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연합 주도한 인텔의 승부수

📢 반도체 연합 주도한 인텔의 승부수

인텔

① 신제품 쏟아낸 인텔, “엔비디아·애플 다 비켜”

인텔이 한국시간으로 지난달 28일부터 이틀간 연례 개발자 행사인 ‘인텔 이노베이션(Intel Innovation) 2022’를 개최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이번 행사에선 굵직한 소식이 많이 나왔는데요. 가장 주목을 받은 건 인텔의 13세대 CPU 랩터레이크(Raptor Lake)의 공식 출시 발표였습니다. 

랩터레이크 시리즈에는 팻 겔싱어(Pat Gelsinger) 인텔 CEO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칩”이라고 강조한 ‘코어i9-13900K’가 탑재돼 있습니다. 이 칩은 최대 24개 코어(P코어 8개, E코어 16개)로 32개의 작업(스레드)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인텔은 전작 엘더레이크(Alder Lake)부터 고성능 작업을 담당하는 퍼포먼스 코어(P코어)와 성능은 조금 낮지만 에너지 효율이 높은 에피션트 코어(E코어)를 하이브리드로 탑재하고 있는데요. 랩터레이크에는 전작에 비해 E코어 수가 두 배 이상 늘려 작업을 더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겔싱어
팻 겔싱어(Pat Gelsinger) 인텔 CEO

이날 행사에서 인텔은 새로운 그래픽처리장치(GPU)인 ‘아크 A770’를 10월 12일에 출시한다는 소식도 전했는데요. 그간 GPU 시장은 엔비디아와 AMD가 잡고 있었는데, 엔비디아가 고성능 중심의 GPU를 출시하면서 시장 가격이 크게 올랐습니다. 인텔은 이런 시장의 틈새를 노려 적정한 가격으로 소비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 겔싱어 CEO는 “최근 몇 년간 너무 비쌌던 GPU 가격을 바로잡겠다”며 가격 구조 개선을 힘주어 말했는데요. 이날 인텔이 밝힌 아크 A770의 가격은 329달러, 우리 돈으로 약 47만원입니다. 지난 2분기 기준 세계 GPU 시장 점유율 79%를 차지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RTX4090과 RTX4080의 가격은 각각 1599달러, 899달러입니다.

지난 3월 인텔이 주도한 ‘UCIe’ 컨소시엄도 재차 강조했습니다. UCIe 컨소시엄은 칩렛(Chiplet)* 표준화를 통해 연결성을 높이고자 구성한 개방형 칩렛 생태계인데요. 현재 AMD, ARM, 구글, 엠비디아 등 80개 이상의 반도체 기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TSMC와 삼성전자는 이날 행사에서 영상을 통해 “침렛이 미래”라며 UCIe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겔싱어 인텔 CEO는 “개방형 생태계 육성이 인텔 혁신의 핵심”이라며 향후 인텔을 이끌어갈 핵심 키워드로 개방과 연결을 강조했습니다.
📌 칩렛 : 프로세서 기능을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의 칩. 각기 다른 기능을 수행하는 여러 칩렛이 모여 프로세서가 이뤄짐

intel ucle
UCle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 목록

일각에서는 인텔이 이번 발표를 통해 내년 초 출시 예정인 14세대 CPU 메테오레이크(Meteor Lake)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인텔은 메테오레이크부터 이기종 반도체를 탑재할 수 있는 아키텍처를 탑재할 예정이거든요. 여기에 자사 GPU까지 함께 탑재한다면, 자사 생태계를 강화할 수 있게 되겠죠. IT매체 디지털트렌드도 “인텔 컨소시엄은 플랫폼에 구애받지 않고 업체 간 통합이 가능하다”면서 “애플의 자체 생태계의 대항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다양한 시연 이벤트가 있었는데요. 인텔의 AI 모델 ‘게티’가 커피 농사에서 수확량을 늘릴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을 시연하기도 했고, ‘칩포틀’이라는 차기 AI 모델이 실시간으로 음식점의 재고를 관리하며 주문을 받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모 영상도 공개했습니다. 행사의 또 다른 주인공은 삼성디스플레이였습니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이 인텔의 유니슨 기능 시연을 위해 디스플레이를 들고 무대에 깜짝 등장했는데요. 최 사장이 들고 나온 건 13인치 화면이 17인치까지 늘어나는  슬라이더블 디스플레이였습니다. 최 사장은 “폴더블은 끝났다”라며 “이제는 슬라이더블 디스플레이가 시작된다”고 자신감을 내보였습니다.

