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담과 1온1의 ‘진짜’ 차이

💬 면담과 1온1의 ‘진짜’ 차이

HR 원온원

스타트업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원온원’이라는 말을 익히 들어 보셨을 텐데요. 언뜻 새로워 보이지만 사실 모든 회사에서 리더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면담’을 말합니다. 그럼 스타트업에서는 왜 모두가 알 수 있는 면담이라는 용어 대신 원온원이라는 낯선 용어를 사용하는 걸까요?

그 이유는 우리가 면담이라는 단어에서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을 없애기 위해서입니다. 지금까지 면담은 상호 소통보다는 리더가 구성원에게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질의에 가까웠습니다. 조직에서 ‘리더와 면담이 있다’는 말을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드시나요? ‘내가 뭐 잘못한 게 있나? 어떤 질책을 하려고 하지?’ 하며 부정적인 생각을 먼저 떠올리시지 않나요? 이처럼 면담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고 구성원 중심의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이 바로 원온원입니다.

커넥터 리더십 발휘를 돕는 원온원

원온원은 리더와 팀원이 서로 이야기 나누는 시간으로 면담과 큰 방향은 동일하지만, ‘누가 대화의 주도권을 가졌는지’에서 구별됩니다. 면담에서는 리더가 주도권을 쥐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지만, 원온원에서는 주로 구성원이 원하는 것을 공유하고 필요한 답을 찾기 위해 리더의 시간을 활용합니다.

물론 원온원이 구성원을 위한 대화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용어의 변화만 있어서는 안 되겠죠. 여기서부터는 리더십이 중요해지는데요.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리더의 역할이 ‘커넥터’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리더의 첫 번째 과업은 누가 뭐라 해도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MZ세대는 자신의 성장과 성공을 도와주는 리더를 원합니다. 이 충돌하는 욕구를 적절히 중재해 회사와 구성원 모두의 필요를 최대한 충족시키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온원은 이 커넥터로서 리더십을 발휘하기 적합한 기회이고요. 

원온원을 통해 리더십 발휘하기

커넥터로서 리더의 역량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1️⃣ 조직의 목표와 구성원의 비전을 얼라인시켜 과업을 수행하도록 돕는 능력
2️⃣ 팀의 목표와 구성원이 하고 싶은 일과 잘할 수 있는 일을 연결시키는 능력
3️⃣ 구성원들 간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도록 연결하는 능력
그렇다면 원온원을 통해 어떻게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다음의 사례를 통해 살펴봅시다.

# 1. 팀원의 커리어를 고민해 주는 A리더
A리더는 1년에 4~5번 정도 팀원들과 성장에 대한 대화를 나눕니다. 그는 직원들의 커리어 목표를 명확하게 하고, 이를 기반으로 그들의 성장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격려하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팀원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라는 관점에서 원온원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직원들은 ‘바쁜데 이건 또 뭐지?’라는 부정적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반복해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상사는 평가하는 사람이 아니라 조력자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러자 상호 신뢰가 높아졌고 서로가 성장 파트너로 거듭나는 효과를 경험했습니다. 그는 원온원을 통해 상사와 부하직원이라는 역할에서 벗어나, ‘강력한 성장 동기가 있는 한 명의 팔로어와 이를 지지하는 리더’라는 관계 형성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처럼 원온원은 상호 인간적인 유대감과 신뢰를 기반으로 강력한 파트너십 관계를 만들어주는 효과적인 소통 수단이 됐습니다. 원온원을 할 때는 ‘올해의 커리어 목표’ ‘꼭 이루고 싶은 과제’ ‘내가 이미 잘 하고 있는 것과 부족한 것’ ‘목표를 이루기 위해 세운 계획’ ‘리더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 등의 질문을 바탕으로 팀원의 커리어에 대해 함께 고민했습니다.

