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과급 잔치’ 정유사에 횡재세 물릴 조건?

오늘 리멤버에서 준비한 간밤의 미국 증시 브리핑 & 국내 증시 전망은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클릭)

🛢 ‘성과급 잔치’ 정유사에 횡재세 물릴 조건?

‘365억달러(45조원)’. 미국 2위 정유 기업 셰브론이 지난주 금요일 밝힌 작년 순이익 규모입니다. 대다수 기업이 침체 우려에 시달린 것과 달리 1879년 설립 이래 최대 실적을 썼습니다. 곧 실적 발표를 앞둔 1위 업체 엑손모빌도 사상 최대 실적이 전망됩니다. 작년 3분기 순이익만 196억달러(약 24조원)에 달했으니까요.

미국에선 횡재세 논란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작년 고유가 덕분에 석유·정유 업계는 사상 최대 호황을 누렸기 때문인데요. 국내외 이들 업체의 이윤을 환수해 에너지 지원금 재원을 마련하고 유가를 낮추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관련 기사). 특히 엑손모빌과 셰브론은 작년 순이익으로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혔는데 이 경우 경영진과 주주들에게만 이익이 돌아가기 때문에 외부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영국과 EU는 작년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혜택을 입은 기업에 초과이윤세를 도입하는 등 실제 횡재세를 시행한 바 있습니다. 정유사들은 EU 이사회를 제소하는 등 맞대응에 나섰죠. 최근 급등한 난방비 이슈가 불거진 국내에서도 야권을 중심으로 횡재세 주장이 나옵니다. 정유사들이 많게는 기본급 대비 1500%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에 불을 붙였는데요(🔗관련 기사). 부당한 시장 개입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김성순
단국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국내 업체는 횡재라고 보기도 힘들어요

유럽·미국 정유 업체는 고유가 횡재라고 볼 수 있겠는데 국내 업체들은 사정이 달라요. 돈을 버는 구조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죠. 유럽·미국의 정유사들은 유전을 개발하고 이를 정제해 이익을 얻습니다. 개발과 유통·판매 과정에서 생긴 초과 이익은 그야말로 별 노력 없이 벌어들인 ‘횡재’죠. 반면 국내 정유사는 그렇게 비싸진 원유를 전량 수입해 정제·가공해 판매합니다. 작년 수출 호조 덕분에 일시적으로 수익이 난 건데, 그걸 영미권 업체들과 같은 수준의 횡재라고 몰아붙이면 좀 억울할 겁니다.

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나름 타당한 주장이에요, 다만…

횡재세 도입 주장은 나름 타당해 보입니다. 에너지는 생활 필수재입니다. 필수재 가격이 급등하면 이들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초과 이익을 얻겠지만 서민들은 고통을 받죠. 이때 정부가 이들 기업에 일시적으로 횡재세를 부과해 서민을 지원한다면 사회 전체적으로는 비용보다 이익이 커지죠. 게다가 이젠 기업이 더 이상 사적 이익만 추구할 수 없는 환경이 되고 있죠. 공유경제, ESG 등이 대표적입니다. 브리핑에서 거론된 것처럼 자사주 매입 등 기업이 주주 이익만 극대화하는 전략을 고수하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은 오히려 떨어질 수도 있는 시대입니다.

다만 한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만약 에너지 가격이 급락해 반대로 기업이 손실을 보게 되면 정부가 세금을 감면해줘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면 기업 입장에선 일종의 보험을 든 셈이 되겠죠.

손석우
경제 평론가·건국대 행정대학원 겸임교수·요즈마인베스트먼트 파트너

정유사에만 횡재 논리 들이댈 수 있나요?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에 따라 정유사들이 이익을 많이 냈다면 그만큼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조세 정의에 부합합니다. 다만 ‘횡재’했다는 이유로 세금을 추가 부과한다면 득보다 실이 클 듯 합니다. 이중과세에 따른 위헌 소지가 있어 보이고, 무엇보다 시장경제 체제에서 ‘횡재세’는 정당성을 얻기 힘들어 보입니다. ‘횡재’라는 논리를 들이댄다면 세금 거둘 곳이 정유사뿐일까요? 고금리로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두고 있는 은행들은요? 또 부동산 경기가 좋았을 때 건설사들은 얼마나 많은 분양 차익을 거뒀을까요?