② 구글, 출시 3년 만에 클라우드게임 접는다

stadia google game

구글이 내년 1월에 클라우드 게이밍 플랫폼 ‘스태디아(Stadia)’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합니다. 스태디아 사업을 총괄하던 필 해리슨 구글 부사장은 공식 블로그에서 “예상했던 것만큼 관심을 끌지 못해서”라고 간단하고도 명확한 서비스 종료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로써 2019년 11월 야심차게 서비스를 출시한 스태디아는 약 3년 2개월 만에 종지부를 찍게 되었습니다.

당초 클라우드 게임은 코로나19 감염 유행에 따른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로 호재가 점쳐졌었는데요. 시장조사업체 뉴주(Newzoo) 등은 PC 부품과 콘솔(게임기)의 공급 부족으로 TV나 스마트폰으로 AAA(블록버스터)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이용자수요가 클라우드 게임에 몰릴 것으로 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전망도 결과적으로 구글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진행 중인 업계 관계자는 구글 스태디아 서비스 종료에 대해 “기술의 실패는 아니”라고 봤습니다. 클라우드 게임의 최대 약점인 서버 간 통신이 오갈 때 지연시간을 고화질(4K 해상도) 스트리밍에서도 대폭 줄였고, 구글도 이 부분에서 충분한 기술이 있었다는 것이죠.

다만 고화질(4K)로 클라우드 게임을 즐기려면 시간당 내려 받는 영상 스트리밍 데이터만 10기가바이트가 넘어간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대용량 스트리밍은 전 세계적으로 클라우드 게임이 주류가 되지 못한 걸림돌 중 하나로 평가됩니다.

또 하나, 가격의 문제가 있기도 했습니다. 구글은 스태디아 스트리밍 서버를 사용하는 대가로 월 구독료(9.99달러 프로 멤버십)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구독료 외에, 클라우드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개별 게임을 구매해야 했죠. ‘풀프라이스(할인 없는 정가)에 가까운 게임 구매’는 이용자 커뮤니티에서도 지적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온라인동영상이나 음원 등 월 구독 모델과 달리 2인 이상 접속할 수 있는 듀오 또는 패밀리 계정 없이 하드코어 이용자를 대상으로만 서비스가 이어진 점 등도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이 외에, 역대급 할인을 자주 하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지갑을 열도록 만들어 ‘연쇄할인마’로 불리는 스팀(Steam) 등 클라우드언트 설치형 글로벌 플랫폼과의 경쟁도 구글로서는 뼈아픈 부분이었겠네요.

③ 앰네스티 “로힝야족 증오 키운 메타, 배상해야”

meta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이 미얀마의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족에 대한 증오를 키웠다면서 모기업 메타가 로힝야족에 배상해야 한다고 국제 앰네스티가 밝혔습니다. 아녜스 칼라마르 앰네스티 사무총장은 “미얀마 군부가 로힝야족에 대해 반인도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동안 메타는 자체 알고리즘으로 증오를 증폭시키면서 이익을 얻었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앰네스티는 최근 ‘사회적 잔혹행위: 메타와 로힝야족의 회복을 위한 권리’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페이스북이 적극적으로 로힝야족에 대한 증오를 부추겼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에서 앰네스티는 수년간 경고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이 플랫폼 내의 로힝야족에 대한 폭력적인 혐오 발언과 허위 정보를 제거하는 데 실패했고, 2017년 대학살에 이를 때까지 적극적으로 확산하고 증폭시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그 시기도 미얀마에서 페이스북의 인기가 높아지는 시기와 일치했습니다.

