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 재테크] AI가 그린 그림, 예술로 판매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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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가 그린 그림, 예술로 판매 가능할까?
돈키레터의 아트테크 이야기

렘브란트
렘브란트의 그림 346점을 학습시켜 만들어진 AI 작품. 가치는 약 4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 NextRembran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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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무기로 든 인간의 등장 : 인공지능(AI) 등장 후 그동안 여러 분야에서 <AI 기술 vs 인간> 구도가 만들어졌습니다. AI가 인간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단 인식이 자라난 겁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특히 AI 기술이 빠르게 침투 중인 미술 시장을 중심으로는 상황이 묘하게 바뀌었습니다. <AI 기술 vs 인간>이 아닌 <AI 기술을 무기로 든 인간 vs 인간>의 싸움이 됐죠.

AI 작품의 저작권은? : AI는 어떻게 작품을 만들까요? 위 사진은 네덜란드 광고 회사가 기획하고,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참여해 만든 프로젝트 결과물입니다. AI가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의 그림 346점을 학습해 작품을 만들어낸 건데요. 이처럼 AI가 만든 작품에는 필연적으로 기존 작품이 사용됩니다. 사실 여기까진 별 이슈가 없었는데요. 그림이 탄생한 후 ‘저작권자를 과연 누구로 봐야 할까?’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관련 저작권법이나 제도가 없기 때문이죠.

앞으로는 이 논의가 더 활발해질 전망입니다. 최근 ‘달리’, ‘미드저니’, ‘스테이블 디퓨전’ 같은 이미지 생성 AI가 등장했고 누구나 이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화풍을 학습시키기만 하면 누구든 이 기술을 활용해 비슷한 화풍의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저작권 세탁 도구가 된 AI 기술 : 문제는 사람들이 저작권이 만료된 작품뿐 아니라 왕성히 활동 중인 생존 작가의 작품을 가져다 그림을 만들기 시작했단 점입니다. AI 기술이 일종의 저작권 세탁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거죠.

콜로라도 박람회에서 인간과 경쟁해 우승을 차지한 AI 작품, ‘Théâtre D’opéra Spatial’.
© NewYorkTimes

저작권 세탁이 가능한 건 AI 학습에 작품을 활용하는 게 일종의 ‘데이터 공정 이용’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관련 내용). 데이터 공정 이용이란, 뉴스 보도나 연구 같은 특정 상황에선 저작권이 있는 콘텐츠라 하더라도 동의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산업적 측면에선 이 방향을 지지합니다. AI 기술 발전을 위해 데이터 공정 이용을 제도화해 더 다양한 기술을 선보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니까요. 하지만 데이터 공정 이용을 AI 예술 작품에 활용하기 위해선 다듬어져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현재 법적 영역에서 논의가 진행 중인 것도 이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AI 작품은 예술일까? : 반면, 미술 시장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또 다릅니다. 법적 제도와 별개로 시장에서는 AI 작품이 팔릴 수 있는 명분, 혹은 장치가 필요합니다. AI 작품을 작품으로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부터 진행돼야 할 텐데요. 현재는 AI 작품을 작품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재료로 바라봅니다. AI 기술 자체에는 예술의 본질인 ‘사유’가 없기 때문인데요. 마치 처음 사진이 등장했을 때와 비슷한 상황입니다.

실제로 1800년대에 카메라가 처음 등장했을 때, 사진을 예술 작품으로 볼 것인지 논의가 활발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예술가들의 회화 작품은 정성과 사유의 결과이기에 비교할 수 없다’는 공식 주장도 나왔었죠. 하지만 50여년이 지난 지금은 사진도 어엿한 예술 장르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비슷한 관점에서 현재 미술계에서는 AI 작품을 보다 보수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AI 작품이 예술로 인정 받기 위해선 저작권 이슈 해결과 더불어 ‘사유’가 들어가야 한다는 겁니다.

새 예술 장르 가능성 열렸다 : 최근에는 AI 학습을 위해 입력한 작품 이미지들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기술이 등장하면서 그 가능성이 조금 열리기도 했습니다. 바로 생성적 적대 신경망(GAN) 기술인데요. 학습한 기법이나 스타일을 모방하지 않도록 프로그래밍해, 입력한 어떤 데이터와도 겹치지 않는 결과물을 내놓는 방식입니다. 시장에서는 이 기술에 인간이 리터칭을 더하는 등 사유의 과정을 거치면, 새로운 예술 장르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도 보고 있습니다.

man ray, ‘glass tears’ 1932 © Wikiart

그럼 이슈의 주체는 작품의 창작자인 예술가에게 넘어갑니다. 자기 작품을 AI 기술에 활용하는 데 동의하느냐 여부가 관건이 되겠죠. 현재 예술가들이 이 동의 여부를 자체 표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 제도화된 건 아닙니다. AI 기술을 발전시키려는 기술계와 저작권을 지키려는 예술가 간 합의가 이뤄진 게 없기 때문이죠.

사진이 예술이 되기까지는 약 50여년이 걸렸습니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나날이 빨라지는 현재, AI 작품이 예술이 되기 위해 얼마의 시간과 논의가 필요할지는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점차 좁혀져 가고 있는 모습이에요. 기술 발전과 예술의 전통성 유지 사이 치열한 대립 속에서 AI 기술이 내놓은 예술은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지 주목해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