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배달비 폭탄은 누가 떠안을까?

💣 이제 배달비 폭탄은 누가 떠안을까?

배달의 민족

국정감사로 보는 배달의민족 정책 변화 읽기

2022년 국정감사가 지난 4일 시작됐고, 중반전을 달리고 있습니다. 시사에 관심 있는 분들이 아니라면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국정감사는 국회의원들의 잔칫날입니다. 공개적으로 정부를 비판할 수 있는 청문회인 만큼 평소 입법 활동으로는 보여주기 어려운 ‘일한다’는 느낌을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고 잘만 하면 이 자리에서 지지층을 쌓고 스타로 부상하는 것도 가능하니까요. 노무현 전 대통령도 13대 국회의원 시절 노동위 국감장에서 활약한 원조 국감 스타였죠. 물론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혹은 이해도가 떨어지는 사안에 호통(?)만 치는 누군가의 모습도 공개되니 어찌 보면 양날의 검이라 볼 수도 있겠네요.

제가 정치 담당 콘텐츠 창작자도 아닌데, 해마다 국정감사를 살펴보는 이유는 기업에서 출석하는 증인들 때문입니다. 평소 쉽게 만나지 못할 각 기업의 최고임원들이 세간에 화제였던 이슈에 답을 하는 자리이고, 그 답변에서 생각지 못했던 괜찮은 정보의 파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물론 (한정된 발언 시간 때문인지) 자기 할 말만 하는 의원들과 왠지 송구하고 뭔가 계속 검토만 하는 기업인들의 모습에서 별 내용을 찾기 어려울 때도 많은데요. 그래도 최소한 대한민국 국회가 생각하는 국민의 이목을 끌 ‘산업 이슈’가 무엇인지는 파악할 수 있습니다.

국정감사에서 논의된 몇몇 주제는 기업 정책 뿐 아니라 소비자에까지 영향력을 미칩니다. 예컨대 2020년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택배근로자 과로사’ 이슈는 CJ대한통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택배사들의 대규모 분류 자동화 투자로 이어졌는데요. 택배사들은 이를 명분으로 택배비를 인상했고, 이커머스 판매자들의 원가와 소비자 판매 가격에도 실질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택배 사회적합의 1년 : 여전한 택배 분류작업⋯국토부 이행점검 “글쎄”, 아시아타임즈]

플랫폼 국감이라 불렸던 지난해 국정감사는 또 어땠나요? 의도치 않게 주인공이 된 카카오는 국감 이후 기업의 중심 프로파간다를 ‘상생’으로 바꿨고, 사회적 논란을 야기했다고 비난받은 대리운전, 꽃·간식 배달 서비스 등 일부 서비스를 철수했습니다. 게다가 올해 IT업계 최대 이슈였던  ‘카카오모빌리티의 사모펀드 매각 검토 및 철회 사태’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왜 거듭 사과를 해야 했나, 경향신문]

이번 글에선 언젠가부터 국정감사 단골손님이 된 1등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중심으로 플랫폼 기업들의 정책 흐름과 산업의 변화를 읽을 힌트를 찾아보겠습니다. 

‘단건배달’이 촉발한 배달비 인상?

지난 7일 우아한형제들에서 대외⋅법무를 담당하고 있는 함윤식 부사장이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주로 언급된 이슈는 ‘배달비 인상’과 ‘소상공인 부담 가중’이었죠. 올 상반기 ‘음식배달 비용’ 인상 문제가 꽤 화제였습니다. 일부 미디어는 ‘배달비 1만원 시대가 왔다’는 꽤나 자극적인 제목을 사용하기도 했는데요. 일부 극단적 사례를 일반화한 것이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배달비가 오른 건 분명합니다. 몇 달 전 홈플러스의 6990원짜리 당당치킨이 ‘치킨런’ 열풍을 불러온 데에도 이런 배경이 있었죠.
[🔗‘배달비 1만원 시대’는 오지 않았습니다, 커넥터스]

배달비 인상 논란의 중심에는 쿠팡이츠가 촉발하고 배달의민족이 맞받은 ‘단건배달’ 경쟁이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음식배달의 표준 운영 방법론은 ‘묶음배달’이었습니다. 여러 음식점을 순차적으로 방문⋅픽업해 고객에게 전달하는 방식이죠. 

