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어닝쇼크! 5대 빅테크에 무슨 사정?

💥 잇단 어닝쇼크! 5대 빅테크에 무슨 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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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슈퍼 위크였습니다. 지난 한 주간 알파벳과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주요 기업들이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모든 회사가 충격적인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알파벳: 검색 광고 및 클라우드, 신사업을 제외한 매출 감소
아마존: 클라우드 및 e커머스 사업의 부진
애플: 복합적인 원인 때문에 아이폰14/14프로 판매량 부진
마이크로소프트: 주력 사업인 클라우드 사업의 가이던스 대비 1% 미달
메타: 전반적으로 광고 사업 부진 및 당기 순이익 50% 가까이 하락

다섯 회사는 여러모로 사업 영역이 닮았습니다. 모두 광고 사업을 하고 있고요.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은 클라우드 영역 3대 사업자입니다. 각 사의 실적 발표 모두 발언과 경영진-애널리스트간 질의응답은 글로벌 디지털 광고 시장과 클라우드 시장의 흐름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그리고 회사별 사업 부진이 일시적인 문제인지 아니면 구조적인 개선이 필요한지도 볼 수 있었죠.

수렁에 빠진 디지털 광고 시장

알파벳이 흔들린 이유는 바로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광고 부분이 부진했기 때문입니다. ‘구글 검색 광고’는 알파벳의 주력 사업인데요. 전체 매출 대비 57.6%를 차지하는 검색 광고가 직전 분기 대비 3% 떨어졌습니다. 구글 경영진들은 여행업과 유통업 광고주들이 구글 검색 광고의 효자 업종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애널리스트가 자동차 등 마케팅 비용을 많이 집행하는 업종에 대해 물었을 때에는 상세하게 답하지 않았죠.

구글 검색 광고는 구글의 검색 엔진 트래픽을 기반으로 합니다. 따라서 광고주가 광고비 집행 규모 추세를 보려면 유튜브나 네트워크 광고 매출 규모를 확인해야 합니다. 네트워크 광고란 언론사 사이트나 다른 웹사이트에 구글 애드센스를 통해 게시되는 광고를 말합니다.

알파벳 경영진들은 직전 분기에 이어 이번 분기에도 고객들의 광고비 지출이 감소했다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지출 감소분은 더 늘어났고요. 1년 전에 비해 어려운 상황인 암호 화폐, 부동산, 대출, 보험 업종의 광고주들이 광고비 지출을 줄였기 때문이었죠.

마이크로소프트도 상황이 다르지 않습니다. 주요 광고 매출원 중 하나인 링크드인의 광고 매출이 줄어들었는데요. 기업 고객들이 광고비 지출 비중을 축소하면서 연쇄적으로 일어난 결과입니다.

해결책으로 부상한 숏폼 콘텐츠

이런 현상을 타개하고자 알파벳이 택한 해법은 숏폼 비디오 플랫폼인 유튜브 쇼츠를 활용하는 것이었습니다. 유튜브 쇼츠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15억명, 일간 조회 수는 300억 건에 달합니다. 쇼츠 이용자층을 활용해 ‘퍼포먼스 맥스’라는 상품을 출시해 상황을 극복해보고자 했죠. 그런데 이 상품은 기존 광고 상품의 매출을 흡수한다는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메타 역시 숏폼 비디오를 매출 난항의 기대주로 삼았습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자주 접속하시는 독자님이라면 짧은 형태의 ‘릴스’라는 동영상을 보신 적이 있으실 텐데요. 메타 경영진들은 릴스의 재생 횟수가 매일 평균적으로 1400억 회 이상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수치는 6개월 전과 비교하면 50% 늘어난 수준입니다. 릴스를 페이스북 메신저와 왓츠앱 등 메신저로 공유하는 횟수도 매일 10억 건에 달합니다. 하지만 알파벳처럼 메타에서도 숏폼 비디오가 인기는 많으나 기존 매출을 갉아먹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메타는 알파벳과 달리 강력한 검색 엔진을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애플이 개인 정보 보호 강화를 이유로 정책을 변경하자 매출에 직격탄을 맞은 이유죠. 그래서 메타가 내세운 해법은 노출을 늘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결과 광고 평균 집행 단가가 줄어들었죠. 메타 전체 기준으로 노출 수는 지난해보다 17% 증가했지만 광고 단가는 18% 줄었습니다.

애드테크 업계 관계자는 “애플 iOS 정책 변화와 경기 침체의 효과가 복합적으로 나타난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애플의 개인 정보 보호 강화 정책 때문에 타게팅 효율이 낮아지면서 광고주에게 받는 광고 단가가 낮아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알파벳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경우처럼 광고주들의 집행이 줄면서 단가가 하락했을 가능성도 있고요.

광고 송출량이 늘어났다는 의미는 메타 플랫폼의 이용자 수가 늘었거나, 이용자당 사용량이 늘었거나, 아니면 광고를 보여주는 빈도가 늘어났을 가능성이 있는데요. 페이스북을 기준으로 일간 활성 이용자 수가 3%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광고 송출을 늘렸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근 제 주변에서도 페이스북 피드나 인스타그램 피드에 광고가 늘었다는 의견이 많더군요.

