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하던 이케아가 멈칫하게 된 이유

🛒 질주하던 이케아가 멈칫하게 된 이유

ikea homefurnishing

코로나 시대 이커머스에서 잘나간 대표 상품이 뭘까요? 바로 가구입니다. ‘홈 퍼니싱(Home Furnishing)’, 즉 가구나 조명은 물론 벽지나 침구, 카펫, 인테리어 소품 등을 활용해 집안을 예쁘게 꾸미는 활동이 인기를 끌었기 때문입니다. 프레드릭 요한손 이케아코리아 대표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로 집은 ‘모든 것을 다하는 공간’이 됐습니다. 그만큼 집 꾸미기에 대중의 관심이 쏠린 겁니다. 덕분에 홈 퍼니싱 용품의 온라인 매출은 폭발적으로 증가했죠.

어느 정도냐고요? 통계청에 따르면 코로나가 본격화된 2020년 7월 기준, 가구 카테고리의 온라인 거래액은 3900억달러로 2019년 7월 대비 127.5% 증가했습니다. 이듬해에도 온라인 거래액은 4296억원을 기록하며 10.1%의 성장세를 이어갔죠. 때아닌 호황으로 가구 기업들은 전에 없던 실적 파티를 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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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과 함께 시작된 가구 업체 침체기

하지만 코로나 끝이 보이면서 홈 퍼니싱의 인기도 점점 사그라듭니다. 애초에 가구는 한 번 사면 다음 구매까지 빈도가 긴 특성이 있는 데다, 거리두기 완화로 사람들이 다시 거리로 나오면서 가구는 기저 효과를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덩달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전세든, 매매든 집을 구매하는 수요가 줄어든 것도 가구 업계 침체에 한 몫 했고요.

이는 데이터로도 증명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인 지난 7월 기준 통계청 자료를 보자면 가구 카테고리 이커머스 거래액은 4029억원(잠정치)으로 전년 대비 6.2% 역성장했습니다. 동기간 전월 대비 거래액도 3.4% 감소세였습니다. 이대로라면 앞으로의 전망은 지금보다 더 암울해질 게 자명합니다.

이런 침체는 비단 온라인 채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데요. 한샘과 현대리바트로 대표되는 빅2 가구 기업의 올 상반기 실적을 보면 실적 둔화가 확연히 보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원자재 가격과 물류 비용이 올라가면서 영업 이익 측면에서도 악재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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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공룡 이케아도 실적 악화를 피해가진 못했습니다. 지난 14일 실적을 발표한 이케아코리아는 2022 회계연도(2021년 9월~2022년 8월) 기준 6186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0% 역성장했습니다. 같은 기간 이케아 매장 방문 고객 역시 7000만명에서 6682만명으로 감소했습니다.

가구 업계는 실적 악화에 가격 인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한샘과 현대리바트, 이케아코리아는 모두 최근 늘어난 원가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고요. 이런 가격 인상 추세는 비교적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가격 인상은 수요 감소에도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 위기 돌파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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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공룡’ 이케아를 침체에 빠뜨린 대내외 요인

1️⃣ 물류 대란 : 코로나는 이케아에게 호재이자 악재였습니다. 특히 이슈가 됐던 건 코로나가 촉발한 물류 대란입니다. 글로벌 물류 대란은 물류비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 인상을 몰고 왔습니다. 이는 전 세계에서 상품을 수급하는 이케아코리아에 직접적 타격을 줬고, 결국 일부 품목의 가격을 인상하는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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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일부 제품의 가격을 올렸지만, 낮은 가격에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게 하자는 이케아의 오랜 철학을 져 버리진 않을 것 같습니다. 마티나 자이델 이케아코리아 컨트리 커머셜 매니저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생긴 문제와 인플레 같은 거시 경제적 요인이 해결되면 수요가 높은 제품의 가격을 인하하겠다고 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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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제품 수급 : 그런데 물류 대란으로 올라간 원가 이상으로 뼈 아팠던 건 ‘제품 수급’에서 발생한 문제였다고 합니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포함해 곳곳에서 발생한 대외 위기와 그로 인한 물류 병목은 제품 수급에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이로 인해 매장에 고객이 원하는 상품 재고를 제때 충족하기 어려웠죠. 프레드릭 요한손 이케아코리아 대표는 “고객들이 원하는 물건을 구매하지 못 해 생긴 실망감이 매출 감소로 이어진 것 같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최근에는 공급망 병목이 많이 회복되면서 제품 수급이 원활해졌지만요.

