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줄 죄던 미국, 갑자기 돈 푼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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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z of the day

‘이것’은 금융 시장에서 자기 자금 비율이 투자 이전에 정해 놓은 비율보다 떨어질 경우 자기 자금을 충당하도록 요구 받는 것을 뜻하는 용어입니다. 쉽게 말해, 빚을 내 주식에 투자했다가 주가가 하락하면 돈을 더 채워 넣으라는 요구를 말하는데요. ‘증거금 보충을 요구하는 증권사의 독촉 전화’라는 의미가 확대된 ‘이것’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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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줄 죄던 미국, 갑자기 돈 푼다는 이유

얼마 전 강원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국내 채권 시장이 급격히 경색돼, 정부가 50조원을 풀기로 하며 진화에 나섰었죠. 그런데 한국뿐 아니라 각국 채권 시장에도 혼란이 잇따르고 있다는 소식입니다(🔗관련 기사). 특히 글로벌 채권 시장의 중심이자 안전 자산의 대표격인 미국 국채 가격이 폭락 중인 건데요. 미 국채는 1984년 이후 사상 처음으로 지난주까지 12주 연속 가격이 내렸습니다.

우선 각국 중앙은행이 긴축에 나서면서 세계적으로 돈줄이 마르고 있는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힙니다. 자금은 줄어드는데 금리는 오르니까 채권 가격도 떨어지는 것이죠. 여기에 일본의 기록적인 엔저 사태가 기름을 붓고 있기도 합니다. 엔·달러 환율은 올해 급격히 치솟아 현재 150엔에 육박하는데요. 일본은 미 국채계의 ‘큰손’이라 할 수 있을 만큼 국채를 많이 들고 있는데, 이 국채를 팔아 달러를 벌어들이는 방식으로 환율 방어에 나서고 있습니다. 일본이 환율을 사수하겠다고 계속해서 미 국채를 대량 매도하면, 미 국채 가격은 지금보다 더 크게 내릴 가능성이 크죠.

때문에 최근 미국 정부는 국채 가치를 높이기 위해 다시 국채를 사들이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관련 기사). 이건 연준이 인플레를 잡고자 금리를 올리면서 시중 자금을 회수하는 방향과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안팎으로 우려 섞인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강종구
한국은행 국장

‘진짜’ 위기 때 물가/금융 중 정부의 선택

일견 모순된 행동으로 보이지만, 미국 정부는 다음 3가지를 고려했을 겁니다.

1️⃣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 동시 추구 : 정부는 물가와 금융 안정을 동시에 추구합니다. 물가 안정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이에 집착하다가 금융 시장이 무너지면 안 된다는 거죠. 특히 금융 위기로 인한 충격은 물가 문제보다 경제에 더 큰 타격을 입힐 수 있습니다. 때문에 금융 불안이 심화되면 물가보단 금융 안정을 우선할 수밖에 없습니다.

2️⃣ 국채 가격 급변? 금융 불안 초래! : 국채는 안전 자산이 맞긴 맞습니다. 그런데 가격이 급변하면 큰 금융 불안정을 야기하곤 합니다. 주식 같은 위험 자산은 일반적으로 위험에 대비가 잘 돼 있지만, 안전 자산은 오히려 변동 시기에 취약한 거죠. 특히 국채 가격의 변동성이 심해지면 관련된 파생 상품 계약이 있는 펀드나 금융 기관까지 큰 손실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손실이 스노우볼처럼 다른 부문으로도 굴러갈 수 있고요. 때문에 아무리 물가 안정이 중요하고, 금리를 올리며 긴축해야 한다지만, 국채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겁니다.

3️⃣ 금융 불안도 물가에 영향 : 물가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금리뿐만이 아닙니다. 금리가 낮더라도 금융 시장이 불안하면 소비, 투자가 위축됩니다. 이는 물가 상승률을 낮추는 요인이 되죠. 실제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금융 시장 불안정이 높아지는 상황입니다. 때문에 현재 국채를 사들여 시중에 돈이 풀리고 통화 긴축 속도가 늦어지더라도, 금융 시장 불안이 큰 상황에선 그 자체로 간접적인 긴축 효과가 있다는 뜻입니다. 이 불안정을 우선 잠재우고 다시 통화 긴축을 이어가도 충분하다는 얘기입니다.