반면 단건배달은 라이더가 한 번에 하나의 주문을 소화하는 시스템입니다. 단건배달은 분명 소비자에게 전에 없던 ‘속도’라는 편익을 만들었습니다. 종전 40분 기준으로 움직이던 음식배달 리드타임이 20분까지 줄어들었죠. 하지만 라이더의 시간당 주문 처리량이 절반으로 감소하면서 라이더 품귀현상이 발생했습니다. 플랫폼은 라이더의 시간당 수익보전을 위해 배달 건당 비용을 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재 배달의민족 단건배달 서비스 배민1을 이용할 경우 라이더는 건당 6000원을 받습니다.

그런데 쿠팡이츠가 처음 단건배달을 시작한 건 2019년인데, 3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논란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건 플랫폼 기업의 마케팅 정책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간 배달 플랫폼들은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배달비를 자체 부담했었는데요. 올해 초부터 프로모션을 종료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숨어있던 물류비용 부담이 기존 플랫폼에서 ‘음식점’에게 전가됐고, 또 소비자에게 그 증가분이 재차 전가되며 배달비 인상 논란이 본격화된 겁니다. 게다가 음식점은 배달비와 별도로 중개 수수료까지 부담해야 하니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닌 셈이죠.
[🔗‘단건 배달’ 프로모션 종료…비용 부담은 누가, 지디넷코리아]

배민
3월부터 변경 적용된 배민1 요금제의 모습. 음식점과 소비자가 배달료를 분담한다는 기본 체계는 변하지 않았다. ⓒ배달의민족

물론 배달비 인상의 원인이 단건배달에만 있는 건 아닙니다. 종전 묶음배달로 진행되던 ‘배달대행’ 요금도 인상하는 추이가 보였는데요. 이는 고용노동부의 배달 라이더 고용보험 가입 등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시행되면서 늘어난 비용 증가분이 배달대행 비용에 녹아든 것으로 보입니다. 불가피하고 필요한 조치이나, 라이더와 배달대행업체 입장에서는 지금껏 없던 비용이 추가되면서 배달비가 오르고 그것이 또 음식점에게 전가됐습니다.
[🔗고용보험 의무화에 떠는 배달업계…”기사부족 우려, 정산도 난감”, 뉴스핌]

수수료 규제가 다가올까요?

배달비 인상이라는 결과를 어떤 한 주체의 책임으로 돌리기에는 꽤나 복잡한 정책과 시장 환경 변화가 있었습니다. 배달대행업체들은 배달비 인상의 주요 원인으로 ‘단건배달’을 촉발한 배달 플랫폼들을 지목합니다. 반면 배달 플랫폼들은 단건 배달과 배달비 인상은 상관없고, 오히려 배달대행업체들이 증가된 요금을 음식점에 부과하고 있다고 맞불을 놨습니다.
[🔗배달비 인상의 주범이 ‘플랫폼’이라고요?, 커넥터스]

소병철 의원

우아한 형제들

이번 국감에서 ‘배달 수수료 규제’ 등장을 함의하는 의견도 등장했는데요. 소 의원은 커뮤니티 글을 인용하며 플랫폼 수수료와 배달대행료가 음식 판매가의 45%에 달한다며 점주의 고충을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 75%가 배달비가 과도하다며 배달비 인상 금지를 막기 위해 수수료 규제 법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과반이 동의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함 부사장은 “가이드는 정부가 정해주는 것이고, 우리는 그에 할 도리를 다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에 판단을 맡겼습니다.

‘포장 수수료’도 문제라고요?

