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리더는 ‘이것’을 잘 한다

❓ 성공한 리더는 ‘이것’을 잘 한다

물음

조직문화의 대가 에드거 샤인은 불확실성이 높은 이 시대의 조직경영을 ‘이어달리기’에 비유합니다. 이어달리기에서 요구되는 능력은 개인전과는 조금 다릅니다. 개인전에서는 빠르게 뛰는 능력이 가장 큰 덕목이지만, 이어달리기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선수 간 바통을 건네는 과정에서 선두가 바뀌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어달리기에서는 잘 뛰는 개인의 능력만큼이나 바통을 똑바로 건네는 협력이 중요합니다. 조직문화도 마찬가지죠.

질문도 ‘답’이어야 하는 한국사회의 압박감

조직에서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추기 위한 가장 강력한 방안은 ‘질문’입니다. 그런데 한국인에게 질문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회자되는 유명한 일화가 있죠. 2010년 G20이 한국에서 처음 열렸을 때입니다. 발언자로 나선 오바마 대통령은 개최국인 한국의 기자들에게 질문 우선권을 줄 테니 질문하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않죠. 그러자 오바마 대통령은 통역을 해줄 수 있으니 한국말로 질문하라고 재차 말했지만 무거운 침묵만 이어졌습니다. 결국 질문권은 중국기자에게 넘어갔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질문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질문은 상황에 맞는 높은 적합성을 가져야 한다’는 부담이 우리 안에 깊숙이 내재돼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한국의 관계주의 문화에 기인합니다. 집단 속에서 스스로의 자존감과 주체성을 평가하는 관계주의 문화는 한국사회에서의 질문을 더욱더 어렵게 만드는 주범입니다.

게다가 세대 차이에 대한 두려움은 이 부담을 더욱 가중시킵니다. “요즘 MZ세대들은 말을 안한다”라든가 “그런 식으로 말하면 꼰대라는 소리 듣는다”라고 편을 가릅니다. 이런 편 가르기가 우리 마음 속 확증 편향을 가중시키고, 관계를 멈추게 하며, 서로 묻고 답하는 시도를 포기하게 만듭니다. 

질문 활성화를 위한 리더의 덕목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마인드셋을 전환해야 합니다. 즉 조직 내 집단무의식에 있는, 질문을 어렵게 하는 걸림돌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이 패러다임을 바꾸는 거죠. 

기성세대 리더들은 동료들의 아이디어를 경청해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겁니다. 이들은 ‘듣기’보다 ‘말하기’를 요구받아왔습니다. 기성세대에게 리더의 자리란 해답을 말해줄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죠. 이런 관념이 오랫동안 자리잡으면서 기성세대 리더들은 능력 있는 사람만이 답을 할 수 있고, 그런 사람이 말해야 귀 기울일 가치가 있다고 체화하게 됩니다. 그래서 기성세대 리더들은 질문하고 싶어 하지 않고, 질문을 해도 상대방의 말을 잘 경청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런 태도를 굽히지 않는다면 조직 내 원활한 질문하기 문화는 조성할 수 없습니다. 

1️⃣ “40세 이상 말하지 마!” : 사례를 들어 보겠습니다. 카카오뱅크에는 다른 은행의 적금에는 없는 특별한 서비스가 있습니다. 바로 ‘중간 피드백’입니다. 카카오뱅크를 통해 적금을 가입하면 7주차에 이르렀을 때 ‘7주차 납입에 성공했고 그래서 우대금리 +0.2%가 적용된다’라는 알림이 뜹니다. 이런 특별함이 가능할 수 있었던 건 카카오뱅크 조직문화의 힘이 큽니다. 

카카오뱅크는 ‘은행이라는 레드오션 시장에서 어떤 포지셔닝으로 가야할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됐습니다. 이 질문에는 은행업의 본질, 사용자의 시간과 사용성의 의미, 기존 은행의 소홀한 점 등 다양한 꼬리 질문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게 MZ세대를 겨냥한 인터넷 뱅크입니다.

카카오뱅크에는 ‘아이디어 회의에서 40세 이상은 발언하지 말라’는 그라운드룰이 있다고 합니다. 카카오뱅크의 주요 고객이 MZ세대이니 그들의 아이디어를 먼저 듣기 위함입니다. 수평적인 관계에서 서로 질문하고 피드백을 나눈 결과 3000억원으로 시작한 카카오뱅크는 현재 시가총액 14조7000억원 굴지의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습니다. 

