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상담소] “팀장은 처음이라…”

[직장인 상담소] “팀장은 처음이라…”

책상 앞에서 고민하는 남자

힘들지 않은 척 ‘정신 승리’가 요구되는 회사 생활. 여러분들의 직장 내 자존감과 자신감 회복을 위해 DBR의 마음 전문가들이 여러분의 마음을 ‘처방’해드립니다.

📩 초보 리더 윤 팀장(42)의 고민은?

식품 중견기업 교육팀을 이끌고 있는 7개월차 초보 팀장입니다. 14년 동안 영업 업무를 하다가 팀장으로 승진하면서 교육팀으로 배치받았습니다. 전임자의 갑작스러운 퇴사로 당시 회사에서 유일한 팀장 승진 대상자였던 제가 빈자리를 채우게 된 것이죠. 오랜 영업이 조금은 지겨웠던 터라 새로운 도전으로 삼고 잘 해보리라 다짐했습니다.

그러나 점점 스스로의 부족함이 보였습니다.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입장인데도 실무 하나하나를 팀원들에게 배워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빠르게 익혀 팀원들의 버팀목이 돼 주고 싶지만 머리가 굳어서인지 전보다 배우는 속도가 확연히 느려졌습니다. 한 번 물어본 걸 깜빡하고 다시 묻기 일쑤. 종종 수준 이하의 질문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됩니다.

그러다 보니 팀에서 가장 오래 근무한 박 과장에게 많이 의존하고 있습니다. 팀원들이 중요한 사안을 물으면 “박 과장은 어떻게 생각해요?” “박 과장한테 한번 물어봅시다”라고 답합니다. 당장 결정할 일은 끊임없는데 제가 모르는 게 많으니 박 과장에게 묻는 편이 더 낫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박 과장은 이게 부담이었나 봅니다. 팀의 모든 일에 깊게 관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자 “요즘 후배들 일 도와주느라 정작 제 일을 할 시간이 부족”하다며 피로감을 호소하더라고요. 박 과장이 경쟁사의 팀장 후보자로 면접을 봤다는 소문도 돌았습니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박 과장은 지난 인사에서 내심 자신의 팀장 승진을 기대했다고 합니다. 애초에 승진 대상자가 아니었지만, 막상 기대감이 꺾이고 일은 늘어나니 이직까지 고려한 것 같습니다. 박 과장에게 미안하면서도 그가 떠나면 앞으로 팀을 어떻게 이끌어야 할지도 걱정됩니다.

팀원들과 잘 지내보려고 해도 쉽지 않습니다. 회식도, 업무시간 잡담도 꺼리는 것 같습니다.  저는 친해질 기회가 안 보이는데 저만 빼고 다들 끈끈해 보이는 건 오해일까요? 일로도 사람 간의 관계로도 만족이 어려우니 매일 출근하는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어제는 출근길에 교통사고라도 나면 회사를 안 가도 되지 않을까 하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잠시 했습니다. 저도 힘들지만 팀이 더 걱정입니다. 어쩌면 팀장인 제가 팀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게 아닐까요? 저만 떠나면 팀 전체가 더 편해지지 않을까요?

실로 연결된 두 사람

🙌 실무 능력보다 중요한 건 소통!

최근 팀장으로 승진하며 새로운 도전 기회를 잡게 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그런데 리더로서 역량이 충분하지 않다는 자괴감과 관계에서 느껴지는 소외감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신 것 같네요. 현재 느끼는 중압감이 얼마나 클지 어느 정도 짐작이 갑니다. 팀원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싶은데 생각처럼 속도가 나지 않으면 누구라도 조바심이 나죠. 차질 없이 일을 진행하고자 체면도 자존심도 내려놓고 업무 이해도가 높은 박 과장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지만, 그 역시 팀장 자리를 마음에 뒀기에 미안함과 걱정이 앞섭니다. 게다가 팀원들도 자꾸 팀장님을 피하는 것 같고요. 그래도 이렇게 쉽지 않은 이야기를 용기 내어 꺼내신 걸 보니 이 상황을 현명하게 극복하려는 의지가 느껴집니다.