사실 현재 거시 환경이 배달의민족에게 그리 녹록지는 않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엔데믹의 도래,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등 여러 요인이 겹겹이 쌓여 배달앱 사용은 감소 추세에 있습니다. 인과를 특정하긴 어렵지만 늘어난 배달비도 분명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 호시절’ 지난 배달 플랫폼…매출감소, 네이버 진출설 ‘끙’, 한겨레]

배달의민족이 논쟁의 한 가운데에 있을 때 단건배달의 서막을 알린 쿠팡이츠는 숨 고르기에 들어갔습니다. 쿠팡은 사실무근이라 일축했지만 매각설도 등장했고, 눈에 띌 만큼 고객 대상 프로모션이 줄어들었다는 업계 평가가 나옵니다. 쿠팡은 최근 유동성 악화 상황에서 주주가치를 제고하고자 ‘수익성’을 챙기는 방향으로 적극 움직이고 있는데, 단건배달 중심의 쿠팡이츠는 확실히 쿠팡의 수익성 개선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사업처럼 보이긴 합니다.
[🔗“배달시키는 사람 그렇게 줄었어?”…쿠팡이츠 매각설 나온 이유, 머니투데이]
[🔗“족발 1시간째 안 오더니” 쿠팡에 등 돌렸다, 300만명 ‘주르륵’, 헤럴드경제]

이런 상황에서 배달비 부담을 덜고자 ‘포장’ 픽업을 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배달 플랫폼 입장에서는 비용의 근원이던 물류를 소비자에게 돌려서 해결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이미 요기요는 이미 포장 주문에 12.5%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고,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역시 연내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무료 프로모션을 종료하고 포장 수수료 부과를 예고했습니다. 이에 국감에서 양정숙 무소속 의원은 포장 수수료 수취 계획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포장 중개 돈 된다” 배민·쿠팡이츠, 포장 수수료 부과 초읽기, 조선비즈]

그러자 배달의민족 함 부사장은 “현재는 무료로 포장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투자가 이뤄지는 부분이 있어 검토중”이라는 답변을 내놨습니다. 요컨대 배달의민족은 포장 수수료 부과 계획에 대해 어느 정도 투자가 이뤄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철회’를 하긴 어렵다는 말을 완곡히 돌려 말한 겁니다.

음식점주에게 최선의 선택은?

사실 플랫폼이 기술과 브랜딩에 꽤 큰 투자를 한 건 어느 정도 오프라인 포장 방문 모객을 위한 ‘마케팅 채널’ 역할을 하는 것도 맞습니다. 당연히 투자에 대한 합리적인 ‘수익모델’을 설정할 자유가 그들에겐 있고요. 이런 상황에서 포장 수수료가 부담인 상인들이 많다면 차라리 공공 배달앱이든, 운영 목표가 다른 신한은행의 땡겨요든 수수료가 최소화된 경쟁 배달앱을 활성화시키는 게 맞는 방향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자연스레 경쟁 환경 속에서 수수료는 줄어들고, 공짜 픽업은 늘어날 여지가 생기진 않을까 싶고요. 사용자 스스로 배달앱이 아닌 전화 주문을 하도록 하고, 여기 음식점이 인센티브를 주는 캠페인도 얼마든지 전개할 수 있을 겁니다.
[🔗6990원짜리 치킨런과 공짜 물류, 엄지용]

어쨌든 오늘 마무리는 “공짜 물류는 없다”로 하겠습니다. 이게 다 공짜인 줄 알았던 배달비가 어디선가 튀어나와 생긴 문제니까요. 사실 과거 배달앱이 없던 시절의 중국집 배달, 치킨집 배달이 ‘공짜’였던 이유는 음식점이 그 비용을 부담하거나 원가를 녹여 음식 가격을 산정했기 때문입니다. 그 증거로 방문 고객에게는 홀요금으로 음식을 할인해주는 중국집을 지금도 심심찮게 찾을 수 있잖아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물류비가 갑자기 튀어나온 것은 절대 아니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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