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커머스 천하삼분지계 선포하다

🥊 배민, 커머스 천하삼분지계 선포하다

배달의민족
우아한형제들의 서비스 비전 3.0 슬로건. 배달앱에서 커머스 플랫폼으로 확장 전선의 본격화를 의미함 ⓒ우아한형제들

“문 앞으로 배달되는 일상의 행복.” 우아한형제들이 작년 12월부터 적용한 서비스 비전 3.0의 슬로건입니다. 지난해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배달의민족이 더 이상 배달앱이 아닌, 커머스 플랫폼으로 나아가겠다고 했는데요. 그 포부가 슬로건에도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은 앞서 서비스 비전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주력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정보기술을 활용하여 배달산업을 발전시키자(2010.06.~2015.06.)’는 서비스 비전 1.0에는 그 자체로 오프라인 전화 배달을 모바일로 옮겼던 ‘배달의민족’ 서비스의 가치가 담겨 있고요. ‘좋은 음식을 먹고 싶은 곳에서(2015.06.~2021.12.)’라는 서비스 비전 2.0에는 종전 배달이 되지 않았던 음식 배달까지 서비스를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담았습니다. 이 즈음 우아한형제들은 배달대행업체 두바퀴콜을 인수하고 물류망을 내재화한 서비스 ‘배민라이더스(현 배민1)’를 선보였죠.
[🔗우아한형제들, 두바퀴콜 인수…배달의민족, 자체 배달 시스템 강화, 한국경제]

서비스 3.0은 뭐가 다를까

서비스 비전 3.0에서는 커머스 사업 진출 의지가 엿보입니다. 커머스와 관련된 4가지 서비스 포트폴리오를 확충했습니다. 

1️⃣ B마트 : B마트는 소비자 접점의 도심 물류거점 MFC(Micro Fulfillment Center)에 재고를 직매입해 보관해두고 내재화한 배달 물류망을 연계해 고객에게 1시간 내 배송하는 서비스입니다. 단건배달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강남 등 일부 지역에서는 ‘B마트1’이라는 이름으로 속도 확장팩이 등장하기도 했죠.
[🔗격돌하는 배민과 쿠팡, MFC가 온다, 커넥터스]

송재하 우아한형제들 CTO는 20일 자사 기술행사에서 “마이크로 풀필먼트의 효율화를 어느 정도 이룬 상황”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는데요. 경쟁시장은 비용 효율 문제로 축소 추세인 반면 B마트 MFC는 확장 기조에 있다며 1~2년 내 지금보다 두 배 이상 규모가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B마트의 MFC 운영 디테일이 궁금하다면 아래 콘텐츠를 읽어보면 좋고요.
[🔗직접 알바 뛰며 파헤친 ‘배민 B마트 MFC’만의 물류 노하우 & 디테일, 커넥터스

2️⃣ 배민스토어 :  B마트가 직매입한 재고를 직접 물류로 연결하는 구조였다면, 퀵커머스 마켓플레이스 배민스토어는 1~3시간 내 배송이 가능한 외부 판매자를 입점시키는 구조입니다. 우아한형제들 입장에선 퀵커머스 카테고리를 늘리는 동시에 무거운 자산 투자를 가볍게 만들고 안정적인 수수료 수익을 얻을 수 있죠. 

2021년 12월 강남에서 첫 선을 보일 때에는 아리따움, 올가홀푸드, 꾸까, 폴더 등이 입점했었는데요. 지금은 정관장, 몽슈슈, 시코르,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을 추가하며 제휴처를 늘리고 있습니다. 각 업체마다 별도의 퀵커머스 물류망을 꾸렸기 때문에 당일배송을 위한 고객 주문 마감시간과 배송 리드타임은 제각각입니다. 익히 알려진 방법으로 배달대행업체를 붙일 수도, 이마트24처럼 자체적인 MFC을 운영할 수도 있겠죠.
[🔗4위 탈출의 열쇠? 이마트24가 택한 ‘퀵커머스 제3의 길’, 커넥터스]

3️⃣ 전국별미 : ‘전국별미’는 지역 음식과 산지 농축수산물을 중개하는 마켓플레이스입니다. B마트나 배민스토어처럼 퀵커머스는 아니고, 택배를 통해 고객에게 상품을 발송하는 일반적인 커머스 구조입니다. 배민스토어를 적극 확장하기에는 입점업체들의 퀵커머스 비용 부담이 적잖이 있기 때문에 고안한 시도로 해석할 수 있겠는데요. 과거 서비스 비전 2.0 단계에서 실패로 끝났던 ‘배민찬’을 조금 더 확장한 버전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4️⃣ 배민쇼핑라이브 : 마지막으로 우아한형제들이 준비한 서비스는 쇼핑 업계 뉴노멀이 된 ‘라방’입니다. MD가 소싱한 상품을 배민앱 내에서 라이브 방송으로 판매하고, 고객은 실시간 채팅으로 셀러와 소통하며 상품 정보를 얻고 구입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4월 진행된 방송에서 좋아요 수 300만개, 실시간 채팅 수 2만 2000개를 기록하면 라이브커머스의 힘을 보여줬습니다. 기존 배민앱의 트래픽을 활용해 광고 상품을 선보일 수 있어 새로운 수익 모델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배민
배달의민족 앱 메인에 전면 배치된 커머스 관련 서비스들 ⓒ 배달의민족 앱캡처

배달앱 트래픽을 ‘커머스’로

우아한형제들이 커머스로 나아가고 싶어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배달앱으로 만든 월 2000만 수준의 막대한 MAU를 음식배달에만 사용하기 아쉽기 때문이죠.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하루에만 배달의민족 플랫폼에서 수백만명의 주문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는데요. 여기에 음식뿐 아니라 다른 상품까지 제안할 수 있다면 200조원이 넘어가는 커머스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됩니다. 

