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제친 TSMC, 다음 왕좌는 누구 차지?

⚔ 삼성 제친 TSMC, 다음 왕좌는 누구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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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뉴스레터에서 삼성이 전 세계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를 대만 TSMC에게 내줬다는 소식 전해드렸었는데요(🔗관련 내용). 당시에는 잠정실적으로 추정한 거였는데, 지난 13일 TSMC의 결산 분기 실적이 발표됐습니다. 실제 실적은 애널리스트들의 예상보다도 좋았습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9% 오른 202억 3000만달러(약 29조20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당기순이익률 역시 45.8%로 전년 대비 8.1%p 상승했습니다. 삼성전자가 3년 만에 역성장으로 어닝쇼크를 맞은 상황과 대비되는 모습입니다.

TSMC, 대만 정부가 키운 국민기업

1987년 모리스 창이 설립한 TSMC는 ‘대만반도체생산회사(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대만 정부가 육성하고 보호하는 국민기업입니다. 종합반도체기업(IDM) 삼성전자나 인텔과 달리 TSMC는 30년 넘게 파운드리 한 우물만 팠습니다. 지난해 기준 삼성은 43조원을 메모리반도체, 파운드리, 팹리스 등 여러 분야에 나눠 투자했지만 TSMC는 50조원을 오직 파운드리 사업에만 썼습니다. 그 결과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압도적인 세계 1위를 지키고 있죠.

역대급 실적 올린 복덩이는?

다시 실적 얘기를 해볼까요?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TSMC의 C.C 웨이 회장은 서버용 반도체가 성장을 이끌리라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분기 TSMC의 역대급 실적을 이끈 주역은 스마트폰용 반도체였습니다. 전체 매출의 41%를 차지했죠. 2분기보다도 25% 매출이 늘었습니다. 물론 서버용 반도체와 자동차용 반도체의 매출도 안정적이었고요. 

기술 방식으로 보면 5나노미터 급과 7나노미터 등 최신 기술 반도체의 매출 비중이 도합 과반을 차지했습니다. 파운드리 사업은 7나노미터 미만 ‘초미세공정’과 10나노미터 이상 ‘레거시공정’으로 나뉘는데요. 초미세공정에서는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CPU(중앙처리장치), GPU(그래픽처리장치) 등 스마트폰이나 서버에 들어가는 고성능, 초소형 제품이 주로 생산됩니다. 레거시공정에서는 MCU(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 DDI(디스플레이 구동칩) 등 자동차나 TV 등에 탑재되는 전통적인 칩이 주로 나오고요.

✅ 기술 방식에 따른 매출 점유율
5나노미터: 28% (QoQ* 7%포인트 증가)
7나노미터: 26% (QoQ 4% 포인트 감소)
16나노미터: 12% (QoQ 2% 포인트 감소)
28나노미터: 10% (QoQ 동일)
40/45나노미터: 7% (QoQ 1% 포인트 증가)
65나노미터: 5% (QoQ 동일)
90나노미터 이상: 12% (QoQ 동일)

✅ 반도체의 쓰임에 따른 점유율
스마트폰 41% (QoQ 25% 증가)
서버용 반도체: 39% (QoQ 4% 증가)
IoT: 10% (QoQ 33% 증가)
자동차: 5% (QoQ 15% 증가)
일반 가전용 반도체: 2% (QoQ 2% 감소)
기타: 3% (QoQ 10% 증가)

📌 QoQ : Quarter on Quarter의 약어. 직전 분기 대비 증감율

본격 경쟁은 3나노미터 

내년부터 업계의 왕좌를 결정하는 건  3나노미터와 3㎚ e 제품이 될 것 같습니다. TSMC는 내년부터 3나노 양산에 들어가는데요. 높은 기술이 적용되는 반도체 제품일수록 수익성이 높습니다. TSMC 경영진들은 3나노 공정이 단위 공정당 수익성이 가장 높았던 5나노 반도체보다 훨씬 수익성이 좋다고 밝혔습니다. TSMC는 여기서 더 욕심을 내 3나노의 다음 세대 버전인 3㎚ e의 양산 시점도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2~3개월 앞당겨 추진할 거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수익성이 5나노보다도 좋다는 3나노의 내년 매출 비중은 한 자리수로 예상됩니다. 생산량이 현저히 적기 때문인데요. ASML의 포토 공정을 위한 장비 수급이 어렵기 때문에 생산량을 급격히 늘릴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 7월부터 3나노 반도체 생산에 들어갔습니다. 특히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인 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 공정은 삼성전자가 유일합니다.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 당시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세계 최초 3나노 공정 웨이퍼에 서명을 남기기도 했었죠. 다음 세대 경쟁의 출발선은 삼성전자가 다소 앞선 듯합니다. 

