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만에 매출 20배! 이 회사의 비결은?

💄 6년만에 매출 20배! 이 회사의 비결은?

조직구조

기능성 메이크업 제품에서 기초, 뷰티 디바이스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글로벌 뷰티 기업 VTPL은 작년 기준 합산 매출액 400억원, 수출액 1200만 달러를 달성하며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데요. 5년 만에 10배, 6년 만에 20배 매출 성장을 이뤄낸 배경에는 이 기업의 남다른 조직구조가 있었습니다. 1인 창업으로 시작해 회사 설립 10년 만에 화장품 업계 강소기업으로 성장한 VTPL만의 비결을 이수연 VTPL 최고운영책임자(COO)에게 들어봤습니다.

조직구조는 구성원의 연결고리

먼저 조직구조란 조직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성해둔 일의 체계와 틀을 의미합니다. 크게 일의 흐름, R&R과 의사결정의 레이아웃, 나와 동료의 역할 인식으로 요약할 수 있죠. 예를 들면 우리 회사에서 일이 어떤 프로세스로 진행되는지, 누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책임을 누가 지는지 등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좀더 구체화해 보면 조직구조는 CEO 이하 경영진과 관리자, 구성원에 이르기까지 각 직무별·조직별로 맡고 있는 R&R이자 이들의 연결 정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기업도 아닌 스타트업에서 명확한 R&R을 정립하자는 주장을 부정하는 이들이 많은데요. 이는 R&R이 조직의 유연성과 속도를 저해한다는 인식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R&R이 꼭 정형화·경직화를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일과 역할을 선명히 하는 도구로 이해하면 조직구조 개선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은 R&R이 불분명하고 사각지대도 많습니다. 때문에 포괄적으로 업무를 나누되 각 구성원들의 업무와 책임, 각 업무에 대한 기대치 등을 구성원 모두와 공유하겠다는 목표로 접근해야 합니다. 의사결정의 레이아웃을 정립할 때 역시 ‘문서화’만을 좇지 말고, 의사결정 프로세스와 관련해 모든 구성원들이 하나의 이미지를 형상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How to 대신 What에 집중하기

우리는 흔히 ‘이런 것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른 회사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와 같은 어떻게(How to)에 치중합니다. 이는 ‘어떤 집을 지을 것이냐’는 고민 없이 가구부터 들이는 것과 같습니다.

일로 보면 ‘To do list’식 업무 나열이 되어버리는 거죠. 대부분 새로 만들어야 하는 스타트업에서는 자칫 실체 없는 집에서 의자를 어떤 모양으로 만들어야 하는가에만 집중하게 만들고, 가구를 만들고 나르기 위해 인력만 계속 채용하게 만들어 버리기도 합니다. 정작 집을 그리고 뼈대를 세우는 일은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죠. 그래서 ‘How to’보다는 ‘What’에 집중할 것을 추천합니다.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를 뜻하는 ‘Why(왜 집을 짓는가)’는 너무나 포괄적이고 철학적입니다. 때문에 ‘How to(무엇을 담을 것인가)’라는 단편적인 시야보다는 한걸음 더 들어가서 손에 잡히는 구체적인 개념들과 바로 실행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 보도록 하는 ‘What(어떤 집을 지을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성장 단계에 따른 조직구조 설계 차이

그렇다면 우리가 스타트업이 조직구조를 설계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크게 초기 조직과 성장이 본격화된 조직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요.

1️⃣ 초기 조직 : 먼저 초기 조직에서는 조직이 당면한 문제를 풀기 위한 구조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때 집중해야 하는 것이 ‘단순화’와 ‘명료화’입니다. 간혹 초기 단계 스타트업의 경우 ‘인사전문가가 없어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이 경우, 조직이 직면한 문제는 인사전문가 없이는 풀 수 없는 것이 되어 버리죠.

하지만 이를 인사업무 혹은 인사담당자만의 일이 아니라 조직 전체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정의하면 사업, 마케팅, 홍보의 관점에서도 충분히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 이때 유념해야 할 것이 ‘방향성’ ‘효율성’ ‘생산성’이라는 3가지 키워드입니다. 우리 조직이 어디를 향해 가고 있고 무엇을 하고 싶은 회사인지에 대한 방향성을 먼저 설정한 뒤, 조직 내 업무들을 나열해 그중 효율적이거나 생산적이지 않은 모든 요소들을 제거·자동화·축소하는 것이죠. 이런 과정을 거치면 업무가 단순⋅명료화돼 ‘어떠한 일을 할 때 필요한 의사결정을 누가 해주는가’를 쉽게 정립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정립한 의사결정 프로세스와 역할은 반드시 전사에 공식화해 공유해야겠죠. 

2️⃣ 성장이 본격화된 조직 : 다음으로 성장이 본격화된 조직에서 구조를 설계할 때는 ‘독립성’과 ‘연결성’이 중요합니다. 조직이 커지고, 업무가 세분화되면 C레벨 조직들이 생기고 각각의 조직이나 업무들이 불가피하게 분화되거나 단절되기도 합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독립성을 존중하면서도 업무들을 연결해주는 작업입니다. 이 단계부터는 계획과 전략을 갖고 조직구조를 설계해 나가야 하는데요. 전략에 따라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목적성’을 명확히 하고, 실제로 도입한 것들의 ‘효과성’을 검증하면서 나아가야 합니다. 때문에 ‘결과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가 중요해지죠.

한편 조직은 C레벨이나 리더들에게 권한을 위임해 자율성을 부여하되, 조직의 공통된 메시지가 하부 조직과 개개인까지 잘 전달되도록 표준화시키고 체계화해야 합니다. 인사담당자는 이 모든 과정을 지휘하는 존재입니다. 따라서 인사담당자는 스스로 조직의 문제해결자가 되도록 포지셔닝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현업의 지지를 받으며 조직 성장에 실질적인 기여가 가능해질 겁니다.

VTPL이 처음부터 이런 조직구조를 실현한 건 아닙니다. 2018년 브랜드 런칭 이후 빠른 성장을 해왔지만 초기 기업인만큼 생존과 시장으로의 성공적 진입에 몰두했습니다. 하지만 큰 도약을 위해서는 온보딩부터 필요한 교육, 커뮤니케이션, 비전 등을 하나씩 구체화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규모를 키울 때 가장 중시한 것이 바로 ‘조직 체계화 및 육성 담당자’ 포지션 채용이었죠. 

VTPL의 HR 담당자는 인사 업무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교육과정 개발, 조직문화 이벤트 기획 및 실행 등을 넘어 조직의 구조를 설계하고 체계를 잡는 모든 과정의 중심에 있습니다. 일하는 구조와 사람을 통해 조직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인사의 본질입니다. 인사 이론을 적용하고 체계를 잡는 데 매몰되기보다, 조직 전체의 문제를 파악하고 일하는 구조를 만들어가는 데 집중하길 권합니다.

✍ 이수연 : 글로벌 뷰티 기업 VTPL COO. 조직 문화, 리더십, 조직 구조 설계를 중심으로 스타트업 제도 자문과 컨설팅을 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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