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평판 관리 가장 못한 기업은?

💢 2022년 평판 관리 가장 못한 기업은?

리스크 관리

평판이 곧 자산인 시대입니다. 기업 인사 담당자의 59%가 채용 시 평판 조회를 하며 주주들은 투자한 기업의 평판이 떨어지면 자금을 회수해버리죠. ESG 리스크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CSR)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가 주가를 끌어내리기도 합니다. CSR 관련 부정적인 뉴스가 나왔을 때 기업이 평균 7500만달러의 손실을 입었다는 조사 결과도 있을 정도입니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기업이 명성을 쌓는 데 수십 년의 세월이 걸리지만 그것을 무너뜨리는 데는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평판은 한 번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반면 평판을 떨어뜨리는 부정적 정보는 빠르게 공유됩니다.

평판 관리 실패가 기업 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사례로는 불매운동을 꼽을 수 있습니다. 실제 불매운동에 참여하는 소비자들은 증가 추세입니다. 한국행정연구원의 사회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재팬(NO JAPAN) 운동이 일어난 2019년 불매운동에 참여한 사람 비중이 55.8%로 크게 늘었습니다. 개인의 취향과 정치사회적 신념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미닝아웃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이런 추세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2022년 ESG 리스크와 기업 평판

그렇다면 2022년 한 해 동안 어떤 회사들이 평판 관리에 실패했을까요? 트리플라잇 기업부설연구소가 사회(S) 리스크 관련 뉴스 데이터 5만여 건을 분석한 결과, 직장 내 성폭행 이슈가 불거진 포스코는 사건이 일어난 달에 평판이 40%가량 떨어졌습니다. 카카오는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통신 마비로 32%, SPC는 노동자 사망 사고로 6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SPC는 기업 평판 관리에 왜 실패했나?

다만 이 기업들 사이에서도 차이는 있습니다. 포스코는 시기에 따라 평판 추이가 변화하고 있다면, SPC의 평판은 경쟁사 대비 꾸준히 낮은 수준입니다. 그렇다면 SPC의 평판이 하락세에 접어든 것은 언제부터였을까요? SPC의 평판을 되돌릴 수 있었던 골든타임을 찾기 위해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2013년 1월1일부터 2022년 11월25일까지의 뉴스 데이터 4만3475건을 분석했고, 기사가 최소 30건 이상 보도된 ESG 관련 이슈 총 14개를 추려냈습니다. 주요 이슈별로 당시 기업의 대응과 소비자 반응도 함께 들여다봤습니다.

1️⃣ 상생 및 동반 성장: 가맹점 압박하고 원재료 시장 봉쇄

SPC 불매 목소리는 골목 상권에서 가장 먼저 나왔습니다. 2013년 대한제과협회는 파리크라상을 독점 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및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습니다. 파리크라상이 제과점업의 중소기업 적합 업종 지정을 막기 위해 가맹점들을 종용해 시위를 벌이도록 했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SPC 측은 “가맹점주들의 자발적인 행동”이라며 부인했지만, 소상공인단체연합회 등이 불매운동을 예고하자 일주일 만에 적합 업종 지정을 수용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두 달 만에 가맹점에서도 이슈가 불거졌습니다. 당시 파리크라상은 재계약을 앞둔 가맹점 30곳에 점포 확장을 강요하고 인테리어 업체에는 대금을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형태로 지급해 억대 수수료를 물게 해 과징금 5억7200만 원을 부과받았습니다. 2016년에는 조류독감 여파로 달걀 공급 대란이 일자 전사 캠페인으로 전국 마트와 슈퍼마켓의 달걀을 사들이게 한 정황도 공개됐습니다. SPC는 “직원들이 애사심으로 벌인 일이며 수량도 200∼300판밖에 되지 않는다”고 부인했지만, 구체적인 구매법을 지시한 문서 원문이 밝혀져 망신을 샀었죠.

SPC의 상생 이슈는 현재진행형입니다. 2020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SPC 5개 계열사에 과징금 총 647억 원을 부과하고, 허영인 SPC 회장 등 임원과 계열사 3곳을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계열사 간 거래 과정에서 SPC삼립이 사실상 ‘통행세’로 414억 원의 이익을 봤으며 이를 통해 밀가루, 액란 등 제빵 원재료 시장의 진입이 봉쇄돼 중소기업의 경쟁 기반이 침해됐다는 요지였는데요. 해당 수사는 사실상 중단됐다가 SPC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자 작년 11월 검찰이 SPC 본사를 압수수색하며 재개된 상태입니다.

2️⃣ 인권 및 근로 환경: 노사 갈등 장기화와 낮은 인권 감수성

5년간 SPC를 따라다닌 이슈는 인권 및 근로 환경 문제입니다. 민주노총 파리바게뜨 지회는 2017년 파리바게뜨가 협력사 소속인 제빵기사에게 직접적인 업무 지시를 하고 있다며 고용노동부에 고발했습니다. 노동부는 불법 파견과 110억 원의 임금 체불을 인정했고 제빵 및 카페 기사 5378명을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 명령을 냈습니다. 파리바게뜨는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고 법원에 즉시 항고장을 냈다 취소하는 등 저항했지만, 2018년 자회사인 ‘피비파트너즈’를 설립해 전국 제빵기사들을 정직원으로 전환하고 3년 후 사회적 합의 완료를 선언했습니다.

