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본격 해외 진출! 왜 대만일까?

🇹🇼 쿠팡 본격 해외 진출! 왜 대만일까?

쿠팡의 대만 로켓직구 서비스 홍보 영상 캡처

쿠팡이 대만으로 진출하기로 했습니다. 쿠팡의 해외 진출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작년에 일본 2개, 대만 3개 지역에서 퀵커머스(수시간 내 즉시 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의 B마트처럼 현지 도심 내 물류 거점에 재고를 보관해뒀다가 라이더에게 연결하는 방식으로요.

그런데 이번에 쿠팡이 공식화한 대만 진출 소식은 종전의 것들과 무게감이 다릅니다. 전국 단위로의 ‘로켓 배송’을 출범시켰거든요. AI 기술을 접목해 도서산간 지역에서도 로켓 배송이 가능하도록 유통 체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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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크로스 보더(국경간 거래) 이커머스에 정식으로 뛰어든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동남아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인 싱가포르의 쇼피(Shopee) 등 글로벌 시장에서 거대 점유율을 갖춘 기업들과 맞서기 시작한 겁니다.

‘대만’에 재현된 쿠팡 물류 : 쿠팡의 대만 이커머스 플랫폼은 한국에서 서비스하던 2개의 물류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그 하나가 앞서 말씀 드린 로켓 배송입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배송의 범위가 고객의 자택이 아니라 편의점까지란 겁니다. 대만은 ‘편의점 택배 픽업’이 일반화돼 있습니다.

쿠팡은 앞서 퀵커머스 사업으로 대만인들이 무슨 상품을 선호하는지 데이터를 통해 확인했습니다. 이 데이터가 이번 로켓 배송의 베이스가 됐습니다. 재고 회전율이 높은 상품들 수만개를 구비했죠. 기본 배송비는 75대만달러(약 3300원)인데, 490대만달러(약 2만2000원) 이상의 상품을 주문하면 무료 배송해주는 형태로 테스트 중입니다.

다른 하나는 로켓 직구입니다. 쿠팡이 현재 대만에서 운영하는 주력 서비스이기도 합니다. 쿠팡에 따르면 고객이 현지에서 주문한 상품들을 한국, 미국 등지에서 익일 대만행 첫 비행편으로 발송해 고객 집 앞까지 배송하는 구조입니다. 이렇게 배송되는 상품의 90%는 한국에서 출발합니다. 

대만 쿠팡 상품 페이지. 수천~수만개의 리뷰는 한국에서 쌓인 고객 리뷰 데이터를 그대로 연동한 것 ⓒ쿠팡

쿠팡은 대만 이커머스 플랫폼 서비스 페이지를 통해 500만개의 해외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사실상 한국에서 판매하는 로켓 배송 상품 구색 대부분을 대만에 복제해 갖다놓은 건데요. 다시 말해, 대만 쿠팡의 로켓 직구는 쿠팡이 한국과 미국 물류 센터에 이미 갖추고 있는 상품 재고를 바탕으로 만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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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스트림’으로 진격 : 이번 쿠팡의 대만 서비스 론칭은 현지 메인스트림인 이커머스 시장으로의 본격적인 침공이 시작됐음을 의미합니다. 작년부터 쿠팡이 대만과 일본에서 시도했던 퀵커머스는 사실 특화된 버티컬 서비스를 만든다는 의미는 있겠지만, 운영 효율성과 확장성 측면에서 많은 제약이 따랐습니다. 도심 소형 창고와 이륜차의 작은 적재함으로는 물류 측면 규모의 경제를 만들기 쉽지 않고, 그나마 적재 효율을 만들 수 있는 소형 제품이 중심이라 카테고리도 제약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쿠팡이 퀵커머스로 현지 시장을 테스트한 이유는 일본과 대만엔 각각 아마존과 쇼피라는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지닌 마켓플레이스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우아한형제들의 B마트가 퀵커머스를 중심으로 이커머스 생태계의 삼파전을 만들려고 하듯, 쿠팡 역시 현지에서의 비교우위를 퀵커머스에서 찾고 만들고자 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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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시장 테스트 측면에서 본다면 퀵커머스는 거대한 이커머스 플랫폼보다 훨씬 가볍게 현지 고객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수단입니다. 상대적으로 자산 투자가 덜 들어가는 작은 물류 센터와 소량의 재고를 바탕으로, 핵심 고객이 밀집한 작은 지역의 고객 반응을 빠르게 수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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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소매판매
대만 소매판매와 온라인쇼핑 거래 성장 추이 ⓒKOTRA 가공