직장인에게 승진은 조직으로부터 업무 능력과 리더로서의 잠재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인 동시에 조직 내 지위, 연봉, 직무 범위, 의사결정 권한 등이 향상되는 특별한 보상입니다. 승진자는 필연적으로 주위의 시기와 관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끊임없이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있죠. 특히 승진이 경쟁과 승부의 맥락으로 읽히는 한국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승진에서 누락된 사람은 패배감과 수치심, 상대적 박탈감, 심하게는 분노를 느끼기도 하고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갓 승진한 리더 대부분 윤 팀장님과 비슷한 고민을 합니다. 리더가 된다는 건 명예와 부담을 동시에 떠안는 일입니다. 업무와 책임의 범위가 전과는 현저히 달라지니 낯설고 길을 잃을 듯한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윤 팀장님처럼 타 부서 출신이라면 팀 내 승진에 비해 부담감이 훨씬 더 크겠죠. 업무를 따라가는 한편 팀원 개개인을 파악하고 아직 신뢰가 쌓이지 않은 팀원들을 독려해야 하니까요.

코칭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 마샬 골드스미스는 ‘What got you here won’t get you there(지금까지의 성공이 미래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에서 현재의 성공에 기여한 방식이 미래의 성공을 보장하는 건 아니므로 기존과는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윤 팀장님의 상황에 적용해 보면, 신입사원이 OJT(On the Job Training·직장 내 교육 훈련)를 통해 조직과 업무에 적응하듯 리더 역시 새 포지션에 걸맞는 역량 개발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팀장으로 승진한 사람들 대부분이 실무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했기 때문에 승진한 이후에도 혼자 일을 떠안는 경향이 있어요. 윤 팀장님 역시 이전 팀에서는 지금의 팀원들 못지 않은 실무 감각을 갖고 계셨을 겁니다. 현재 윤 팀장님께서 괴로워하시는 이유에는 옛날만큼, 그리고 다른 팀원들만큼 실무에 ‘빠삭’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도 있을 거예요.

2020년 교육 전문 기업 휴넷이 팀원급 직장인 51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팀장 만족도 조사에서 응답자의 54%가 본인 팀장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불만족 사유로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부족(34%)이 가장 많았고, 교양·매너·상식 부족(28%), 리더십·통솔력 부족(26%), 인재 코칭 능력 부족(25%), 실무 능력 부족(15%)이 뒤를 이었습니다. 설문 결과만 보면 윤 팀장님이 걱정하는 실무 능력 부족에 대해 후배들이 느끼는 불만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오히려 업무와 무관해 보이는 커뮤니케이션, 매너, 리더십 등 인재 관리가 팀장 만족도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었습니다. 

조직 차원에서 살펴봐도 팀장이 팀원보다 일을 더 잘하는 것을 마냥 바람직한 상황은 아닙니다. 팀장이 팀원에게 권한을 위임하지 않고 스스로 하는 일이 많아지면 어떻게 될까요? 팀원들은 팀장에게 의존하게 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동기를 상실하겠죠. 이런 패턴이 계속되면 팀장 역시 에너지 고갈로 번아웃됩니다. 수동적이고 의존적인 팀원들로는 역량 개발도, 효과적인 팀 운영도 어렵게 될 겁니다. 회사는 팀장 개인이 아닌, 팀의 성과를 원합니다. 따라서 똑소리나는 팀장이라면 스스로 역량을 키우는 것보다 팀원의 업무 능력을 키워 성과로 연결해야 합니다.

