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은행도 고금리 피해자인 이유

🥏 중앙은행도 고금리 피해자인 이유

고금리 2년차에 접어든 현재 세계 주요 자산 가치가 하락한 상태죠. 주가는 물론 집값도 각국이 급락세입니다. 그런데 고금리 정책의 당사자인 전 세계 중앙은행 역시 ‘고금리 부메랑’을 피하진 못하고 있다는 뉴스입니다(🔗관련 기사). 금리 상승 여파로 중앙은행들의 보유 자산도 가치가 크게 하락해 역대급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는 건데요. 특히 스위스 중앙은행인 스위스국립은행(SNB)은 유로화 등 외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환 손실 등으로 작년 한 해만 약 176조원의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캐나다와 스웨덴, 유럽 중앙은행 역시 손실이 예견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한국은행은 괜찮을까요?

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한은의 사정은 조금 다른 이유

금리 상승기에 중앙은행이 손실을 입는 건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중앙은행은 보유 자산을 대부분 안전 자산인 국채로 보유합니다. 그런데 금리가 오르면 국채 가격이 싸지면서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스위스의 경우 여기에 환 손실까지 더해지면서 손실이 유난히 커졌습니다. 스위스 중앙은행이 보유한 채권 대부분이 유로로 표시되는데, 작년 유로 가치가 급락하면서 자국 화폐로 환산했을 때 막대한 환 손실이 발생한 겁니다.

한국은행의 상황은 조금 다릅니다. 한은 역시 채권 가격 하락에 의한 손실이 일부 발생했습니다. 다만, 한은이 보유한 자산은 대부분 미 국채입니다. 작년 역대급 달러 강세로 오히려 환 차익이 생겼습니다. 채권 가격 하락에 의한 손실을 줄이는 효과가 있었죠. 물론 앞으로 중앙은행의 투자 손실을 줄이기 위해선 금리·환율 변동의 위험을 분산해야 할 겁니다. 하지만 국채와 반대로 움직이는 안전 자산을 찾기가 쉽진 않아 보입니다.

손석우
경제 평론가·건국대 행정대학원 겸임교수·요즈마인베스트먼트 파트너

비단 중앙은행만의 문제일까?

2020년 한국은행도 환 손실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한은이 10년간 35조4000억원의 환 손실이 생겼는데도 손익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논란이었죠. 스위스은행의 대규모 환 손실 사례가 비단 중앙은행들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어 걱정됩니다. 정책 기능을 담당하는 국책 은행과 공공 기관들 중 해외 채권과 주식 등을 다량으로 보유한 곳이 많습니다. 이들이 환 손실에 노출되지 않았을까 우려됩니다.

김성순
단국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악순환 고리 끊어야!

연쇄적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스위스 중앙은행의 손실은 <인플레 → 금리 상승 → 채권 가격 하락 → 자산 손실 → 적자·부채 증가>의 매커니즘입니다. 적자 폭이 더 커져 중앙은행 신뢰도 자체가 저하되기 전에 악순환을 끊어낼 방책이 필요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제 인플레가 정점을 지나 진정되는 단계에 접어들었단 점입니다. 금리 상승이 미치는 부정적 경제 여파를 감안해 각국 중앙은행은 향후 금리를 조금 더 탄력적으로 조절해 자산 가격 하락을 막아야 합니다.

💸 빅테크가 쉽게 돈 버는 시대는 끝났을까?

올해 빅테크 기업들이 전례 없는 타격을 받을 거란 외신 보도가 나왔습니다(🔗관련 기사). 빤한 이유인 경기 침체뿐 아니라 규제 강화란 요인이 빅테크의 발목을 거세게 붙잡을 것이기 때문이라는데요. 그간 빅테크들은 글로벌 수요와 코로나 이후 이어진 비대면 산업 호황으로 막대한 이익을 누려왔는데요. 작년부터 이어진 고강도 금리 인상으로 경기 침체가 현실화되면서 가장 큰 수익원인 광고 매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여기에 정보 보호 이슈가 확대되면서 개인 정보 규제 등도 강력해지는 흐름입니다. 규제에 상대적으로 자유롭던 미국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이 이슈를 거론하며 빅테크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빅테크가 쉽게 돈 버는 시대는 지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준희
법무법인(유) 율촌 파트너 변호사·e-Biz & Fintech Team Lead

비판에 그치지 말고 실제 돌파구 찾아야

사실 빅테크 규제 강화 흐름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유럽은 개인 정보 보호와 불공정 행위 규제 등의 목적에서 일찍부터 입체적이고 고도화된 체계를 도입했고 그 흐름이 현재까지 이어지는 중입니다. 행정 규제보다 집단 소송이 활성화된 미국에서도 가짜 뉴스 규제 필요성 등은 계속 제기돼 왔죠. 이 같은 규제 강화 움직임이 빅테크 견제 효과로 이어진 것도 사실입니다. 경기 침체에 허덕이던 빅테크들, 빅테크를 꿈꾸는 신산업 기업들은 이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또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 거죠. 단순히 규제 혁파를 외치거나 규제 허점을 이용하는 전략만으론 부족할 거예요.

강승희
퀀트 트레이딩 스타트업 Teyvat Labs 대표

새 수익 모델 찾아야죠

빅테크는 새 수익 모델을 찾아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빅테크 수익의 원천은 데이터를 이용한 광고와 기업 매출이었습니다. 특히 메타 등 SNS를 기반으로 한 빅테크 기업은 광고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규제 강화로 고객 데이터 이용이 어려워지면서 자연스레 광고 매출은 감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는 웹 3.0 시대라고 합니다. 웹 2.0이 네티즌이 적극 참여해 정보를 만들고 공유하는 사회였다면, 웹 3.0은 엄청난 양의 정보 중 내가 지금 필요한 정보만을 추출해 보여주는 맞춤형 웹의 시대입니다. 데이터가 중요하기 때문에 모든 데이터에 소유권과 가격을 책정하게 되는데요. 그럼 빅테크가 전처럼 무료로 데이터를 수집하기 어려워집니다. 장기적으로도 데이터를 이용한 광고 매출을 올리기 쉽지 않을 거란 의미입니다.

손기정
리테일테크 스타트업 지오코리아 대표

가짜뉴스 등이 확산한 여파도 있어요

현재 빅테크 위기론에는 미국 사회의 특수성도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트럼프는 대놓고 빅테크 기업에 반감을 드러냈었죠. 새 이민 정책을 통해 실리콘밸리에 근무하는 이민자 혐오와 대결 구도를 자극했습니다. 이후 가짜뉴스가 SNS로 빠르게 퍼지면서 상대적으로 실리콘밸리에 우호적이었던 민주당 내부에서도 빅테크와 그들의 플랫폼에 우려가 커졌습니다.

미국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유럽, 아시아에선 빅테크 기업의 영향력과 시장 잠식 공포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독과점 우려도 커지면서 보조금을 지급해 자국 기업을 육성하는 이른바 ‘기술 민족주의’도 생겨나고요. 글로벌 빅테크를 겨냥한 강한 압박은 당분간 지속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