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악은 아직”이라는 IMF, 숨은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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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악은 아직”이라는 IMF, 숨은 의미는?
이효석의 주식으로 보는 세상

경제 위기

업라이즈 애널리스트이며, 유튜브 이효석아카데미를 운영합니다.

새로운 사실 : 2.5%. IMF가 최근 발표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입니다. 기존 2.3%보다 높게 잡은 건데요. 이것만 보면 생각보다 국내 경제 환경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1%에서 2%로 오히려 더 보수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안심할 수 없다는 거죠.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성장률 전망치보다 IMF가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담긴 내용에 더 눈에 띄었습니다. 오늘은 그 내용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위기 가능성 키우는 인플레 : IMF에서는 경제전망보고서와 함께 금융안정보고서(Global Financial Stability Report)를 발표합니다. 금융 시장의 안정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여러 분석이 포함된 120쪽짜리 방대한 보고서인데요. 이번 보고서에는 높은 인플레 상황이 어떻게 금융 안정성을 위협하고, 위기 가능성을 키우는지에 대한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3장에 나온 개방형펀드(Open-end fund)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영어 제목은 ASSET PRICE FRAGILITY IN TIMES OF STRESS: THE ROLE OF OPEN-END INVESTMENT FUNDS입니다.

개방형 펀드, 미 GDP 2배 규모 : 우선 개방형 펀드는 투자자가 매일 자신의 주식을 사고팔 수 있도록 하는 펀드입니다. 투자자에게는 투자 기회를 제공해주고, 기업과 정부에는 필요한 자금을 제공하면서 금융 시스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시중에 알려진 바와 같이 개방형 투자 펀드는 지난 20년 동안 크게 성장했고, 올해 전 세계적으로 41조달러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는 비은행 금융 부문 보유액의 약 5분의 1에 해당합니다. 참고로 미국의 GDP가 20조달러 수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얼마나 큰 규모인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IMF 금융안정보고서

유동성 불일치가 야기할 문제 : 개방형 펀드는 주식 및 국채처럼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한 자산에도 투자할 수 있지만, 회사채와 같이 거래 빈도 자체가 높지 않아서 유동성이 없는 자산에 투자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매일 환매하러 오셔도 돈을 드릴 수 있습니다”라고 이야기한 펀드가 오늘 팔아도 내일 돈이 안 나오는 자산을 들고 있거나, 오늘 당장 팔 수도 없는 자산을 들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합니다. IMF에서도 개방형 펀드에서 유동성 불일치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IMF 금융안정보고서 개방형 펀드 유동성 불일치 위험

1) 부정적인 매크로 쇼크가 발생합니다.

2) 투자자들은 펀드 환매를 하겠죠?

3) 그럼 펀드가 들고 있는 자산을 팔아야 할 겁니다.

4) 어차피 유동성이 없는 자산인데,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팔아야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일종의 양 떼 효과가 생깁니다. 파티가 끝났을 때 앞다퉈 밖으로 나가야 하는 상황을 상상하시면 됩니다.

5) 이런 상황에서는 자산의 가격은 더 하락할 수 있습니다.

6-1) 자산가격이 내리면 그 펀드의 성과가 안 좋아지고, 뒤늦게 성과를 확인한 투자자들이 또 자금을 회수합니다. 2)의 상황으로 돌아간다는 거죠.

6-2) 또한 자산가격은 해당 펀드에만 영향을 주는 게 아닐 겁니다. 전반적으로 안 좋은 상황으로 이어지게 되면서 금융환경 자체가 나빠지게 됩니다.

이런 무서운 일들이 일어나면 절대 안 되겠지만, 우리는 이미 가까운 과거에 비슷한 일들을 경험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개방형펀드에서 순자산가치의 약 5%가 유출되었고, 이 때문에 해당 펀드들은 자산을 매각해야만 했습니다. 앞으로 그런 일이 있을 것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비슷한 일이 없을 거라고 이야기할 수도 없는 것 같습니다.