류상철
한국은행 국장

각종 파생 상품 위기로도 번질 수 있어요

미 국채는 부도 위험이 없는 안전 자산으로 분류되죠. 그러나 위의 강 국장 말대로 가격 변동 위험이 있어 사실상 안전 자산이 아닙니다. 장이 안 좋아도 최종적으로 팔 때 손해를 보는 주식과 다르게, 만기가 있는 국채는 보유 중이라면 가격이 하락할 때마다 곧바로 손실을 보게 됩니다. 때문에 투자자들이 국채 가격 변동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8월 초까지만 해도 미 연준이 강력한 금리 인상 기조를 거둘 거란 기대감이 컸었죠. 이 기대는 얼마 안 가 깨졌고 4연속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이 커진 상황입니다. 금리와 채권은 반비례 관계인 만큼, 미 국채 가격은 그만큼 급락했습니다. 여기에다 연준이 9월부터 채권을 다시 시중에 푸는 양적 긴축 규모를 확장하면서 기름을 부었습니다. 때문에 채권 투자자들이 위험을 훨씬 더 기피하게 된 것이죠.

이렇게 채권 가격이 하락하면, 채권을 직간접적인 기초 자산으로 한 각종 파생 상품 거래도 취약해질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미 국채는 파생 거래에서 증거금으로 사용되는데요. 미 국채 가격이 하락하면 담보 가치가 하락해 마진 콜(margin call), 즉 추가 담보 적립 요청을 받게 되고 투자자는 추가 증거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 자산을 헐값에 매각해야 합니다. 이런 투자자들이 많아지면서 금융 시장엔 거센 충격이 오게 됩니다. 때문에 금융 시장이 극도로 민감한 상황에선 정부 당국이 정책, 발언에 하나하나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진균
리암그룹 CIO/CEO·서울시립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

금리 인상 끝나면 채권도 안정 되찾을 것

오히려 문제는 국채 금리 급등이 아닌 다른 데 있습니다. 내년 전 세계 경기 침체가 더 심화될 수 있단 점입니다. 기준금리 인상은 곧 주담대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부동산 경기 침체를 부릅니다. 그럼 소비 위축과 경제 불황이란 악순환이 생기죠.

그나마 다행인 건 2008년 금융 위기 같은 위험 요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정상 채권과 부실 채권의 중간에 위치한, 고수익·고위험 채권의 부도 확률이 2~3% 내외로 아직 크게 낮은 상황입니다. 때문에 내년 초까지 이어질 연준의 금리 인상이 끝나면 채권 시장 또한 안정을 되찾을 전망입니다.

⚠️ ‘돈맥경화’에 건설사 줄도산 위기

레고랜드 사태 여파가 건설·부동산 업계에도 번지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부동산 경기 악화로 자금 수혈이 어려운 마당에 해당 사태로 자금 흐름이 더욱 위축되면서 중소 건설사를 중심으로 연쇄 부도설이 번지고 있습니다(🔗관련 기사). 실제로 충남 지역 6위 건설 업체인 우석건설은 지난달 말 1차 부도 처리됐고, 태영건설은 지난주 군포 지역 계열사에 960억원 규모의 채무 보증을 결정했습니다.

이미 건설 업계는 금리 인상, 자잿값 인상, 미분양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었는데요. 요즘 PF 대출까지 막히면서 사업 시행 자체가 어려워졌고, 그만큼 건설업 자체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졌습니다. 비교적 신용이 양호한 대형 건설사조차 안심하긴 어렵습니다. 충분한 현금을 쥐지 못 하면 연내 만기가 도래하는 어음을 막지 못 하면서 자칫 ‘흑자 도산’을 겪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동윤
신한금융그룹 해외부동산투자 수석매니저

결국 금리가 문제네요

업계에서 체감하는 부동산 PF 대출 상황은 언론에서 다룬 것 이상으로 심각합니다. 연초까지만 해도 PF 대출은 증권사나 저축은행 등 투자은행(IB)의 주요 먹거리였는데요. 갑작스레 금리가 인상되고 대출 문을 닫으면서 건설사들의 신규 사업에 차질이 생기게 됐습니다. 자금 조달에 성공했더라도 저조한 분양률과 공사비 상승으로 건설사에 부담이 전가됐습니다. 건축물 완공을 위해 원가 상승을 감당해야 하는 중소 건설사는 자금 수혈이 어려워지면서 도산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신용도가 우수한 건설사도 곤란한 상황입니다. 기존엔 단기 채권을 발행해 대출 관련 자금 문제를 해결했는데, 지금은 단기 채권 투자자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단기 채권의 지급 보증에 나섰던 증권사나 은행들도 어려움은 매한가지입니다.

김현아
제20대 국회의원·전(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

도미노 현상을 멈추는 방법

어떤 현상이 인접 지역으로 파급되거나 계속해서 이어져 나가는 현상을 ‘도미노 현상’이라고 하죠. 레고랜드의 채무불이행 사태가 부동산 PF 붕괴의 도미노 현상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금리 변동에 민감한 부동산 PF 시장에서, 채권 시장 경색은 붕괴의 트리거 됐습니다. 한번 시작된 붕괴를 멈추려면 중간 중간 도미노를 비워 연쇄 현상을 멈춰야 합니다. 규제가 느슨하고 불투명한 ‘그림자 금융’일수록, 불안감이 조성되면 위기가 거침 없이 확산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정부 개입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이미 정부가 긴급 자금으로 50조원을 투입하기로 했지만 효과를 내려면 위험의 연결 고리가 될 도미노들을 적시에 적절히 선별해야 합니다.

