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1300억달러 시장에 출사표 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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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포쉬마크네이버가 16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2.3조원을 투자합니다. 월 평균 방문자 기준 미국 내 중고거래 커뮤니티 사이트인 포쉬마크를 인수하기로 한건데요. 총 기업 가치는 12억달러, 회사가 보유한 현금에 대한 대가까지 포함해 16억달러로 책정됐는데요. 이는 네이버 인수 역사상 가장 큰 금액이라고 합니다. 현재 네이버는 주요 대주주들로부터 합병 결의 정족수를 초과하는 80%에 육박하는 결의를 확약받은 상황입니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포쉬마크는 독립된 사업체를 운영하는 네이버의 계열사가 됩니다.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발표 당일인 10월 4일 주당 19만2000원이었던 네이버의 주가는 10월 7일 주당 16만원으로 16.7% 하락했습니다. 같은 기간 KOSPI는 2% 올랐고요. 경쟁사인 카카오는 11.7% 하락했습니다. 테크 기업들에 대한 평가가 조정되는 시기임을 고려해도 하락 폭이 큰 편입니다.

그럼에도 네이버 경영진들은 이번 인수 가격과 규모가 적정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미국의 전자상거래 기업 Etsy(엣시)가 작년 6월 중고 패션앱 Depop(디팝)을 인수한 가격은 16억 달러였습니다. 주식만 놓고 볼 때 우선 포쉬마크 인수 가격은 12억 달러이고요. 그런데 포쉬마크의 매출은 디팝의 5배 수준이니 이 가격이 합리적이라는 거죠.  

네이버가 포쉬마크를 인수한 이유

그럼 왜 네이버는 포쉬마크를 인수했을까요? 거칠게 보면 해외 진출인데요. 현재 네이버의 해외 사업은 웹툰 및 웹 소설 등 콘텐츠를 제외하곤 대한민국과 일본, 아시아 권역에 한정됩니다. 지난 4월 취임 기자 간담회에서 최수연 CEO는 네이버가 “글로벌 3.0단계에 돌입했고, 5년 이내에 10억 사용자를 확보, 매출 15조원을 돌파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당시에는 북미 시장에선 웹툰을 중심으로 콘텐츠 비즈니스를 더욱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만 이번 인수로 ‘커머스’라는 아주 큰 하나의 축이 생긴 셈입니다.

포쉬마크 측에서도 손해보는 거래는 아닙니다. 콘텐츠 중심으로 형성된 커뮤니티와 그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트래픽, 그리고 다양한 네트워킹과 기회의 가능성이 네이버와 손을 잡으면서 열렸으니까요. 무엇보다도 ‘롱테일’, 즉 20%의 머리가 아닌 80%의 꼬리에 주력하는 두 회사의 전략이 맞아 떨어졌을 겁니다. 

더 결정적인 이유는 두 회사가 커머스를 바라보는 방식입니다. 네이버는 ‘Asset Light Commerce’, 즉 물류센터나 판매 물품에 대한 사입 없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연결’에 주력하는 사업 모델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포쉬마크 또한 유사합니다. 최수연 CEO는 지난 4일 열린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포쉬마크의 강점을 살려 ‘커뮤니티 커머스’를 시장에 안착시킬 구상”이라고 밝혔습니다. 

포쉬마크는 어떤 회사인가? 

poshmark app page포쉬마크는 2011년 설립 이후 지역 단위의 커뮤니티 기능을 전면에 내세워 급성장한 미국  C2C(소비자간거래) 회사입니다. MZ세대가 이용자의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2019년에는 캐나다로, 2021년에는 호주로 서비스를 확대했습니다. 지난해 1월에는 나스닥 상장에 성공했습니다. 