3️⃣ 부동산 시장 침체 : 올해 들어 한국에서 이어지고 있는 주거용 부동산의 가격 하락과 거래 침체도 가구 업계 매출 악화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었습니다. 홈 퍼니싱 용품은 새 집을 구매하고 이사함에 따라 자연히 따라오는 파생 수요입니다. 부동산 거래에 뒤따르는 ‘보완재’ 성격이 강하죠. 따라서 부동산 거래 감소는 자연히 이케아코리아의 매출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4️⃣ 오프라인 매장 방문 감소 : 마지막으로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와 ‘리오프닝’은 생각보다 오프라인 매장인 이케아에 그리 큰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요한손 대표에 따르면 사람들이 외부에서 여행을 하고, 영화를 보고, 외식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케아 매장 방문이 줄었다고 합니다.  

이케아 사정을 중심으로 이야기했지만, 이는 사실 홈 퍼니싱 카테고리를 다루는 업계 전반이 겪는 공통 고민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케아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들이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 중이고요.

‘옴니채널’에서 찾는 돌파구

그럼 이케아는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고 있을까요? 이케아코리아는 홈 퍼니싱 업계의 침체를 극복할 다음 회계연도의 전략 방향으로 ‘옴니채널’을 제시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에 더해 ‘온라인’ 접점을 강화하면서 언제 어디서든 고객이 이케아와 자유롭게 만나 소비할 수 있는 ‘끊김 없는(Seamless)’ 경험을 강화한다는 것인데요.

옴니채널 전략의 일환으로 ‘라이브 커머스’를 예시로 들었습니다. 이케아코리아는 매주 목요일 오후 4시 소속 홈 퍼니싱 전문가들이 콘텐츠를 기획, 제작, 진행하는 방식으로 자사 홈페이지에서 라이브 방송을 송출하고 있는데요. 시청자는 라이브에서 소개된 제품에 대해 전문가들과 실시간 채팅 상담을 할 수 있으며, 영상에 연결된 온라인몰 페이지를 통해 곧바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은 옴니채널 전략의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제품을 보고 만질 수 있다는 오프라인 매장이 가진 경험 측면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죠. 인테리어 디자인 컨설팅 등 이케아 직원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제대로 경험하기 위해서라도 매장 방문의 중요성은 적지 않을 겁니다.

이에 이케아코리아는 오프라인 매장의 경험과 온라인의 편의를 연결하기 위한 ‘라스트마일 물류’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예컨대 고객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체험한 상품을 집까지 배송하고, 희망한다면 조립 대행까지 해주는 건데요. 이렇게 되면 매장이 일종의 물류 거점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케아 광명점, 창고형 매장
이케아 광명점 내부 모습. 사실 이케아는 애초에 ‘창고형 매장’으로 레이아웃을 설계했다. 매장이 그 자체로 창고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커넥터스

앞서 가구 업체에서 배송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가격을 인하했다고 언급했는데요. 이케아코리아 역시 가구 배송 가격을 인하했습니다. 수도권 지역 대상 40%, 그 외 지역 대상 33%, 조립 서비스 비용은 15% 깎았습니다. 매장에 방문해 제품을 체험하고 배송은 온라인으로 받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온라인 바탕의 구매력으로 물류 단가를 절감한 덕입니다. 

이케아 광명
이케아 광명점 곳곳에 붙어있는 배송 서비스 안내 배너. 매장에서 만난 작은 상품은 택배로, 큰 상품은 별도의 배송 서비스를 통해 자택까지 전달받을 수 있다. ⓒ커넥터스

실제 이번 회계연도 이케아코리아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했지만, 옴니채널과 연결되는 온라인 채널의 매출 성장은 호조를 기록했습니다. 이커머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 늘어났고요. 전화나 채팅, 화상통화를 통해 상담부터 결제까지 가능한 ‘리모트 서비스’ 매출 또한 전년 동기 대비 18% 성장했습니다.

이케아코리아는 앞으로도 옴니채널을 중심 전략으로 계속해서 활용해 나갈 거라고 하는데요.  오프라인에 특화된 기업 이케아의 옴니채널 강화가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올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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