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8만 세대 보유한 임대업 거물은?

🏙 아파트 8만 세대 보유한 임대업 거물은?

EQR ci

오늘 소개할 에쿼티 레지덴셜(Equity Residential⋅EQR)은 미국에서 아파트를 2번째로 많이 보유한 52년 전통의 리츠(REITs⋅Real Estate Investment Trusts)입니다. 리츠는 여러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대형 오피스나 물류센터 등에 투자하는 부동산 투자 신탁 회사를 말하는데요. 자본시장과 부동산시장을 연결하는 역할을 합니다. 약세장에서도 안정적인 배당 수익이 가능한 데다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릴 수 있어 해외 유수의 연기금과 투자자들이 선호하죠. 미국 시카고에 본사를 둔 EQR은 뉴욕,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등 주요 지역에 약 8만 세대의 아파트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어떤 회사인가?

EQR은 1969년 시카고 억만장자 사업가 사무엘 젤(Samuel Zell)이 동문인 미시간대학교 학생들에게 아파트 임대를 해주면서 시작했습니다. 졸업 무렵 15만 달러(약 2억원)의 순이익을 올린 그는 잠시 몸담았던 로펌의 시니어 파트너와 투자에 본격적으로 뛰어듭니다. 

아파트 여러 채가 나열된 타운

1993년 회사 지분 20%를 주는 대가로 배리 스턴릭트(Barry Sternlicht)에게서 대규모 자산 포트폴리오를 인수한 샘 젤은 EQR 상장에 성공합니다. 당시 2만 2,000여 채의 아파트를 소유했던 EQR은 1997년 웰포드 레지덴셜 프로퍼티 트러스트(Wellsford Residential Property Trust)의 아파트 자산을 매수하면서 규모를 키웠습니다. 그 결과 2001년에는 S&P 500에도 추가되는 등 주택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아파트의 수요와 그 가치도 계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1993년 상장 무렵과 비교하면 현재 주가가 511%나 상승했다고 합니다.

EQR의 보유 자산은 지역별로는 캘리포니아에 27.9%, 워싱턴DC에 15.7%, 샌프란시스코에 16%가 분포하고 있으며, 시애틀, 뉴욕, 보스턴에도 10%대의 자산이 있습니다. 최근 애틀란타, 댈러스, 오스틴 지역으로 진출하는 추세인데요. 오피스 밀집 지역과 신흥 생산 시설이 위치한 남부 지역의 고급 아파트를 갖고 있어 가치가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올해 2분기 EQR의 영업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6억 9천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보유 아파트 8만 227세대의 월 평균 임대료는 4분기 연속 상승해 약 3천 달러에 달합니다. 가중 평균 점유율 역시 96.7%로 역대 최고 수준을 달성하며 FFO* 가이던스를 기존 대비 3% 상향하였습니다.

📌 FFO : Funds From Operations의 약자. 리츠 회사들이 임대수입이나 배당능력 등 실적을 보여주는 지표로 우리말로는 ‘사업운영수익’이라고 함

핵심 인물은? 

CEO 마크 패럴 (Mark J. Parrell)
CEO 마크 패럴(Mark J. Parrell)

현재 EQR의 핵심 인물은 2019년 CEO에 오른 마크 패럴(Mark J. Parrell)입니다. 부동산 업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인 그는 2015년부터 2년간 브룩데일 시니어 리빙(Brookdale Senior Living Inc⋅BKD)의 이사회 감사와 투자 위원회 위원으로 역임하기도 했는데요. BYD는 미국 전역에서 노인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는 미국 최대의 노인 주택 운영업체입니다. 전미리츠협회(Nareit) 집행이사회 소속이기도 한 그는 현재 미국 비영리단체 NMHC의 위원이자 시카고 경제클럽의 회원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라이벌은? 

연립주택 타운
AvalonBay가 공급하는 임대주택

EQR의 경쟁사로는 아발론베이(AvalonBay⋅AVB)와 에섹스 프로퍼티 트러스트(ESSEX Property Trust⋅ESS)가 주로 언급됩니다. 이들은 도심형 주거 임대주택에 집중하는 리츠  기업인데요. 고용과 인구가 성장하는 지역을 기반으로 고소득, 밀레니엄 세대를 타겟으로 한 임대 주택 공급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높은 집값 때문에 주택 구매를 미루거나 임대를 선호하는 밀레니엄 세대를 주로 타겟팅하고 있습니다. 임차인들의 중위 연령이 33세이며, 가계 평균소득은 16만 달러(참고로, 미국 가계 평균 소득은 8.8만 달러)로 그들이 벌어들이는 소득에서 납부하는 임대료 비중은 19.6%입니다. 

ESS는 남부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시애틀을 포함해 서부 연안지역의 주거 자산에 집중 투자하고 있습니다. 서부 연안은 구글, 페이스북, 시스코, 오라클 등 세계적인 IT기업들의 본사가 몰려 있으며 시애틀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보잉의 제조시설이 있습니다. 이곳들은  양질의 일자리가 넘치는 지역이며 미국에서 가장 높은 GDP를 올리는 곳이기도 합니다. 경제수준이 높은 만큼 고소득 직장인들이 많고 교육수준도 높지만 악명높은 집값 때문에 많은 근로자들이 고통받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팬데믹을 계기로 임대료가 낮으면서 기업환경이 좋은 지역으로 이동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IT기업이 밀집해 있기에 임대 시장이 급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ESSEX 건물들
Essex Property Trust의 최신 IR 발표 자료 표지

한편 EQR을 비롯해 AVB, ESS 모두 팬데믹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았습니다. 팬데믹 기간 실업자가 늘면서 공실이 생겨난 건데요. 이들은 입주자들에게 임대료 연장 등의 혜택을 제공하며 이를 관리하고자 했습니다. 다행히 세 기업 모두 도심지에서 소득이 높은 2030 직장인들을 타겟으로 임대 주택을 공급하고 있어서 실적은 소폭 하락하는 정도로 그쳤습니다. 주거 자산 개발도 올해에만 중단되었을 뿐 배당 지급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EQR, AVB, ESS 모두 임대료 징수율은 96 ~ 97%로 안정적입니다.

미래는? 

팬데믹을 겪으면서 EQR은 주력인 도심 외에도 교외 지역 자산 매입을 늘리고 있습니다. 더딘 경제회복 상황을 대비하려는 건데요. 신규 입주가 늘면서 교외 성과도 호조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도심지 임차인 수요가 갑자기 감소하지 않는 이상 주거형 리츠 사업은 상당 기간 매력적인 비즈니스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경제 흐름과 산업의 구조적인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 기업은 없습니다. 시장 경기를 재빠르게 잘 읽어 매입 전략을 지속적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덧붙여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하면서 주거 형태와 근로 환경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는데요. 트렌드에 따른 변화 대처 능력이 향후 성과 창출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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