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운동복 시장 선도한 비결은?

💎 명품 운동복 시장 선도한 비결은?

1마일웨어(one-mile-wear). ‘집에서 1.6㎞(1마일) 반경 내에서 입을 수 있는 옷’이라는 뜻인데요. 집 주변에서 산책을 할 때 편하게 입는 옷이지만, 힙한 트렌드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 따라 붙습니다. 즉, 집에서 막 입고 나온 옷이 아니라 편하면서도 고급스러움이 묻어나는 패션이 1마일웨어라는 컨셉에 담겨 있는 것이죠. 오늘 소개해 드릴 브랜드는 1마일웨어를 대표하는 피트니스 의류 기업으로 편함과 멋을 결합해 요가복을 패션 아이템으로 이끈 주인공, 룰루레몬(lululemon)입니다.

독보적인 브랜드 철학과 마케팅의 힘

‘요가복계의 샤넬’ ‘명품 요가복’이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동종 업계에서 가격이 높은 룰루레몬이 성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마케팅의 힘이 컸습니다. 룰루레몬은 처음부터 가성비를 찾는 소비자가 아닌, 하이엔드를 추구하는 소비자를 타깃으로 삼았는데요. 이들에게 가격보다 중요한 건 브랜드경험입니다. 룰루레몬이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스웻 라이프(sweat life)’는 땀 흘리고 성장하면서 관계 맺는 삶의 방식을 의미하는데요. 이 브랜드 철학이 건강과 정신의 조화를 중요시하는 시대의 흐름에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습니다. 

또한 룰루레몬은 위에서 언급했듯 원마일웨어, 애슬레저(athleisure) 룩이라는 트렌드를 주도했는데요. 소비자들이 운동복을 일상복으로 지각하게 만듦으로써 더 많은 소비자를 포섭할 수 있었습니다. 

룰루레몬의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3가지로 나뉩니다. 자사 룰루레몬 웹사이트에서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하는 ‘DTC(Direct to Consumer)’, ‘오프라인 매장 운영(CompanyOperated Stores)’이 주축입니다. 2022년 현재 룰루레몬은 17개국에 574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미국에 324개, 중국에 86개 매장을 오픈했으며 한국에도 2016년 청담동 플래그십 스토어를 시작으로 전국에 12개 매장을 열었습니다. 그 밖에 아울렛, 창고형 매장, 도매 등이 ‘Other’에 포함됩니다.

각 분야별 순매출 비중은 2021년 기준 DTC가 44%, 오프라인 매장이 45%, Other이 11%를 차지합니다. 패션 분야의 대세는 온라인 쇼핑이지만 룰루레몬에게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상당히 중요한데요. 이 대목에서 룰루레몬의 혁신적인 마케팅 전략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룰루레몬의 오프라인 매장

룰루레몬은 오프라인 매장을 제품 판매보다는 각 지역의 요가인들이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커뮤니티 겸 운동 공간으로 활용합니다. 무료 요가 클래스는 물론 러닝, 댄스 등 다양한 웰니스 프로그램을 개설했죠. 이런 마케팅은 제품의 기능보다는 그 제품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경험에 초점을 맞춘 브랜드 철학과도 연결되는데요. 그 결과 전 세계 2000여 명의 엠버서더들을 모을 수 있었고, 이를 기반으로 디지털 환경에 맞춘 멤버십 프로그램도 갖추고 있습니다. 상당 수의 소비자들이 제품 구매를 하지 않더라도 룰루레몬에서 제공하는 커뮤니티에 참여하기 위해 연회비를 내고 있다고 합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2020년

미러
스크린이자 거울이 되는 미러를 활용해 운동하는 모습

90년대에 일찍이 요가복 시장을 선점한 룰루레몬에게 코로나 사태는 큰 분기점이었습니다. 고객들의 행태가 실외 단체 운동에서 실내 홀로 운동으로 크게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초기 500여개 점포를 일시 폐쇄했던 룰루레몬은 이 난관을 2020년 7월 디지털 실내 피트니스 업체 ‘미러(MIRROR)’를 인수하며 돌파하게 됩니다.

미러는 룰루레몬에 인수되기 전에도 상당한 인기를 얻던 브랜드였습니다. 직사각 형태의 디지털 거울 앞에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실내용 하드웨어와 시스템을 판매합니다. 온라인을 통해 실시간으로 강사와 비대면 운동을 할 수 있고 미리 녹화된 영상을 보며 운동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스크린이면서 동시에 거울이 되는 미디어를 통해 고객에게 피트니스 콘텐츠를 제공하고 고객은 자신의 모습을 보며 지루하지 않게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미러를 인수한 룰루레몬은 오프라인 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자신들만의 영역을 넓히게 됩니다. 미러로 운동을 즐기는 고객들에게 룰루레몬 구매를 촉진하게 되고, 반대로 룰루레몬 매장 고객들에게 미러를 마케팅할 수 있는 이른바 ‘옴니 고객 경험’을 완성한 거죠. 그렇게 룰루레몬은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최고 매출을 달성하며 전화위복을 이뤄냅니다. 다만 룰루레몬과 미러가 결합되어야만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매력이 고객들에게 느껴져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이 둘이 밀접하게 결합되지는 못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핵심 인물은?

