에 의해 결정됩니다. 이때 수요는 주거 자체뿐 아니라 주위 환경 역시 포함합니다. 도시계획학적 관점에서 보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주요 지역은 이미 도시 개발 성숙 단계를 지난 상황입니다. 쉽게 말해, 공간이 한정돼 있어서 물리적 확장이 어렵고 주거 질을 높일 인프라 조성에도 한계가 있다는 거죠.

하지만 현재 구축으로 분류되는 주거 단지는 다릅니다. 대부분 평지에 있고 교통이 편해 접근성이 좋습니다. 구축 주거 단지가 몰린 곳은 대부분 그 부동산 가치를 지탱할 만한 강한 내재적 특성이 있다는 의미죠. 새로 개발된다면 자산 가치가 더욱 더 상승할 수 있어서 부동산 하락기에도 가격 방어가 잘되는 거죠. 앞으로도 구축 가격은 견고히 유지될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배상영
대신증권 애널리스트·전(前) 건국대 부동산도시연구원

높아진 재건축 가능성 보여주는 결과

구축 아파트 가격을 산술적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구축 가격=신축 가격 x 재건축 함수(가능성·시기 등) 이 식대로면 신축 가격이 하락하면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가격도 하락해야 합니다. 하지만 재건축 함수 부분이 개선되면서 가격 방어를 하는 모습입니다. 각종 규제가 풀리며 재건축 가능 시기가 앞당겨지고 있기 때문이죠. 이 흐름은 그간 재건축이 비정상적 방향으로 억눌려왔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재건축이 안 될 거란 심리로 인해 신축이 상대적 강세였던 건데, 현재는 반대가 된 거죠.

⚖️ 줄줄이 은행 금리 인하! 마냥 능사 아니다?

은행들이 일제히 대출 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은행들이 “돈 잔치”를 벌인다고 직격한 지 약 일주일만입니다. 이번주 초 인터넷 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금리를 내렸고, KB국민은행·우리은행 주요 시중은행들도 주담대 위주의 금리 인하에 나섰습니다(🔗관련 기사).

최근 ‘이자 장사’ 비판이 커지자 은행권은 지난주 최대 10조원 규모의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수습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실제 출연 재원이 7800억원뿐이고 나머진 보증 등을 통한 간접 지원이란 점이 알려지며 여론은 더 악화됐는데요. 이에 결국 대출자들에게 실질 도움이 되는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됩니다.

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피구세를 제안합니다

은행들이 정부·사회 압력에 마지 못해 대출 금리를 인하하는 건 시장 경제에 저해가 됩니다. 은행이 과도하게 돈을 번다면 경쟁을 높이는 쪽으로 시장 구조를 바꾸든가, 대출 과잉을 억제하는 쪽으로 인센티브를 주는 게 바람직하죠. 예를 들어 일정 수준을 초과하는 가계 대출에 피구세*를 부과할 수 있습니다. 과도한 가계 대출은 부동산 버블·금융 시스템 위기 등을 유발해 사회적 환경을 해치니까 명분도 있습니다. 이 세금의 효과로 은행은 대출 규모를 적절히 통제할 수 있고, 가계 대출 규모는 줄어들 것이며, 부동산 버블 문제 해결이나 금융 시스템 안정 기금의 자금도 마련될 수 있습니다.

📌피구세(Pigouvian tax) : 환경 오염 등 부정적 외부효과의 비용을 구성원들이 세금으로 나눠지게 하는 조세 개념. 19~20세기 영국의 경제학자 아서 세실 피구가 제안

노지현
NICE신용평가 수석연구원

금리 인하 이면엔 대출 포트폴리오 조정 있을 것

금융 당국의 통제로 이뤄진 금리 인하가 마냥 금융 소비자에게 도움이 될까요? ‘돈 잔치’ 비판을 통한 시중은행들의 금리 인하 이면엔 대출 포트폴리오 조정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예대 마진을 줄여야 한다면 금융 기관은 대손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저신용자 대출을 줄이고, 고신용자 여신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운영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취약 차주가 돈 빌릴 금융 기관이 줄어들게 된다는 거죠. 금리 인하는 분명 금융 비용 축소 측면에선 도움이 되지만, 소외된 누군가는 더 피해를 볼 수 있단 점을 간과해선 안 됩니다.

강종구
한국은행 국장

적절한 은행 금리를 찾는 5가지 길

1️⃣ 정부 개입보단 시장 경쟁이 원활히 이뤄지게 해야합니다.