# 2. 팀원의 과업이 성공하도록 차별하는 B리더

B리더는 “저는 팀원도 많고 팀 내에서 직무도 많아서 매번 원온원을 하려고 하니 시간이 많이 소모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며 어려움을 호소하곤 했습니다. HR 리더이지만 상당 부분 비즈니스에도 시간을 할애하고 있었고, HR 부서에 채용, 보상, 평가/조직문화, 교육, 총무라는 5개의 직무가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때 B리더는 팀 관점에서 현재 집중해야 하는 목표가 있거나 장애물을 가진 팀원을 좀더 자주 만나려고 했습니다. 반면 문제가 해결돼 목표에 다가가고 있는 팀원이나 이미 실력이 충분해 주도권을 줄 수 있는 팀원은 원온원의 빈도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시간 사용을 차별화했습니다. 그가 원온원을 진행하는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팀에서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주요 목표를 담당하는 ‘보상 담당’ 인원들과는 주초/주말 2회, 1시간씩 원온원 미팅 진행
2️⃣ 팀원과 리더 모두 명확한 해결책을 찾지 못해 회색지대로 남아 있던 ‘총무 인원’은 매주 미팅 진행, 깊이 있는 대화가 진행될 수 있도록 1.5시간씩 주 2회 미팅
3️⃣ 실행 계획이 모두 세팅돼 실행 단계에 있는 ‘채용과 평가/조직문화’ 인원들은 주 1회, 30분 동안 미팅. 이번주 주간 실행 계획과 지난주 실행 피드백, 예상되는 장애물에 대해 공유
4️⃣ 위임이 가능한 실력을 가진 교육 인원과는 주 1회, 30분 동안 미팅. 팀원들이 가져온 주제를 공유하고 소통. 총무 팀원들과의 원온원 시간에는 타 회사 총무팀장을 초대해 그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받는 멘토링 활동 등을 진행

이 기준에 따라 B리더는 6명의 팀원들과 7번의 미팅을 하며 매주 7~8시간을 원온원에 투자했고, 각 팀원들이 직면한 문제들을 집중해서 지원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원온원을 통해 팀원 한 명의 과업에 집중하는 대화를 하다 보니 많은 팀원들의 과업이 빠르게 진척됐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후로 팀원들이 과업을 진행하며 자신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편하게 공유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솔직한 대화와 학습이 연결되는 긍정적 효과도 얻을 수 있었죠.

어떠신가요? 두 리더 모두 방식은 다르지만 원온원을 통해 팀원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면서 공동의 목표를 더욱 효율적으로 이룰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획일적인 방식보다는 리더 자신과 구성원의 성향에 맞게 원온원 방법을 고안해보는 게 좋습니다. 

팀원에게 보내는 관심과 집중의 시간 

사실 많은 리더들이 ‘지금도 팀원들과 자주 만나는데, 원온원을 또 해야 하나요?’ ‘지금도 너무 바쁜데 어떻게 시간을 더 내나요?’라며 원온원의 어려움을 토로하는데요. 이런 불만이 있으신 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사례가 있습니다.

인텔의 전설적인 CEO 앤디 그루브(Andy Grove)는 저서 ‘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에서 원온원을 모든 리더가 투자해야 하는 필수적인 활동으로 설명했습니다. 그는 “모든 구성원은 다른 니즈, 선호도, 경험 수준을 가지고 있고, 높은 성과를 내는 리더들은 이 점을 잘 알고 있기에 하루에 몇 번 나누는 짧은 대화가 아닌 원온원을 꼭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위에서 소개한 B리더처럼 경험이 적은 직원과는 주 1회 이상 자주 원온원을 진행하고, 경험이 많은 직원과는 그보다 적은 빈도로 만나기를 권장했습니다. 

원온원이 리더십의 정답이 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팀원 한 명에게 리더의 시간을 집중하고 관심을 표현함으로써 강력한 리더십으로 작용할 수는 있습니다. 그리고 그 관심과 집중의 시간은 팀원에게 ‘나를 중요하게 여기는 리더’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분명한 계기가 될 겁니다.

리더십은 리더가 팔로워에게 끼치는 영향력입니다. 나를 중요하게 여기며 자신의 시간을 투자해주는 리더와 성과와 목표만을 바라보는 리더 중 어떤 리더와 함께 일하고 싶은가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원온원의 중요성을 대변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와 함께하는 한 사람의 팔로워가 성장하고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리더십을 실행해 보면 어떨까요?

원온원을 문화로 만들어 가는 한 기업의 팔로워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팀장님과 원온원을 더 잘하려고 매일 업무 일지를 쓰기 시작했어요.” 이처럼 원온원은 팔로워에게 “리더인 나는 팀원인 당신의 성장과 성공에 관심을 갖고, 지원하는 사람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주는 비타민과 같습니다. 이 팔로워는 1년 후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있을까 생각하면 리더의 시간을 어디에 사용하는 게 맞을지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됩니다.

​✍ 백종화 : 그로플 CEO & Coach / ‘요즘 팀장은 이렇게 일한다’ 저자

사람의 행복과 기업의 성장이 함께하는 국내 최고의 HR 전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