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적, 알고보면 OO에 있다?!

👀 혁신의 적, 알고보면 OO에 있다?!

조직문화 혁신

조직이 진정한 변화를 하지 못하고 좌절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편향성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간 개개인이 가진 편향성이 조직의 변화를 막는 방해물이 될 수 있다는 뜻인데요. 이를 극복하고 변화에 탄력적인 조직으로 바꾸기 위한 실질적인 대안을 소개합니다. 

혁신의 적은 개인의 손실회피성

개인과 조직 혁신의 가장 무서운 적은 ‘손실회피성’과 그 자손인 ‘현상 유지 편향’이라는 인간의 심리적 편향입니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회사 경영진은 변화에 소극적으로 적응하려는 직원들을 능력 부재나 현실 안주주의자 등으로 탓하는 실수를 범하게 됩니다.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면 10만 원을 잃고 뒷면이 나오면 ( )원을 따는 도박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과연 ( ) 안에 얼마를 넣으면 이 도박에 응할 마음이 생기겠나요?”

행동경제학에서 인간의 손실회피성을 측정할 때 자주 이용하는 질문인데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20만 원 이상이라고 답한다고 합니다. 즉, 최소한 이득이 손해보다 2배 이상이 돼야 도박에 응한다는 것이죠. 이득보다 손실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심리가 바로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손실회피성’입니다. 그리고 이런 손실회피성에서 기인하는 인간의 심리적 편향이 ‘현상 유지 편향’입니다. 현상을 변화시키면 이득이 생길 수도 있고 손실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구성원들은 이득보다 손실에 더 민감하기 때문에 현상을 유지하려고 하죠.

손해 보지 않으려다 손해 보는 매몰비용의 오류

‘이미 엎질러진 물을 보고 후회해도 소용없다’라는 말의 경제학적 의미는 이미 지출한 비용에 대해서는 미련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인데요. 투자 계획에서 중요한 사항은 향후에 기대되는 수입과 비용이지 과거에 지출된 비용, 즉 매몰 비용(sunk-cost)이 아닙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과거에 지출된 비용에 신경 쓰고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립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를 ‘매몰비용의 오류’라고 하죠. 다음과 같은 상황을 생각해봅시다.

“비행기 제조 회사의 사장인 당신은 평범한 레이더에는 포착되지 않는 비행기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위해 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지금까지 900억원을 투자했고요. 그런데 경쟁사에서 여러분의 회사에서 만들려고 했던 비행기를 이미 시판하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경쟁사가 만든 비행기는 여러분 회사가 만들고 있는 비행기보다 더 빠르고 경제적입니다.”

여러분이 위와 같은 상황이라면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 나머지 100억원을 투자하실 건가요? 실험 결과 무려 82%의 사람이 나머지 1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경쟁자가 훨씬 더 뛰어난 성능을 가진 비행기를 출시했는데도 말이죠. 프로젝트 결정권자나 담당자 입장에서 이런 매몰비용의 오류에 빠지는 이유는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욕구 때문입니다. 특히 의사결정 과정에서 책임이 큰 직책일수록 그런 경향이 강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프로젝트를 접고 난 뒤 실패가 확정돼 책임 추궁을 당할 것을 두려워하거나 회사에 확정적인 손실을 끼치기를 꺼리는 손실회피성이 작용한 결과인 거죠. 역설적으로 이로 인해 회사의 손실은 더 커지게 됩니다.

집단지성 막는 내부 관점

회사가 제품을 개발하거나 사업을 실시할 때에는 시장 조사를 하고 수요 예측을 합니다. 담당 부서는 이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사업을 계획하고 안건으로 올립니다. 그런데 담당 부서가 제출한 프로젝트는 내부 관점 오류에 함몰될 개연성이 있습니다. 내부 관점이란 해당 과업에 관계된 자들의 시각에서 대상을 판단하는 것으로, 외부 관점과 반대됩니다. 내부 관점은 문제를 고려할 때 특정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가까이 있는 정보만 이용하고, 편협하고 특별하게 제공된 정보를 토대로 예측합니다. 이런 식의 입수 정보에는 논리적 오류가 있는 견해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심리학자인 대니얼 카너먼은 내부 관점의 위험성을 자신이 겪은 실례를 통해 생생히 묘사합니다. 카너먼은 경력이 풍부한 교사, 심리학 전공자, 교육학과 학과장으로 구성된 팀을 꾸려 판단 및 의사결정 관련 커리큘럼 개발과 교과서 집필 과제를 맡게 했습니다. 팀이 가동된 지 1년 가량 지난 시점에 그는 완성된 초안을 교육부에 제출할 때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팀원들에게 추정해보라 청했습니다. 내부 팀원들은 약 2년이라는 추정치를 내놨습니다. 반면 외부 전문가는 “유사한 작업을 했던 팀들 중 40%는 완성을 못했고 끝내더라도 7년 안에 마친 팀은 하나도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통제할 수 있다는 내부자의 환상 : 사람들이 내부 관점을 맹신하는 이유 중 하나는 통제력에 대한 환상이 있기 때문입니다. 본인이 통제력을 가졌다고 믿는 사람들은 자신의 성공 확률을 실제보다 높게 봅니다. 따라서 프로젝트를 객관적으로 심사할 수 있는 회의 환경이 매우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대부분 회의장은 조용하기 그지없죠. 회사의 최고경영자만이 열심히 자신의 의견을 피력합니다. 외부 관점을 취합하고 집단지성을 이끌어 내야 할 회의장이 토론이 아닌 의견의 일방통행, 경영진의 의견 전달의 장으로 변하기 일쑤입니다. 집단지성의 장이 아닌, 한 방향으로 의견이 일치되는 ‘집단사고’의 장으로 변하는 순간이죠.