네이버가 이날 자료를 통해 공개한 포쉬마크의 2021년까지 사업 성과는 훌륭합니다. 2021년 매출은 3.26억달러로 전년 대비 24% 성장했습니다. 총 거래 금액은 작년보다 27% 오른 18억 달러였고요. 2019년부터 3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26%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는데다 특히 작년에는 조정 EBITDA(상각전 영업이익) 기준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다만 최근 실적은 부진한 편입니다. 코로나19 범유행 이후 일상 회복이 가속화되면서 온라인 사업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포쉬마크도 예외는 아닙니다. 올해 2분기의 YoY(전년 대비) 성장률은 9.2%이며, 포쉬마크가 제시한 3분기 성장률 가이던스도 7~9% 사이로 두 자릿수 성장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가입자 수는 8000만명,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1800만 명 수준입니다. 이들의 이용 시간은 25분가량 되고요. 광고 매출에 의존적인 당근마켓과 달리 포쉬마크는 수수료를 통해 매출을 만듭니다. 그 수수료율은 20%에 달하고요. 포쉬마크의 활성 구매자 수는 800만명 가량 되는데요. 이들 중 52%가 판매자로 변환돼 선순환 구조가 나타난다고 합니다. 

가입자 수 대비 22.5%에 불과한 MAU를 높이는 것이 현재 포쉬마크 경영진들의 과제입니다. 그 과정에서 지난해 흑자였던 조정 EBITDA가 올해 적자로 전환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애플의 iOS 프라이버시 정책 변화로 마케팅 비용이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2022년 2분기 마케팅 비용의 비중이 전체 47.8%을 차지했는데요. 작년 2분기 마케팅 비용 비중이 38.6%였던 것에 비하면 확실히 증가세입니다.

네이버는 이번 인수로 마케팅 비용과 중복 비용을 절감해 3000만달러의 비용 시너지를 내겠다고 밝혔습니다. 인수 발표 두 달 전 열린 2분기 실적 발표에서 포쉬마크 경영진들은 기존 고객의 활성화와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해 마케팅 비용을 지속적으로 들이겠다고 밝혔는데요. 이 부분을 보는 것도 앞으로 관전 포인트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네이버 힘 입은 포쉬마크의 변신

북미 지역 내 중고 거래 시장은 2025년까지 연평균 13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패션 리커머스(재판매 거래 플랫폼)에 꽂힌 네이버는 현재 북미 리커머스 시장의 규모를 800억 달러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 시장을 적극 공략해 네이버는 포쉬마크의 연평균 성장률을 20%로 올리고, 조정 EBITDA 기준 흑자 재전환을 2024년까지 달성한다는 계획입니다. 성장과 내실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거죠.

특히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고 매출원이 다각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현재 포쉬마크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는 광고 사업이 추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른 업종 대비 수익성이 높은 광고 사업을 추진할 경우 포쉬마크의 향후 매출 파이가 늘어날 수 있을 겁니다. 네이버는 자사가 보유한 검색, AI 기술, 라이브 커머스 노하우를 제공해 포쉬마크를 콘텐츠와 쇼핑을 결합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입니다.  

다만 리셀 시장의 가능성을 네이버만 간파한 건 아닙니다. 가트너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37%의 유통사업자들은 자체 중고 거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거나 2년 내에 런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마치 현대자동차가 직접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거나, 아니면 해외 자동차 제조사들이 중고 시장을 자연스럽게 자체 유통망으로 흡수하는 형태와 비슷합니다. 커뮤니티가 여전히 중요한 요소이긴 하나, 브랜드는 진품 인증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형태가 리셀 시장의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리바이스나 노스페이스, 파타고니아 등의 패션 사업자들이 인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해 디지털 채널의 비중을 늘려왔습니다. 자사가 인증하는 재판매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도 했죠. 이들도 차츰 아마존이나 포쉬마크 같이 경험을 직접 제공하는 방식으로 바꾸어 나갈 텐데요. 이처럼 현재 시장의 경쟁자가 아닌 기존 사업자들의 참여가 네이버에게 향후 리스크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Pickool은 국내 테크 소식을 해외에 소개하고, 국내/외 테크를 심층 분석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