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가, 생각보다 더 빨리 잡힐 이유(feat.집값)

🏘📉 물가, 생각보다 더 빨리 잡힐 이유(feat.집값)

집값이 떨어지면 인플레를 잡는 데 도움이 될까요, 방해가 될까요?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도움이 됩니다(🔗관련 기사). 최근 미국의 집값 하락이 심상찮아지면서 인플레 둔화 속도가 이전보다 빠르게 가속화될 거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 주택 시장은 2007∼2009년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됩니다. 30년 고정 주담대 평균 금리가 지난 3월 4%대에서 이번 가을 7%대까지 치솟았습니다. 지난달 기준 미국인들이 매달 갚아야 하는 모기지 상환액이 연초 대비 43%나 급등했다고 합니다. 씀씀이가 줄어드는 건 당연지사인데요. 실제로 주택 시장은 미 소비자물가지수(CPI)의 3분의 1, 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 지수의 6분의 1을 차지합니다. 인플레는 이제 훨씬 빠르게 잡히게 될까요?

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집값 떨어져도 한계는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미국의 주택 가격은 유례가 없을 정도로 급등했어요. 초저금리로 돈의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이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서브프라임 사태와 비교해보죠. 미국 연방주택금융청이 발표하는 주택가격지수는 2003년 1월 168에서 2007년 1월 225로 4년간 약 34% 상승했어요. 헌데 이 지수는 2020년 4월(285)에서 올해 6월(398) 사이에 40%가 상승했어요. 불과 2년 만에 말이죠.

초저금리덕에 급등한 집값이니 금리가 오르면 하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하락 폭도 클 것 같아요. 미국에서 집값은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집값 하락은 인플레 압력 완화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최근 원자재 같은 공급 측면 인플레 압력이 완화됐는데, 집값도 하락하면 내년 인플레는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할 수 있어요.다만 임금이 문제입니다. 임금은 기름·주택과 달리 하방 경직성이 높아 가격이 잘 안 떨어져요. 더구나 미국의 노동 시장은 공급이 부족해 임금 상승을 부추기고 있죠. 여기다 글로벌 공급망이 분절화되면서 제조 원가가 높아져 지속적인 인플레 압력으로 작용할 것 같습니다. 종합적으론, 집값이 하락해 인플레가 낮아져도 연준의 목표 수준(2%)보단 높은 3~4% 수준에서 머물겠습니다.

김성순
단국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인플레 잡힌다고 마냥 좋아할 일인가요

급속도로 부동산 경기 침체가 찾아오고 이와 더불어 주택 수요가 감소하는 건 물론, 리모델링·이사·가전 수요도 함께 줄어 그 영향이 클 겁니다. 때문에 인플레 하락에 큰 도움을 줄 거라고 봐야죠. 하지만 경기 침체를 수반하는 거니까 이에 따른 희생과 대책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이번 주택 시장 침체는 2007~2009년 금융위기와 같은 혹독한 침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인플레가 억제된다고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닙니다.

한편 경제 주체들이 경기 침체를 전망하면서 스스로 투자·소비를 줄이게 되면 추가 긴축 없이도 물가를 잡고 고용도 둔화할 가능성이 있어요. 다만 시간은 좀 걸리겠죠. 연준은 과도한 금리 인상은 자제하겠으나, 내년 말까진 고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 같습니다.

🤬 임대사업자들이 요새 뿔난 이유?!

정부가 2년 전 폐지했던 아파트 등록임대 제도를 부활시켰습니다. 아파트를 10년간 장기 임대할 때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수 있게 해 종부세 합산 배제, 양도세 중과 배제 등 세제 혜택을 주기로 한 겁니다(🔗관련 기사). 다주택자의 주택 매수 심리를 살리고, 시장에 안정적인 주거 물량을 공급하기 위해서인데요. 이를 두고 다세대와 다가구, 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 임대사업자들 사이에선 차별이라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습니다(🔗관련 기사).

비아파트 임대사업자들은 보증보험 가입과 사업자 말소 조건 등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보증보험에 가입하려면 은행 대출과 임대보증금 합이 주택 가격을 넘으면 안 됩니다. 하지만 비아파트는 아파트보다 공시가격이 낮아 애초에 보증보험이 불가능한 곳이 많습니다. 게다가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못해 임대사업을 접으려고 해도 임대 기간 안엔 폐업이 안 됩니다. 2년 전 정부가 아파트 장기 매입임대 제도를 폐지할 때는 해당 사업자들이 자진말소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해줬던 만큼, 비아파트 임대사업자들에게도 자진말소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고재성
이알에이코리아리얼티 부장

자진말소 허용? 명분 부족!

비아파트 소유자들의 바람처럼 자진말소 허용을 얻어내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등록임대는 임대료를 5% 내에서만 올릴 수 있습니다. 최근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가 연 5%를 초과하는 상승률을 보이며 오른 지역이 많았던 것을 고려하면, 등록임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월세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게 됐습니다. 이는 곧 임대차 시장 안정을 위해 등록임대 물량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정부가 임대사업자의 자진말소를 허용키 어려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정부가 아파트의 10년 장기 등록임대를 허용하려는 이유는 아파트 매수세를 살려서 가격 경착륙을 방지하려는 측면이 큽니다. 가격 급락을 막으려는 것입니다. 때문에 등록임대 자진말소를 금지에서 허용으로 전환하기에는 여전히 명분이 부족해 보입니다.