결국 해법은 인플레 완화 : 그런데 최근 파이낸셜타임즈 기사를 보면, 기관 전용 부동산 펀드에서 상환 또는 인출을 제한한다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이 역시 국채 가격 하락 등 변동성이 커지면서 유동성이 없는 펀드에 투자한 사람들의 상환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환매를 신청하니까 펀드는 부동산을 포함한 비유동성 자산의 비중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플레를 잡기 위한 미국 중심의 긴축 기조가 전 세계를 힘들게 하고 있지만,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금융안정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연준은 인플레를 잡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 ‘투자 혹한기’ M&A 전략과 한계?!
이철민의 리멤버 밸리

차트와 계산기, 돈

사모펀드 VIG파트너스의 대표이며, 투자ㆍ테크ㆍ미디어 분야에 대한 글도 쓰고 있습니다.

시작된 벤처 혹한기 : 이른바 ‘벤처 혹한기’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유동성이 축소되면서 금융 시장이 불안정해지기 시작한 여파입니다. 벤처 분야라고 해서 예외는 없는 거죠. 벤처캐피탈(VC) 등 투자자들의 투자 여력이 줄어들면서 투자에 신중해지고 투자 결정도 미루고 있는 것이 벤처 혹한기의 가장 큰 이유입니다. 기존 투자금 회수가 안 되거나 상장 기업의 주가가 급락한 영향도 크죠.

투자금을 구하지 못한 벤처 스타트업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도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명품, 물류, 식품, OTT, O2O 등의 분야에서 이미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던 기업들마저 구조조정이나 일부 사업 철수, 폐업, 경영권 매각 등에 내몰린다는 뉴스도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관련 기사).

M&A 기회로 활용하는 회사들도 : 그런데 다른 한쪽에서는 이 상황을 기회로 활용하는 기업들도 있습니다. 충분한 현금을 이미 투자받았고, 현금 유출이 적거나 이익을 이미 달성하고 있는 경우입니다. 그런 기업들 중 일부가 여유 현금으로 전략적 가치가 있는 다른 벤처·스타트업 기업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입니다.

자비스앤빌런즈, 럭스로보, 바로고, 라운지랩, 마이리얼트립, 드라마앤컴퍼니(리멤버), 핀다, 런드리고 등이 대표적인 사례들입니다.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있었던 스타트업 M&A 98건 중 절반 이상이 이런 경우라고 합니다. 혹한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집을 키우면서 동시에 시너지도 창출할 수 있다는 양측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죠(🔗관련 기사).

흔한 경영 전략 중 하나인 볼트온의 일환 : 이런 M&A를 ‘볼트온(Bolt-on)’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인수 주체가 되는 회사가 볼트가 되어 너트(나사)를 하나씩 끼워 나가는 형태와 비슷하다는 데서 나온 말입니다. 볼트온은 비단 벤처·스타트업 업계뿐 아니라 사모펀드가 투자한 기업이나 구글, 메타, MS 등 거대 플랫폼 기업, 그리고 대기업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경영 전략의 하나입니다.

대기업·플랫폼 기업의 대표적인 볼트온 사례는 현대 자동차의 자율주행기술 플랫폼 기업 포티투닷 인수나 카카오게임즈의 라이온하트스튜디오 인수 등입니다. 현금 부자인 대기업 입장에서 보면 그야말로 좋은 벤처·스타트업 기업을 ‘줍줍’할 수 있는 시장이 열린 셈입니다. 업계에서는 볼트온 전략이 기업 규모나 사업 영역을 막론하고 전 분야에서 더욱 활성화될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관련 기사).

손상차손 발생하면 적자 커질 위험도 있어 : 그런데 볼트온 투자를 할 때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회계상 ‘손상차손*’이라는 개념입니다. 매우 간단한 가상의 사례를 만들어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순자산 가치(재무상태표상 자본총계)가 100억인 B회사의 지분 100%를 A회사가 1000억에 인수하는 거래를 했다고 합시다. 이 경우, 차액인 900억은 A의 연결 재무상태표 자산 항목에 이른바 영업권*으로 인식됩니다.