사회심리학자인 어빙 제니스는 구성원들의 의견 표출이 지양되며 권위적인 리더십이 발휘되는 문화에서는 집단사고의 발현 확률이 매우 높다고 분석합니다. 회사 최고경영자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조직문화에서는 특히 더 그렇죠. 행여 의견을 개진하다가 잘못하면 큰 불이익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즉 손실회피성으로 인해 회의에 참석한 직원들은 입을 닫아 버립니다. 그 결과 최고경영자의 의견이 조직의 의사결정으로 정해질 가능성이 크죠. 한국 사회에서 흔히 회자되는 ‘오너 리스크’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일 겁니다.

행동경제학적 제언

그렇다면 조직 차원에서 인간의 인지적 오류와 편향을 극복하고 조직의 변화를 추구할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1️⃣ 혁신의 필요성을 합리적으로 설득

한 심리학 연구에 의하면 이유가 없는 부탁은 무시하기 일쑤인 사람조차 특정한 이유를 들어 부탁을 하면 들어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이유가 딱히 설득적이지 않은 경우에도 그랬죠. 따라서 혁신을 얘기하면서 청사진만을 제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대신 현명한 피드백을 줘야 합니다. 특히 혁신 과정 초기에는 지금까지 이룬 성과를 공유해야 합니다. 

성취는 빨리 인지시키기 : 커피를 마시면 한 개씩 도장을 찍어주고 열 개를 찍으면 무료 커피 한 잔을 제공하는 카드보다 열두 개의 도장을 찍어야 하지만 미리 두 개의 도장을 찍어 주는 경우 사람들은 더 열심히 커피를 마신다고 합니다. 이른바 ‘마중물 효과’라 불리는 이 현상은 초기에 이룬 성취를 사람들이 인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줍니다. 또 목표했던 혁신을 어느 정도 이뤘을 경우 앞으로 얼마 남지 않았다는 피드백을 줌으로써 구성원들에게 성취감을 줘야 합니다. 산 정상에 거의 다다르면 억지로라도 힘을 내는 것과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2️⃣ 도전 의식 고취하는 인센티브 시스템 구축

의도하지 않거나 예상하지 못한 실패에 대한 엄격한 책임 추궁은 구성원들의 손실회피성을 오히려 부채질할 뿐입니다. ‘도전’이 아닌 모 아니면 도라는 식의 ‘도박’ 의식을 심어줍니다. ‘결과 편향’과 ‘사후 확신 편향’에 근거한 사후 평가는 학습된 무기력만 조장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시스템적으로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고,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과정에 문제가 없다면 징벌적 패널티를 받지 않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성과급은 연초에 미리 : 직원들의 손실회피성을 역이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대부분 회사는 연말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라는 성과급을 줍니다. 연초에 성과를 정해놓고 연말에 이를 달성하면 직원들에게 주는 식인데요. 그런데 지급 시기를 조정해 회사에 더 높은 성과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아예 연초에 성과를 정할 때 미리 성과급을 지급하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연말에 환수하는 방식이죠. 성과급을 연말에 지급하면 직원들에게 ‘이익’이라는 사고가 활성화되지만 연초에 지급하면 ‘손실’이라는 사고가 활성화됩니다. 직원들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연초에 받았던 성과급을 뱉어내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 이를 손실로 간주합니다. 

인간은 이익보다 손실에 더 민감합니다. 따라서 연초에 성과급을 미리 지급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이는 현장 실험으로 증명된 사실입니다. 2012년 행동경제학자 존 리스트 교수팀은 시카고 인근의 교사 15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는데 실험 결과 학기 초에 성과급을 선지급받은 교사들의 학생들이 연말에 성과급을 지급받은 교사들의 학생들보다 유의미한 수준으로 더 높은 수준의 성적 향상을 보였습니다. 전자의 학생들의 성적은 10%나 높아졌지만 후자의 학생들의 성적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죠.

3️⃣ 건전한 소통과 회의 문화 조성

활발하고 개탄 없는 의견 개진이 필요하다고 말로 하기는 쉽지만, 실제 행동에 옮기려면 인간의 심리적 편향상 쉽지만은 않은 문제입니다. 회의가 집단사고가 아닌 집단지성을 발전시키고, 외부 관점을 수용하기 위해서 행동경제학자나 심리학자들이 제시하는 사항은 다음의 몇 가지로 축약됩니다. 

회의의 리더는 자신의 견해를 먼저 보여서는 안 됩니다. 회의 리더는 많은 경우 구성원을 평가하거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을 텐데 이런 리더가 먼저 발언한다면 인간의 손실회피성으로 인해 그의 의견에 동조하려는 성향이 강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회의 시작 전에 참가자들이 각자 의견을 미리 써서 제출하고, 회의에서 이에 대해 토론하는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방법이 중요한 이유는 다수의 의견에 휩쓸려 사장될지도 모르는 의견들이 취합될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입니다. 동조 심리를 막을 수 있는 거죠.

악마의 대변인 배정하기 : 회의 참가자들 중 ‘악마의 대변인’이라는 악역을 배정해 상정된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제시토록 하는 대안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심리학자인 게리 클라인은 판단을 내리기 전에 ‘사전 부검(premortem)’이라는 절차를 제안하는데요. 이는 논의되는 프로젝트가 성공이 아닌 실패했다고 가정하고, 실패할 수 있는 원인에 대해 토론해보도록 하는 절차입니다. 사업을 결정할 때 흔히 매몰될 수 있는 ‘과신’과 ‘낙관주의’를 경계하는 의미죠. 외부 관점을 더욱 보강하는 차원에서 조직 내부가 아닌 외부 전문가에게 조직의 의사결정을 제시하고 이에 대해 반박하도록 하는 것도 집단사고를 방지하는 대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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