이동윤
신한금융그룹 해외부동산투자 수석매니저

비아파트 임대사업자 위한 인센티브 나와야

대한주택임대인협회에 따르면, 재작년 말 전국 민간 등록임대주택 중 아파트 비중은 약 16%에 불과합니다. 아파트가 주택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감안한다면 생각보다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사에서 언급된 것처럼 비아파트를 소유한 임대사업자들이 느끼는 허탈감은 더 클 수밖에 없을 겁니다. 

정부가 주택 임대사업자를 공식적으로 등록시키고 양성화하는 주요 이유는 안정적인 주거 공간을 제공하는 데 정부 역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입니다. 또한, 상대적으로 약자인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목적도 있죠. 때문에 더욱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다세대 혹은 다가구 주택과 같은 비아파트 임대 주거에 대한 관심과 제도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물론 지금 같은 아파트 거래 빙하기를 돌파하기 위해 정부가 이런 혜택을 내놓은 것도 이해는 됩니다. 아파트가 부동산 시장, 나아가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죠. 하지만, 제도 적용의 형평성을 위해서, 그리고 임차인 보호를 위해서 비아파트 임대사업자들을 위한 인센티브 혹은 정책이 필요할 겁니다.

🍃 뉴욕 증시 이끌던 스팩 열풍도 끝났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뉴욕 증시를 이끌던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열풍이 사실상 끝났다는 소식입니다. 스팩은 비상장 우량기업을 발굴해 인수합병을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페이퍼 컴퍼니입니다. 공모 방식으로 신주를 발행해 투자 자금을 모아 상장한 후, 정해진 기한 내 비상장 우량 기업을 합병하는 게 목적입니다. 

기업공개(IPO) 열풍이 불면서 스팩 역시 크게 인기를 끌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미국에서만 약 300개 회사가 스팩을 통해 상장했는데요. 올해 고금리, 경기 침체 우려로 주식 시장이 급격히 침체되면서 스팩의 인기도 사그라들었습니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비상장사를 합병해 증시에 상장시켜야 하는데, 인수 대상을 찾는 것도 어려워졌기 때문이죠. 

최근에는 정해진 기한(2년) 안에 합병 대상 기업을 찾지 못해 청산 절차를 밟는 스팩이 급증했다고 합니다. 올해 스팩 설립을 주도한 곳들이 입은 손실도 11억달러를 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관련 기사). 대다수 스팩의 2년 시한이 내년 상반기에 몰려 있어 앞으로도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전망입니다.

김성순
단국대학교 무역학과 명예교수

스팩 규제도 영향을 줬네요

스팩의 핵심은 빠른 우회 상장입니다. 통상적인 IPO보다 절차가 간단합니다. 2년 내 합병 대상 기업을 못 찾더라도 초기 발행 금액 수준으로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이점도 있고요. 그러나 이제 열풍이 사그라들게 됐네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내놓은 새로운 신주 인수권 회계 처리 기준을 강화하는 규제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스팩의 대차대조표에서 자본으로 분류되는 신주 인수권을 특정 상황에서는 부채로 인식해야 한다고 회계 지침을 변경한 겁니다. 그럼 기업 재무제표가 나빠져 투자 유치가 힘들어집니다. 때문에 스팩 거래가 현재 중단된 것이나 마찬가지가 됐습니다. 청산 절차에 합류하게 되면 스팩 붐을 주도했던 투자자들에게 상당한 손실과 타격을 줄겁니다.

물론 빠른 성장을 돕는 스팩 거래는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믿는 한 여전히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적 없이 기대만으로 주가가 높아지는 건 버블과 같은 움직임으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게 페이퍼 컴퍼니인 스팩의 한계라고 볼 수 있어요.

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정상적 경제 상황이면 현재 고금리 아냐!

2020년 코로나 사태로 제로금리가 시행되면서 경기 침체에도 자산 가격은 폭등했죠. 기업공개(IPO)도 줄을 이었습니다. 상장 요건을 제대로 못 갖춘 회사도 스팩을 통해 우회 상장할 수 있었죠. 매출이 없고 이익은 안 나도 미래 기대수익을 기반으로 상장만 시키면 투자할 자금은 넘쳐났습니다. 마치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 이전에 모기지 파생 상품 시장과 흡사했어요. 신용 등급이 낮은 서브프라임 대출 상품을 엮어서 MBS, CDO, CDS 등 온갖 파생 상품을 만들어내면서 시장은 이를 소화해냈습니다.

사람들은 현재 금리 수준을 고금리라고 합니다. 하지만 정상적인 경제 상황이라면 적정 금리에 가깝습니다. 인플레가 목표 수준(2%)에 가깝고 경제가 잠재 성장률로 성장한다면 기준금리는 3~4%가 적정하거든요. 우리가 현재 금리를 높다고 느끼는 건 과거 초저금리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초저금리는 비정상적 상황에서 취해진 특단의 조치입니다. 시장은 더이상 저금리에 의존한 자산 가격 상승에 기대하기보다 매출과 이익 창출에 기반한 기업 가치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