📌 손상차손 : 장부상 가격보다 해당 자산이 벌어들일 현금, 즉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이 적을 때 그 차액을 영업외비용으로 처리하고 장부상 가격을 조정하는 것

📌 영업권 : 동종 업계 다른 회사보다 더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수치화해서 파악한것. 평소에는 영업권 가치를 잘 측정하기 어렵지만, 인수합병 때는 일종의 경영권 프리미엄 개념으로 영업권이 발생함. 보통 공정가치보다 비싼 가격에 인수할 때 그 차액을 경영권 프리미엄, 즉 영업권으로 인식

인수한 회사가 적어도 1000억원의 가격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충분한 성과(예를 들어 연 100억원 정도의 영업이익)를 꾸준히 낸다면 금상첨화겠죠. 하지만 문제는 그렇지 못할 경우입니다. 적자를 본다거나 혹은 영업이익이 10억원 정도로 급격히 줄어드는 경우도 생길 수 있습니다. 이때 인수한 B회사의 가치가 현저히 떨어져 100억에 불과하다는 공정가치평가 결과가 나오면, 900억원의 영업권은 손상차손으로 분류돼 A회사의 연결 손익계산서상 영업외비용으로 반영됩니다.

벤처·스타트업계서 유의해야 : 손상차손은 사실 모든 M&A에 적용되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특히 벤처·스타트업 기업이 다른 벤처·스타트업 기업을 인수하는 경우에는 더 큰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인수 대상 기업이 적자를 보고 있거나 순자산가치가 작거나 마이너스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프리미엄을 반영해 인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손상차손이 발생하면 인수한 기업의 손익계산서상 큰 적자가 발생해 대출 실행이나 투자 유치, 상장 등의 과정에서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관점에서 카카오엔터 사례를 차분히 공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관련 기사). 수많은 볼트온을 통해 성장하면서 작년 연결 기준 매출 1조2469억원을 달성했는데요. 손상차손이 무려 2566억원 발생해 연결 당기순이익은 298억원에 불과했습니다. 벤처·스타트업계 손상차손의 공포가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 놓치면 아까운 소식

> 72조원 증발한 카카오 : 카카오 그룹의 시가총액이 올해 72조원 가까이 증발했습니다(🔗관련 기사). 9개월 사이 반토막도 안 될 정도로 쪼그라든 건데요. 52주째 신저가를 경신하고 있는 카카오를 비롯해 카카오뱅크, 카카오게임즈, 카카오페이 등 계열사 모두 주가가 줄곧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카카오뱅크는 주가가 고점 대비 80% 하락했습니다. 카카오 그룹의 주가 부진은 위드 코로나와 세계 주요국의 금리 인상이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카카오뱅크는 책임 경영의 일환으로 자사주를 매입하고, 100억원 규모의 회사기금을 조성해 우리사주*에 투자한 직원들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관련 기사). 이런 와중에 카카오게임즈는 자회사 라이온하트 스튜디오의 상장을 추진하고 있어 ‘카카오식 쪼개기 상장’이 반복된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 우리사주 : 근로자의 재산형성, 기업생산성 향상, 협력적 노사관계 등을 목적으로 근로자가 우리사주조합을 설립해 자기회사의 주식을 취득, 보유하는 제도

> 美, TSMC에 반도체 수출통제 1년 유예 : 대만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도 미국의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칼날을 피했습니다. 미국이 TSMC의 중국 현지 공장에 대한 수출 통제를 1년 동안 유예한 것인데요(🔗관련 기사). 앞서 미국은 중국 반도체 생산기업에 미국산 반도체 장비 수출을 사실상 금지하는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중국 내 생산 시설이 중국 기업 소유일 경우에는 수출이 전면 금지되고, 외국 기업 소유일 때는 개별 심사를 거치도록 했는데요. TSMC에 앞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수출 통제 유예 조치를 받았습니다(🔗관련 기사). 다만, 미정부 방침에 반도체 제조 기업들이 몸을 사리고 있어 1년 동안 안전한 수급이 이뤄질지는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또 1년 후 어떻게 될지 불확실성도 여전히 존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