김영곤
강남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건설 업계 구조적인 문제가 터진 것

국내 건설 업계는 아파트를 짓기도 전에 분양을 받는 ‘선분양’ 관행을 바탕으로 성장했습니다. 때문에 시장 상황에 따라 부침을 반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건설사 내부 경영 문제도 심각합니다. 경영의 기본은 경기가 호황일 때 오히려 위험 관리를 더 잘해야 한다는 건데요. 특히 건설업은 중소기업일수록 취약성이 큽니다. 원청과 하청 문제도 지속되고 있고, 입찰 등으로 공사비 절감을 무리하게 시도해 결국 부실 시공이나 사고로 귀결될 때가 많습니다. 대기업도 잘못된 경영이 많습니다. 해외 건설에서 적자를 보고 국내 사업에서 수지를 개선해내는 고질적인 문제도 팽배하죠.

결국 자금 지원이 문제 해결의 요점이 아니란 겁니다. 그보단 안정적 자금 흐름이 가능한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합니다. 언제까지고 정부 지원과 아파트 경기에 기대 사업을 할 수는 없습니다.

김웅
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부동산전문위원

경로 이탈한 부동산 시장, 예측 어려워

부동산 하락기에는 사이클이 있습니다. 통상 ‘부동산 경기 침체 → 주택 미분양분 증가 → 시행사 자금 경색 → PF 대출 부실 → 건설사 부도’ 순으로 나타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기존 흐름과 다른 점이 발견됩니다. 위 사이클에 의하면, 미분양이 증가하면서 자금 경색이 오는 수순인데요. 현재 전국의 주택 미분양 물량은 8월 말 기준 3만2700여 가구입니다. 16만 가구로 최고치를 기록한 2008년의 5분의 1 수준입니다. 이렇듯 미분양이 그리 많지 않은데도 자금 경색에 따라 건설사 부도가 시작된 겁니다. 이는 과거 대비 집값 하락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업체들의 대응 시간이 부족해진 탓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 주택뿐 아니라 토지 거래도 씨가 마른다

주택뿐 아니라 토지 거래마저도 급감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관련 기사). 국토부에 따르면 이번 3분기 전체 토지 거래량은 약 48만 필지로 전년 대비 40%가량 하락했습니다. 2분기 대비로는 26%가 넘게 떨어졌습니다. 

월요일 리멤버 뉴스레터에서 소개 드린 대로, 경기 악화에 따라 부동산 사업 관련 대출 부실 우려가 확산하면서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 해 부동산 개발 사업들이 동력을 잃고 있기 때문인데요(🔗관련 내용). 이 여파로 개발 사업의 기초인 토지 거래마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김현아
제20대 국회의원·전(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

사필귀정이지만…

고금리·집값 하락·PF 부실 발생·심리 위축·리스크 관리 강화… 현재 부동산 시장이 침체의 악순환에 빠지게 됐습니다. 토지 시장의 침체도 이 악순환의 한 과정일 뿐입니다. 얼마 전부터 개발 용도의 토지들이 매각을 위해 인허가를 서두른다는 소문이 있었는데요. 토지 시장이 침체할 거란 기운을 이미 감지했던 것 같습니다. 지난 5년간 워낙 호경기를 겪으면서 미리 확보된 개발용 토지들이 많았죠. 그만큼 상승 랠리가 멈출 때도 되긴 했습니다. 

지금 상황대로면 올해 착공이 본격화된 3기 신도시의 토지 보상도 불가피하게 지연될 것 같습니다. 보상에 활용되는 대체 토지 구입도 당연히 연기될 것이고요. 그간 과열된 부동산 경기가 식는 건 일면 다행이지만, 속도와 폭이 예상보다 빠르고 깊을 것 같아 걱정입니다.

김영곤
강남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인구·산업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전체 토지 시장의 흐름이 바뀌는 건 인구와 산업의 변화와 맞물립니다. 인구 문제는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선 아주 여실히 드러나고 있고, 신규 토지 필요성이 줄어드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사이클입니다. 그간 각 지자체마다 뭐라도 해보겠다며 프로젝트들을 벌였기 때문에 문제가 가려져 있었지,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합니다.

인구 문제보다 더 심각한 게 산업적 요인입니다. 제조업이 사양화되면서 지방은 토지의 산업적 니즈가 크게 줄었습니다. 지방 공단에 신규 생산 시설이 들어서지 않고 잡초만 무성한 폐허가 된 곳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인구 문제를 해결하고 산업을 키울 기본 계획과 전략 없이는 토지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건설붐만 일으키고 개발 욕구만 자극하는 것으론 안 되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