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MZ가 가장 선호하는 멘토링은 ‘이것’?

🎈 요즘 MZ가 가장 선호하는 멘토링은 ‘이것’?

랜선 미팅하는 모습

“미래 조직에서 가장 강력한 인재 육성 툴은 멘토링이다.”

세계적인 경영학자인 피터 드러커는 일찍이 멘토링의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이후 그의 주장대로 멘토링은 많은 기업이 활용하는 교육 방식으로 자리매김했죠. 국내 기업들 역시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멘토링 제도를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초기 신입사원의 적응을 돕는 차원에서 진행되던 멘토링 프로그램은 발전을 거듭해 최근에는 리버스 멘토링, 1대1 멘토링, 직무 역량 멘토링, 기술 멘토링 등 다양한 방식이 개발돼 운영 중입니다.

기업이 멘토링 제도를 선호하는 이유는 일단 비용이 크게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조직 내부에 전문성이 있는 시니어와 신입사원을 매칭해 주고 모니터링만 하면 되기 때문에 큰 노력 없이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죠. 또한 멘토링은 멘토가 멘티에게 1대1로 지식을 전수하는 방식이 교육 효과가 가장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멘토링의 효과성에 대해서는 평가가 분분합니다. 특히 회사가 주도하는 멘토링의 경우 멘토나 멘티 모두 불만이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멘토들의 가장 큰 불만은 멘토링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보통 기업에서 멘토는 대부분 과장, 차장급 직원들이 담당하는데, 이들은 조직의 ‘허리’ 역할을 하는 실무 책임자입니다. 업무가 몰려 바쁜 경우가 많다는 뜻이죠. 또한 인사팀에서 아무리 멘토링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들 현업 부서는 당장 눈앞의 실적을 챙기는 데 주력해야 하다 보니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멘토링에 대한 교육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여전히 많은 기업이 ‘일 잘하는 직원 = 좋은 멘토’라고 생각하고 실적 및 평가가 좋은 직원을 멘토로 선발합니다. 하지만 잘 아는 것과 잘 가르치는 것이 다르듯 고성과 직원이 꼭 좋은 멘토는 아닙니다.

멘티들 역시 불만이 많습니다. 회사에서 정해주는 멘토는 아무리 다른 부서 사람이라고 해도 엄연히 회사 선배입니다. 즉, 내가 멘토링 과정에서 어리숙한 모습을 보이거나 시킨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나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커질 수 있습니다. 회사 선배나 동료 모두 이래저래 완벽히 편해지긴 어려운 관계죠. 그렇다 보니 진짜 물어보고 싶은 건 피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까운 멘토링 시간을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해 잘하는 척, 괜찮은 척하면서 보내게 되기도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회사가 지정해 주는 멘토가 가진 역량이나 전문성이 내가 정작 배우고 싶은 분야가 아닐 가능성도 높습니다. 

랜선 멘토링, 기존 기업형 멘토링의 단점 대체

이 같은 사내 멘토링 프로그램의 한계 때문에 최근 젊은 직장인은 회사 외부에서 자신에게 맞는 멘토를 찾고 있습니다. 교육 플랫폼 서비스 등을 활용해 자신이 배우고 싶은 직무의 전문가를 찾는 것입니다.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고 상담 형식으로 멘토-멘티 관계를 맺거나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를 다루는 커뮤니티에 소속돼 여러 멘토와 함께 고민을 나누는 방식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들 멘토링은 통상 온라인으로 진행돼 ‘랜선 멘토링’이라고 불리곤 합니다.  

실제 이 같은 트렌드는 설문 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났습니다.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가 2021년 MZ세대 직장인 423명을 대상으로 업무상 어려움을 겪을 때 어떤 해결 방법을 선호하는지를 조사했는데 그 결과(복수 응답) 전체 응답자의 67.1%가 ‘랜선 사수의 도움을 받아 해결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답했습니다. 랜선 사수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남겨진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노하우나 정보, 본인이 직접 비용을 내고 받는 코칭 상담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랜선 사수를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비대면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편리함 때문(42.5%)’이 가장 컸습니다. 이외에도 비대면 근무로 회사 내 정보를 얻기 힘들고 소통에 한계가 생겨서, 쉽게 만나기 어려운 현업 전문가와 소통할 수 있어서, 스스로에 대한 동기부여 등 자기만족을 위해 등이 뒤따랐습니다.