2️⃣ 엉뚱한 이야기를 해도 OK : 15명의 임원진들과 소통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라고 물은 적이 있는데요. “상사가 원하는 답을 맞추지 못할까봐 그렇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이어서 “CEO가 편하게 얘기해보라고 할 때 어떤 마음이 드시나요?”라고 묻자, 임원들은 실소하며 하나둘씩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습니다. 구성원들이 느끼는 심리적 압박감을 역지사지 해보기 위한 질문들이었는데, 질문의 의도를 파악한 것 같았습니다. 

‘편하게 이야기하라’는 말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편안하게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리더는 구성원들이 엉뚱한 말을 해도 부족한 사람으로 평가받지 않는다는, 소위 ‘심리적 안전’을 느끼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합니다. 그래야 다양한 아이디어가 오갈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구성원과의 친밀한 관계가 중요한데요. 이를 위해 일부 대기업에서는 원온원(1on1) 미팅을 활성화하고 있습니다. 일대일 회의와 원온원 미팅의 차이는 아젠다 주도권을 누가 갖는지에 있습니다. 원온원 미팅의 아젠다 선정은 구성원이 주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커리어패스, 현재 처세, 가치와 신념 등 선정할 수 있는 주제도 훨씬 자유롭습니다.

3️⃣ 상대를 주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하기 : 인간은 동물적인 본능으로 상대의 질문 의도를 간파합니다. 나를 부분적으로 활용하거나 정보만 듣기 위해서 질문하는 것인지, 그 일의 주인이 되도록 초청하는 질문인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죠. 때에 따라 부분적인 질문이나 예/아니오의 폐쇄적 질문도 필요하겠지만, 실무자가 그 주제의 주인이 되는 질문의 빈도를 높여야 합니다. 어떤 질문이 상대 즉 실무자가 해당 사안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들까요? 

예를 들어 위에서 언급한 카카오뱅크 사례를 상상해봅시다. 목적은 고객이 적금을 하면서 어플을 더 많이 사용하게끔 만드는 겁니다. 이때 “고객이 적금 중간에 피드백을 주는 것을 좋아하겠어요?”라는 질문은 부분적 솔루션에 관한 거죠. 반면 “MZ세대가 적금을 하면서 재미도 느끼고 적금을 완납하며 우리 어플을 더 많이 사용하게 만드는 방법이 있을까요?”라는 질문은 어떤가요? 질문을 주고받는 회의의 목적을 명확히 전달하면서 실무자로 하여금 그 주제에 적극적으로 몰입하게 만듭니다. 

4️⃣ 신뢰감을 형성하는 질문하기 : 사실 MZ세대는 평균적으로 친밀감보다는 신뢰감 먼저 형성해야 마음의 문을 여는 세대입니다. 신뢰는 상사가 자신이 성공할 수 있도록 얼마나 도와주고 멘토링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를 맛볼 수 있는 가장 좋은 환경은 앞서 언급한 원온원 미팅입니다.

원온원은 리더와 구성원이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날 수 있는 자리입니다. 이 자리를 통해 구성원은 커리어에서 자신의 고민을 털어 놓고 조언을 들을 수 있습니다. 자신이 하는 일의 배경과 문맥을 집어주고, 더 큰 시선으로 사안을 바라보게 해주는 멘토로서 리더와의 관계를 재설정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대화가 쌓여 신뢰가 형성되고, 그래야 공식석상에서 좀더 편안하게 자기의 생각을 내놓을 수 있게 되고 주도적일 수 있게 됩니다.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나와 조직이 번영하려면 ‘내 생각이 정답이다’라는 생각을 내려놓고 겸손한 마음으로 질문하고 깊이 들어야 합니다. 좋은 질문도 좋은 답을 내는 역량도, 성장을 위한 양분이 필요합니다. 리더의 거친 질문이나 대응도, 구성원의 수준 낮은 대답도, 연습 기회를 통해 성숙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질문하고 성찰하는 ‘빈도’만큼 성숙해진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세련되지 않아도 좋으니, 오늘 만나는 50%의 사람에게 질문을 시도해보세요. 시작이 반입니다.

✍ 현미숙 : (주)하우코칭 대표.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글로벌 코칭 M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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