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금리 2년차에 나타나는 현상들?

🧮 고금리 2년차에 나타나는 현상들?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금리 인상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2023년에도 금리가 기대만큼은 안정되지 못할 거라는 예상이 담긴 신호들이 자주 포착되고 있습니다.

시장 금리가 다시 오르고 있다 : 일단 장기물 금리가 단기물 금리보다 낮은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해소되고 있습니다. 장기물 금리가 최근에 다시 오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올해 인플레가 중국의 리오프닝에 따라 더 강해질 수 있다는 불안이 반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 링크로 걸어드린 뉴스에 인용된 3년 만기 국채 금리와 10년 만기 국채 금리 추이를 보시면 최근 장기 금리 상승세를 보실 수 있습니다(🔗관련 기사). 지난달 중순쯤부터 금리가 장기물을 중심으로 다시 오르고 있습니다.

장기물 금리가 오른다는 말의 의미는 <시장이 앞으로 고금리가 좀 더 이어지거나 금리가 아예 더 올라갈 가능성을 점점 높게 본다>는 뜻입니다.

내년은 ‘고금리 2년차’로 접어드는 해라서 고금리 부작용들이 더 자주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인플레가 무서운 진짜 이유는 <물가 상승> 그 자체보단, <물가 상승에 따라 올라간 금리를 경제 주체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시기가 곧 도래한다>는 겁니다. 물가가 하락하더라도 한 번 올라간 금리는 물가만큼 빠르게 내려오기 어렵습니다. 때문에 물가보다 금리가 높은 고통스러운 시기가 존재할 수 밖에 없어요. 물가가 좀처럼 안 내려가 그 고금리 시기가 길어지면 지난 ‘고금리 1년차’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던 일들이 자주 눈에 띄게 될 것입니다.

고객을 차버리는 카드사들?! : 카드사들이 카드 사용 한도를 경쟁적으로 축소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은 그래서 꽤 눈길을 끄는 뉴스입니다(🔗관련 기사). 고금리가 장기화되면서 경기가 침체되고 그 결과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집단이 늘어나고 있어서, 자칫하면 카드 대금도 연체할 가능성이 높다고 카드사들이 판단했다는 뜻입니다. 고객의 카드 사용 한도를 집단적으로 축소한다는 건 더 필요하면 다른 경쟁 카드사의 카드로 결제하라는 일종의 ‘고객 차버리기’ 행위입니다. 그만큼 이만저만한 비상상황이 아니면 선택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이렇게 대출 축소가 시작되면 저신용 고객들은 대출 한도가 살아있는 금융 회사들로 움직이게 됩니다. 그럼 가만히 있던 금융 회사들도 덩달아 대출 한도를 축소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고금리 2년차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으로 고금리 부작용이 여기저기 나타나는 걸로 해석됩니다.

미국에서도 ‘고금리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이냐’는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연준은 올해도 금리가 꽤 높은 수준(5.125%)까지  올라갈 거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장에선 연준의 그런 메시지를 일종의 꼼수나 허풍으로 판단하고 채권 시장은 올해 금리 고점을 5% 미만으로 베팅하고 있습니다(🔗관련 기사).

‘양치기 소년’이 돼버린 연준 : 요즘 연준은 시장에서 ‘양치기 소년’ 같은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연준은 그간 금리가 별로 오르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다가, 생각보다 인플레 폭과 기간이 길어지면서 금리를 강하게 올리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시장 신뢰를 잃었습니다. 연준의 예상과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이 다른 까닭은 시장에서 연준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는 탓입니다.

미래는 연준이 아니라 그 누구도 어차피 알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시장이 연준의 경고를 ‘허풍’으로 간주하는 배경은 뭘까요? 시장의 생각은 다음과 같습니다. [연준은 1️⃣ 물가가 곧 잡힐 거라 했다가 안 잡혀서 금리를 계속 올려야하는 상황과 2️⃣ 물가가 잘 안 잡힐 거라고 겁을 줬다가 물가가 안정돼 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되는 상황, 이 둘을 놓고 고민했을 것이다. 고민 끝에 2번이 차라리 정치적으로 부담이 덜하다고 판단했을 거다]

‘양치기 소년’의 경고가 맞게 된다면? : 문제는 연준의 경고가 우연이든 아니든 맞아떨어졌을 때 나타날 충격입니다. 시장에선 슬슬 그 가능성도 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움직임은 슬금슬금 올라가는 금리로 나타납니다. 실제로 다음 링크에 걸어둔 뉴스를 보시면 우리나라 채권 시장에서 이번달(1월) 금리가 오를 거라고 응답하는 채권 전문가들의 비율이 한달 전(25%)보다 더 높아진 38%로 조사됐습니다(🔗관련 기사). 이런 뉴스들이 의미하는 건 ‘내년 물가와 금리 상황을 예측하는 건 전문가들도 매우 힘들어하는 과제이고 그 예측 결과조차 매월 시시각각 달라지는 중이란 사실’입니다.