또한 보고서는 “위험한 알고리즘과 끊임없는 이익 추구를 통해 로힝야족에 대해 자행된 심각한 인권 침해에 크게 기여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메타의 대변인은 앰네스티 보고서에 대해 답변을 거부하고 성명을 통해 “국제사회와 연대하며 로힝야족에 대한 타트마도(미얀마 군부)의 범죄에 대해 책임을 묻기 위한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는데요.

앞서 2020년 조사에서 페이스북은 반 로힝야를 이끄는 인물에 관한 동영상 조회 수의 70% 이상이 ‘다음 동영상 보기’에서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직접 찾은 동영상이 아니라 알고리즘이 추천한 동영상을 본 겁니다. 앰네스티는 “메타는 반복적으로 경고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으며 결과적으로 혐오 표현에 관한 자사의 정책을 강화하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로힝야족 탄압은 2017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불교도가 많은 미얀마에서 로힝야족은 이슬람을 믿는 소수민족인데요. 당시 미얀마에서는 로힝야족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이 일어나 로힝야족 수천명이 살해되고 70만명 이상이 이웃 방글라데시로 도망쳤습니다. 앰네스티 보고서에 따르면 이런 탄압이 시작되기 몇 개월 전, 페이스북에는 반로힝야족 콘텐츠가 쏟아졌습니다. 주로 군부와 급진적 불교 민족주의 단체가 주도한 것이었습니다.

로힝야족 난민들은 페이스북이 대량 학살을 영속화하는 역할을 한다며 지난해 12월 미국과 영국에서 배상금 1500억달러 규모의 집단소송을 제기했지만 메타는 이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미얀마를 탈출한 로힝야족 대부분이 여전히 난민 캠프에 머물고 있는 만큼 국제사회의 연대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④ 메타, 텍스트만 입력하면 동영상이 되는 AI 공개

make a video meta

인공지능(AI)이 유능한 화가가 되었다는 소식은 이미 많이 알려졌는데요. 이제는 동영상도 만듭니다. 구 페이스북, 현 메타가 “텍스트를 동영상으로 바꿔주는 AI”를 공개했습니다. 메타의 기계학습 엔지니어팀은 지난달 29일 메타AI 사이트를 통해 ‘메이크 어 비디오(make a vidio)’라고 불리는 새로운 시스템을 선보였는데요. 이용자가 만들고픈 영상의 장면에 대한 설명을 대략적인 텍스트로 입력하면 이를 짧은 동영상으로 생성해주는 기술입니다.

완성도만 놓고 본다면 당연히 사람이 만든 것처럼 고퀄리티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메타가 공개한 메이크 어 비디오의 생성 영상(🔗관련 내용)을 보면 어딘가 피사체가 흐릿하기도 하고 정교함은 떨어집니다. 하지만 이미지를 넘어서 움직이는 영상까지 만들어내다니, AI가 생각보다 빠르게 학습, 발전하고 있다는 걸 알게 합니다.

메타 측은 메이크 어 비디오가 제작자와 아티스트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했는데요. 이 AI가 현재 텍스트와 이미지 쌍으로 이뤄진 데이터와 텍스트가 없는 비디오 영상 등으로부터 세상을 배우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AI가 만드는 짧은 동영상이라니, 이제는 최소 틱톡이나 혹은 메타의 릴즈에서 사람들은 AI와 시청 경쟁을 할 수도 있겠네요. 물론, 이미지와 마찬가지로 AI로 만든 동영상 역시 저작권 문제 등에 부딪힐 수 있는 것은 자명해보이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