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리난 반도체 불황, 이번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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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리난 반도체 불황, 이번엔 다르다?
이주완의 IT산업 나우

반도체 삼성 하이닉스

포스코에서 경영컨설팅을 합니다. 복잡한 IT 이슈를 쉽게 설명합니다.

새로운 사실 : 작년 하반기부터 반도체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악화됐습니다. 시장의 예상보다도 더 빠르고 큰 폭으로 실적이 하락했습니다. 그러면서 주위에서 많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번 반도체 불황이 이전처럼 자연스러운 반도체 경기 순환 사이클의 일부인지, 아니면 다른 문제가 있는 건지 하는 거였죠. 결론부터 말하면, 과거와 같은 순환 사이클의 일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측면도 있습니다. 지금부터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불황의 원인은 이전과 같다 : 현재 반도체 불황을 야기한 원인은 과거와 동일합니다. 공급 과잉으로 인한 가격 하락 때문이죠. 수요와 공급의 추세선을 감안하면, 2021~2022년 적정 설비 투자는 연간 750~800억달러 정도로 추산됩니다. 그런데 실제 설비 투자 금액을 보면, 이를 훨씬 뛰어넘었습니다. 2021년 1027억달러였고, 2022년은 1085억달러 정도로 예상됩니다. 그나마 하반기 반도체 경기가 악화하면서 계획보다는 투자 규모가 줄었지만, 과잉 설비투자가 진행된 것이죠.

분기별로 보면, 2021년 1분기에 처음으로 분기별 설비 투자 금액이 200억달러를 넘었습니다. 이후 7분기 연속 200억달러를 초과했습니다. 반면 메모리 수요는 가파르게 증가하던 시기를 지나 다소 완만하게 증가하는 시기로 진입했습니다. 결국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채 설비 투자가 지나치게 급증한 결과, 자연스레 공급 과잉으로 이어졌습니다.

3가지 시장 외적인 요인이 이전과 다른 불황 양상 만들어 : 그렇다면 과연 다른 요인은 없는 걸까요? 저는 최소한 3가지의 시장 외적인 요인이 작용해 과거 사이클과 다른 흐름을 만들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중국의 봉쇄 조치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국의 금리 인상입니다.

한국 반도체 수출 물량의 65~70%는 직·간접적으로 중국으로 흘러 들어가는데요. 지난 1년 동안 중국 내 고강도 봉쇄 조치가 이어지면서 <생산 활동 둔화 → 반도체 수요 감소>란 결과를 낳았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국제 원자재 가격 인상 → 최종 제품의 가격 인상 → 소비자 구매력 위축>으로 이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은 <통화량 축소 및 소비 심리 위축 → 최종 제품의 판매 감소>를 초래했습니다.

공급 과잉에 수요 위축이 겹쳤다 : 결국 삼성과 하이닉스 등 반도체 칩을 만드는 공급자의 입장에서 보면, 3가지 요인 모두 반도체 수요 부진을 촉발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과잉 설비 투자로 공급이 과잉된 상태인데, 수요까지 위축되면서 공급 과잉이 더 심화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이번 반도체 불황이 과거와 다른 이유죠.

경기 순환 사이클에 미칠 영향은? : 그렇다면, 이 3가지 시장 외적인 요인이 반도체 경기 순환 사이클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불황의 깊이를 더 깊게 만들 것인지, 아니면 불황으로부터의 회복을 더 지연시킬지 하는 것입니다. 어느 쪽이 더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골이 깊은 것이 불황 기간이 길어지는 것보다는 그나마 낫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불확실성은 줄일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실제 중국의 봉쇄 조치는 이미 완화되고 있습니다. 이후 확진자 수가 급증하는 부작용이 생기긴 했지만, 최소한 이전처럼 생산 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그렇지만 유가와 달러 가치 등은 이미 안정세에 들어섰습니다. 확전이 되지만 않는다면 반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불확실성은 올해 상반기 중으로 해소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금리 상단이 5%일지, 5.5%일지는 아직 모릅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금리 인상 사이클이 곧 종료될 수 있다는 것이고, 이는 미지수가 상수로 변한다는 의미니까요.

불황의 골은 깊어지겠지만, 기간 길어지진 않을 것 : 그렇다면 남은 것은 결국 공급 과잉입니다. 이 역시 내년에는 해소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도체 불황에 주요 반도체 회사들이 설비 투자를 대폭 줄인다고 발표했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이번 반도체 불황이 기존 반도체 경기 순환 사이클에서 크게 벗어날 것 같지 않습니다. 결국 불황의 골이 깊어질지언정, 불황이 이어지는 기간이 길어지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DDR5는 구세주가 될까? : 최근에는 반가운 소식도 들리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인 인텔과 AMD가 DDR5를 지원하는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를 공개한 것입니다. DDR5는 기존 DDR4보다 전력 사용을 20% 이상 줄이면서도 성능은 70% 이상 향상됐습니다. 전 세계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CPU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인텔이 DDR5를 지원하는 제품을 출시하면서 덩달아 DDR4에서 DDR5로 교체 수요가 늘어날 전망입니다. 일찌감치 DDR5 D램을 출시했던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손꼽아 기다렸던 소식이 나온 것입니다.

다만, 새로운 제품이 출시된 후에 기존 주력 제품을 대체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립니다. 통상적으로 4년 정도는 지나야 주력 제품이 바뀐다고 실감하게 됩니다. 그렇게 본다면, 올해는 DDR5에 따른 수혜가 크지는 않겠지만, 내년부터는 실적에 보탬이 되기 시작할 것 같습니다.


💡 놓치면 아까운 소식

금리인하 요구권 활성화될까? : 대출받았을 때보다 신용 상태나 상환 능력이 개선되면 금융사에 대출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바로 금리인하 요구권인데요. 금융 소비자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도입됐지만, 실제 은행이 고객의 요구를 수용하는 비율이 높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르면 다음달부터 은행들이 고객의 대출금리 인하 요구를 얼마나 수행했고, 또 금리를 얼마나 내렸는지 공개될 것으로 보입니다(🔗관련 기사).

롯데헬스케어, 스타트업 기술 탈취 논란 : 롯데헬스케어와 헬스케어 스타트업 알고케어가 제품 도용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알고케어는 롯데헬스케어가 2021년 제품에 투자하겠다며 가진 미팅에서 사업 전략 정보를 획득했고, 이를 도용해 영양제 디스펜서인 ‘케즐’을 선보였다고 주장했습니다. 롯데헬스케어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인데요. 이와 관련해 중소벤처기업부가 기술침해 행정조사 전담 공무원과 변호사 등을 파견해 알고케어의 피해 상황 확인에 나섰습니다(🔗관련 기사). 만약 기술분쟁조정이나 소송까지 이어진다면 조정과 소송 등을 지원하고, 앞으로도 중소기업 기술 보호에 적극 나서겠다는 방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