왜 일본 아닌 대만일까? : 대만 경제부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약 19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5% 성장했습니다. 같은 기간 한국 온라인 쇼핑이 187조원의 거래액(통계청 기준)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10% 수준의 작은 시장이죠. 게다가 대만 전체 소매 거래액 중 온라인 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침투율)은 10.8%로 아직 작습니다. 바꿔 해석하면 앞으로의 성장 여력이 훨씬 크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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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건 일본도 비슷한 사정입니다. 전체 소매 시장 규모 대비 온라인 침투율이 일본도 낮아요. 그럼 왜 쿠팡이 일본 대신 대만을 택했을까요?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선, 현지 경쟁 구도를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2020년 기준 일본 이커머스 플랫폼 거래액 순위. 단위는 10억 ⓒStatista

일본은 아마존과 라쿠텐이라는 강력한 2개의 플랫폼이 양강 구도를 이루고 있습니다. 일본 경제성에 따르면 재작년 기준 일본 B2C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약 192조원 규모입니다. 이를 아마존과 라쿠텐이 거의 양분하는 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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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대만 이커머스 시장엔 아직 ‘절대 강자’가 없습니다. 대만 시장은 온라인 쇼핑 매출액을 기준으로 쇼피와 모모(momo)가 각각 10% 초반대 점유율로 경쟁 중이라 알려졌습니다. 그 뒤를 PChome과 야후가 각각 8%대로 잇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전 한국처럼, 10%대 초반 점유율의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난타전을 벌이는 모습을 대만이 재현하고 있는 겁니다.

쿠팡 입장에선 일본에서 승부를 거는 게 부담스러웠을 겁니다. 반면 절대 강자 없이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대만은 상대적으로 시도할 만한 시장으로 보였겠죠. 한때 ‘언제고 망할 것 같은 회사’로 여겨진 쿠팡이 2014년 로켓 배송으로 선두 업체를 다 꺾고 종합 1위 플랫폼으로 올라서기까지 했으니… 자신감도 있었을 거고요.

특히나 대만의 월 사용자 수 1위 마켓플레이스 쇼피는 수만개 정도의 상품으로 구색을 갖춰 판매하는 것으로 업계에 알려져 있는데요. 쿠팡이 이미 갖춘 수백만개의 한국 로켓 배송 구색을 빠른 물류와 함께 끼얹어버리면 확실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겠단 판단이 섰겠죠.

세계 대전이 시작된다 : 정리하자면 ‘크로스 보더 이커머스 세계 전쟁’의 서막이 열리고 있습니다. 아마존과 알리바바, 쇼피로 대표되는 글로벌 초대형 마켓플레이스들의 크로스 보더 전쟁은 이미 한국보다 훨씬 일찍 시작됐습니다. 여기에 최근 네이버가 미국 최대 중고 거래 플랫폼 ‘포쉬마크’를 인수해 C2C 패션 버티컬 마켓플레이스로의 정체성을 확실히 하며 가세했습니다. 포쉬마크 인수 전에는 일본 소프트뱅크와 합작 법인을 세우고 일본판 스마트 스토어 ‘마이스마트스토어’를 현지에 오픈했고요. 각국에서 인수, 제휴 등으로 연결한 플랫폼의 온보딩이 끝나면 네이버의 본격적인 국가 간 연결도 속도를 올릴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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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이제 쿠팡까지 본격 가세했습니다. 쿠팡의 성장 속도를 감안하면 네이버가 지금껏 만든 성과를 빠르게 역전할 가능성도 꽤 커 보입니다. 네이버가 택한 생태계 연결과 동맹군 구축 구조의 가장 큰 약점은 ‘플랫폼의 결정을 따르지 않게 만드는 외부 파트너들의 이해 관계와 잇속을 교통 정리해야한다’는 점이었는데요. 쿠팡은 이 문제를 직접 물류 센터를 구축함으로써 해결하고 여기에 빠른 배송까지 더했습니다. 더군다나 네이버에는 없는 물류망 확충에도 쿠팡은 사력을 다하고 있죠.

이번 쿠팡의 대만 진출에선 이 세계 대전에 본격적으로 한국의 마켓플레이스가 참전했다는 의미를 찾을 수 있겠습니다. 앞으로 쿠팡 기업 가치 등락을 결정하는 바로미터는 바로 이 글로벌 사업의 성패에 달려있단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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