한은 총재 신년사에 담긴 의미는 : 어제 한국은행 총재는 신년사에서 ‘올해는 금리 인상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물가·경기·금융 안정 간 상충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며 정교한 정책 조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신년사 전문). 키워드는 ‘상충’과 ‘조합’이고, 이 말을 좀 쉽게 풀어보면 이런 의미입니다.

“금리는 작년에 많이 올렸지만 그 충격은 올해 더 크게 나타날 겁니다. 고금리 1년차보다 고금리 2년차가 더 무서운 거예요. 그렇게 경기가 충격을 받으면 금리를 내리면 되겠지만, 문제는 물가가 계속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있으니 금리를 쉽게 내리기도 어려울 것이고 어떤 장단에 맞춰 금리를 정해야 할지 혼란스럽게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금리는 올리더라도 고금리 피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정부가 다른 정책으로 보강하고 대응하는 콤비 플레이가 필요합니다. 금리는 올려도 문제, 내려도 문제라서 금리 말고 다른 정책을 잘 만들어야 합니다. 물론 어려운 문제죠.”

그래서 결론은 <1️⃣ 2023년 금리와 물가 수준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고 있지만 좀 길게 보면 안정될 것을 예상하는 쪽이 많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물가와 금리가 상승할 수도 있다는 쪽이 늘어나고 있다. 2️⃣ 이렇게 예측이 서로 충돌하면 시장에서 형성되는 금리는 당분간 크게 하락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 결과 고금리 2년차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큰데 취약한 부분부터 그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다. 이미 슬슬 그런 조짐을 보이고 있다>입니다.


📉 약해지는 美 인플레 방지법, 탈세계화는 기우?
오늘의 이슈

완화되는 미국 인플레 방지법 : 미국에서 조립되지 않은 한국산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인플레 방지법(IRA)이 세부 내용에서 그 규제 강도가 다소 완화되는 신호가 나오고 있습니다(🔗관련 기사). 미국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전기차가 아닌, 리스 업체나 렌트카 회사에 판매하는 전기차는 미국 제조가 아니어도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입니다.

미국에서 제조하지 않은 전기차는 이제 리스 회사나 렌트카 회사로 몰려가게 될 거라서, 그곳에서의 판매 경쟁도 종전보다 훨씬 치열하겠지만 숨통은 트인 셈입니다. 이런 변화는 우리나라 자동차 업체들에도 좋은 소식일 수 있습니다만, 미국 IRA의 매우 비현실적인 미국 중심 생산 계획이 슬슬 그 세부 사항에서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고 변화하고 있는 신호로도 읽힙니다.

탈세계화, 현실화는 어렵다? : 이런 사례들이 좀 더 추가된다면 큰 흐름을 다시 읽어야 할 수도 있겠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거래를 단절하고 미국은 미국 중심의 제조와 무역 생태계로, 중국은 중국 중심의 국제 관계 시스템으로 서로 대립하게 될 거란 탈세계화 전망이 실제 현실에서 구현되기엔 여러가지 한계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 놓치면 아까운 소식

> 계묘년, 주목할 경제 이슈 7가지 총정리 :  올해 도입되거나 변화하는 몇가지 경제 이슈들이 있습니다.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우선 1️⃣ 최저 임금이 처음으로 월 환산 200만원을 돌파합니다. 올해 최저 시급이 9620원으로 오르는데, 이 기준 한달 임금은 201만원 수준입니다. 2️⃣ 군인 월급도 오릅니다. 병장은 100만원, 상병은 80만원, 일병은 68만원, 이병은 60만원으로 뜁니다. 3️⃣ 올해부터 1가구 2주택자도 중과세율이 아닌 일반세율로 종부세를 냅니다. 종부세 기본공제 금액도 기존 공시지가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됩니다. 1가구 1주택자는 12억원까지 공제되고요. 4️⃣ 소득세도 조정됩니다. 6% 세율이 적용되는 소득세 과표 1200만원 이하 구간을 1400만원 이하로 200만원 상향합니다. 15% 세율이 적용되는 1200만∼4600만원 이하 구간은 1400만∼5000만원 이하로 400만원 오릅니다. 5️⃣ 기업들의 법인세율은 과세표준 구간별로 1%p씩 인하됩니다. 6️⃣ 영유아 양육 지원을 위한 ‘부모 급여’가 도입됩니다. 만 0세 아동 양육 가구엔 월 70만원, 만 1세 아동 양육 가구엔 월 35만원을 지급한다. 7️⃣ 올해부턴 대학 신입생 입학금이 완전히 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