물론 팀장이 실무 능력과 리더십 모두 뛰어나면 금상첨화겠죠. 하지만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합니다. 타 부서 출신으로 교육팀 경험이 전무한 윤 팀장님이 오랫동안 교육계에서 경력을 쌓아 잔뼈가 굵은 팀원들을 업무적으로 도와주는 건 한계가 있다는 걸요. 일을 완벽히 통달해 팀원들의 버팀목이 돼 주겠다는 마음을 내려놓고 유능한 팀원들에게 위임할 수 있는 부분은 과감히 위임하세요. 그리고 본인이 잘 하는 것에 집중하세요. 오랜 영업 업무로 상대가 원하는 바를 빠르게 파악하고 필요한 제안을 하는 데 익숙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점을 윤 팀장님만의 리더십 강점으로 살려보면 어떨까요?

예를 들면 업무 이해도가 높은 박 과장님에게는 반드시 직접 처리해야 하는 업무 외 자잘한 일은 다른 팀원들에게 재분배하세요. 박 과장님을 실무에서 보다 자유롭게 해주고 업무 관련한 내부 대응이나 팀원 멘토링 등의 역할에 집중하도록 하는 겁니다. 그러면 박 과장님은 팀에서 인정받는다고 느낄 뿐 아니라 미래의 리더십 역할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역량을 개발할 수 있게 됩니다. 팀원들 역시 상대적으로 더 친숙하고 편안한 상대와 업무 관련 논의를 자유롭게 할 수 있으니 보다 빠르게 일을 처리하고, 그 과정에서 창의적인 솔루션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리더의 중추적인 역할은 팀원들을 잘 관리해 성과를 내는 것입니다. 조직이나 팀의 특성이 워낙 다양하기에 규격화된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팀의 존재 이유, 팀원들의 성향과 장단점, 스타일, 요구사항, 업무 능력 등을 먼저 파악하지 않는 이상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특히 전임자가 갑작스레 퇴사한 경우 팀원들이 혼란을 겪을 수 있으니 개개인과 일대일 면담을 진행해 신뢰와 친밀감을 쌓으면 좋겠죠.

일대일 면담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1️⃣ 편안한 분위기 만들기 : 팀장님도 팀원도 면담은 무척 불편하고 어색한 자리입니다. 따라서 편안한 대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본격적인 대화에 앞서 최근 관심사나 좋아하는 음식, 취미 등을 물으며 간단하게 아이스브레이킹 을 해보세요. 조금 분위기가 풀렸다 싶으면 팀원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충분히 탐색하시고요. 그리고 팀원이 가진 문제를 해결할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질문을 쌓아가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때 팀장님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합의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면 좋습니다. 

2️⃣ 상대의 말 경청하기 : 그리고 일대일 면담이 팀장님의 잔소리나 하소연, 또는 팀원에 대한 평가나 판단 수단으로 인식되지 않도록 상대의 말을 경청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경청을 잘하려면 필사적으로 상대를 이해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내려놓으시고 자연스럽게 상대와 심리적으로 연결되는 데 집중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3️⃣ 실수나 부족함을 인정하자 : 마지막으로 팀장님께 당부 드리고 싶은 점은 새로운 역할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수나 부족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라는 겁니다. 어떠한 성공도 실수나 실패 없이 이뤄지지 않습니다. 더 중요한 건 자책하는 대신 그 상황을 자기 성찰과 배움의 기회로 발전시키는 겁니다. 뇌과학 연구에 의하면 우리 뇌는 실수나 실패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학습한다고 합니다. 시험을 봤을 때 맞춘 문제보다 틀린 문제가 더 잘 기억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랍니다. 윤 팀장님은 리더로서 자질이 충분하다고 인정받았기에 팀장이 된 겁니다. 본인의 강점에 초점을 맞추고 배움의 자세를 유지한다면 머지 않아 지금의 상황이 훌륭한 리더가 되는 큰 밑거름이 됐다고 회고할 날이 올 겁니다. 

✍ 김명희 : 독일 뮌헨대에서 심리학 석사, 고려대에서 경영학 박사 취득. 현재 인피니티코칭 대표이자 비즈니스 코치로 활동.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코칭 리더십, 정서 지능, 성장 마인드세트, 커뮤니케이션, 다양성 관리, 조직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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