2️⃣ 우리나라 은행은 금리 상승기에 이익이 증가하는 수익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이 상승한 수익을 대손충당금 확충 등에 쓰도록 내부 유보할 수 있게 하는 건 어떨까요. 손실흡수능력을 키워주고 추가적인 대출 확대 재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겁니다. 또 이 수익을 은행 자체적인 신용보증 재원으로 사용하도록 하면 대출금리를 낮추고 공급도 늘게 유도할 수 있습니다.

3️⃣ 은행이 신용보증기관과 공동으로 리스크를 분담하게 하면, 고위험 부문 대출 공급이 늘고 대출금리도 줄일 수 있습니다.

4️⃣ 대출 부실이 발생하면 은행 대출 담당자가 손실을 일부 부담하게 됩니다. 위험이 약간만 올라가도 대출 담당자는 대출을 기피하게 되죠. 이들의 과도한 책임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5️⃣ 시장 실패는 공공이 보완해야죠. 산업은행·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자본을 확충해 신용위험이 올라간 시기에 나서도록 하면 대출 공급이 계속 원활히 이뤄질 수 있습니다.

김성순
단국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전 정부 개입은 큰 틀에서 찬성입니다

정부가 나서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게 적절하지 않나요? 물론 ‘관치 금융’이란 비판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한국 금융의 속성도 따져봐야죠. 금융이란 모든 국민이 필요할 때 돈을 빌려쓰도록 해야하는 일종의 공공재적 성격이 있는데, 한국은 소수의 은행이 과점을 하고 있습니다. 시장이 실패하거나 왜곡될 가능성이 높은 거죠. 이때 정부가 개입하는 건 당연히 정당화될 수 있습니다. (다만, 딱 교정의 수준에서만 개입해야하는데 그 수준을 예단하기가 어렵다는 게 어려움이긴 합니다.)

💢 스타트업·벤처 외면한 초대형 IB들

국내 초대형 투자은행(IB) 증권사들의 스타트업과 벤처기업 투자 실적이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은 자체 신용을 통해 만기 1년 안쪽의 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은행만 어음 발행이 가능했지만, 스타트업과 벤처에 투자를 확대해달란 취지로 정부가 2016년부터 허용해준 겁니다. 위험 부담이 있긴 하지만 더 큰 이익도 가져올 수 있는 일종의 모험자본으로서 이 어음을 활용해달라는 거였죠.

그러나 작년 9월 기준 4개 IB 증권사(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KB증권)가 어음으로 마련한 투자금 중 단 1.05%만이 스타트업과 벤처에 투자됐다고 합니다(🔗관련 기사). 대신 투자금 회수가 편한 대기업·중견기업 등 안전 자본에만 투자가 집중됐습니다.

이준희
법무법인(유) 율촌 파트너 변호사·e-Biz & Fintech Team Lead

모험자본 활용을 강요할 순 없습니다

스타트업과 벤처의 자금 조달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지적엔 공감되는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IB 증권사들에 이를 강제하는 건 문제가 있습니다. 발행 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은 결국 그 어음의 수익률과 리스크를 감수할 의사가 있는 일반 투자자들에게서 나온 자금입니다. 이 자금이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큰 초기 모험자본으로 활용되는 게 과연 합당할 일일까요? 결국 투자 리스크는 증권사든 개별 투자자든 누군가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발행 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기준이 없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지만, 그 원인도 사실 리스크 관리 차원 때문이 아닌가 추정해볼 수도 있습니다. 자칫 스타트업·벤처 진흥이라는 명제에 이끌려 금융사의 팔을 비트는 사례가 될 우려가 있으니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강승희
퀀트 트레이딩 스타트업 Teyvat Labs 대표

처음부터 앞뒤 안 맞던 게 아닐까요?

IB 증권사들이 스타트업이나 벤처에 투자 못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1️⃣ 높은 투자 리스크 : 스타트업과 벤처는 불안정한 성장 모델을 갖고 있습니다. 경영 상황도 안정되지 않아 증권사 입장에선 투자 리스크가 높습니다.

2️⃣ 투자 기간의 차이 : 스타트업과 벤처는 주로 장기적 투자가 필요한 분야에 집중하죠. 반면 IB 증권사들은 단기 어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합니다. 둘이 성격이 안 맞는 거죠. 

애초에 정부가 모험자본 활성화를 명분으로 증권사에 발행 어음 인가를 준 건 처음부터 앞뒤가 맞지 않았던 게 아닐까요? 만약 정부가 IB 증권사에 모험자본 대출을 더 강하게 유도한다면, 증권사 입장에선 훨씬 리스크 관리가 어려워질 겁니다. 잘못되면 그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고요. 금융의 논리와 벤처 육성의 논리를 서로 구분 지어서 볼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