노조는 합의 내용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노조는 2021년 직원들의 노조 탈퇴를 부추기는 노조 탄압과 제빵기사의 처우 미공개 등 혐의로 파리바게뜨를 고소·고발했습니다. 본사 앞 천막 시위가 이어지고 작년 3월에는 임종린 지회장이 53일간 합의 내용 이행을 촉구하는 단식 투쟁을 벌였습니다. 이를 계기로 시민단체들의 불매 운동과 1인 시위가 이어지고 SNS에서도 ‘#SPC불매’ 키워드가 확산되며 대중의 관심도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묵묵부답이던 SPC는 근로자 사망사고 직후인 작년 11월, 사회적 합의 이행을 검증할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노조와 합의했습니다. 5년 만의 응답이었습니다.

언론은 SPC의 낮은 인권 감수성 또한 문제로 지적합니다. 아역 배우를 성인처럼 분장시켜 아동 성 상품화 논란이 불거졌던 배스킨라빈스 광고, 최근 근로자 사망 사고 이후에도 동료 직원들의 트라우마를 고려하지 않고 천 하나로 기계를 가려 공정을 지속하는 식의 대응이 대표적입니다. ESG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여느 때보다 높아진 만큼 기업이 근로자 인권 및 노동권 침해 문제와 개선 요구에 적극 대처하지 않는다면 평판에 미치는 영향은 치명적일 것입니다.

3️⃣ 오너 및 제품 리스크

각계 기업을 괴롭힌 오너 리스크는 SPC도 비껴가지 않았습니다. 2018년 회장의 차남인 허희수 전 부사장은 마약류인 액상 대마를 흡입·유통한 혐의로 구속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허 전 부사장이 구속된 다음 날 SPC는 사과문을 통해 “허희수 부사장을 경영에서 영구히 배제하겠다”고 밝혔지만, 3년 만인 2020년 그를 계열사인 섹터나인의 책임 임원으로 복귀시켰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과거 경영 성과를 바탕으로 복귀를 결정했다”고 언론에 설명했습니다. 스스로 낸 재발 방지책을 어겼지만, 그룹 차원의 해명이나 양해 메시지는 없었습니다.

식품 기업에 치명적인 제품 리스크도 있었습니다. 2021년 한 내부 제보자는 던킨도너츠 안양 공장의 비위생적인 환경을 촬영해 언론에 제보했습니다. 도너츠 반죽에 기름방울이 떨어지고, 튀김기에서 검은 물질이 묻어나오는 충격적인 영상이었습니다. 관계사인 비알코리아는 기사가 공개된 다음 날 대표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한편 “조작된 영상”이라며 제보자에 대한 수사를 경찰에 의뢰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어 식약처는 던킨도너츠 4개 공장에서 식품위생법 위반 사항을 적발했고 영상 조작 여부는 아직 밝혀진 바 없습니다.

10년간 SPC의 ESG 이슈 타임라인에는 이슈를 막론하고 ‘지켜지지 않는 약속’ ‘이행되지 않는 보상’이 반복해서 나타나는 모습입니다. 제빵기사 처우 개선(2017년), 부사장 경영 배제(2018년), 노조와의 사회적 합의(2021년) 등 굵직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 모습이 반복되면서 기업에 대한 대중의 평판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기업 평판, ESG 임팩트 관리부터 시작하라

2022년 화두가 된 기업 이슈와 해당 기업 평판을 분석한 결과, 포스코는 다양성 부재로 인한 기업 문화 관리, SPC는 노동자 인권 존중 및 산업 안전 관리 면에서 ESG 리스크 관리에 실패했음을 확인했습니다. 사건의 역사를 살펴보면 작년 각 기업 평판에 영향을 끼쳤던 사건과 관련된 ESG 이슈들은 이미 기업 내부적으로 그 위험을 인지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즉, 기업이 ESG 리스크를 발견했음에도 개선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죠.

다만 기업에 따라 평판의 하락 폭에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기업 평판은 기본적으로 기업이 오랫동안 수행한 활동에 토대를 둔 가치 판단 체계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SPC 사례를 보면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지난 1년간 SPC에 대한 대중의 평판은 0.38점으로 오리온(0.81점), CJ(0.85점) 등 경쟁사보다 현저히 낮습니다. 분석 기간을 3년으로 늘려보면, 특히 작년부터 부정적 평판이 쌓이고 있습니다.

이는 2013년부터 지난 10년간 다양한 ESG 이슈 관련 부정적 평판이 누적되다가 10월 노동자 사망 사건이 소비자 불매 운동의 기폭제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ESG 리스크를 방치하면 기폭제가 되는 사건이 터졌을 때 기업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기업이 ESG 리스크를 발견했을 때 개선책을 즉각 수립하고 실행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다. 스타벅스의 유명한 위기관리 사례는 평판 관리의 정석으로 통합니다. 2018년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흑인 남성 두 명이 음료를 주문하지 않고 화장실 사용을 문의하자 매장 직원이 이를 거절하고 경찰에 신고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해당 사건은 인종차별 논란과 함께 비판 여론이 거세게 퍼져나갔습니다.

당시 스타벅스 회장이었던 하워드 슐츠와 케빈 존슨 CEO는 피해자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했습니다. 슐츠 회장은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하고 그대로 실천했습니다. ‘음료값을 지불하지 않아도 고객에게 화장실을 개방하겠다’고 약속했고 사고 발생 두 달 뒤에는 미국 매장 8000여 곳의 문을 닫고 17만 명이 넘는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반(反)편견 교육을 실시했죠. 

이처럼 평판 유지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ESG 관리가 필요합니다. 기업 평판은 단 하나의 사건으로 형성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꾸준히 관리한 좋은 평판은 기업에 위기가 발생했을 때 완충재 역할을 할 것입니다. 지금, ESG 임팩트 관리를 시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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