물론 고통 분담 차원에서 정유사들이 자발적으로 이익의 일정 부분을 사회로 환원하는 것은 바람직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방식이 ‘횡재세’라면 글쎄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커 보입니다.

강종구
한국은행 국장

자체 노력의 고수익은 과세해선 안 돼

횡재세는 <기술 개발 등이 아닌 국제 정세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해 기업이 고수익을 낼 때 그 부분에 고율의 세율을 적용하는 세금>을 의미합니다. 때문에 횡재세를 도입한다면, 기업 책임이 아닌 천재지변 등 외부 요인으로 기업이 파산 위기에 처했을 때도 마찬가지로 정부가 나서서 기업을 도와주는 제도 마련이 선행돼야 할 겁니다. 그리고 기업이 기술 개발 등 자체 노력으로 고수익을 거뒀다고 해서 초과 세금을 부과하는 일은 원칙상 있어선 안 될 겁니다.

💥 美 미디어계 지각변동? 초거대 M&A설 솔솔

올해 기업들의 최대 화두는 ‘생존’이죠. 초대형 미국 미디어 업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넷플릭스·HBO맥스·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CNN·파라마운트글로벌 등이 작년부터 비용 감축을 위해 줄줄이 해고에 나섰는데요. 이젠 장기 생존 전략에 따른 초대형 M&A 카드를 만지작대고 있단 소식입니다(🔗관련 기사). 첫번째 주자로 침체를 겪고 있는 디즈니가 유력 거론됩니다. 작년말 디즈니엔 15년간 회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명예 퇴진한 밥 아이거가 CEO로 복귀했습니다. 그의 첫번째 처방이 디즈니 매각일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애플 같은 테크 선두 기업에 디즈니를 팔아 강력한 시너지를 내는 생존 전략을 추구하겠다는 거죠. 

이외에도 ‘MS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넷플릭스가 MS에 인수를 희망하고 있다’ ‘미국 케이블 방송 2위 업체 컴캐스트가 워너를 인수해 NBC유니버설과 합병할 것’이라는 예측이 줄줄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물론 현실화는 미지수입니다. 그러나 경기 침체 우려가 점점 커질 때마다 거대 테크 기업과 미디어 업체의 결합이 종종 있어왔다는 게 전망의 유력한 배경입니다.

손기정
리테일테크 스타트업 지오코리아 대표

대형 M&A, 충분히 가능성 있어요

OTT 업계의 끝날 것 같지 않던 성장은 끝났고, 새로운 전쟁의 단계로 접어들었습니다. 지금까지는 무한 투자를 통해 콘텐츠를 생산하던 시기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넷플릭스와 디즈니, 애플 등과 같은 기업이 현금을 앞세워 주요 미디어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OTT 생태계를 구축해왔는데요. 이제는 수익성을 고려해야 하는 단계로 넘어간 상태입니다. 코로나 특수는 끝났고, 동시에 가입자 감소로 시장 경쟁이 격화되면서 기업들은 수익성과 미래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된 상황이죠. 결국 시장 자체를 향한 기대는 여전하지만 어떤 업체가 얼만큼의 수익성을 보일지, 어떤 업체가 시장을 장악할지는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넷플릭스도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무한 확장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다는 것이 시장에서 확인됐고, 광고 기반 저가 서비스 사업은 현재 광고 시장이 위축된 상황이 변수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수익성을 확대할 방안이 아직은 뚜렷이 서지 않은 셈이죠. 결국 대형 M&A 같은 생존 게임의 시대가 열렸다고 보입니다. 물론 미디어 산업 규제 영향으로 OTT 업체 간 합병은 쉽지 않겠지만, 규제 당국의 입장이 바뀔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습니다. 올해 하반기엔 대형 M&A도 나오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 봅니다.

