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캄캄한 영국의 앞날, 이제부터가 진짜?

리멤버 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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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캄캄한 영국의 앞날, 이제부터가 진짜?
이효석의 주식으로 보는 세상

경제위기

업라이즈 애널리스트이며, 유튜브 이효석아카데미를 운영합니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영국 :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하루에 50억파운드씩 총 650억파운드, 우리 돈 약 100조원 상당의 국채를 긴급 매입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사실 며칠 전만 해도 영국 중앙은행은 국채를 사는 것이 아니라, 팔겠다고 한 상황이었다는 점입니다. 왜 갑자기 입장을 바꾼 걸까요? 오늘은 급박하게 돌아가는 영국의 상황을 업데이트해보겠습니다. 

시작은 치솟은 물가 : 모든 문제는 영국의 펀더멘탈이 급격하게 약해지면서 시작됩니다. 우선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물가 전망도 천정부지로 올랐습니다. 영란은행은 영국 물가가 10월 13.3%를 기록할 것이라고 제시했는데, 골드만삭스는 내년 초 22% 수준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게다가 영란은행은 이미 올해 4분기부터 24년 2분기까지 무려 7개 분기 연속 경제 역성장을 전망하며, 경기침체를 공식화했습니다. 물가는 잡히지 않을 것 같은데 경기가 더 둔화된다고 하면 정부 입장에서는 펼칠 수 있는 정책이 부족해집니다. 

FOMC의 충격까지 : 이런 상황에서 9월 FOMC 회의 결과는 좌절감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번 회의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Higher for longer’입니다. 금리를 더 높게 올리겠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오랫동안 높은 금리를 유지하겠다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전 세계 중앙은행이 참고 견뎌야 하는 기간이 길어졌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선택을 해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은 ‘포기’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감세 정책이 기름 부은 격 : 그런데 영국 정부는 세련되지 못한 선택을 했습니다. 지난주 발표한 대규모 감세 정책이 바로 그것인데요. 쉽게 말하면 1️⃣ 인플레이션 때문에 돈을 풀어주려고 하는데(총 600억 파운드 규모) 2️⃣ 세금을 더 걷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기본세율을 20%에서 19%로 낮춰 주기로 한 겁니다. 돈은 더 쓸 건데, 돈을 벌진 않겠다는 거죠. 대신 앞으로 3️⃣ 잠재성장률을 2.5%까지 높일 것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시장은 믿어주지 않았습니다. 결국 필요한 돈을 조달하기 위해 국채 발행 규모를 620억파운드에서 1939억파운드까지 급격하게 올리겠다고 했는데요.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돈을 빌리겠다는 사람의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했겠죠?

상황 악화에 입장 바꾼 영란은행 : 상황이 이렇게 악화되자 주가는 하락하고, 채권 금리는 상승했으며, 파운드화의 가치도 급락했습니다. 실제로 리즈 트러스 총리가 취임한 이후 영국 주식과 채권의 가치는 약 700조원이나 하락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급격한 금리 상승에 부담을 느낀 영란은행은 보유한 국채 규모를 줄이겠다는 기존의 계획을 철회하고, 다시 국채를 사서 금리가 더 오르는 것을 막겠다는 발표를 한 것입니다.

쉽게 진정되긴 힘들어 보여 : 그런데 일각에서는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영국의 보험사들이 추가 증거금을 낼 것을 요구받기 시작하자 상황이 급격하게 안 좋아지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국채 매입을 발표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 보험사는 파산할 수도 있는 상황이고,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어쩔 수 없이 보유하고 있는 장기물 채권을 팔아야 하는 악순환이 생겼다는 거죠.

정말 이를 막기 위해서 영란은행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면, 시장이 쉽게 진정되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영란은행의 개입이 성공하려면 2008년 금융위기를 막아낸 경험이 있는 티모시 가이트너 전 미국 재무장관이 말했던 것처럼 압도적인 규모의 개입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한 번 신뢰가 깨진 상황에서 영국의 국채를 살 사람(=영국 정부에 돈을 빌려줄 사람)을 찾기는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캐나다 출신이면서 영란은행 총재를 지낸 마크카니가 그의 저서 ‘초가치’ 서문에 영란은행에 출근하면서 느끼는 감정을 서술한 내용이 떠오르네요.

분홍색 재킷을 입은 사람들이 좋은 아침이라며 인사를 건네고 나는 전임자들의 초상화가 걸린 복도를 지나 잉글랜드 은행 총재 집무실로 들어간다. 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이 은행의 역사를 일깨우며, 또 이 은행이 떠맡은 과제가 앞으로도 영원히 계속될 것임을 상기시킨다. 현관홀에는 대영제국 시대의 웅장함이 저절로 느껴진다.

(중략) 

모든 것은 견고하고, 안전하고, 영원해 보인다. 그러나 모든 것이 다 그렇듯이,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진짜가 아니다. 대영제국은 가고 없다. 그리고 가치는 한낱 환상일 뿐이다.


🔎 20년 넘은 대우조선 주인 찾기, 이제 끝?
이철민의 리멤버 밸리

대우조선해양

사모펀드 VIG파트너스의 대표이며, 투자ㆍ테크ㆍ미디어 분야에 대한 글도 쓰고 있습니다.

새로운 사실 :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조양)을 인수한다고 합니다(🔗관련 기사). 대조양이 약 2조원 규모의 신주를 발행하고, 이를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한다는 것이죠. 산업은행을 통해 사실상 대조양의 경영권을 보유하고 있는 정부도 이를 승인했는데요. 거래가 종결되면 한화그룹은 대조양 지분의 약 절반을 확보하게 됩니다.