데니스 윌슨
창업자 데니스 칩 윌슨(오른쪽)과 그의 아내 쉐논 윌슨

1️⃣ 창업자 데니스 칩 윌슨 : 룰루레몬의 탄생과 성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바로 창업자 데니스 칩 윌슨(Dennis Chip Wilson)입니다. 윌슨은 레깅스 등 트레이닝 의류를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승화시킨 애슬레저 트렌드를 만든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요즘은 애슬레저 패션을 흔하게 볼 수 있었지만 예전에는 운동복은 운동할 때만 입어야 하는 옷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윌슨은 운동복과 일상복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시도를 했고 덕분에 룰루레몬은 큰 성장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사업 성과와는 별개로 윌슨은 종종 문제적인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룰루레몬은) 뚱뚱한 여성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로 이듬해 월가에서 ‘2015년에 사라질 10개 브랜드’에 룰루레몬이 오르기도 했죠. 인종 차별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는데요. 룰루레몬(Lululemon) 이름에는 영어 알파벳 ‘L(엘)’이 3개가 들어가는데 L 발음을 쓰지 않는 일본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게 발음할지 지켜보는 게 흥미로울 거라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룰루레몬 제품에 보풀이 생긴다는 불만을 여성 고객들의 탓으로 돌리기도 했고요. 

캘빈 맥도널드 룰루레몬
현 CEO 캘빈 맥도널드

2️⃣ 구원투수 캘빈 맥도널드 : 맥도널드는 전임 CEO들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사업이 위태로워진 2018년 룰루레몬의 CEO로 취임했습니다. 로랑 포드뱅 전 CEO가 부적절한 스캔들로 사임하면서 급하게 대표직을 이어받은 건데요. 유통 전문가로 통하던 맥도널드는 취임 직후 ‘확장’이라는 키워드로 제품군, 충성 소비자, 그리고 해외 소비자를 늘리는 데 주력합니다. 룰루레몬은 뚱뚱한 여성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던 칩 윌슨 전 CEO와 달리 빅사이즈 운동복을 출시하기도 했죠. 그 결과 맥도널드는 취임과 함께 제시했던 무리 같았던 목표를 모두 1~2년 일찍 달성합니다. 

룰루레몬의 미래는?

맥도널드의 지휘로 룰루레몬은 한때 언더아머 인수를 고려할 정도로 큰 매출을 자랑하며 명성을 떨쳤지만 미래 성장성은 그리 밝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공개된 투자 리포트들은 룰루레몬의 단기 계획 즉 제품 혁신, 온라인 커머스, 글로벌 확장 등에 대해서는 일단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룰루레몬과 미러의 만남은 시장의 긍정적 기대와 달리 그렇게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고, 코로나 사태로 미러와 흡사한 형태의 비대면 피트니스 서비스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경쟁력이 약화됐습니다. 펠로톤(Peloton), 노르딕 트랙(NordicTrack), 보우플렉스(Bowflex) 등 운동기구와 온라인 콘텐츠를 결합한 서비스들이 룰루레몬의 적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애플 피트니스, 구글 핏 등 빅테크 기업 및 나이키, 언더아머, Gap의 Athleta 등 스포츠 브랜드들도 관련 시장에 적극 뛰어 들며 피트니스 시장을 치열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Gap의 스포츠 라인인 Athleta에서 룰루레몬의 킬러 제품인 여성용 레깅스를 비슷한 퀄리티로 만드는 등 경쟁 브랜드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룰루레몬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죠.

athleta
갭(Gap)이 만드는 명품 의류 브랜드 Athleta 홍보 이미지

캐나다와 미국 등 북미 시장을 벗어나 유럽과 아시아 시장에서 룰루레몬의 인기가 계속될지도 미지수입니다. 현재 룰루레몬의 중국발 매출은 전체에서 약 5% 수준으로 침투율이 낮은 편인데요. 일부 매니아들에게만 한정된 브랜드 인지도로는 유럽과 아시아 시장에서 매출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코로나 사태로 반사 이익을 봤던 룰루레몬은 이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자신들만의 매력을 프리미엄 운동복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새롭게 어필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던 룰루레몬은 다시 봉착한 위기 상황을 잘 넘길 수 있을까요?

테크니들 필진들이 전하는 생생한 글로벌 비즈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