🏗 ‘대치 재건축 빅3’ 선경1·2차, 일대일 재건축!

‘대치 재건축 빅3’ 중 하나인 서울 대치동 대치선경1·2차아파트가 일반 분양 물량이 없는 ‘일대일 재건축’을 추진합니다(🔗관련 기사). 통상 재건축은 일반 분양을 늘려 수익을 극대화하는데, 일대일 재건축은 기존 가구수를 유지하는 게 특징입니다. 조합원들이 사업비 전체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드물게 시도됩니다. 실제로 서울 일대일 재건축 성공 사례는 대표적 ‘부촌’ 동부이촌동의 래미안첼리투스와 대치동 래미안팰리스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대치선경1·2차가 일대일 재건축을 추진하는 이유는 단지 규모가 애초에 작아 일반 분양을 추진해도 물량이 적을 가능성이 높아 실익이 크지 않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총 1034가구로 인근 개포우성1·2차(1140가구)나 대치미도(2436가구), 대치은마(4424가구)에 비해 규모가 작습니다. 이 방식의 재건축에 성공하면 현재 소유 평수보다 15% 늘어난 집을 갖게 됩니다. 

이동윤
신한금융그룹 해외부동산투자 수석매니저

대중화는 안 되겠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

일반적으로 재건축은 신규 일반 분양 물건을 통해 기존 조합원들의 부담금을 줄이면서 새 주거 공간을 창출하고 주거 가치를 높이는 전략으로 추진돼 왔죠. 최근 각광 받던 리모델링 사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때문에 이번 기사대로 일대일 재건축은 공사비 부담에 따라 현실적으로 어려운 방식으로 인식돼 왔고 실제로 진행된 단지도 매우 소수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주거 단지의 일원으로서 소속감을 상대적으로 높게 생각하죠. 어찌 보면 일대일 재건축 방식이 자산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외려 희소성을 무기 삼아 프리미엄을 충분히 형성해낼 수 있을 듯 합니다. 물론 대중화될 방식은 아닙니다. 결국 서울 내 주거지로 선호돼 온 몇몇 지역에서만 가능하겠죠.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더더욱 추가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겁니다.

손석우
경제 평론가·건국대 행정대학원 겸임교수·요즈마인베스트먼트 파트너

분담금이 관건…조합원 반발도 변수

서울 강남 이라는 지역적 가치를 고려한다면 일대일 재건축은 프리미엄 가치를 극대화할 묘수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걸림돌은 역시 비용 부담입니다. 조합원이 내야할 분담금이 많게는 수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습니다. 분담금을 감당하지 못해 집을 팔고 나가야 할 조합원들도 있을텐데… 이들의 반발을 어떻게 감당할지도 관건이 될 것 같습니다.

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아파트가 달라졌어요? 

우리에게 아파트는 ‘단절’의 대명사입니다. 성냥갑 같은 건물 안에 빼곡히 모여 사는데 정작 옆집엔 누가 사는지도 모르죠. 한국의 전통적 가치인 정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번에 시도하는 일대일 재건축을 통해 여유 공간이 확보되면 그곳에 주민들이 함께 모여 즐길 커뮤니티가 조성되면 좋겠습니다. 사실 한국은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고급 아파트 욕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내부 시설 고급화에만 주력했는데, 언제부턴가 아파트 내 공원이 그 아파트의 품격을 대변해준다고들 하죠. 이번엔 고령화 시대에 맞춰 커뮤니티-의료-헬스를 융합한 신개념 아파트를 선보인다 하니 기대가 됩니다. 아파트가 단순히 잠만 자는 곳 혹은 투자 대상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함께 모여 생활하는 삶의 터전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