대우그룹의 주 계열사였던 대조양 : 회사 이름에서도 쉽게 알 수 있듯이, 대조양은 과거 대우그룹의 주력 계열사였습니다. 1973년 설립된 대한조선공사 옥포조선소를 1978년 대우그룹이 인수하면서 탄생한 대우조선공업이 그 모태입니다. 한국 조선업이 최전성기를 달리던 1990년대엔 선박 수주 세계 1위를 달성하기도 했을 정도로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기간 사업체였습니다.

워크아웃부터 실적 개선까지 :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1999년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대조양은 워크아웃에 들어갔습니다. 2001년 워크아웃을 졸업하며 이름도 현재의 대우조선해양으로 바뀌었죠. 그 뒤로도 수 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고, 조선업황도 회복되면서 실적이 서서히 개선됐습니다. 2007년에는 연결 기준 매출 7조8000억원, 영업이익 2600억원을 달성했죠.

2008년 시작한 매각 작업, 금융위기로 무산 : 정부와 산업은행은 그동안 투입한 막대한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2008년 대조양의 매각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GS, 포스코, 현대중공업 그리고 한화그룹이 치열한 경쟁을 펼친 결과, 6조원이 넘는 가격을 제시한 한화그룹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습니다(🔗관련 기사). 문제는 그 즈음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전 세계를 휩쓴 금융위기로 인해 대조양의 실적이 다시 하락할 것이 예상되자, 한화그룹 계열사들의 주가는 폭락했고 자금조달의 조달도 여의치 않게 됐습니다. 결국 이듬해 초 매각은 없던 일이 되고 맙니다(🔗관련 기사). 그리고 이행보증금으로 한화그룹이 납부한 3000억원을 두고 법정 공방이 시작되기도 했죠.

분식회계 등 방만 경영 논란 : 그 뒤로 10년 넘게 대조양은 험난한 시기를 겪게 됩니다. 경영권을 가진 산업은행의 관리가 부실하여 방만하게 운영된 것입니다. 2015년 천문학적인 규모의 분식회계가 드러난 것이 그 대표적 예입니다(🔗관련 기사). 이 사건은 당사자들인 산업은행과 대조양은 물론 정치권, 금융업계, 감독 당국, 회계법인 등에도 막대한 파급효과를 끼치게 됩니다.

2018년 통합 민영화 추진도 결국 실패로 : 분식회계 사건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2018년, 이번에는 대조양의 통합 민영화가 추진됐습니다. 첫 매각 과정에서 고배를 마셨던 현대중공업의 조선 부문과 대조양을 통합하는 방식이었습니다(🔗관련 기사). 다만 이 역시 올해 초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세계적인 조선업체 두 곳의 합병인 만큼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의 기업결합심사를 받아야 거래가 마무리될 수 있는데, 시간을 끌던 EU 집행위원회가 올해 초 이를 불허했기 때문입니다.

다시 등장한 한화그룹 : 그렇게 두 번째 매각 시도마저 수포로 돌아간 상황에서 14년 전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한화그룹이 다시 매수자로 등장한 겁니다. 하지만 한화그룹의 대조양 인수도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넘어야 할 여러 관문이 남아 있는데요. 현재는 양해각서만 체결된 상황으로, 공식적인 스토킹 호스 방식의 매각 절차를 진행해야 합니다.

📌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방식: 인수의향자를 확보한 상태에서 공개입찰을 진행해 응찰자가 없으면 인수의향자를 최종 인수자로 확정하는 매각 방식. 만약 좋은 조건의 응찰자가 있으면, 해당 응찰자가 인수자가 됨. 주로 공적자금이 들어간 기업이나 법정관리 기업 등의 매각 시에 매각의 확실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얼마 전 쌍용자동차 매각 시에도 활용된 바 있음

조선업체 간의 합병이 아니라 큰 문제는 없겠지만, 여전히 기업결합 심사 절차도 밟아야 합니다. 한화그룹은 자신하고 있지만, 14년 전과 비슷하게 글로벌 경제위기 가능성이 제시되는 시점이라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습니다(🔗관련 기사). 20년이 넘은 대조양의 주인 찾기가 이번에는 마무리될 수 있을지,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이는 이유입니다.


💡 놓치면 아까운 소식

유동성 확보 나선 저축은행, 주담대도 중단 : 금리가 오르면서 상상인저축은행이 5월부터 사실상 개인사업자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했다는 소식입니다(🔗관련 기사). 자금을 조달하는 부담이 커졌기 때문인데요. 그동안 대출은행은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제공해 수신 고객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대출 재원을 마련해 왔습니다. 하지만 시중은행도 예·적금 금리를 올리면서 경쟁력이 약화되자 최대한 보수적으로 대출을 집행하는 방식으로 유동성 관리에 나선 겁니다. 이에 중저신용자들이 돈을 빌릴 곳이 점점 적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 재건축 부담금 최대 반값 인하 : 정부가 재건축 사업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부담을 대폭 줄이기로 했습니다(🔗관련 기사). 재초환은 재건축 사업으로 조합이 얻은 이익이 조합원당 평균 3000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 금액에 대해 최고 50%를 세금으로 내도록 한 제도인데요. 부동산 투기 과열을 막기 위해 도입했으나, 도심 내 양질의 주택 공급을 가로막는다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이에 국토부는 부담금의 기준이 되는 초과이익 산정 개시 시점을 미루고, 부담금 면제 기준을 상향 조정해 면제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부담금 감면안을 내놨습니다. 제도가 시행될 경우 1가구 1주택 장기보유자는 최대 50%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지역과 집값에 따라 감면 폭이 다소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