우아한형제들은 음식배달을 ‘리얼타임 퀵커머스’의 한 종류로 인지합니다. 송재하 CTO는 높은 방문빈도를 보이는 고객, 리뷰와 CS가 탄탄한 배달, 퀵커머스에 특화된 물류 세 영역에서 충분한 기술 자산을 확충했다며 이를 커머스까지 연결한다면 새로운 차원의 퀵커머스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물론 이 과정이 말처럼 쉽지 않은 것도 맞습니다. 음식을 배달시켜 먹고자 하는 사용자와 상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사용자의 특성은 다릅니다. 우아한형제들도 이를 잘 알고 있고, 기존 배달 주문하는 고객의 경험을 해치지 않는 것을 우선하여 새로운 커머스 경험을 강화해나간다는 계획입니다. 

‘속도’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

우아한형제들의 커머스 전략 핵심 키워드는 ‘퀵커머스’입니다. 하지만 퀵커머스와 관련해서 시장에선 위기론이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거시 경제 변화 요인으로 유동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퀵커머스에 수반되는 높은 비용 구조에 대한 부담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고요. 이로 인해 퀵커머스 비즈니스 모델을 강화하던 업체들이 매각, 폐업을 선택하는 사례가 국내외를 막론하고 늘어나고 있습니다.
[🔗리오프닝에 급브레이크…퀵커머스 ‘생사기로’, 이데일리]

그럼에도 우아한형제들은 퀵커머스라는 전략 키워드를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사실상 쿠팡과 네이버가 양분한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판에서 퀵커머스가 아니라면 시장 선점기업들과 비교해 경쟁우위를 보이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쿠팡이 메가 사이즈 풀필먼트센터와 직영과 외주를 아우르는 배송트럭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전국 단위 커머스 시장을 평정한 건 사실입니다. 네이버의 국내 1위 포탈 기반 트래픽 권력을 바탕으로 한 검색과 가격비교 역량을 커머스에서 절대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아한형제들은 쿠팡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MFC와 퀵커머스를 위한 이륜차 배송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네이버조차 만들지 못한 이미 빠른 배달에 익숙해진 2000만명 사용자 트래픽 권력을 갖고 있습니다.

요컨대 우아한형제들은 쿠팡과 네이버와 같은 전장에서 싸우는 것보다는 쿠팡과 네이버가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전장에서 원래 잘하던 역량을 강화하는 전략을 커머스 영역에서 택한 것입니다. 때문에 ‘퀵커머스’는 우아한형제들이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가치가 되고, 이런 배경 하에 우아한형제들 송재하 CTO가 선포한 것이 ‘이커머스 천하삼분지계’입니다.

 “커머스는 큰 틀에서 검색, 가격비교, 그리고 광고를 엮어내는 방식(네이버)이 있고, 상대적으로 조금 새로운 대규모 물류센터에 상품을 직매입해서 판매하는 모델(쿠팡)이 있습니다. 이 두 가지 모델이 양분돼 있는 것 같지만, 사용자가 소비를 결심한 시점과 실제 소비를 하는 시점 사이에서 맥락의 전환이 필요한 것은 공통점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배달의민족 고객들은 이미 음식 배달에서 맛봤던 ‘즉시성’이라는 경험과 가치를 커머스에서도 원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리얼타임 커머스’를 바탕으로 기존 양분돼 있던 커머스 구도를 재편하고, 커머스 천하를 3분할하는 구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송재하 우아한형제들 CTO

‘비용’은 괜찮아요?

사실 단건 배달과 도심 물류 인프라 투자로 대표되는 퀵커머스에 수반되는 높은 비용은 여전히 업계의 부담이고, 이는 우아한형제들도 피할 수 없는 이슈입니다. 그렇기에 우아한형제들이 서비스 비전 3.0 선포와 맞물려 적은 자산 투자로 수익성을 가져갈 수 있는 퀵커머스 마켓플레이스 ‘배민스토어’를 시작했을 것이고, 포장주문 픽업과 같은 물류비를 절감하는 옵션을 마련했을 것입니다. 어쩌면 서비스 품질을 다소 희생하는 대신 비용 효율을 높이는 선택지들입니다.

우아한형제들은 이렇게 시장에 존재하는 서비스와 비용의 상충 관계를 장기적으로 극복할 수 있을 거라 보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효율화’, ‘자동화’, ‘기계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송재하 CTO가 밝힌 우아한형제들의 앞으로 10년 목표는 고객의 자택에서 냉장고를 없애는 즉시 보충(Just In Time)이 가능한 ‘리얼타임 퀵커머스 모델’을 고도화해나가는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지요? 송재하 CTO의 계획을 들으며 마무리합니다.

“우리가 드론으로 특정 장소에서 특정 장소로 음식을 나르면, 딜리드라이브와 같은 육상 배송로봇으로 그것을 받아서 고객에게 배송하는, 사람이 개입하지 않는 배달 모델을 구축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계가 효율이 나지 않거나 복잡한 부분들은 사람이, 다시 사람이 하기 어려운 부분은 기계가 연계하는 방식이 만들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국내 배달 구조는 ‘플랫폼 노동’을 바탕으로 하잖아요. 플랫폼 라이더 분들은 법적으로 자영업자에 가까운 형태이고, 생산수단과 안전장구의 소유권도 그들에게 있는데요. 저는 로봇과 사람의 협력 모델을 만들더라도 배달 플랫폼이 모든 기계를 전부 사서 뿌리고 관리하는 형태보단, 라이더들이 리스나 구매 형태로 로봇을 가져가서 참여하는 형태가 더 나을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 송재하 우아한형제들 C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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