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의 ‘조용한 퇴직’을 막을 비법?

📋 MZ의 ‘조용한 퇴직’을 막을 비법?

사무실에서 일하는 모습

요즘 기업의 가장 큰 고민은 MZ세대의 대퇴사 현상입니다.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를 경험한 직원들이 더 나은 근무 환경을 가진 회사에서 일하고자 재택근무를 허용하는 기업으로 이직하는 사례가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조직에 남은 MZ세대에는 더 심각한 문제가 생겼습니다. 바로 조용한 퇴직입니다.

조용한 퇴직이란 주어진 업무 이상으로는 일하지 않고, 언제라도 퇴사할 수 있단 마음으로 일하는 소극적인 업무 태도를 말합니다. 조용한 퇴직의 이유는 복합적일 수 있습니다. 동료들은 잘만 이직하는데 자신은 못 하는 것에 대한 불만일 수도 있고, 회사가 재택근무를 핑계로 이전의 복지를 제공하지 않아 생긴 아쉬움일 수도 있습니다. 팀에 인원이 부족해 야근하며 버티고 있는데 충원을 안 해주는 것에 대한 반발일 수도 있죠. 다양한 원인에 대한 MZ세대의 소심한 반란이 조용한 사직 현상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기업의 존재 목적을 담당하는 ‘CPO 부서’의 등장 

요즘 글로벌 회사에서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CPO(Chief Purpose Officer)라는 직책을 만들었습니다. 이들이 관장하는 PD(Purpose Department)라는 부서도 생겼죠. CPO는 조직의 존재 목적과 회사가 가진 경쟁 역량을 바탕으로 미래 성장 기반을 조성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이때 경쟁 우위를 확보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상수로 취급됩니다. 회사가 고객에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이 목표를 왜 달성해야 하는지’를 증명하는 일이 바로 변수가 되죠. 기업 경영의 지평이 목표 달성을 넘어서 존재 목적을 증명하는 것으로 변화한 것입니다.

CPO는 회사가 약속한 목적을 제품(product)과 종업원(people), 과정(process), 성과(performance), 포트폴리오(portfolio)로 인용되는 5P에 끼워 넣는 작업을 합니다. 단순히 회사의 목적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목적을 회사의 모든 과정과 제품·사람 속에 녹DK들게 하는 것입니다. 회사를 ‘목적이라는 열매를 산출하는 과수원’으로 가꾸는 일을 하는 셈입니다.

CPO는 미래 전략과 함께 MZ세대를 위한 새로운 HR 전략도 수립합니다. 그 과정에서 회사가 가장 먼저 손을 보고 폐기하는 정책이 바로 워라밸입니다. 워라밸 정책이 직원을 일과 과정으로 분절시키는 주범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한 시간을 일하더라도 쪼개지지 않은 온전한 자신으로 일하는 심리적 계약을 강조합니다. 이를 통해서만 존재 목적을 성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이런 회사의 경영자들은 직원들에게 회사를 위해 일하지 말고 회사를 이용해 자신의 성공을 최대한 증명하라고 강조합니다. 물론 이는 조직 구성원들이 기업의 존재 목적에 대한 믿음을 공유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겠지만요.

‘전문가의 놀이터’로 일터를 설계하라 

그렇다면 직원들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일터를 설계해야 할까요? ‘전문가의 놀이터’처럼 일터를 만드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전문가의 놀이터란 전문가들이 안심하고 학습과 성장을 경험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전지대를 말합니다. 

물론 어린이들의 놀이터와는 다릅니다. 전문가의 놀이터에서는 일을 통한 성장 체험을 제공합니다. 소위 ‘넷플릭스 원리’라고 알려졌는데요. 이미 구글과 아마존, 사우스웨스트항공, 홀푸드 등 목적 지향의 조직에서 오래전부터 시행하고 있는 조직 설계의 원리입니다.

핵심 원리는 조직이 정한 사명과 목적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업’의 개념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이를 울타리로 두고 놀이터를 설계한 뒤, 구성원들은 이 울타리 안에서 마음껏 실험하고 실수하고 일을 통해 성과를 내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구성원들은 조직의 사명을 달성하기 위해 직무를 넘어 자신이 수행해야 할 역할을 스스로 만들어 냅니다.

이 과정에서 구성원들은 성장을 체험하고, 자연스레 전문성을 기를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공정한 보상 역시 받을 수 있겠죠. 보상과 성장은 놀이터라는 발전소를 돌리는 연료가 됩니다. 보상이 밖에서 주어지는 연료라면, 성장은 스스로 자가발전을 일으키는 연료죠. 전문가의 놀이터를 운영하는 일터는 항상 활력이 넘치게 됩니다. 번아웃은 다른 조직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가들의 놀이터는 동양고전 <예기>의 학기 편에 나오는 ‘경업락군’의 원리와도 같습니다. 경업은 자기 일을 업으로 승화시킨다는 뜻이고, 락군이란 많은 사람과 함께 즐거워할 수 있는 최적화가 달성된 상태라는 뜻입니다. 즉 구성원들이 자기 일을 업으로 승화시키게 된다면 조직 전체가 최고로 행복한 상태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죠.

경업락군은 회사가 종업원들에게 업의 울타리를 제공할 수 있을 때만 가능한 일입니다. 직원들이 자신의 일을 업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도 회사가 목적이라는 울타리를 제공해주지 못하면 구성원들의 노력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단기적 성과를 내더라도 그 성과가 장기적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도 리더가 경업락군의 조건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락군의 상태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회사가 구성원에게 비전과 가치를 제공해야 합니다. 또 구성원들이 목적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자기 일을 업으로 승화시킬 때만 락군의 상태가 만들어집니다. 모든 것들이 최적화되어 즐거워할 수 있게 되는 거죠. 락군, 즉 집단적 낙관상태란 전체의 수준에서 일이 최적화된 상태를 뜻합니다.


조용한 퇴직을 막기 위한 방법

그렇다면 회사가 구성원들에게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전지대의 울타리를 제공해주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요? 직원들은 나름의 안전지대를 마련하기 위해 동굴을 파고 숨는 모습을 보입니다.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장소를 스스로 마련하는 것입니다.

구성원들이 동굴을 파고 숨어버리면 조직의 성공을 위해 협업하기는 것은 더욱 어려워집니다. 개인이 동굴을 만드는 것을 넘어 각 부서가 협동해 동굴 속에 숨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이러한 회사는 곧 조직 내 다른 부서와 소통을 거부하는 사일로 현상이 극에 달하게 됩니다. 동굴과 동굴 사이에 서로 연결되는 통로가 없다면 일이 제대로 되지 않겠죠.

이들이 동굴 속에 숨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리더가 자신들만의 피신처인 심리적 안전지대를 제공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죠. 도피해 있는 구성원들에게 생산적인 안전지대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회사의 미래를 기대하기는 힘들 겁니다. 진성 리더의 역할은 바로 조금이라도 더 생산적인 심리적 안전지대를 만들어 구성원들을 동굴 밖으로 나오게 하는 거죠. 전문가의 놀이터가 그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는 거고요.

조용한 퇴직은 기업이 자신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고, 구성원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입니다. 직원들이 지금 당장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자신이 일하는 시간과 기여에 대해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한 거죠. 기업의 존재 목적을 증명하고 구성원들이 마음껏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준다면, 조용한 퇴직을 막을 수 있을 겁니다. 아, 물론 그에 맞는 보상과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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