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유만 나홀로 오르는 ‘진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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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유만 나홀로 오르는 ‘진짜’ 이유는?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주유 노즐

경제 평론가입니다. MBC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합니다.

새로운 사실 : 휘발유보다 경유가 비싼 이례적인 현상이 계속되고 있고, 그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습니다. 겨울이 가까워지면서 경유 가격은 더 가파르게 오르고 있습니다(🔗관련 기사). 우리나라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659원으로 전주 대비 3.6원 하락했지만, 경유는 1871원으로 전주보다 14원 올랐습니다. 국제 경유 가격이 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유 수요 많아지는 겨울철 : 해외에서 거래되는 가격인 국제 경유 가격이 오르면 국내 가격도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국내 가격이 더 낮으면 정유사들은 경유 수출을 선택하게 되고, 그러면 국내에 공급되는 경유가 줄어 경유 가격이 해외 가격 수준으로 오르는 구조입니다.

국제 경유 가격이 오르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일반적으로 겨울이 되면 경유 가격의 상승세가 휘발유보다 더 가파릅니다. 겨울에는 난방유인 경유 수요가 많아지고 자동차 운전용인 휘발유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 경유 사들이는 유럽 : 그런데 최근의 경우 가격 상승세는 일반적인 수준을 뛰어넘었는데요. 그 원인은 전 세계 경유를 계속 수입하고 있는 유럽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프랑스의 가뭄으로 강물이 줄어들면서 원전의 뜨거운 냉각수를 대량으로 배출하기 어려워진 탓에 원전 가동률이 떨어져 있고, 거기에 정유 업체의 파업까지 겹쳤습니다(🔗관련 기사). 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경유가 필요한 화력발전소를 더 돌릴 수밖에 없습니다. 유럽 내 경유 수요가 늘어난 것입니다.

유럽 국가들이 경유를 더 사들이는 이유는 내년부터 러시아산 석유 제품의 수입 금지가 시행될 예정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EU는 오는 12월 5일을 기점으로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를 시행하고 내년 2월부터는 석유제품도 수입 금지에 나설 계획입니다. 

미국, 석유 제품 수출 통제할 가능성 있어 :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미국의 정유 업체들이 석유 제품 수출량을 최대한 늘리고 있지만, 그러다 보니 미국 내 수요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아 바이든 대통령은 수출량을 줄이라고 계속 압박 중입니다(🔗관련 기사). 조만간 미국의 석유 제품 수출 통제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도 거론될 정도인데요. 그 탓에 최근 한 달간 미국의 석유 제품 수출은 급격히 줄어드는 중입니다. 이래저래 경유 가격이 올라가는데 압력을 가할 만한 뉴스들입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경유 재고량이 매우 감소하는 바람에 경유 대란 우려마저 나오고 있습니다(🔗관련 기사).

천연가스 대체 수요도 증가 : 경유 가격 급등에는 천연가스 공급난의 여파도 있습니다. 미국 LNG 수출 물량의 17%를 차지하면서 미국의 LNG 수출 설비 가운데 두 번째로 큰 텍사스주 프리포트 천연가스 수출 터미널이 6월 화재를 입은 후 복구가 지연되고 있습니다. 이 설비는 미국에서 유럽으로 나가는 천연가스 물량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유럽에 러시아산 가스 유입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이기 때문에 이 터미널 가동이 늦어지면 유럽에서는 천연가스 부족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게 천연가스 공급이 줄어들면 대체 연료인 경유의 수요는 늘어나게 되죠.

정유사들은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경유 산출량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기술적 시도를 하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 결과는 휘발유나 나프타의 생산 감소와 그에 따른 석유 화학 제품의 공급 부족으로 나타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 한전 적자 줄일 정부 비책?!
오늘의 이슈

전기 계량기

정부가 한국전력의 적자를 줄이기 위해 한전이 전기를 사들이는 가격, 즉 전력 도매가(SMP)에 상한제를 적용할 계획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관련 기사). SMP 상한제라고 부르는 이 제도는 쉽게 말하자면,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같은 것입니다. 전기를 사들이는 가격을 정부가 정해놓고, 그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현재는 한전이 전기를 사들일 때 ‘가장 원가가 많이 투입된 전기를 사들이는 가격’을 모든 전기 판매 업체들(발전소)에 일률적으로 적용해 지급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경쟁 발전소보다 연료를 싼 가격에 확보한 발전소는 마진을 높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A, B, C 발전소가 전기를 각각 150원, 200원, 250원에 생산하면 한전은 모두가 생산한 전기를 250원에 사들입니다. A와 B는 차익을 노리고 열심히 비용 절감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SMP 상한제를 도입하면 똑같은 상황에서 미리 정해놓은 가격인 180원에 전기를 사들이게 됩니다. A의 마진은 줄어들고, B와 C는 손해를 보게 됩니다. 정부는 B와 C가 전기를 생산할 때 투입한 연료비는 보전해주겠다는 입장이지만, 전기 생산에는 연료비뿐 아니라 부대 비용도 함께 투입되므로 B와 C는 적자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시장 원리에도 맞지 않고 정부의 약속을 믿고 설비 투자를 한 발전회사들과의 신뢰를 깨는 일인데요. 워낙 전기 생산 비용이 커지고 있고, 이에 따른 한전의 적자가 크기 때문에 한전의 동업자 격인 발전회사들이 고통 분담을 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입니다.


💡 놓치면 아까운 소식

> 현실이 된 트위터의 대량 해고 :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를 인수한 직후 전 세계 직원의 절반가량을 해고했습니다(🔗관련 기사). 미국, 영국, 한국 등 세계 각지에서 하루아침에 해고된 직원들의 증언이 속출하고 있는데요. 뉴욕타임스(NYT)는 트위터 직원 약 7500명 중 50%에 달하는 3700여 명이 해고를 통보받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심지어 이들은 개인 이메일을 통해 해고 사실을 접했고, 영업·제품·엔지니어링 등 부서와 관계 없이 대규모 해고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직원들은 집단소송을 예고했고, 유엔도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 대출금리 9%까지 오른다? : 내년 상반기에는 기준금리가 4%가 넘고, 대출금리는 9%에 근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관련 기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존 4%대 중후반이었던 최종금리 목표를 더 올리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금리를 더 오랜 기간에 걸쳐 더 높은 수준으로 올리면 한국은행도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큽니다. 기준금리 상승은 곧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현재 13년 만에 7%를 넘어선 대출금리가 더 오를 확률도 높아집니다. 문제는 이미 경제 규모 대비 가계와 기업 부채가 세계 최대 수준에 달하고 있단 점인데요. 금리 인상이 예상보다 오래 이어지면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이 급증해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