이쯤되면 애플은 정책 변화를 통해 메타의 광고비 매출을 얼마나 흡수했는지 궁금하실 텐데요. 애플 경영진들은 광고 매출 비중이 작다는 이유로 상세 광고 매출 규모를 공개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분기 애플의 광고 실적은 약했고, 다음 분기에도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죠. 메타에 집행하던 광고비가 전부 애플 광고 상품으로 가진 않았다는 걸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죠.

광고 사업도 성장했는데 아마존은 왜?

한편 앞선 테크 기업들과 달리 아마존의 광고 사업은 이번 분기에 전년 대비 30% 성장했습니다. 지난 분기 성장률이 21%였던 걸 고려하면 다른 기업들에 비해 상황이 훨씬 좋은 편이죠. 

아마존은 자사 플랫폼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광고주를 대상으로 광고 상품을 운영해 왔는데요. 소비자에게 해당 상품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광고나 실제 구매를 유도할 수 있는 광고 등 e커머스 플랫폼을 운영한다는 점에서 광고 효과가 높습니다.  ‘아마존 판매자’들을 대상으로 한 솔루션의 일부로 광고를 활용한 셈이죠.

그럼에도 이번 분기 아마존의 실적이  부진한 이유를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미국 경기 침체 시작의 신호’로 정의했습니다. 거시 경제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 광고 사업의 약진으로는 전체 실적을 떠받치기 어렵다는 거죠. 

부진 속 클라우드 사업의 강자?ㅤ

광고에 이어 클라우드 사업으로 넘어가 보죠. 전반적으로 아마존의 AWS와 마이크로소프트의 Azure는 시장의 예측치나 자체적으로 제시한 가이던스에 비해 실적이 좋지 못했습니다. 반면 알파벳의 구글 클라우드는 약진했습니다. 알파벳 전체 매출에서 금융 헤징 비용을 제외하고 전체 매출 대비 10%를 넘어섰죠.

세 사업자의 클라우드 사업은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닌 기업이나 공공 기관을 대상으로 한 B2B입니다. 클라우드는 한 번 쓰기 시작하면 소진하는 양이 많든 적든 계속 써야 하는, 필수재에 가까운 상품입니다.

우선 AWS와 마이크로소프트는 상당히 유사한 포지션을 취하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때문에 대부분 기업들은 ‘비용 절감’이라는 과제에 당면해 있는 상황입니다. 고객들도 사전에 약정한 크레디트를 구매해 놓고 소진량을 줄이고 있고요.

반면 구글 클라우드는 추격자 전략을 통해 AWS와 마이크로소프트를 추적하는 모양새인데요. 시장의 수성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가격 할인이나 약정 할인이 불가피합니다. AWS 경영진들도 시장의 기대보다 낮은 매출 증가율을 우려하며 고객에게 데이터 같은 성능의 서버를 쓰더라도 가격이 저렴한 프로세서 제품을 권한다고 밝혔습니다.ㅤ

마이크로소프트도 비슷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과정에서 자체 제시한 가이던스보다 1% 포인트 낮게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물론 추격자 전략을 쓰는 구글 클라우드도 수익성 자체는 좋지 않았습니다. 직전 분기 영업 손실률인 13.7%에 비해 3.5%포인트 개선된 상황이지만, 여전히 구글 클라우드의 영업 손실률은 10.2%를 기록했습니다.

단, 이렇게 서로 가격 경쟁을 하더라도 현재 경쟁은 두 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로 보입니다. 지금은 저렴하게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앞으로 더 많은 IT 자원을 자사 클라우드에 올리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마치 코스트코에서 물건 가격이 저렴하다고 이것 저것 담다 보면 훌쩍 100만원을 웃도는 영수증을 받아드는 것처럼요.

참고로 아마존은 올해 계획한 전체 투자 집행 금액(CAPEX)을 1/3가량 줄였음에도 클라우드 관련 사업 예산은 그대로 뒀습니다. 그만큼 이 시장을 진지하게 수성하고 확대하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이번 분기 사업 부진은 일시적일까? 

모든 테크 기업들의 실적 악화의 원인 중 하나는 강한 달러화로 인한 환율 이슈였습니다. 아마존의 주가가 실적 자료 공개 직후 20% 가까이 폭락한 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4분기 가이던스 때문이었는데요. 아마존 경영진들은 본래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환율 역풍 때문에 3.9%p 피해를 봤지만, 실제로는 0.5%p 높게 나타났다는 점을 상기시켰습니다.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다음 분기 실적 전망을 보수적으로 잡았다는 의미겠죠.

애플도 주력 제품인 아이폰14 및 14프로의 판매량 부진 이슈와 관련, 단순한 경기침체와 고가격 정책으로 인한 판매 부진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가격 정책과 공급량, 부품 수급 등의 이슈가 복합적으로 나타났지만 구조적인 문제보다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분석했죠. 

다만 신사업에 대한 방향성이 불명확했던 메타는 좀 더 시장이 이해할 만한 경영 성과를 보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날 메타의 실적 발표에 참석했던 애널리스트는 “메타가 정말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것”과 “미래 기대를 높일 수 있는 투자를 명확하게 구분해 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습니다. 

Comment: 한때 이례적인 호시절을 보낸 테크 기업들이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경기 침체가 맞물리면서 정상 궤도로 되돌아가는 모양새입니다. 특정 사업이 무너지더라도 다른 사업으로 손실을 메울 수 있는 사업자가 유리한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Pickool은 국내 테크 소식을 해외에 소개하고, 국내/외 테크를 심층 분석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