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신뢰는 때로 해롭다

🤬 리더의 신뢰는 때로 해롭다

신뢰

신뢰란 상대가 어떤 행동을 하든 감수하겠다는 취약성을 드러내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리더가 구성원을 신뢰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실패나 실수, 배반의 우려가 있더라도 중요한 프로젝트나 의사결정에 참여시키거나 심지어는 도움을 청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구성원을 향한 리더의 신뢰가 업무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건 굳이 연구 결과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신뢰의 패러독스

그런데 최근 리더의 신뢰를 받는다는 느낌이 일부 구성원에게 스트레스와 긴장감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리더의 신뢰가 높을수록 책임져야 할 과제가 늘어나고 긍정적인 평판을 유지해야 하는 부담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리더 입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신뢰를 가시화하고자 구성원에게 중요한 임무를 맡기거나 의견을 묻는 등의 행동을 보이곤 하는데요. 구성원 입장에서는 이를 마냥 좋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거죠.

이러한 신뢰의 패러독스가 일어나는 이유는 공정성에 대한 이해의 차이 때문인데요. 신뢰는 보편적으로 두 가지 가정에 기인합니다. 하나는 성과가 높은 사람에게 더 많이 분배해줘야 한다는 형평성 규칙(Equity rule)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구성원에게 동일하게 분배해야 한다는 균등의 규칙(Equality rule)입니다. 즉, 성과가 더 좋은 사람에게 더 높은 수준의 신뢰를 주거나 모든 구성원에게 똑같은 수준의 신뢰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형평성 규칙이나 균등의 규칙은 신뢰와 같은 사회심리적 요소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합니다. 수량화해 분배하기 어렵고 그 의미가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개개인의 독특한 욕구를 고려해 신뢰를 분배해야 한다는 ‘니즈 규칙(need rule)’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애리조나주립대, 조지아대 공동 연구진은 개인이 리더로부터 받기 원하는 신뢰 수준과 실제 리더로부터 받은 신뢰 수준 간의 일치 정도가 공정성 인식과 성과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살펴봤습니다. 연구팀은 샘플링 오류를 최소화하고 다각적인 결과를 도출하고자 표본과 연구방법론을 달리한 두 개의 연구를 독립적으로 실시했습니다.

서베이 : 미국 남동부와 남서부에 각각 위치한 두 개의 공립학교에 재직 중인 행정 직원을 대상으로 세 번의 온라인 설문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첫 번째 설문에서는 396명의 직원이 원하는 신뢰 수준과 실제로 받은 신뢰 수준을 평가했고, 두 번째 설문에는 342명의 직원이 전반적인 공정성 인식과 구성원들의 니즈를 리더들이 얼마나 고려하는지, 고려 정도를 평가했습니다. 리더들을 대상으로 한 세 번째 설문에서는 298명의 리더가 333명의 직원에 대한 과업 성과와 시민행동을 평가했고요.

실험 : 그 다음에는 조사 전문 기관을 통해 미국 전역에 퍼져 있는 18세 이상의 미국 국적의 직장인 225명을 모아 4개의 집단에 무작위로 배치했습니다. 각 집단의 참여자는 다음과 같은 네 개의 시나리오 중 한가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시나리오에 기반해 리더에게 기대한 행동과 실제 행동을 떠올리며 주어진 질문에 응답했습니다. 

1️⃣ 높은 수준의 신뢰를 원하고 높은 수준의 신뢰를 받은 경우
2️⃣ 높은 수준의 신뢰를 원했으나 낮은 수준의 신뢰를 받은 경우
3️⃣ 낮은 수준의 신뢰를 원했지만 높은 수준의 신뢰를 받은 경우
4️⃣ 낮은 수준의 신뢰를 원하고 낮은 수준의 신뢰를 받은 경우

높은 신뢰보다 중요한 건 일치 여부!

두 연구를 종합한 결과 리더로부터 받기 원하는 신뢰 수준과 실제 리더로부터 받은 신뢰 수준이 일치할수록 공정한 대우를 받는다고 인식했습니다. 신뢰 수준이 전반적으로 낮더라도 리더에게 원하는 신뢰 수준과 실제로 받은 신뢰 수준이 일치할 때, 구성원들은 자신의 니즈가 존중되고 공정하다고 느꼈습니다. 역으로 리더로부터 받고자 하는 신뢰 수준보다 과하거나 부족한 신뢰를 받을 때 공정성 인식 수준은 매우 낮았고요.

물론 신뢰 수준이 공정성 인식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 건 아닙니다. 리더로부터 원하는 신뢰 수준과 실제로 받은 신뢰 수준이 일치한다고 했을 때 신뢰의 정도가 높을수록 더 공정하게 인식됐습니다. 구성원의 니즈에 부응하려는 리더의 의도와 신뢰를 받고자 하는 구성원의 욕구가 일치할 때 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 연구는 신뢰가 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라는 보편적인 믿음에 의문을 던집니다. 리더의 신뢰는 구성원의 니즈에 기반해야 효과적입니다. 신뢰를 원하지 않는 구성원에게 일방적인 신뢰를 보이면 오히려 착취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당연히 신뢰를 원하는 구성원에게 신뢰를 주지 않는 건 상처가 되겠죠. 구성원의 니즈를 파악하고 그에 상응하는 신뢰를 보여줘야 하는 리더의 책임과 역량이 보다 중요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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