시장에서는 이제 얼마나 수율이 높게 나오는지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수율이란 웨이퍼 한 장에 설계된 최대 칩(IC)의 개수 대비 실제 생산된 정상 칩의 개수를 백분율로 나타낸 것으로, 불량률의 반대말입니다.

지난 8월 18일부터 3일간 중국 난징에서 개최된 ‘2022 세계 반도체 대회’에서 TSMC가 밝힌 3나노 공정 수율은 80% 수준입니다. 4나노미터 공정 수율이 70% 정도 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 높은 편이죠. 물론 대만 매체가 TSMC에 유리한 방향으로 보도를 해 왔기 때문에 완전히 믿을 수는 없지만 업계에서는 TSMC가 삼성보다 수율이 좋은 건 사실이라고 말합니다. 과거 5나노 공정에서 삼성의 수율은 TSMC의 절반 수준인 35%에 불과했거든요. 이후 결함을 해결하면서 수율을 올리긴 했지만 TSMC에 미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만’이 가진 리스크 두 가지

이런 기술적 진보와는 별도로 TSMC는 대만 기업입니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중국-대만 간 갈등 등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입니다. 현재 TSMC의 생산기지는 자국의 가오슝 생산 기지를 비롯하여 미국 애리조나 및 일본 구마모토, 중국 난징에 있습니다. 최근 미-중 간 반도체 분쟁과 중국-대만 간 양안 분쟁 때문에 중국 내 TSMC의 생산 시설 그리고 생산 시설의 다변화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이었습니다.

현재 중국 난징에서 생산되는 TSMC 제품은 16나노미터와 28나노미터 공정입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마찬가지로 미국 상무부로부터 1년간 특별 승인을 받은 상황입니다. TSMC 경영진들은 미국 상무부의 조치가 수익성에 미칠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미국 상무부의 대 중국 수출 규제에 대해 TSMC의 경영진들은 AI와 슈퍼컴퓨터에 활용되는 반도체와 관련된 사항이라며 전체 제품 중 영향받는 부분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간접비 부담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오히려 TSMC가 예의주시하는 건 양안 관계 악화와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입니다. 이런 위험 요소 때문에 TSMC는 해외 생산 기지를 검토하고 있는데요. 해외 생산 기지는 초기 비용이 많이 들지만, 향후 관리나 운영 비용은 대만 생산 기지와 유사하게 맞춰질 것으로 보입니다. TSMC에 생산 의뢰를 맡기는 ‘고객사’의 위치까지 고려해 유럽이 물망에 오르고 있습니다. 

파운드리 업체답게 TSMC는 기술 개발, 용량 계획 및 가격 책정과 관련된 부분을 고객사와 협의하고 이를 맞춰나가고 있습니다. 3나노미터 공정을 확신하는 것도 파트너들과 이미 상당 부분 이야기가 진행되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대만의 매체들은 애플, 인텔, 퀄컴, 미디어텍, 엔비디아 등 주요 팹리스 사업자들은 TSMC를 통해 3나노 공정 반도체를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TSMC의 반도체 재고는 3분기를 기점으로 최고 수준을 찍은 후 내년도 상반기에는 정상적인 수준으로 회복될 예정입니다. TSMC는 반도체 시장이 최근 몇 년 사이와 비교할 때 쇠퇴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었는데요. 그래서인지 올해 제시한 투자 규모(CapEx)에 비해 지출은 최대 18% 절감한 360억 대만 달러 수준으로 예상됩니다. 그럼에도 총 투자 비용의 70~80%를 신제품과 신기술 개발에 할당한 걸 보면 파운드리 시장의 주도권을 계속 가지고 가겠다는 속내가 읽히네요. 

Comment: 이 날 실적 발표에서 TSMC의 C.C 웨이 회장은 TSMC가 갖는 3가지 장점으로 기술 리더십, 포괄적인 설계 생태계, 팹리스 사업자들의 관계를 꼽았습니다. 파운드리 분야의 경쟁은 이 세 가지 영역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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