실제 MZ세대 직장인들이 랜선 멘토링을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는 멘토링을 받는 사람이 주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주제로, 내가 원하는 멘토에게 원하는 정보나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기업형 멘토링이 회사가 원하는 스킬과 역량을 전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반면 랜선 멘토링은 조언을 받는 바로 그 시점에 내게 가장 필요한 스킬을 터득할 수 있습니다. 특히 회사 선배가 아닌 업계 유명인, 동종 경력자들에게서 멘토링을 받을 수 있다는 점 역시 장점으로 꼽힙니다. 실제 최근 랜선 멘토링의 인기와 함께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 하나둘 생겨나면서 랜선 멘토 모시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서비스 비용을 내가 직접 지불하는 ‘내돈내산’이기 때문에 당당하게 원하는 것을 요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어느 정도의 익명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 멘토링을 받는 공간과 시간을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점, 1대1이 아닌 다대다 멘토링이 가능하다는 점 등도 랜선 멘토링의 장점으로 꼽힙니다.

직장인 고민의 집합이 랜선 멘토링의 인기 불러

랜선 멘토링의 인기는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평생 직업이라는 개념이 등장하는 세태와도 연관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 것이 안정적인 삶을 의미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좋은 직장이 삶을 담보하지 못합니다. 대신 직장인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습니다. 이 불안감이 직장인들을 랜선 멘토링으로 이끌고 있죠. 

특히 MZ세대는 과거에 정체돼 있는 기존의 기업 교육과 급변하는 산업 현장의 괴리를 채워 줄 대안이 필요합니다. 현재 직장에 만족하지 못하거나 미래를 불안해하는 직장인들에게는 함께 그다음을 준비할 수 있는 배움의 장 역시 필요합니다. 이 간극을 채운 것이 랜선 멘토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정 회사 내 직무 개발을 넘어 나의 인생에 필요한 커리어 개발이 목적이 되면서 보다 개인적인 목표를 멘토링에 반영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죠. 회사의 네임밸류나 조직 내에서의 위치로 안정감을 찾던 과거의 기준을 벗어나 ‘직업인으로서의 나 자신’에게 더욱 집중하게 되면서 멘토링에 대한 수요는 더욱 높아질 전망입니다.

그런가 하면 랜선 멘토링의 인기는 제2 벤처 붐으로 인한 국내 스타트업 종사자 수의 증가와도 영향이 있습니다. 스타트업의 경우 조직 내에 경험이 적은 저연차 직원들이 대부분이라 누굴 가르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나 역량이 충분히 숙련된 직원이 드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외부에서 일을 가르쳐줄 멘토를 찾게 된 겁니다.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근무의 증가도 랜선 멘토링의 필요성을 높였습니다. 비대면 근무로 많은 직장인이 업무 지시와 피드백이 즉각적이고 구체적으로 이뤄지지 못해 불편함을 겪었습니다. 특히 대면 근무가 유지됐다면 직장 상사를 통해 보고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지식이나 노하우를 획득했을 텐데 그런 기회도 사라졌죠. 이 같은 답답한 상황에서 조직 내 젊은 직장인들이 자연스럽게 랜선 사수들이 활동하는 플랫폼이나 커뮤니티를 찾아간 것이 랜선 멘토링 인기의 한 원인입니다.

성공과 성장에 대한 Z세대의 욕구가 강한 것도 멘토링 시장을 키운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자신을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하고 가치를 높이려 노력하는 것이 Z세대의 특징인데요. 이는 평생직장 시대의 종말과 대퇴사 시대의 도래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조직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인정받는 업무 스킬과 평판을 주니어 시절부터 키워나가려는 욕심, 특정 분야에서 회사의 후광이 아닌 개인의 힘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열망이 랜선 멘토링 시장을 성장시키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다양한 포맷으로 진화 중인 랜선 멘토링

그 결과, 랜선 멘토링의 방식 역시 진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초기 성인 교육 시장을 타깃으로 플랫폼 형태로 운영되던 서비스들이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형 오프라인 모임인 문토와 트레바리 등 소셜 살롱 형태로 진화했고 이후에는 공간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커뮤니티들이 선을 보였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단순히 멘토와 멘티를 1대1로 연결해 주는 서비스를 넘어 다수의 멘토와 멘티가 커뮤니티를 형성해 장기적으로 공통의 관심사를 연구하고 오픈 채팅 등을 통해 서로 조언을 나누는 서비스들이 각광받고 있습니다. 온라인 채팅방 기반의 지식정보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회사나 인플루언서 등 유명인의 시간을 파는 플랫폼도 등장했습니다.

이 같은 트렌드는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도 커뮤니티형 직무 멘토링 서비스들이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경영지식 콘텐츠를 만드는 국내 최고의 경영 매거진 '동아비즈니스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